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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김태원, 우울증을 정의하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대한 탄생' 김태원, 우울증을 정의하다

빛무리~ 2011. 1. 15. 0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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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 제 개인적 삶의 모든 기쁨 중 대략 30% 정도는 김태원이 책임져 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브라운관에 비치는 그 사람의 모습과 들려오는 그의 말들이 얼마나 큰 위로와 감동을 주는지 모릅니다. 그와 아무 관계도 없는 한 사람의 시청자에 불과한 제가 이렇다면, 저 말고도 많은 사람이 그러할 거라고 생각합니다. 연예인이란 무척 힘들기도 하겠지만 본인이 어떻게 운영해 나가느냐에 따라서 참으로 축복받은 직업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군요. 제가 여기서 말하는 축복이란, 많은 인기를 얻고 돈을 많이 번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자신의 모습을 보여주는 것만으로 수많은 타인의 고통받는 영혼을 위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언젠가 김장훈이 한 명의 팬에게 받았던 편지 내용을 공개한 적이 있습니다. 김장훈은 콘서트 때마다 색다른 방식의 퍼포먼스를 선보이기로 유명한데, 어느 날은 '마법의 성'을 부르다가 "자유롭게~ 저 하늘을~ 날아가도 놀라지 말아요~" 하는 부분에서 갑자기 와이어를 타고 2층 객석 쪽으로 붕~ 날아갔답니다. 상상만 해도 짜릿하게 멋졌을 것 같더군요. 무대와 비교적 멀리 떨어져 소외감(?)을 느낄지도 모르는 2층의 팬들을 위한 서비스였다나요. 당연히 모두들 환호성을 지르며 기뻐했는데... 며칠 후 한 장의 편지가 도착했답니다. "삶에 아무런 희망도 남아 있지 않아서, 며칠 후에 죽으려고 결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팔을 뻗고 웃으며 제 앞으로 날아오시는 김장훈씨를 보는 순간, 다시 살아봐야겠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저는 지금 살아 있습니다."

그 편지를 보낸 사람 외에 드러나지 않은 또 다른 많은 사람이 그 순간 다시 살아갈 희망을 얻었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모를 일이긴 하지만, 요즘 김태원 때문에 절망과 죽음의 온갖 유혹을 이겨내고 삶의 의지를 불태우는 사람도 꽤 많지 않을까 짐작이 됩니다. 누구보다 깊은 방황과 심각한 아픔을 극복해 내고 현재의 자리에 서 있는 김태원이기에,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그대로 생생히 살아 숨쉬는 위로와 교훈이 되어 줍니다. 지금 그의 존재는 풍랑이 심한 바다와도 같은 삶 속에서 수많은 사람을 살리는 구명보트가 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번 주 '위대한 탄생' 전반부는 동영상(유투브) 오디션을 통해 예심에 합격하고 한국을 방문한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로 꾸며졌습니다. 얼마나 다양한 국가에서 많은 지원자들이 동영상을 보내 왔는지, 스쳐지나가는 자료 화면을 보는 것만으로도 입이 딱 벌어지더군요. 한편으로는 우리나라가 세계 구석구석에 이토록 많이 알려지고, 또 수많은 젊은이들이 한국에서 가수 활동을 하고 싶어할 만큼 좋은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사실에 흐뭇하기도 했습니다.

그런데 칠레와 브라질 등의 먼 곳에서 오는 참가자들에게 일일이 비행기 티켓을 보내 주었다니, 돈을 아낌없이 퍼붓는 공중파의 힘에 조금은 씁쓸하기도 했다는... 십중팔구는 탈락하게 마련이니 결국은 버리는 돈인데 말이에요. 그리고 참가자들의 입장에서도 한국에 오는 데만 며칠씩 걸렸는데, 겨우 5분 가량의 오디션을 보고 탈락한 채 돌아가려면 굉장히 허무할 듯 싶더군요.

그래도 몇 명의 귀한 합격자를 얻을 수 있었으니 그 노력들이 헛되지는 않았습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두 사람은 미국에서 음악 프로듀서로 활동하고 있는 30세의 실력파 뮤지션 나탈리 화이트와, 어렸을 적 안암으로 한쪽 눈의 시력을 잃은 19세의 캐나다 소년 셰인 요르크였습니다. 특히 셰인 요르크는 가창력이 소름끼치게 뛰어나진 않았지만, 그저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사람을 매혹시키는 묘한 매력이 있었습니다. 신비한 분위기를 뿜어내는 외모와 목소리가 어찌나 잘 어우러지는지, 잘만 다듬으면 대형스타로 키워낼 수 있겠다 싶더군요. 게다가 어린 나이에 쉽지 않은 고통까지 극복해 냈으니 감정 표현면에서도 탁월하리라 생각됩니다.


'위대한 탄생' 7회의 후반부는 한국 오디션으로 채워졌습니다. 국악신동 이용전 군을 비롯해서 김도엽, 조형우 등의 인상적인 참가자가 많았습니다. 언제나 그렇듯이 '위탄'을 시청하는 가장 큰 즐거움 중 하나는 발굴되지 않은 원석들의 신선한 노래 솜씨를 마음껏 감상하는 것입니다. 어떤 사람은 노래를 잘 해서 감동을 주고, 또 어떤 사람은 재미있는 자세로 즐거움을 주니, 제 눈에는 모두가 예쁘고 멋지더군요. 포스팅에서 일일이 언급하고 싶지만 그럴 수 없는 게 안타까울 뿐입니다.

그 자리에서 오늘도 제 가슴을 쿵 울리게 만든 김태원의 명언이 등장했습니다. 27세의 여성 참가자 유수미를 향해 건넨 말이었습니다. 그녀는 '태사비애'의 원년 멤버로 활동한 적도 있고 최근 아침드라마의 주제곡도 불렀을 만큼, 이미 프로로 인정받는 실력을 지녔습니다. 그러나 진로 문제가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심각한 우울증과 아픔을 겪었더군요. 김태원은 말했습니다. "저도 우울증을 앓았던 적이 있어서 공감이 됩니다. 그런데 개인적 소견이지만, 우울증이란 '기다림을 망각한 병'입니다. 기다릴 줄을 알아야 합니다."


기다림을 망각한 병이라... 왜 한 번도 그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까요? 과연 그렇습니다. 사람은 누구나 무언가를 바라며 살아갑니다. 아무것도 바라지 않는다면 죽은 삶이겠지요. 그런데 우리가 바라는 것들은 결코 쉽게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그 어떤 행복도 기쁨도, 안타깝게 손가락 사이로 새어나가 버립니다. 이루어지지 않는 바람은 아픔과 절망으로 돌아오고 우울증을 불러옵니다. 하지만 기다리는 방법을 안다면 절망하지 않을 수 있습니다. 노력하다 보면 언젠가는 꼭 잘 되리라는 믿음을 갖고 기다릴 수만 있다면, 우울증의 함정은 피해 갈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불행히도 우리 대부분은 기다리는 방법을 알지 못하기에 쉽게 주저앉습니다. 상처와 좌절이 반복될 때마다 희망은 한 뼘씩 줄어들고, 그 자리를 절망이 채우게 됩니다. 심성이 약하고 감수성이 예민한 사람일수록 우울증을 크게 앓을 가능성이 높지요. 김태원도 그런 사람들 중 하나였고, 그래서 한때는 빠지지 말아야 할 것에 빠져서 많은 고통을 겪었습니다. 자신은 그렇게 힘든 시행착오를 거치며 기다리는 방법을 배웠지만, 후배들은 좀 더 쉽게 배웠으면 하고 간절히 바라는 김태원의 마음이 느껴졌습니다.


이제 다음 주면 드디어 합숙 훈련이 시작되는 모양입니다. '슈퍼스타K'에서도 예선보다는 '슈퍼위크'에 접어든 이후가 훨씬 재미있었기 때문에, 저는 이번에도 '위대한 캠프'라고 이름붙여진 합숙 훈련이 매우 기대가 됩니다. 그리고 5명의 멘토가 각자의 제자를 선별하여 지도하는 방식이니, '슈스케'와는 차별화된 새로운 재미도 발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멘토들은 탈락자 중에서 각자 한 팀을 골라 부활시킬 수 있는 기회를 얻었습니다. 이은미는 4인조 여성그룹 '소울'을, 방시혁은 댄스 실력이 출중하던 소녀 이미소를 선택했군요. '소울'은 가창력 면에서, 예쁘장한 이미소는 스타성 면에서 가능성이 엿보였기 때문에 과연 이은미답고 방시혁다운 선택이었습니다. 신승훈은 일본 예선에서 탈락했던 박지연을 지목했는데, 제 눈에도 싱어송라이터 소질이 충분해 보여서 아쉬웠던 터라 그녀의 모습이 매우 반가웠습니다. 김윤아는 아무도 선택하지 않았는데, 물론 그녀의 소신껏, 별로 부활시키고 싶을 만큼 끌리는 탈락자가 없어서 그랬겠지만, 그 고운 얼굴로 상당히 냉정하다는 느낌도 좀 들더군요..^^;;


그런데 역시 김태원은 좀 다르더군요. 그가 선택한 부활자는 나이도 적지 않은 남성 참가자 손진영이었는데, 가창력 면에서나 스타성 면에서나 큰 가능성은 엿보이지 않았던 인물입니다. 1년 전에 아버지가 길에서 돌연사하신 이후로 그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래를 해왔다는 손진영은 영화 '라디오 스타'의 삽입곡 '비와 당신'을 불렀는데, 실력은 많이 부족했으나 노래에 감정을 담는 능력만은 탁월해 보였습니다.

그 때 손진영을 바라보던 김태원의 시선이 얼마나 따뜻했는지 선글라스에 가려져 있는데도 생생히 느껴질 지경이었다고 저는 글을 썼었지요. 과연 제 느낌이 틀리지는 않았습니다. 김태원이 그를 뽑은 이유는 실력보다 감성을 중요시한 것 같은데, 벌써 20대 후반인 손진영을 어떤 방식으로 다듬어서 뮤지션의 길로 인도할 것인지 매우 궁금합니다.

사실 요즘 여러가지로 힘들고 수시로 기운이 빠지는데, 김태원 덕분에 많은 위로와 힘을 얻고 있어서 언제나 고마운 마음입니다. 부디 앞으로도 아주 오래, 지금처럼 자주 그의 좋은 모습을 보고, 심금을 울리는 노래와 따뜻한 말들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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