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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후의 명곡2' 그래도 희망은 있다 - 대놓고 감싸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불후의 명곡2' 그래도 희망은 있다 - 대놓고 감싸기

빛무리~ 2011. 6. 5. 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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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수다'의 신정수 PD가 7월쯤 해서 나름대로 야심차게(?) 기획하고 있다던 '아이돌판 나가수'는 아무래도 만들어지기 어려울 것 같습니다. 6월 초에 벌써 '불후의 명곡2'라는 이름으로 다른 방송사에서 만들어졌으니까요. '불후의 명곡2'가 어떤 프로그램일지 궁금하신 분들 중 '나가수'를 한 번이라도 보신 분들은, 최소한 그 형식적인 면에서는 전혀 궁금해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다른 프로그램이라고 말하기가 참 민망할 정도로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똑같거든요. 말 그대로 '아이돌판 나가수' 이며, 전체적으로 '하향평준화된 나가수'라고 보시면 될 듯합니다. 그런데 바로 현재 타방송사에서 진행되는 프로그램을 이렇게 똑같이 만들어도 정말 괜찮은 건지 모르겠어요..;; 

특히 노래 중간에 삽입되는 아이돌 가수 6명의 인터뷰를 볼 때나, 청중평가단(이 평가단이라는 명칭도 똑같음. 다만 500명에서 200명으로 줄어들어 하향평준화에 맞춤..;;) 중 몇 사람의 얼굴이 카메라에 비칠 때는 온 몸이 오그라들 정도로 민망함을 느꼈습니다. "이 노래를 어떻게 소화해야 할지... 너무 스트레스 받아서 잠을 못 잤어요...", "제발 꼴찌만 안했으면 좋겠어요..." 등등 인터뷰의 내용도 너무 똑같고, 가수의 노래가 절정에 이를 때 입을 가리며 눈물을 흘리는 청중평가단의 표정도 너무 똑같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역시 모두 하향평준화된 느낌일 수밖에 없었던 결정적 이유는 역시 '가수들'이 달라졌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미션곡을 받아들고 편곡에 고심하는 가수들의 모습이 '나가수'에서는 '예술가의 고뇌'로 비쳐졌던 반면, 이 어린 친구들은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 쯤으로 보였거든요. 편곡 담당자와 만나서 의논하는 장면들도 '나가수'의 가수들은 같은 음악인의 길을 걷는 동료로서 진지한 토론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면, 이 아이돌 가수들은 선생님께 가르침을 받는 학생들 같았습니다. 심지어 최근 종방된 '위대한 탄생'의 출연자들과 비슷해 보이기도 했어요.


노래를 들으면서 정말 뼈저리게 느낀 점은, 아무리 타고난 재능과 감각이 뛰어나다 해도 역시 연륜과 경력을 무시할 수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분명 이 친구들도 참 노래를 잘 하기는 하는데 기술적인 면에서도 조금씩 부족했을 뿐 아니라, 무엇보다 노래에 감정을 이입하는 면에서는 아주 커다란 차이를 보이더군요. 그들도 감정 이입의 중요성을 모르지 않아서 분명 열심히 노력하는 것 같기는 한데, 이상하게 '나가수'의 무대를 감상할 때처럼 가슴이 울릴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어딘가 허전하고 텅 빈 느낌이었다 할까요.

드라마 '베토벤바이러스'에서 강마에(김명민)가 오합지졸 합주단을 지도하기로 마음 먹었을 때, 처음으로 가르친 것이 바로 감정이입이었죠. '남자의 자격' 합창단에서 박칼린이 솔로를 맡은 배다해와 선우에게 끝없이 강조했던 것도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그만큼 예술적 표현에 있어 연주자의 감정 이입은 최고로 중요하지만, 뜻대로 되는 건 아닌 모양입니다. 김태원의 '외인구단' 중에서 유일하게 '위탄'의 TOP12에 들지 못했던 양정모는 패자부활전에서 자신있게 말했었죠. "노래에 자기 감정을 최대한 실어야 한다는 게 무엇인지, 이제는 정말 깨달은 것 같습니다." 그러나 노래를 듣고 난 멘토들의 평가는 이러했습니다. "감정 이입은 마음만 있다고 되지 않습니다. 공부와 훈련이 더 필요할 듯합니다."


'나가수'에서는 데뷔 13년차의 김범수가 막내인데, '불후의 명곡2'에서는 데뷔 6년차인 '슈퍼주니어'의 예성이 최고참 선배입니다. 대기실에서 예성의 노래를 듣던 동료 가수들이 "역시 노련하시다..." 라고 감탄하는 것을 보니, 제 눈에는 솜털 보송해 보이는 예성이가 그들 중에서는 한참 선배이고 맏형임을 새삼 인식하게 되더군요. 그렇다 보니 아무래도 '나가수'의 선배들에 비해서는 공부하고 훈련해 온 시간이 턱없이 짧을 수밖에 없고,  감정 이입에 있어서도 그만큼의 갭이 존재하는 모양입니다.

눈물 흘리는 청중평가단의 모습이 화면에 잡힐 때 굉장히 민망했던 이유는 물론 '나가수'에서 너무 똑같은 장면을 보았던 기억 때문이기도 하지만, 저 자신은 노래를 들으면서 전혀 울컥하는 감정이 느껴지지 않고 있는데 다른 사람이 울고 있는 걸 보니까 괜히 민망했던 부분도 있습니다. 시청자게시판에는 "진짜 우는 게 아니고 연출된 장면 같다"는 의견도 많던데, 저는 그렇게까지 생각은 하지 않습니다. 사람마다 느낌은 얼마든지 다를 수 있는 거니까요.


어쨌든 저는 지금 '나가수'에 오만정이 떨어지고 화가 난 상태이기 때문에, 따라했다는 이유로 탓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시청자 의견 중에는 너무 비교되는 실력차로 인해 '불후의 명곡2'이 오히려 위기의 '나가수'를 구해 줄 거라는 말들도 많던데, 저는 오히려 이쪽에도 나름대로 좋은 점이 있다고 비호해주고 싶은 생각마저 드는 중입니다. 사람의 감정이란 게 참 이렇습니다. 분명히 머리로는 "너무 비슷해. 이건 옳지 않아. 게다가 실력도 확연히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고 생각하면서, 가슴으로는 "그래도 차라리 이쪽이 더 잘됐으면 좋겠어" 하고 있으니 말입니다.

그래서 이제부터 대놓고 변호를 시작해 보자면... (웃기죠? ㅎㅎㅎ) 프로그램은 짝퉁일지 몰라도 출연 가수들은 절대 짝퉁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다만 '후배'일 뿐이죠. 아직은 경력이 짧아서 부족한 점도 많지만, 그들이 차츰 발전해 가는 모습을 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듯합니다. '나가수'의 가수들은 이미 최고 수준에서 더 끌어올리는 것이니 너무 고통스럽고 자꾸 한계에 부딪히게 되지만, 아직 발전할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 친구들은 절반의 노력으로도 일취월장하는 기적을 보여주지 않을까 기대가 됩니다. 어른이 걸어다니는 거야 조금도 신기할 게 없지만, 기어다니던 아기가 일어나서 아장아장 걸음마 하는 모습은 얼마나 신기하고 귀엽고 놀랍고 감동적입니까! 그렇지 않나요? ㅎㅎ


'나가수'와의 몇 가지 안되는 차이점 중 하나는 매번 '전설의 가수'를 한 분씩 모셔서 그의 히트곡을 아이돌 출연자들이 나누어 부르게 될 거라는 점입니다. 이는 '불후의 명곡'이라는 타이틀에 걸맞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첫방송에서 모셔진 '전설'은 바로 심수봉씨였죠. (다음 회의 '전설'로는 '부활'이 초대될 모양입니다...) 샤이니의 종현은 '백만송이 장미', 슈주의 예성은 '사랑밖에 난 몰라', 아이유는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씨스타 효린은 '그때 그 사람', 비스트 요섭은 '미워요', 2AM 창민은 '여자이니까'를 각각 색다르게 편곡해서 불렀습니다. 다들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하는 모습이 눈에 보였고, 꾸며진 무대도 나름대로 괜찮았습니다. 빈말 아니고 진심이에요.

만약 '나는 가수다'가 만들어지기 전에 이 프로그램이 먼저 선보였다면, 분명히 엄청난 화제를 불러일으키며 많은 호평을 들었을 겁니다. 사사건건 '나가수'와 비교될 수밖에 없는 현실이 문제죠. 그러고 보면 여기 출연하는 아이돌 가수들은 참 억울한 면도 있습니다. 힘들게 노력하는 것에 비해 칭찬은 듣지 못하고, 까마득한 선배들과 비교당하며 평가절하되는 핸디캡마저 극복해야 하니까 말입니다. 그래도 심수봉은 이 후배들에 의해 재해석된 자신의 노래를 들으며 매우 감동하고 흡족해하는 모습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젊은 가수들은 앞으로도 많은 난관을 겪게 될 것입니다. 노래에 감정 이입이 쉽지 않았던 이유는 물론 경력이 짧아서이기도 하지만, '전설'이라는 이름으로 초대된 선배 가수의 노래가 그들이 살아온 시대적 배경과 맞지 않았던 데도 큰 이유가 있을 테니까요. 그 노래가 만들어지고 불려졌던 시대의 감성을 직접 체험하지 못했으니, 그만큼 표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나 회차가 거듭될수록 간접 체험이 늘어나며 감정 자체도 성숙해질 것이고, 전설적인 명곡들을 재해석하여 자기 것으로 만드는 훈련은 물론 극도로 어렵지만 그들 자신을 부쩍 성장하게 할 것입니다.

1회의 우승은 씨스타의 효린에게로 돌아갔습니다. '그 때 그 사람'을 신나는 댄스풍으로 편곡하여 불렀는데 그녀의 파워풀한 창법과 잘 어우러지는 멋진 무대였습니다. 우승자로 손색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제가 뽑은 우승자는 샤이니의 종현이었습니다. 우선 제가 보기에 종현은 6명의 출연 가수 중에서 감정 이입 능력이 가장 뛰어난 듯 싶더군요. 제가 '불후의 명곡2'를 보면서 조금이나마 가슴이 울린다고 느낀 순간은 종현이 노래할 때였습니다. 박선주의 '귀로'를 부를 때도 좀 그렇더니 '백만송이 장미'에서는 더욱 그렇더군요. 아직은 좀 어설프지만 훈련을 거듭한다면 굉장히 대성할 인재라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종현을 높이 평가하는 또 다른 이유는 색다른 도전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때문이었습니다. 미션곡으로 '백만송이 장미'를 받아든 그는 과감히 선배가수 하림을 찾아가서 외국풍의 편곡을 부탁하더군요. 낯선 장르에의 도전은 기성 가수들로서도 쉽지 않고 위험한 일이죠. '나가수'에서 항상 1~2위를 차지하던 박정현이 큰 맘먹고 하림의 도움을 받아 아일랜드풍으로 편곡해서 선보였던 노래 '소나기'는 그녀에게 처음으로 꼴찌라는 충격을 안겨 주기도 했습니다. 그 경험 때문인지 하림은 후배 종현의 부탁을 받고 괜찮겠냐며 염려했지만, 오히려 갓 스물을 넘긴 종현이는 어떤 결과가 나오든 괜찮다며 자기는 이런 것도 해보고 싶다며 꿋꿋이 도전 의사를 밝히더군요.

저는 그 자세가 참 대견했습니다. 다른 친구들은 거의 다 자기에게 익숙한 장르인 댄스풍으로 편곡하거나 원곡의 느낌에 충실한 편이었는데, 종현의 과감한 도전은 특히 돋보였어요. 그리고 '백만송이 장미'라는 노래 자체가 외국 민요를 원곡으로 한 것이다 보니 하림의 편곡과 독특한 악기의 음색들이 썩 잘 어우러져서 무대의 완성도도 매우 높았습니다. 앞으로 '불후의 명곡2'가 언제까지 지속될지는 모르겠으나, 이처럼 어린 친구들의 발전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나름대로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이제 '나가수'는 화가 나서 안 볼 생각인데 설상가상 '위대한 탄생'까지 끝나 버려서 아쉽던 참에... 조금은 반갑기도 하고...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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