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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박명수의 인간적인 마음을 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박명수의 인간적인 마음을 보다

빛무리~ 2011. 1. 20.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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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저는 박명수라는 연예인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습니다. 간단히 말하면 방송에 비춰지는 그의 캐릭터를 무척이나 싫어했다고 표현해도 좋을 것입니다. 어떤 사람들은 불성실하고 버럭버럭 화 잘 내는 캐릭터를 잡은 덕분에, 박명수는 아무런 자제도 하지 않고 자기 성격대로 방송한다고 말하기도 합니다. 한편 박명수를 좋아하는 사람들은 어디까지나 캐릭터일 뿐 그의 실제 모습이 그런 것은 아니라고 말합니다.

저는 그의 실제 성격이 어떤지는 모르겠으나, 방송에 비춰지는 모습은 확실히 마음에 들지 않기 때문에 좋아할 수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악마적 캐릭터 때문만이 아니라, 제가 높이 평가하는 코미디언으로서의 자질을 갖추지 못했다고 생각했거든요. 이를테면 '해피투게더'처럼 토크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에서는 적절한 타이밍에 적절한 말로 치고 나오는 재치가 절대적으로 필요한데 유재석과 박미선, 신봉선이 각자 제 역할을 효과적으로 수행하는 데 비해, 박명수는 거의 무존재감으로 앉아있는 것처럼 (제게는) 보였습니다.


그런데 오랜만에 시청한 '무한도전 - 타인의 삶' 편에서 저는 생각지도 않은 박명수의 모습을 발견했습니다. 1년 전 뇌수술을 받고 왼쪽 마비가 와서 투병중인 13살 소녀 예진이를 대하는 태도에서였습니다. 박명수는 매우 인간적이었으며, 놀랍게도 무척 순수해 보였습니다. 연예인 치고는 화려하지도 매끄럽지도 않은 투박한 언변이, 오히려 그 상황에서는 순수한 느낌을 더해 주었던 것 같습니다.

아프기 전의 사진을 보니 예진이는 갸름한 얼굴에 긴 생머리를 늘어뜨렸던 청순한 미모의 소녀였습니다. 그런데 수술 받느라 삭발을 하고 투병생활 중에 약간 부은 듯한 지금의 얼굴에서는 예전의 모습을 많이 찾아볼 수 없더군요. 그 잔인한 병은 한창 예민하고 외모에 신경쓸 나이인 사춘기에, 누구보다 예쁜 모습이고 싶을 소녀가 감당하기에는 너무 벅찬 형벌이었습니다.


박명수는 '무한도전 - 타인의 삶' 편에서 재활의학과 의사인 김동환 교수와 하루 동안 서로의 삶을 바꾸어 보기로 했습니다. 김동환 의사가 '무한도전' 멤버들과 한창 '거꾸로 말해요, 아하' 게임을 하면서 신나게 박을 얻어맞고 있을 때, 개그맨 박명수는 의사 가운을 입은 채 회진을 돌고 있었지요. 물론 진짜 의사의 뒤를 따라다니며 조금씩 참견하는 것이 전부였지만요.

그러다가 예진이를 만났습니다. 박명수의 얼굴을 보고 빵 터져서 즐겁게 웃는 예진이에게 박명수가 "잘 생겼네!" 하고 말을 걸었습니다. 좋은 뜻으로 위로하고자 건넨 말이었지만, 얼굴만 보고 미처 여자아이라는 것을 인식하지 못해서 저지른 실수였습니다.


아마도 머리를 삭발한 후, 여러 차례 남자아이로 오해받은 적이 있었는지도 모르겠군요. 오랜 병원 생활로 더욱 예민해지고 마음이 약해졌을 수도 있고요. 박명수의 말을 들은 예진이는 "아니에요, 여자예요!" 라고 외치더니 훌쩍훌쩍 울음을 터뜨렸습니다. "진짜 우는 거야?" 박명수의 얼굴에는 당황한 기색이 역력히 떠올랐습니다. 아저씨가 개그맨이라서 농담한 거라고 애써 수습하려는 박명수에게, 곧 울음을 그친 예진이는 다시 환하게 웃어 주었지만, 박명수의 미안한 표정은 그대로 남아 있었습니다.

오전 회의를 비롯한 다른 스케줄을 마치고 잠시의 휴식 시간이 찾아왔을 때, 박명수는 노란 상자를 들고 다시 예진이의 병실을 찾았습니다. 어떻게든 마음을 풀어주고 싶었는지, 자기를 꼭 닮은 피겨(소형 캐릭터 인형)를 예진이에게 선물하러 온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박명수를 만나자마자 예진이가 먼저 "선물이에요!" 라며 예쁜 화과자를 내밀더군요. 정말 착하고 밝은 아이였습니다.


박명수를 꼭 닮은 피겨를 보며 예진이는 신나게 웃었습니다. "똑같아, 똑같아... 머리가 너무 웃겨요 ㅎㅎ" 예진이의 웃음을 보며 박명수의 얼굴에도 흐뭇한 미소가 떠오릅니다. "우울하거나 힘들 때, 이거 보면서 웃으라고..." 햇빛 잘 드는 곳에서 얼굴을 찡그린 채 "우이씨~!" 하고 있는 박명수의 피겨는 과연 예진이에게 작은 웃음과 희망을 가져다 줄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예진이 앞에서 박명수는 일부러 웃기려고 오버하지도 않고 그냥 진솔한 태도를 보여주었습니다. 개그맨으로서는 어떻게 판단해야 할지 모르겠으나, 그 인간적인 모습이 제게는 큰 감동으로 다가오더군요. 지금껏 그를 좋아하지 않았기 때문에 더욱 새롭게 느껴졌는지도 모르겠습니다. 방송에서 드러난 캐릭터와는 아주 다른 박명수의 마음을 저는 처음으로 보았던 것입니다.


앞으로 박명수를 좋아하게 될지는 모르겠습니다. 여전히 저는 그의 캐릭터가 마음에 들지 않고, 그의 개그 스타일에서 별다른 재미도 느끼지 못합니다. 하지만 그의 인간적인 매력을 보았기에, 이제 최소한 박명수라는 연예인을 싫어하지는 않게 될 것 같습니다. 가끔씩 안 좋은 느낌이 든다 해도, 그 때마다 예진이를 보며 진심어린 미소를 짓던 '박교수'가 떠오를 테니까요. '타인의 삶'을 체험해 보는 것은 꽤나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오는군요. 쉽지는 않지만 우리도 일상 생활 속에서 한번쯤 시험해 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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