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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벌써 세 번째 합창단입니다. '남자가 죽기 전에 해야 할 일 101가지'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는 분명 걸맞지 않는 기획이죠. 전문 합창단원도 아닌데 죽기 전에 합창을 세 번씩이나 해야 한다는 건 누가 보더라도 설득력이 없습니다. 박칼린을 내세웠던 시즌1의 대성공에 황홀한 나머지, 그 단맛을 잊지 못한 제작진이 같은 아이템을 줄기차게 우려먹는다는 느낌이 확연하니 그런 점에서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에요. 서로 다른 목소리들이 모여 하나의 울림을 만들어가는 합창 연습의 과정도 처음에는 매우 흥미롭고 신선했지만 이제는 오히려 식상해져 버렸죠. 이런 상황에서 더 뽑아낼 단맛이 과연 남아있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한국 최고의 마에스트로 금난새가 선뜻 지휘를 맡겠다고 승낙한 것을 보고는 약간의 기대감이 생..
상처를 치유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한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하자면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에 참으로 속시원한 토크를 벌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런 진솔한 대화가 많은 순기능을 지녔음을 증명했었지요. 논란이 많았던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음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혜택을 누린 대표적 인물로는 국내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문희준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초대 게스트인 김영철 편에서는 거의..
'최선의 방어는 공격'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이토록 아름다운 사건을 표현하기에는 너무 살벌한 어휘겠지만, 김태원의 과감한 용기와 결단은 차라리 공격이라 할만큼 신선했습니다. 사실 대중음악에 있어서는 그의 관록과 능력을 부인할 사람이 없겠지만 클래식에는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김태원이 겁도 없이(?) '청춘합창단'의 지휘를 맡았다는 것부터가 몹시 충격적이었는데, 그 햇병아리 지휘자가 첫번째 합창곡으로 발표한 것이 무려 자작곡일 줄이야 누가 상상이나 했겠습니까? 1년 전, '남자의 자격'에서 '하모니'라는 이름으로 합창 계획이 처음 발표되던 날, 김국진이 제작진에게 물었습니다. "그럼 이번에도 직장인 밴드 때처럼 태원이가 지도하는 건가요?" 그러자 옆에 앉아있던 김태원이 깜짝 놀라며 부인했습니다. "아니, 아니..
'남격-청춘합창단'의 최종 멤버가 확정되었습니다. 오디션을 통과해서 뽑힌 일반인 40명과 '남자의 자격' 멤버 6명을 합해서 46명입니다. 김태원은 지휘를 맡고 있으니 직접 노래를 부를 사람은 45명이 되겠군요. 무려 3000명이 넘었던 지원자 중에서 40명 안에 뽑혔으니, 합격자들의 기쁨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평생 집에서 살림만 하시던 주부님들의 경우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실 것 같아요. 연령층을 보면 84세의 최고령 할머니 한 분과 70대에 해당하는 일곱 분을 제외하고 32명은 50~60대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6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단원들의 면면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평범한 주부에서부터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현직 유명호텔 CEO, 현직 탤런트와 전직 프로 ..
첫째는 옥주현에게 관심이 없었고, 둘째는 굳이 제가 나서지 않아도 많은 분들이 회초리(?)를 휘두르고 계시기 때문에 그 동안은 별로 언급할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이 글을 쓰는 이유는 개인적으로 옥주현이라는 여자에 대해 약간의 관심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물론 호의어린 관심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운전 중의 휴대폰 통화 사진이나, 고속도로 위에서 차창 밖으로 머리를 한껏 내밀고 찍은 사진들을 보면서도 저는 물론 황당하긴 했지만 "그냥 기분에 취해서 별 생각 없이 그랬던 거겠지" 하고 실수였을 거라 생각했습니다. 야구장에 시구를 하러 나올 때 깊게 파인 드레스에 힐을 신고 나왔다는 신문기사를 보면서도 "시구에는 별 관심이 없고 다만 예쁘게 보이고 싶었다보다" 했습니다. 이왕 어떤 일을 맡았으면 홍..
'코리아 갓 탤런트'의 첫방송을 보고 가장 크게 들었던 생각은, 편집된 방송으로 보니까 망정이지 그 자리에서 직접 그 무대를 본다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수백 팀의 공연을 보아도 건질 것은 별로 없었다는 현실이 편집된 방송으로도 뻔히 보였기 때문입니다. 다들 나름대로는 희망과 목적의식을 갖고 도전한 무대이겠지만... 왜 심사위원들 앞에 공연을 중단시키기 위한 빨간버튼이 준비되어 있는지를 알겠더군요. 그러나 아무리 허접한 무대가 많아도 그 중에 별처럼 빛나는 인재를 한 명이나마 찾아낼 수 있다면 헛수고는 아니겠지요. 3살 때 고아원에 맡겨졌는데 학대를 견디다 못해 5살에 도망쳐 나왔고, 그 이후로는 혼자 껌팔이 등을 하며 살아왔다는 22살 청년, 최성봉의 일대기는 믿어지지 않을 ..
'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7월쯤 해서 나름대로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다던 '아이돌판 나가수'는 아무래도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6월 초에 벌써 '불후의 명곡2'라는 이름으로 다른 방송사에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불후의 명곡2'가 어떤 프로그램일지 궁금하신 분들 중 '나가수'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최소한 그 형식적인 면에서는 전혀 궁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가 참 민망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똑같거든요. 말 그대로 '아이돌판 나가수' 이며,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 나가수'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현재 타방송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도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특히 노래 중간에 삽입되는 아이돌 가수 6..
무조건 몸을 혹사시키거나 멤버들을 골탕먹인다고 재미있는 게 아닌데, 요즘 '남자의 자격'은 이상하게 연거푸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 대실패로 끝났던 마라톤 몰래카메라카는 이경규의 아이디어였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당한 발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제 머리에는 "끝까지 완주한 양준혁에게 '몰카였다'고 말해 주면 과연 약올라하고 억울해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지요. 어차피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완주한 후에는 메달과 증서가 수여되며 그보다 더 값진 보람도 누리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몰카였고 아니고가 중요한가요? 예정대로 성공했다 해도 별 임팩트가 없었을 기획이지만, 그나마 수많은 인파에 밀린 이경규와 제작진은 제대로 몰카를 찍지도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요. 덕분에 모든 멤버들이 ..
때로는 무언가를 보고 들은 감동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습니다. 완벽에 가깝게 아름다운 것을 보거나 들었을 때에 그렇습니다. 그것에 대해 무슨 말을 하거나, 글을 쓰거나, 그림을 그리거나, 사진을 찍는 일 등이 무의미하게 느껴지기도 합니다. 어차피 그 실체에서 느끼는 감동을 그대로 담을 수는 없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나의 턱없이 모자란 표현으로 그 날카로운 감동이 오히려 무디어질까봐 두렵기도 합니다. 윤형주는 평생 수천 곡의 노래를 작곡했으나 오직 육촌형인 윤동주의 시만은 건드리지 못했다고 합니다. 멜로디를 입혀보고 싶은 마음은 간절했지만 "시 다칠라~" 하시는 아버님의 말씀에 번번이 포기했다고 합니다. 아마도 그와 같은 마음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러나 망설이고 또 망설이다가 그래도 부족한 글이나마 지금 남..
컴백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동방신기의 모습을 '세바퀴'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고정패널과 출연자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개별적인 토크는 거의 들을 수 없었지만, 제게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에서 유노윤호가 통화 상대자로 원로 여배우인 윤여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친분관계라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2009년 가을, 두 사람은 같은 드라마에서 만나 굉장히 아름다운 커플(?) 연기를 보여 준 적이 있었더군요. 워낙 시청률이 좋지 않았고, 저도 보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드라마인지라 깜박 잊었었는데, 덕분에 생각이 났습니다. '맨땅에 헤딩'은 작품성 면에서 별로 높이 살만한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