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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그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콘서트 - 김태원과 외인구단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그들의 아름다운 마지막 콘서트 - 김태원과 외인구단

빛무리~ 2011. 3. 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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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로는 무언가를 보고 들은 감동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일 등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실체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턱없이 모자란 표현으로 그 날카로운 감동이 오히려 무디어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윤형주는 평생 수천 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나 오직 육촌형인 윤동주의 시만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멜로디를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 다칠라~"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번번이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도 부족한 글이나마 지금 남겨두는 것이 낫겠다고 결심한 이유는, 이 귀한 감동을 '망각'이라는 괴물에 먹혀버리고 싶지 않기 때문입니다. "시간으로 시간으로~ 잊혀져가는 거지만~ 아름다운 너로~ 꿈 속에선 보이나봐~" 김태원의 노래 '생각이나'의 가사처럼, 시간이 흘러가면 다 잊혀져가는 법이니까요. 김태원과 외인구단의 너무나 아름다웠던 마지막 콘서트는 저의 꿈에서도 가끔씩 다시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부족하더라도 그 감동의 일부나마 글 속에 담아서 더 오래 간직하고 싶은 것이 저의 어리석은 욕심인지도 모르겠군요.



"그냥 보기에도 너희들이 아름다운 화면은 아니잖아? 그럼 너희들이 해야 할 일은 뭘까? 너희들이 돼야 너희 같은 사람들이 힘을 얻을 것 아니냐?... 1등에 너무 치중하지 마. 그 대회가 끝난 후 너희들의 삶이 더 중요해. 나는 너희들이 나처럼 평생 음악을 하면서 살 수 있도록 그 바탕을 만들어 주려는 거야. 나는 멘토지만 너희들을 가르치려고 들지 않을 거야. 단지 너희들 안에 있는 것을 끄집어내도록 도와 줄 거야. 음악은 발명이 아니라, 발견이야. 자기 안에서 발견을 하는 거야." 김태원의 멘토스쿨은 위와 같은 설립 취지로 출발하였습니다. 김태원의 목소리를 경청하는 제자 네 명의 얼굴에는 기쁨이 가득했습니다.

현존하는 전설의 록그룹 '부활'과 함께하는 시간은 아마도 꿈만 같았겠지요. 그 뮤지션들의 연주에 맞춰 노래를 부르고 그들과 같은 무대에 섰다는 기억만으로도 평생 간직할 선물이겠지만, 그보다 더 귀한 것은 김태원이라는 스승을 만남으로써 또 다른 인연들을 알게 되었다는 사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나중에 2명의 탈락자가 결정되고, 그들과 함께 하는 콘서트가 끝났지만 김태원은 말했습니다. "영원히, 죽을 때까지 만나기!" 이태권, 백청강, 손진영, 양정모는 참으로 부러운 사람들입니다.


중간 평가에서 자신들의 운명을 쥐고 있는 박칼린을 만났을 때, 외인구단은 긴장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꼭 한 사람만 빼고요. '남자의 자격'에서 합창단원들을 지도하는 박칼린의 매서운 모습을 보았던 이태권과 손진영은 "뒷모습만 보아도 엄청난 포스가 느껴진다", "눈에서 레이저가 쏘아져 나오는 것 같다"고 두려움을 표시한 반면, 중국에 있어서 그 방송을 보지 못했던 백청강은 처음 보는 박칼린의 인상을 "그냥 예뻤어요*^^*" 라고 표현하더군요. 어쩌자고 제작진에게 "(박칼린 씨) 나이가 몇이에요?" 라고 묻기까지 하는데, 그 천진난만한 표정에 저는 웃음이 터져나왔습니다.

놀랍게도 단 며칠 사이에 외인구단 네 명의 실력은 일취월장해져 있었습니다. 김태원과 부활에 의해 집중 트레이닝을 받은 결과였겠지요. 박칼린은 그들의 노래를 들으며 한 명 한 명마다 부족한 점을 지적해 주었는데, 예고편에서 보여진 영상은 기막힌 편집의 낚시였음을 금세 알 수 있었습니다. 한 명을 찍어서 쥐잡듯이 잡으며 "노래 안 하시면 안 돼요? 김태원 선생님 곁에서 떠나는 게 좋겠어요!" 라고 독설을 한 것이 아니었어요..;; 어디까지나 격려하는 차원에서, "열정을 갖고 자기의 모든 것을 바쳐서 노래할 것이 아니면" 이라는 전제하에서 건넨 말이었습니다. 노래를 계속 하고 싶다면 공부를 꾸준히 더 하면서 열심히 노력해야 할 것이고, 그러지 않을 거라면 김태원의 곁에서 떠나는 게 낫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나저나 생각지도 않은 예쁜 선생님의 등장에 신난 고등학생 같이, 박칼린을 처음 대면하는 순간부터 헤벌쭉하고 있는 백청강 때문에 얼마나 웃었는지 모릅니다. 선생님의 아름다움에 취해서 감정이 폭발했는지, 백청강의 노래하는 모습은 경직되어 있는 다른 세 명보다 훨씬 여유로워 보였고, 지금까지 오디션에서 보여 주었던 것보다 훨씬 좋은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박칼린 또한 백청강을 매우 높이 평가하여 중간 평가 1위의 성적을 매겨 주었군요. 하지만 불안한 음정을 지적하며 "그렇게 좋은 악기(몸)을 갖고서도 왜 여태까지 중요한 음정 부분을 챙기지 않았느냐고, 되게 욕을 하고 싶다"는 말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자기한테 욕을 하고 싶다는 사람을 바라보면서 좋다고 헤벌쭉 웃고 있는 저 표정 좀 보세요. 김태원에게 마지막으로 선택받아 생사의 기로(?)에서 간신히 살아났을 때, 눈물을 펑펑 흘리며 고개를 들지 못하던 그 아이가 맞나요? 완전히 신났습니다.


중간 평가가 끝나고 또 며칠 후, '부활'의 콘서트장에서 김태원의 멘토스쿨 파이널 오디션이 열렸습니다. 4명 중 2명은 탈락하여 집으로 돌아가고, 2명만이 살아남아 '위대한 탄생'의 생방송에 참여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김태원은 그것을 이렇게 말했습니다. "오늘 '위대한 탄생'이라는 거대한 배에서 두 사람이 내립니다. 누가 더 많은 사람을 무대 위에서 사랑할 수 있는가? 그 사람이 결정됩니다." 정말 놀라운 표현이 아닙니까? 합격자는 그냥 단순한 승리자가 아니라 '더 많은 사람을 무대 위에서 사랑할 수 있는' 자격을 부여받는 것입니다.

이윽고 외인구단의 최종 오디션이 시작되었습니다. 특별 심사위원으로 초빙된 '부활'의 전 보컬 박완규는 '위탄' 초기의 방시혁 못지 않은 신랄함으로 그들의 단점을 콕콕 찌르는데, 김태원은 "내가 옆에 있어서 좀 덜 무섭게 하는 거야~" 라고 눙쳐 주더군요. 박완규의 시원스런 독설도 들을만은 했으나, 역시 압권은 오랫동안 그들을 지켜 보아 온 스승 김태원의 가르침이었습니다. 제자들에게 꼭 필요한 부분을 정확히 지적해 주는 김태원의 조언에는 날카로운 판단력과 깊은 애정이 함께 깃들어 있었습니다.


나중에 밝혀진 일이지만 최종 오디션과 더불어 '부활' 콘서트가 이어졌던 바로 그 날은, 김태원이 내시경을 통해 초기 위암 수술을 받은지 3일째 되는 날이었습니다. 그런 몸 상태로도 무리한 일정을 소화했던 이유는, 프로의식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무엇보다 사람에 대한 깊은 애정 때문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무대 위에서 더 많은 사람을 사랑해야 하는 것'이 바로 그의 의무니까요. 그리고 2명의 제자를 떠나보내야 하는 상황에서, 앞으로도 인연은 계속 이어가겠지만 사람의 일이란 꼭 뜻대로 된다는 법이 없으니, 어쩌면 마지막이 될지도 모르는 이 만남을 가장 아름답게 꾸며 주고 싶었던 스승의 마음이 그대로 느껴졌습니다.

손진영이 풀어야 할 과제는 지나친 슬픔의 표현과 비장함을 자제하는 것이었습니다. "너무 슬퍼서 몸서리가 쳐진다"는 박완규의 지적에 이어 김태원은 말했습니다. "손진영씨는 인생이 후렴만 있어요. 앞으로 살면서는 1,2절을 만들어야 됩니다. 부드러운 부분이 있어야만 전체 노래를 소화할 수가 있어요. 하지만 진영씨의 후렴은 그 누구보다 아름답습니다." 그리고 나중에 말했습니다. "진영이가 왜 비장함부터 배웠는지... 그게 너무 가슴이 아파요."


실력파 이태권도 박완규의 질타를 면할 수는 없었습니다. 산만한 몸 동작과 명확하지 못한 발음 문제로 지적을 당했지요. 그러나 김태원은 좀 다른 방향의 가르침을 주었습니다. "이태권씨는 어떤 노래를 불러도, 마치 40년 후에 부르는 듯한 모습이에요. 너무 초월해 있다는 거지. 헤어진지 2~3년 정도 되었을 때, 아직은 앙금이 남아있을 때의 감정으로 노래를 부르는 습관을 들이세요. 나이가 스무살 밖에 안된 사람이 왜 40년 정도 지난 스타일과 표정으로 노래를 불러?" 우락부락한 외모에 그 청아한 목소리 하며... 나이답지 않은 성숙함으로 칭찬을 받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야단을 맞는 것 하며... 하여튼 모나리자 이태권은 좀 독특한 인물입니다. 아주 재미있어요.

양정모에게는 '위탄'의 다른 멘토들도 그런 지적을 했었는데, 박칼린마저 그에게서 특별한 열정이나 간절함이 느껴지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저는 잘 모르겠던데, 역시 전문가들의 귀는 다른가봅니다. 그렇게 박칼린의 중간 평가에서도 4위의 꼴찌를 차지한 양정모는, 파이널의 특별 심사위원 박완규로부터 더할 나위 없이 호된 질책을 듣게 됩니다. 노래를 부르는 게 아니라 소리만 잘 내고 있는 것이며, 너무 겉멋이 들어가 있어서 평가 자체가 안된다는 것이었습니다.


김태원은 나직한 소리로 "오늘 잘못 걸렸네~" 하며 양정모를 다독이더니 말을 시작했습니다. "양정모씨의 음색은 90년대 남자 가수들의 컬러입니다. 그 컬러 때문에 다른 멘토들이 선택을 안 한 것일 수 있어요. 가창력은 정말 위대합니다. 그 컬러의 변화를 좀 생각해 보세요." 역시... 무조건적인 독설보다는 훨씬 제자에게 도움이 되는 지적이었습니다. 더불어 양정모가 왜 멘토스쿨에 들어오지도 못하고 탈락할 뻔 했는지 그 이유를 몰랐던 저의 궁금증마저 풀어 주었습니다. 이미 유행이 지나가버린 음색을 전문가들은 예민하게 포착했던 것이군요. 김태원으로 인해 양정모 또한 엄청난 발전을 이루게 될 것입니다.

저는 누구보다 백청강의 눈부신 발전이 놀랍더군요. 우선 외모부터가 스승 김태원의 보살핌으로 잘 먹고 행복하게 지냈는지, 감기와 굶주림에 시달려서 피골이 상접하고 우울해 보이던 지난 주의 모습과는 많이 달라졌습니다. 건강이 좋아지니 표정도 밝아지고 콧소리도 아주 많이 고쳐졌더군요. 백청강은 '부활' 초창기의 명곡 '희야'를 불렀는데, 정말 아름다웠습니다.

박완규는 마치 초등학생이 어른 노래를 부르는 것 같다고 지적했지만, 그 순수한 느낌이 저는 너무 좋았어요. '부활'의 현직 보컬인 정동하도 저와 같은 의견이더군요..ㅎㅎ 김태원은 말했습니다. "두께는 어느 정도 필요합니다. 백청강씨의 지금 목소리와 창법은 아주 좋지만, 거기에 두께를 좀 섞을 수만 있다면 완벽할 것 같습니다." 너무 가늘고 맑아서 어린아이의 노래처럼 들리는 면이 있는데, 거기에 적당한 '두께'를 섞을 수 있다면 최선이라는 그 뜻이 제게도 쉽게 와닿았습니다.



파이널 오디션이 끝나고 '부활'의 콘서트가 이어졌습니다. 김태원은 4명의 제자들 중 2명만을 그 무대에 올려보낼 것인데, 그 2명이 합격자가 될지 탈락자가 될지는 모른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저는 이미 짐작하고 있었지요. '부활'의 콘서트에 함께 설 수 있는 영광은 대단한 선물인데, 김태원의 성품상 그 기회는 안타까운 탈락자들에게 돌아갈 것임을 말입니다. 결국... 그 마지막 무대의 주인공 두 사람은 양정모와 손진영으로 결정되었습니다. 무대에 오른 김태원은 두 명의 제자를 소개하며 말했습니다. "제가 마지막 앵콜곡을 부르는데, 제 목 상태가 많이 안 좋잖아요? 그래서 이 친구들이 저를 도와주러 나왔습니다. 많이 응원해 주십시오."

김태원의 명곡인 '회상Ⅲ'가 그 원작자의 목소리로 고요히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지금 슬픈 내 모습은 무대 뒤 한 소녀~" 방황하는 젊은 김태원을 가슴 아프게 바라보며 사랑하던 소녀는 훗날 그의 아내가 되고 평생의 동반자가 되었지요. "애써 눈물 참으며~ 바라보고 있네~" 노래 가사는 애써 눈물을 참는다고 했지만, 마지막 콘서트 무대에 오른 양정모와 손진영의 눈에서는 하염없는 눈물이 쏟아졌습니다. 무대 아래에서 바라보는 이태권과 백청강도 눈물을 참지 못했습니다. 어쩔 수 없는 헤어짐의 슬픔과... 마지막까지 배려해 주는 스승에 대한 감사와... 위대한 콘서트 무대에 함께 한다는 감동과... 그 모든 감정들이 뒤섞인 눈물이었겠지요.


손진영은 울지 않겠다고, 마지막이 된다면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앞서 말했지만, 굳은 다짐조차도 북받쳐 오르는 거센 감정을 억누르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김태원은 목이 메어 와 노래를 잇지 못하는 제자들에게 다가가 어깨를 따스히 감싸 주었고, 관중들은 격려의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노랜 끝이 났지만~ 이젠 부르지 않으리~ 이 슬픈 노래를..." 그래요, 그들은 이토록 커다란 선물을 받았으니 다시는 슬픈 마음으로 노래를 부르지 않을 것입니다. 슬픈 노래조차 행복하게 부를 수 있을 것입니다. 이 아름다운 콘서트는 스승 김태원이 두 명의 제자에게 주는 마지막 선물이었지만, 동시에 그것은 벅찬 인연의 시작이기도 했지요. "영원히... 죽을 때까지 만나기!" 부디 김태원의 바램이 이루어지기를, 그들의 귀중한 만남이 영원히 이어지기를 저도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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