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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의 자격' 무인도 생존체험, 계속되는 무리수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남자의 자격' 무인도 생존체험, 계속되는 무리수

빛무리~ 2011. 4. 25.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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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조건 몸을 혹사시키거나 멤버들을 골탕먹인다고 재미있는 게 아닌데, 요즘 '남자의 자격'은 이상하게 연거푸 무리수를 두고 있습니다. 우선 지난 주에 대실패로 끝났던 마라톤 몰래카메라카는 이경규의 아이디어였다고 믿어지지 않을 만큼 황당한 발상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제 머리에는 "끝까지 완주한 양준혁에게 '몰카였다'고 말해 주면 과연 약올라하고 억울해할까?" 라는 의문이 생겼지요. 어차피 마라톤은 자기와의 싸움이고, 완주한 후에는 메달과 증서가 수여되며 그보다 더 값진 보람도 누리게 됩니다. 그 상황에서 몰카였고 아니고가 중요한가요?

예정대로 성공했다 해도 별 임팩트가 없었을 기획이지만, 그나마 수많은 인파에 밀린 이경규와 제작진은 제대로 몰카를 찍지도 못하고 엉망진창이 되어 버렸지요. 덕분에 모든 멤버들이 수킬로미터를 달리며 헛고생을 톡톡히 했습니다. 무려 16킬로미터를 달리다가 본부 차량에 합류한 김국진은 분노를 참지 못할 정도였습니다. 중간중간에 웃음 포인트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큰 재미는 발생하지 않았고, 불굴의 투지로 완주에 성공한 양준혁 때문에 약간의 감동은 있었지만 그것마저 어설픈 몰카의 불쾌감에 빛이 바랬습니다.

충분한 준비도 없이 무리하게 하프마라톤 완주를 강요함으로써 양준혁의 건강을 해칠 우려가 있었다는 점도 문제였습니다. 재작년의 마라톤 미션 때는 모든 멤버에게 일주일 가량의 준비 기간을 주었을 뿐 아니라, 그 누구에게도 강요하는 분위기가 아니었으니 문제가 좀 다른데, 이번에는 대놓고 양준혁에게 부담을 주었으니까요. 아무리 운동선수 출신이라 해도 엄연히 종목이 다르고, 은퇴한지 수개월이 흐른데다가 양준혁처럼 몸무게가 많이 나가는 사람에게는 무릎 관절에 치명적 악영향을 끼칠 수 있어 마라톤은 적합한 운동이 아닌데 말입니다. 아니나다를까, 뛰면서도 양준혁은 계속 무릎 통증을 호소하더군요. 정말이지 보는 내내 마음이 불편한 방송이었습니다.

이번 주에는 심기일전하여 재미있는 방송을 만들어 줄까 기대했으나, 저는 또 한 번 크게 실망하고 말았습니다. 미션 주제는 "남자, 살아서 돌아오라!" 이며, 내용은 텅 빈 무인도에서 24시간을 버티는 것이었지요. 그리하여 멤버들은 3명과 4명의 그룹으로 나뉘어 각각 다른 무인도에 내려졌고, 최소한의 생필품과 식량조차 없이 그 곳에 1박2일을 갇히게 되었습니다. '정말 죽으면 안되니까' 라면서 제작진이 건네준 것은 1인당 생수 2병과 한 팀에 성냥 한 갑씩이었습니다.

다음 주의 진행 상황을 보아야 확실한 것을 알 수 있겠으나, 저는 미션이 공개되는 순간부터 기대감은 커녕 밀려드는 불안과 걱정에 또 마음이 잔뜩 불편해졌습니다. 바람을 막아 줄 야영도구조차 없이 밤새도록 바닷바람을 쐬면 건강한 사람도 병이 나지 않겠습니까? 게다가 음식도 가지고 들어가지 못하게 했으니, 무인도에서 먹을 것을 구하지 못하면 뱃속이 텅 빈 채 노숙을 해야 할 판입니다. 설상가상 날씨는 꽤나 쌀쌀하고 밤에는 거의 이슬비 수준의 짙은 안개가 내리던 날이었습니다.

멤버 중에 환자가 끼어 있지만 않아도 이렇게 불편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아무리 초기라서 괜찮고 수술도 잘 되었다고는 하지만 김태원은 엄연히 위암 환자입니다. 앞으로도 수개월마다 꼬박꼬박 검사를 받아야 할 거예요. 그렇다고 너무 유난을 떨면서 챙겨줄 필요까지는 없겠지만, 이런 사람을 쫄쫄 굶긴 채 밤새도록 바닷바람 속에 방치한다는 것은 생각만 해도 유쾌하지가 않습니다.

물론 제작진이 2시간에 한 번씩 보트를 타고 들어가 상황 체크를 할 때마다 1가지씩의 아이템을 요청할 수는 있었습니다. 김국진, 김태원, 이윤석의 팀은 오후 5시와 7시에 라면과 냄비, 9시에 침낭을 요구했지요. 라면과 침낭은 멤버 수대로 3개씩 지급되었습니다. 9시 이후에는 다음날 아침까지 제작진의 공식 방문이 없을 예정입니다. 대낮부터 쫄쫄 굶은 이들은 이제 라면 1개씩으로 허기를 달랜 후, 텐트도 없이 침낭 하나와 모닥불에 의지하여 무인도의 기나긴 밤을 버텨내야 합니다.

하필 이 팀은 김국진을 제외한 두 명이 명실상부한 '국민약골'입니다. 낚시나 사냥이나 채집을 통해서 먹을 것을 구할 수 있을 가능성도 거의 없어 보입니다. 다음 주 예고편을 보니 어둠 속에서 김태원이 추위에 덜덜 떨면서 "아, 이거... 버틸 수 있을까, 이거?" 하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 목소리에 맞장구를 치며 자막이 떠오르더군요. "혹독한 무인도의 밤, 과연 버틸 수 있을까?" 하고 말입니다. 마치 흥미진진한 다음 주의 내용을 기대하시라~ 뭐 그런 느낌이었습니다. 하지만 시청자가 무슨 새디스트인가요? 건강한 사람도 아닌 환자가 추위와 어둠과 굶주림 속에서 덜덜 떠는 것을 보며 즐길 수 있는 사람은 결코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촬영을 무사히 마쳤으니까 김태원이 멀쩡한 모습으로 '위대한 탄생'에도 계속 출연하고 있는 거겠지만, 아무리 그런 사실을 알고 있어도 이처럼 무리한 미션에는 도무지 공감할 수가 없습니다. 이런 것보다는 차라리 현재 진행중인 여러가지 장기 미션의 준비 과정을 맛갈스럽게 편집해서 보여주는 편이 훨씬 낫지 않았을까 싶어요. 태권도, 각종 자격증, 탭댄스 등... 벌여놓은 일들이 많지 않습니까? 그것들은 언제 마무리하려고 시작만 해놓고 꿩 구어먹은 소식일까요? 저마다 무척 바쁠텐데 준비는 계속 하고 있는 걸까요?

이제 다음 주면 재정비를 알차게 끝낸 '나는 가수다'가 새출발을 합니다. 벌써부터 그 쪽으로 성원과 기대가 잔뜩 몰리고 있어요. 임재범, 김연우, BMK까지 합류한 '나가수'를 기다리느라 목이 빠질 지경이라는 사람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이런 '나가수'와 정확하게 시간대가 겹치는 '남격'은 누가 보더라도 출범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이한 상황입니다. 제작진과 이경규가 바로 그 점 때문에 큰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 같아요. 그래서 자꾸만 큰 규모의 새로운 기획을 짜내는 것 같은데, 너무 절박한 심정 때문인지 안타깝게도 내놓는 패마다 최악의 카드로군요.

단원 모집중인 '실버합창단'(남격합창단2) 역시 전망이 별로 밝지 못합니다. '나가수'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기 위해서는 '노래'가 아닌 다른 아이템으로 승부수를 던지는 게 옳았어요. 이쪽 저쪽에서 동시에 노래를 부르면 아무래도 더 흡입력있는 노래 쪽으로 채널을 돌리게 될 테니까요. 그런데 이거야 뭐 완전히 아마추어와 프로의 정면대결이니... 물론 '실버합창단'만의 독특한 색깔이 있을 것이고, 박칼린 못지 않게 매력적인 지휘자가 섭외된다면 약간의 변수는 있겠지만, 7명의 쟁쟁한 가수들이 돌아가며 포진하고 있는 '나가수'에 대적할 수 있을지는 의문입니다.

하지만 그래도 희망은 남아 있습니다. 저는 '남자의 자격'이 주변 상황에 흔들리거나 불안해하지 말고, 그냥 이제껏 해 오던 대로 평화롭고 느린 템포의 예능을 계속했으면 좋겠습니다. 멤버들이 바쁜 와중에도 열심히 자격증에 도전하는 모습, 태권도와 탭댄스를 열심히 배우며 아주 조금씩 발전해 가는 모습들을 보고 싶습니다. 귀농 체험을 위해 마련해 둔 시골 집에도 자주 갔으면 좋겠습니다. 국진아빠와 함께 신나게 마당을 질주하는 덕구의 모습은 언제 보아도 흐뭇하기만 합니다. 우리가 '남격'에 기대하는 것은 무슨 거창한 것이 아니라, 이렇게 일상적이고 소소한 기쁨과 감동들입니다.

'나가수'는 그 특성상 아주 오래 지속될 수 있는 프로그램은 아니라고 봅니다. 지금 폭발적인 관심을 끄는 이유는 무엇보다 출연하는 가수들의 뛰어난 가창력 때문인데, 그 정도 실력을 지닌 가수는 사실 그리 많지가 않거든요. 그리고 지금은 TV에서 이런 노래들을 듣는 게 너무 오랜만이니까 더없이 신선하고 감동적이지만, 매주 들으면서 몇 개월이 지나면 처음과 똑같지는 않을 거예요. 게다가 모든 실력파 가수가 '나가수' 출연에 동의할 거라고 볼 수도 없으니 몇 개월 지나면 벌써 나올 사람은 다 나온 셈이라, 삽시간에 풍선의 바람이 쑤욱 빠지는 것처럼 열기가 확 식어버릴 가능성도 있습니다. 출연진을 다양하게 한답시고 아이돌을 침투시킨다면 그 시기는 좀 더 빨라질지도 모릅니다.

그러니 '남격'은 조용한 끈기를 발휘하여 이 힘든 시기를 잘 넘겼으면 좋겠습니다. 그러려면 제발 욕심을 부리지 말아야 해요. 직장인 밴드와 남격 합창단 등의 미션이 폭발적 인기를 끌었던 작년의 추억에 사로잡혀 어떻게든 그 영광을 재현해 보려는 욕심이 있는 것도 같은데, 현재로서는 그것이 가능하지도 않을 뿐 아니라 '남격'이라는 프로그램의 취지와 분위기에 맞지도 않습니다. 과욕을 부려서 힘이 잔뜩 들어가면 마라톤 몰카나 무인도 체험과 같은 자충수를 두게 되는 거예요.

'남격'의 중심은 이정진, 윤형빈의 청년층이 아니라 이경규, 김태원의 중년층입니다. 이 아저씨들은 나이도 많고 체력도 별로 좋지 않아요. '1박2일'과는 아주 많이 다릅니다. '1박2일'의 에이스는 몇 년째 20대 초반의 막내 이승기이며, 맏형 라인인 강호동과 엄태웅 또한 극강의 체력을 자랑합니다. 무인도에 낙오되는 미션 따위는 그 사람들에게나 어울리는 거예요. '남격'의 아저씨들이 괜히 피끓는 젊은이들을 똑같이 따라해봐야 돌아올 것은 쑤시는 삭신밖에 없습니다. 더구나 '1박2일'에서 무인도에 낙오되었던 사람에게도 텐트와 먹을 것은 있었단 말이죠. 기왕 하는 바에는 더욱 자극적이어야 그나마 시청률이 오를 거라고 생각했을까요? 하지만 아닙니다. 이런 무리수는 정말 어울리지 않아요.

주변이 시끄러울수록 더욱 조용하게, 주변이 독할수록 더욱 착하게, 주변이 자극적일수록 더욱 평화롭게... 그것이 바로 '남격'이 나아가야 할 길입니다. 아직도 '남자의 자격'을 깊이 사랑하는 제가 진심으로 드리는 충언입니다만, 과연 전달이 될지는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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