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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런닝맨' VS '남자의 자격' 너무나 다른 행보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런닝맨' VS '남자의 자격' 너무나 다른 행보

빛무리~ 2011. 1. 24.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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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저는 '남자의 자격'이 출범할 때부터 팬이었으나 한동안은 '런닝맨' 쪽으로 본방사수를 했었습니다. 한창 상승세를 탈 무렵에는 '런닝맨'이 정말 재미있었거든요. 상대적으로 조용하고 웃음기가 적은 '남자의 자격'에 비해, '런닝맨'은 빵빵 터지는 웃음과 역동적 레이스를 보여 주었기에 채널은 자연스레 그쪽으로 고정되곤 했었습니다. 과거형으로 말하는 이유라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이야기입니다.

'남자의 자격'은 김성민이 빠지면서 큰 위기를 겪을 것으로 예상되었으나 의외로 별탈없이 순항중입니다. 물론 이제껏 수행해 온 많은 미션들 중에 실망스런 것들이 없지는 않았습니다. 이를테면 '소개팅' 이나 '젠틀맨' 미션은 아주 별로였어요. 하지만 확률로 따지면 그렇게 실망을 주는 경우는 지극히 적은 편이라 꽤나 안정적이지요. 그래서 '남자의 자격'을 시청할 때는 매우 마음이 편안해집니다. '하모니' 처럼 대박을 치는 미션은 드물지만, 거의 중박 이상의 괜찮은 방송을 보여주니까요. 이번 주의 '남자 그리고 형' 미션 또한 기대 이상의 잔잔한 재미와 감동을 이끌어 내며 성공적으로 수행되었습니다.


그에 비해 한창 상승곡선을 타는 듯하던 '런닝맨'은 어느 순간부터 머뭇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정말 의외였습니다. 기세로 보아서는 충분히 정점을 찍을 것 같았는데, 아직 한참 더 올라가야 함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조금씩 미끄러져 내려오는 모양새가 확연히 보이는 거였습니다. 그런데 저는 이번 주 방송에서 그 이유를 거의 분명하게 잡아낼 수 있었습니다. '런닝맨'이 제대로 풀리지 않고 있는 이유를 아주 단적으로 드러내 보여주는 방송이었기 때문입니다.

[런닝맨, 팬미팅으로 전락, 다시 찾아온 위기?] 이것은 작년 11월 8일에 제가 올렸던 포스팅입니다. 하필이면 랜드마크를 아직 학생들이 남아있는 '여자대학교'로 지정해서, 방송 자체를 고정멤버 송중기와 게스트 정용화의 팬미팅처럼 만들어 버린 것에 대한 비판이었지요. '런닝맨'의 행보가 비틀거리기 시작한 것은 바로 그 무렵이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예능에서 가끔씩은 특정 스타를 띄워 줄 수도 있고, 홍보의 장으로 활용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런 현상이 지속적으로 반복되면 그 프로그램은 순수성을 잃게 되지요. 생각해 보니 최근 '런닝맨'에 출연한 게스트는 거의 영화 개봉을 앞두고 있는 배우들이었습니다. (박보영, 정진영, 이문식 등) 하지만 뭐 그 정도는 괜찮다 하겠습니다. 그들은 어디까지나 본인들의 재량껏 촬영에 임했을 뿐 '런닝맨' 제작진이 특별히 뒤를 밀어주고 있다거나 하는 느낌은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이번 주에는 너무 심할 정도로 대놓고 '게스트 띄워주기' 방송을 하더군요.

정진영과 이문식은 얼굴에 가면도 쓰지 않은 채 평범한 모습으로 악기상가를 돌아다니며 피해야 했고, 주변에 그들을 도와주는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에 비해 동방신기의 윤호와 창민은 일단 가면으로 얼굴을 가릴 수 있었고, 설상가상 그들과 똑같은 차림을 한 수백명의 지원자가 주변을 맴돌고 있었습니다. 그 지원자들은 '런닝맨' 멤버들이 동방신기의 주변으로 접근하면 노래를 불러서 위기를 알려주었고, 심지어는 유노윤호를 대신해서 런닝볼을 찾아 주기까지 했습니다. 이런 식이라면 처음부터 게스트의 승리는 100% 확정되어 있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닙니다.


더구나 처음에는 게스트가 몇 명인지, 남자인지 여자인지도 가르쳐 주지 않았습니다. 똑같은 옷을 입고 똑같은 가면으로 얼굴을 가린 수백명의 사람들 속에서 게스트를 찾아낸다는 것은 누가 봐도 불가능했지요. 너무 어려운 게임에 의욕마저 잃었는지, 지석진을 비롯한 남자 멤버들은 주로 여자들만을 쫓아다니며 가면을 벗기고 그들의 미모에 감탄을 연발하는 추태를 보이게 됩니다. 랜드마크가 '예술의 전당'이고, 방송을 지원해 준 사람들은 거의 뮤지컬 배우였으니만큼 출중한 외모와 노래실력을 갖춘 것은 당연한 일이었지요.

'런닝맨'이 그렇게 속절없이 삽질만 하는 동안 최강창민이 먼저 2개의 런닝볼을 찾아냈고 '런닝맨' 멤버들은 무려 4명이 초반 탈락하게 됩니다. 이제서야 너무 심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아니 너무 싱겁게 승부가 나서 방송이 재미없어질까봐 두려웠는지, 제작진은 게스트가 젊은 남자 2명이라는 것을 알려 주었습니다. 힌트를 받자마자 김종국은 거의 동물적 감각을 발휘하며 지나가는 최강창민을 낚아채어 검거하는 데 성공했지요.


곧이어 유노윤호도 잡히기 직전까지 몰렸으나 결국 1차 게임은 게스트의 승리로 돌아갔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밖에 없고 그렇게 되어야만 했던 것입니다. 왜냐하면 등장과 동시에 승리를 자축하는 동방신기의 공연마저 미리 다 맞추어 놓은 상태였거든요. 만약 게스트가 패배했다면 재촬영을 해서라도 그 공연은 꼭 해야만 했을 겁니다. 처음부터 너무 불공평한 게임을 제시한다 했더니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더군요. 그나마 김종국의 눈부신 활약이 아니었다면 이번 주의 방송은 완전히 꽝이었을 겁니다. 

'게스트를 찾아라'가 그렇게 뻔히 속보이는 레이스로 종료된 후에 이어진 '줄줄이 그려요'는 재미있었습니다. 원래 '런닝맨'은 그토록 게스트를 배려하는 프로그램이 아닌데도 불구하고, 고정 멤버들이 너무 지나치게 동방신기를 배려하고 챙겨 주는 모습이 좀 거북하긴 했지만, 그래도 저마다 기발한 상상으로 그려 놓는 그림들이 하도 웃겨서 잠시 배꼽을 잡았네요. 이 코너에서는 특히 송중기와 유노윤호의 활약이 빛났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미션인 '뮤지컬을 완성하라'는 지루하기 짝이 없었습니다. 이것 또한 대놓고 게스트를 띄워주기 위해 마련된 게임이라는 것이 너무 많이 티났거든요. 아무런 스토리도 없이 '맘마미아'의 음악에 '소녀시대'의 안무를 맞춰보는 것이 전부이건만 그것을 '뮤지컬'이라고 거창하게 명명한 것도 좀 우스웠고, 거의 다 개그맨과 탤런트들로 구성된 '런닝맨'에게 생뚱맞게 스스로 안무를 짜서 뮤지컬을 만들어 보라는 주문도 황당했습니다. 이것이 군무에 익숙한 아이돌을 위한 배려임을 누가 모를 수 있겠습니까?

형들을 능숙하게 지도해서 이끌어 나가는 윤호와 창민의 모습이 멋지지 않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들이 출연했기 때문에 재미가 없었다는 뜻도 결코 아닙니다. 다만 프로그램의 방향이 잘못되었다는 것입니다. '런닝맨'의 애청자들은 어디까지나 '런닝맨'이라는 프로그램이 좋아서 보는 것인데, 제작진은 그 마음을 외면하고 프로그램 자체를 특정 스타의 홍보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습니다. 스스로 내실을 다져서 인기를 얻으려 하지 않고, 특정 스타의 인기에 기대어 화제성을 확보하려는 듯 보입니다.


'런닝맨 - 예술의 전당' 편은 '한양여대' 편 이후로 가장 실망스런 방송이었습니다. 계속 이런 식이라면 '런닝맨'의 순수한 고정팬은 차츰 떨어져나가게 될 것입니다. 그 날 그 날의 게스트에 따라서, 특정 스타의 팬클럽들만 고대하며 기다리는 방송이 되겠지요.

어제 '런닝맨'은 시청자와 함께 호흡하지 않고, 시청자로 하여금 특정 스타를 우러러보게 만들었습니다. 그에 비해 '남자의 자격은 스스로 연예인이라는 특권 의식을 버리고 '평범한 아저씨'가 되어 대중 속으로 직접 들어갔습니다. '귀농' 편에서는 시골 어르신들과 직접 따뜻한 마음을 나누었으며, '남자 그리고 형' 편에서는 동생 같기도 하고 자식 같기도 한 고등학생들에게, 조금은 어설프지만 정성이 깃든 고민상담을 해 주었습니다. 한 사람 한 사람의 고민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듣는 '남격' 멤버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감동이었습니다. 그들이 해 주는 조언은 오히려 전문가의 상담이 아니기 때문에 더욱 자연스럽고 담백했으며, 아이들을 염려하는 마음이 그대로 묻어났습니다.


언제나 평범한 시청자들 속에 어울려 그들과 똑같이 호흡하면서 '남자의 자격'은 조금씩 계속 떠오르고 있습니다. 가장 활발하게 활약하던 멤버가 불미스런 사건으로 퇴출되는 희대의 파장을 겪었음에도 별 충격이 없는 것은, 그만큼 다져 온 내실이 강하다는 증거입니다. 당분간은 추락할 기미가 전혀 없어 보이네요.

그러나 '런닝맨'은 누가 높여 주지도 않았는데 스스로 높이 떠올라 시청자를 내려다보고 있는 형국입니다. 굉장히 위태로워 보이는군요. 안타까운 점은 한창 재미있어진다 싶을 무렵에 꼭 이렇게 큰 실망을 주는 것입니다. 제 느낌에는 시청률이 조금씩 올라가고 호평이 늘어난다 싶으면 그새 자만심에 빠져서 안일하게 띵가띵가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매번 충분히 올라가기도 전에 쭉쭉 미끄러져 내려오는 것이지요. 편법을 쓰거나 요령을 부리지 않고 그저 성실하게 임하는 것이 성공의 지름길이라는 진리가, 단지 사람의 인생에만 적용되는 건 아닐 것입니다. '런닝맨' 제작진이 빨리 깨닫기를, 그래서 유재석의 노고가 헛되지 않기를 바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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