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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이 동성애 비하? 내 생각은 다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이 동성애 비하? 내 생각은 다르다!

빛무리~ 2011. 1. 25.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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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방송을 보면서 전혀 느끼지 못했던 부분인데, '남자의 자격'이 당황스럽게도 '동성애 비하 논란'에 휘말렸습니다. 한 명의 남자 고등학생이 이윤석에게 "남자가 가끔 예뻐 보인다"며 성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았는데, 그에 대한 이윤석의 상담과 프로그램의 자막이 부적절했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시된 것입니다.

이윤석은 그 학생에게 "성장기에 흔히 있을 수 있는 일이라는 얘기를 들었다. 우리 때에도 이런 친구들이 있었는데, 멀쩡하게 여자친구 만나고 잘 살더라" 하고 조언했습니다. 그 장면에서, 화면 하단에는 '한 가정의 가장으로서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계신' 이라는 자막이 들어갔습니다. 그런데 이 '정상적'이라는 단어가 바로 문제가 된 것입니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후회화지 않아'를 제작했으며, 스스로 커밍아웃을 한 이송희일 감독은 자신의 트위터에 "남자의 자격은 마초의 자격을 꿈꾸나보다. 동성애를 고민하는 학생에 대한 이윤석의 상담은 폭력적이었다. 이는 성정체성에 대한 한국 교육계의 무지를 그대로 답습한 것이다. 이윤석씨, 누가 당신더러 그만 비실거리고 정상으로 돌아오라고 하면 기분이 좋나요?" 라는 말을 올렸습니다. 그리고 일부 네티즌이 그에 동의하여 '남자의 자격'이 성적소수자에 대한 편견을 조장했다며 비판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정말 그럴까요? 그 표현이 동성애자들을 비롯해 그들의 인권을 위해 노력하는 사람들에게는 좀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었음을 인정합니다. 하지만 제가 그랬던 것처럼, 많은 시청자들은 특별히 그런 생각을 하지 않고 넘어갔을 것입니다. 그런데 논란이 불거짐으로써 오히려 신경을 쓰게 되고 말았군요. 이러한 논란이 동성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좋게 만드는 데에 도움이 될까요?


우선 언어의 뉘앙스란 아주 미묘한 것이어서, 하나의 표현을 했을 때, 곧이 곧대로 그에 대한 반대 논리가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것이 저의 견해입니다. 예를 들어 "인간에게는 고귀한 영혼이 있다" 라는 문장을 해석함에 있어 "그러므로 인간이 아닌 동물에게는 영혼이 없다"는 반대 논리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라는 말입니다. 그러니 평범한 가정을 이루고 결혼 생활을 하는 사람에 대해 '정상적'이라고 표현했다 해서, 그와 다른 방식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을 무조건 '비정상'이라고 매도했다며 분노할 필요는 없다고 봅니다.

그리고 '비정상'이라는 단어도 꼭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닙니다. 사전적 의미를 따진다면 '정상(正常)'이란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를 뜻합니다. 그렇다면 정상이 아닌 비정상(非正常)의 상태란 '탈이 나고 제대로가 아닌' 것으로 해석할 수 있으니 좀 불쾌할 수도 있겠군요. 그러나 일상 생활에서 우리가 사용하는 언어들이 모두 사전적 의미로 쓰이는 것은 아닙니다. 오히려 생활 속에서 '비정상'이라는 단어는 '평범하지 않다'는 뜻으로 쓰이는 경우가 많습니다.

평범하지 않다는 것은 남들과 다르다는 뜻이고, 이 사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집단에 포함되지 않는다는 것을 뜻합니다. 그것은 매우 힘든 일입니다. 동성애자 중에 스스로 그 길을 원해서 선택한 사람이 몇이나 될까요? 그리고 만약 그 길이 순탄하고 평온한 길이라면, 왜 자신에게서 그런 성향을 발견한 청소년이 깊은 고민에 빠지게 되었을까요?

만약 이송희일 감독이 그 청소년의 상담자가 되었다면 과연 어떤 식으로 조언을 해 주었을지, 저는 좀처럼 상상할 수가 없습니다. "일시적인 행동일 수도 있으니까 약간 조심하면서 좀 더 두고보자" 라고 했던 이윤석의 상담이 폭력적이었다면, 그와 정반대로 "네가 느끼는 감정은 지극히 정상이니까 고민할 필요가 전혀 없다. 그냥 너 하고 싶은 대로 편하게, 마음 가는대로 하면 된다" 라고 말해 주는 것이 좋았을까요? 그것은 아주 바람직한 상담이었을까요?


그 학생의 성정체성이 정확히 무엇에 해당하는지는 아직 모릅니다. 한 순간에 스쳐 지나가는 감정일 수 있다는 이윤석의 말이 맞을 가능성도 아주 높습니다. 그리고 그 학생 본인도 이윤석의 말이 맞기를 바라고 있을 것입니다. 왜냐하면 평범하지 않게 살아간다는 것은 매우 힘든 일이니까요.

사실 어느 정도나마 동성애적 성향을 지닌 사람은 꽤 많을 것으로 추측됩니다. 그것이 얼마나 절실하느냐, 아니면 대수롭지 않을 만큼 희미하느냐에 따라 삶이 달라지는 거겠지요. 따라서 사람의 성정체성을 결정하는 데는 본인의 희망과 의지력도 매우 중요할 거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절실하지 않은 사람을 격려한답시고 괜히 부추겨서 오히려 힘든 삶의 길로 인도하는 것은 옳지 않습니다.

제가 보기에 이윤석의 상담에는 큰 문제가 없었습니다. 그는 혼란을 겪고 있는 청소년에게 하나의 길을 제시했습니다. 그 길은 평범한 삶, 즉 이 사회의 대다수 구성원이 걷고 있는 것과 같은 삶으로 나아가는 길이었습니다. 할 수만 있다면 본인을 위해서 그리고 가족들을 위해서, 현재의 그 미묘한 감정을 더 이상 부추기지 말고 자제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이 옳습니다. 물론 더 이상 부인할 수 없을 정도로 그 쪽의 성향이 확고한 경우라면 좀 다른 방식의 상담이 필요했겠지만, 그 학생의 성정체성이 명확히 드러나지 않은 상태에서는 이윤석의 상담이 별로 나무랄 데가 없었다고 생각합니다. 더구나 이윤석은 전문상담가도 아닌 아마추어인데, 그만하면 최선을 다한 거라고 봐야지요.

이번 논란에 대한 저의 견해는, 괜한 긁어부스럼을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동성애자의 인권이 존중되어야 한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지만, 굳이 말 한 마디에 발끈하고 분노하며 논란거리를 만들어낼 필요는 없었습니다. 제가 보기에는 이윤석의 상담도, 제작진의 자막도, 그 학생을 진심으로 염려하는 마음에서 나온 말들일 뿐 동성애자를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판단됩니다. 오히려 거세게 항의하는 그들의 반응이 지나친 오버라고 생각되어 거부감이 일어나더군요.


무엇을 목표로 하든, 너무 빨리 앞으로 나가려 하면 탈이 나게 마련입니다. 드라마 '인생은 아름다워'를 통해 동성애자의 인권의식을 고취시키려던 김수현 작가의 의도는, 초반부터 중반까지는 어느 정도 실효를 거두는 듯 보였으나, 중반 이후로는 오히려 반작용을 일으켰지요. 동성애 커플의 관계가 점점 더 깊이 진전되는 모습이 노골적으로 드라마에 비춰지면서, 아직 거기까지는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은 대중을 막무가내로 밀어붙이는 바람에, 살짝 열리려던 대중의 마음이 도로 탁 닫혀버린 셈이었습니다.

더구나 종반에는 동성애 커플의 언약식 장면을 성당에서 촬영하려다가 무산되자, 김수현 작가는 자신의 트위터에 "성당의 압력이 대단한 모양이다. 더러운 걸레로 얼굴을 닦인 기분이다" 라는 말을 올림으로써, 생뚱맞게 천주교를 적으로 돌리고 말았습니다. 동성애자에게도 입장이 있는 것처럼 종교측에도 입장이 있게 마련인데, 본인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공개적으로 그런 발언을 한 김수현 작가의 태도는 그 연륜과 경력이 무색할 만큼 유아적인 것이었습니다. (관련글 : 김수현 작가에게 실망한 이유) 과연 김수현 작가의 그런 행동이 동성애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개선시키려는 목적에 도움이 되었을까요?

무조건 언성을 높여 소리치는 것만이 능사는 아닙니다. 지하철에서 "불신지옥!"을 외치고 다니며 선교하는 사람들이 많지만, 그 소리를 듣고 종교를 믿게 되는 사람이 과연 있기나 할까요? 그런 행동은 사람을 끌어당기기는 커녕 오히려 지독한 거부감만 증폭시킬 뿐입니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크게 내지르는 목소리가 아니라, 끈기있고 참을성있는 노력이지요.


동성애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바꾸고 싶은 것이 목적이라면, 나쁜 뜻도 없었던 한 연예인의 발언을 악의적으로 해석하여 분노하고 소리 높여 항의하는 것은 별로 도움이 되지 않을 것입니다. 차라리 어떤 식으로든 동성애가 세상에 알려진 것만큼 나쁜 게 아니라는 사실을 대중이 가슴으로 느낄 수 있도록 인내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할 것입니다. 저는 '남자의 자격'이 동성애를 비하했다는 의견에 동의할 수 없으며, 그것을 빌미로 이윤석을 향해 공개적으로 거친 비난을 퍼부은 영화감독의 발언이 오히려 대단히 폭력적이었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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