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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사람을 살린 동물들의 이야기 'TV' 동물농장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사람을 살린 동물들의 이야기 'TV' 동물농장

빛무리~ 2011. 1. 17.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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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일요일 아침이면 빼놓지 않고 보는 'TV 동물농장'에서 요즈음 사람을 살린 동물들의 이야기가 전해지고 있습니다.

첫번째는 버스 폭발 사고를 미리 감지하고 주인을 졸라 위험 지역을 피하게 한 강아지 '뿌꾸'의 이야기였지요. 그 날 뿌꾸는 주인 아저씨와 함께 늘 다니던 마을의 작은 동물병원에 있었습니다. 보통의 동물병원이 그렇듯 출입문과 그 옆의 벽면은 안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투명한 유리로 만들어졌는데, 바로 그 출입문 옆의 긴 의자에 앉아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아직 진찰받을 것이 더 남았는데도 뿌꾸는 계속 낑낑거리며 밖으로 나가자고 아저씨를 졸라댔습니다.


평소 안 그러던 녀석이 어찌나 이상하게 구는지 아저씨는 별 수 없이 뿌꾸를 데리고 나갔습니다. 그들이 동물병원을 나서서 대략 5m 가량 걸어가 횡단보도를 지나 건너편 길에 당도하기까지의 시간은 불과 20초 정도밖에 걸리지 않았습니다. 그들이 건너편 길에 당도하자마자, 동물병원 바로 앞에 정차해서 신호를 기다리던 버스 한 대가 무시무시한 굉음을 내며 폭발했습니다. 그 순간 동물병원의 유리문과 유리벽은 모두 박살이 나서 그들이 좀전까지 앉아 있던 긴 의자 위로 쏟아져 내렸습니다. 그 자리에 남아 있었더라면 큰 부상을 면할 수 없었고, 어쩌면 목숨마저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두 뿌꾸가 주인 아저씨를 살렸다고 말했습니다. 

두번째는 화재가 난 집안에서 자고 있던 사람을 깨워 살려낸 길고양이 '야옹이'의 이야기입니다. 아저씨는 늘 길에서 마주치는 야옹이에게 틈틈이 먹을 것을 주었습니다. 그리고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절룩거리는 녀석을 발견하고는 급히 동물병원으로 데려가 치료를 해 주기도 했습니다. 그로부터 20여일이 지난 어느 날, 아저씨의 가족들은 모두 친척집에 갔고, 아저씨는 거나하게 술이 취한 채 집으로 돌아와 혼자 잠들었습니다. 그런데 꿈 속에서처럼 고양이의 맹렬한 울음소리가 끊임없이 들려왔습니다.


취기 때문에 좀처럼 눈을 뜨지 못하던 아저씨였지만, 발톱으로 문을 할퀴며 점점 더 큰소리로 울어대는 야옹이의 소리 때문에 잠에서 깨어났는데, 놀랍게도 집은 온통 유독가스와 불길에 휩싸여 있었습니다. 허겁지겁 밖으로 뛰쳐나오던 아저씨는 어깨와 팔에 화상을 입었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질 수 있었지요. 그리고 집 밖으로 나오자 바로 문앞에서 목이 찢어져라고 울어대는 야옹이와 마주쳤습니다. 불타는 집에서 도망치지도 않고 얼마나 가까이에서 울어댔는지, 녀석의 온몸에는 화염으로 인한 그을음이 새까맣게 묻어 있었습니다.

어느 수의사는 말하길, 고양이의 예민한 후각으로는 매우 일찍부터 위험을 감지했을 것이고, 고양이의 체질은 유독가스에 매우 취약해서 삽시간에 치명적인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화재 현장에서는 되도록 멀리 도망치는 것이 당연한 일이라고 했습니다. 그런데도 온 몸에 그을음이 묻을 때까지 불타는 집 앞에서 울어댔다는 것은 자기 목숨을 바쳐서라도 누군가를 구해내겠다는 강한 의지가 없다면 불가능했을 일이라고 말했습니다. 길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 야옹이는 아저씨의 호의를 잊지 않고 자기 목숨을 바쳐 그 은혜를 갚으려 했던 것입니다.


세번째는 멧돼지와 싸워 주인을 지켜낸 충견 '벤'의 이야기입니다. 그들이 사는 마을은 멧돼지가 자주 출몰하는 지역이었습니다. 때로는 한낮의 대로변에서도 야생 멧돼지와 마주칠 정도였지요. 12월과 1월은 멧돼지가 발정을 비롯한 여러가지의 이유로 굉장히 예민하고 사나울 때라고 합니다. 멧돼지의 습격을 받아 목숨을 잃은 사람도 벌써 몇 명이나 있더군요.

그런데 미처 위험하다는 생각을 못했는지, 아저씨는 평소처럼 벤을 데리고 산 속으로 산책을 갔습니다. 벤은 멀찌감치서 따라오는 중이었고, 아저씨는 처음 보는 약초에 눈이 팔려 잠시 구경하던 순간 등 뒤에서 심상찮은 기척이 느껴졌습니다. 고개를 돌리자 멧돼지의 집채만한 몸집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저씨는 온 몸이 얼어붙은 채 그대로 주저앉아 "벤, 벤, 벤!" 하고 외쳤습니다.


간신히 나무 뒤로 몸을 숨긴 아저씨를 향해 멧돼지가 직선으로 돌진했습니다. 그 때 한쪽 옆에서 비스듬히 달려든 벤이 멧돼지의 목덜미를 물고 늘어졌습니다. 그렇게 벤은 자기 몸집의 4배 정도나 되는 멧돼지를 상대로 무려 1시간 30분 가량의 혈투를 벌였습니다. 그리고 결국 승리해서 아저씨의 목숨을 구해냈습니다.

벤이 원래 용맹스런 사냥개의 품종이긴 하지만, 동물의 본능으로 자기보다 훨씬 거대한 몸집의 적을 보면 도망치는 것이 자연스럽고, 원래 사냥개들이 멧돼지를 잡을 때에도 대략 10마리 정도가 에워싸고 연합 공격을 하는 것이 원칙이라 합니다. 1:1로 상대해서는 승리할 가능성이 매우 적다는 것이지요.


그런데 특별히 사냥 훈련을 받은 적도 없이 4개월의 강아지 때부터 아저씨와 함께 집에서 지내 온 벤은, 놀랍게도 혼자서 멧돼지를 상대했습니다. 그 행동은 주인을 지키겠다는 의지 외에 다른 말로 표현할 길이 없다고, 그 때 부상당한 벤을 치료했던 수의사는 말했습니다. 아저씨는 그 날 이후로 마치 구름 위를 걷는 듯, 벤과 함께 있다는 것만으로 더 바랄 것 없이 행복하다고 합니다.

'시크릿가든'에서 김주원(현빈)은 죽어가는 길라임(하지원)을 살리기 위해, 자기 몸을 그녀의 몸과 바꾸는 결단을 내리지요. 길라임의 몸 속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있는 사촌동생 주원의 영혼을 안타까워하며 오스카(윤상현)는 말합니다. "나는 늘 내가 주원이한테 양보한다고 생각했어. 내가 형이니까, 어른이니까... 그런데... 얼마나 형이면, 얼마나 어른이면 남을 위해 죽을 수 있는 거냐..."


어쩌면 동물들은 우리 사람보다 더욱 형이고, 더욱 어른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야옹이나 벤처럼, 절대절명의 위기 상황에서 자기 목숨을 걸고 남을 구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테니까요. 아무리 사랑한다 해도 그건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니까요. 반드시 사람이 아니더라도, 이 세상에 우리와 함께 숨 쉬며 살아가는 존재들 중 사랑하고 존경해야 할 것들은 참으로 많은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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