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놀러와' 천생배우 황정민의 가장 큰 고통은?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놀러와' 천생배우 황정민의 가장 큰 고통은?

빛무리~ 2011. 6. 7. 07:10
반응형




누구나 인정하겠지만 황정민은 참으로 연기를 잘 하는 배우입니다. 어떤 역할을 맡았을 때도 그 역할과 자신을 놀라운 비율로 완전히 일치시키니 그만큼 아주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오겠지요. 한국에서 가장 연기를 잘 하는 남자 배우가 누구라고 생각하는지 묻는다면 제 머릿속에는 김명민과 황정민의 이름이 떠오르는데, 김명민은 얼굴에서부터 좀 연예인 포스가 풍기는 반면 황정민은 마치 옆집 아저씨처럼 평범한 느낌이라, 오히려 자연스러움과 현실감 면에서 더욱 그의 연기가 피부에 와닿는 부분도 있습니다.


그런 황정민이 영화 '모비딕'의 개봉을 앞두고 진구, 김상호와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을 했습니다. 요즘들어 명품 조연으로 뒤늦게 사랑받고 있는 배우 김상호의 소탈한 모습이 인상적이더군요.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김현주의 착한 형부로, '시티헌터'에서는 이민호의 든든한 조력자로 등장하는데, 볼 때마다 그 농익은 연기에 감탄하면서도 이제껏 저는 이름조차 모르고 있었네요. 예능 첫 출연이라 초반에는 좀 긴장한 모습을 보였지만 나중에는 편안하게 많은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그는 풍기는 이미지처럼 매우 선량하고 진국인 사람이었습니다. 묻지도 않았는데 불쑥 아내 이야기를 꺼내며 자랑하고 싶어하는 모습이 귀여웠습니다. 진심으로 자신의 일과 가정을 사랑하는 그는 멋진 배우이며 멋진 남자였습니다.


하지만 역시 토크의 중심은 베테랑 황정민 쪽으로 더 많이 집중되었습니다. '너는 내 운명'의 석중이나 '그저 바라보다가'(그바보)의 구동백 역할이 뇌리에 선명하게 남아서 왠지 실제로도 그렇게 착하고 순한 성격일 것만 같았는데, 토크를 듣다보니 의외로 실제 성격은 상당히 다혈질이고 과격한 면이 있는 모양이더군요. 자존심 상하는 일이 있으면 말보다 주먹보다 먼저 나간다고 스스로 말하고... 상황극을 할 때도 다짜고짜 유재석의 멱살부터 잡고... 김제동과 함께 갔던 술집에서 하마터면 일반인과 싸움이 붙을 뻔했던 이야기들을 하는데... 뭔가 심상치 않다는 생각마저 들었습니다. 그러다가 폭행 사건이라도 터져서 온갖 뉴스에 대서특필되면 한 방에 훅 가지 않겠습니까?

이러한 염려는 뭐 잠시 제쳐 두고... 하여튼 연기에 관한 이야기를 할 때면 역시 황정민은 빛이 났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그는 배우가 되기를 진심으로 꿈꾸었으며, 스스로의 삶을 이미 배우의 삶으로 만들고 있었습니다. '영웅본색'에 빠져서 2달 동안 주윤발이 되어 살았다는 이야기는 뭐 남들도 많이 그런 모양이니까 제쳐 놓더라도, 일주일씩 기한을 정해서 한 가지 감정에 일부러 파묻혀 살았다는 이야기는 매우 충격적이었습니다. "이번 주는 무조건 기쁜 일주일이다!" 라고 정하면 괜히 좋은 기분에 빠져서 실실 웃으며 일주일을 보내고, '우울한 일주일'로 정해 놓은 다음 주에는 이유 없이 슬픔에 잠겨서 일주일을 보내고, 뭐 그런 식으로 감정 몰입을 연습했다 하니 정말 대단한 마인드컨트롤입니다.


일반 사람의 기준으로 볼 때는 미친 짓이라고 할만하지만, 배우지망생으로서는 최상의 자세가 아닐까 싶습니다. 무엇보다 감동적이었던 이유는 그렇게 지냈던 학창시절을 추억하면서 황정민의 얼굴에 떠오른 표정이 너무도 행복해 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는 진심으로 '연기'를 즐기는 사람이었습니다. 천재는 노력하는 자를 이길 수 없고,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이 있지요. 이제야 비로소 황정민의 연기가 왜 그토록 자연스러울 수밖에 없는지를 좀 알 것도 같았습니다. 그의 열정에 동화된 친구들이 '일주일씩 다른 감정으로 살기'를 따라서 함께 하기도 했다니, 나름대로 무척 재미있었을 듯도 합니다.

'내맘대로 랭킹'에서도 감탄스런 일화는 계속되었습니다. '촬영이 끝나고도 후유증 때문에 힘들었던 작품 1,2,3' 라는 주제부터가 관심을 확 잡아끌더군요. 제3위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었습니다. 맹인 검객 '황정학'과 소름끼칠 만큼의 일체감을 보여 주었던 연기는 역시 괜히 나온 게 아니었습니다. 일부러 맹인학교까지 찾아가서 대본을 점자책으로 만들어 그들에게 읽혀주며 도움을 받았지만, 눈을 감고 연기한다는 것이 결코 쉬운 일은 아니었습니다.


더구나 황정학은 평범한 사람도 아니고 항상 칼을 휘둘러야 하는 검객이었기에 더욱 위험했습니다. 방법이라고는 상대 배우와 더불어 합을 맞추면서 끝없이 연습을 반복하여 그 동작들이 몸에 배도록 하는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야 눈을 감아도 눈 떴을 때와 똑같은 동작이 나올 수 있었으니까요. 눈 감고 하는 연기에는 또 다른 애로사항이 있었으니, 상대 배우의 눈과 표정을 볼 수 없기 때문에 감정의 교류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모노드라마도 아닌데 동료에게 의지하지 못하고 철저히 홀로 자신의 역할을 감당해야만 했던 것입니다. 그런데 이토록 힘들게 찍었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이 놀랍게도 1위가 아니고 겨우 3위에 그쳤습니다.

제2위는 그 유명한 영화 '너는 내 운명'이었습니다. 사랑하는 여인 은아(전도연)가 떠나고 난 후 상심한 석중은 점점 몸이 말라간다는 설정이 있었습니다. 수개월이 흐른 뒤 감옥에 갇힌 그녀를 면회 가서 재회하는 장면에서는 어떻게든 많이 수척해진 모습을 보여주어야만 했습니다. 그런데 영화 속에서는 수개월이지만 실제 촬영 날짜로는 고작 일주일밖에 허락되지 않았기에, 황정민은 최단기간에 폭풍 다이어트를 해야 했습니다. 그의 말로는 1주일에 20kg를 감량했다는데...;; 너무 과장이 심한 듯도 싶지만 어쨌든 놀라운 것은 사실이었습니다.


그 이후에도 황정민은 영화 촬영을 위해 일부러 수십킬로씩 체중을 늘리기도 하고 또 다시 다이어트를 하는 극한의 의지력을 보여 주었습니다. "그렇게 힘든 일들을 어떻게 해내실 수가 있는 겁니까?" 라고 어느 기자가 물었을 때 황정민은 "그럼 배우가 그만큼도 안 해요?" 라고 되물었다 하더군요. '배우'라는 이름이 황정민에게 얼마나 큰 자부심이며 즐거움이며 삶의 원동력 그 자체인지를 엿볼 수 있게 하는 발언이었습니다. (예상컨대, 연기를 위한 것이 아니라면 황정민은 결코 그 힘든 다이어트를 반복적으로 성공하지도 못했을 뿐 아니라 시도조차도 하지 않았을 것이 분명합니다. 하지만 연기를 위해 필요한 부분이니까 기꺼이 감당한 것입니다.)

눈을 감은 채 칼을 휘둘러야 했던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보다, 단기간에 살을 빼야 했던 '너는 내 운명'이 더욱 힘들었던 작품으로 기록된 것을 보면, 역시 다이어트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님은 확실합니다. 연기에 미친 남자 황정민이 연기를 위해서 하는 일인데도 정말 많이 힘들었던 모양이에요. 그런데 더욱 놀라운 것은 1위를 차지한 작품이었습니다.

제 1위는 동성애자 연기를 했던 '로드무비'가 차지했습니다. 분명 여자에게 끌리고 여자를 사랑하는 남자인 자신이, 갑자기 남자에게 끌리고 남자를 사랑하는 역할을 하자니 도무지 몰입할 수가 없었다는 것입니다. 늘 자신있게 "나는 진정성을 갖고 연기를 한다" 고 말해 왔는데, 이 작품에서만은 그게 되지 않아서 너무나 힘들었다고 황정민은 말했습니다. 아무리 노력해도 그 캐릭터와 감정적으로 일치할 수 없음에 스트레스는 극에 달했고 온 몸에 두드러기가 번질 정도였습니다. 물론 상대 배우였던 정찬도 죽을 맛이었다고 했다는군요.


이 이야기를 듣고 저는 역시 황정민이 천생 배우라는 사실을 다시금 절감했습니다. 눈 감고 칼싸움을 하거나, 단기간에 살인적인 다이어트로 몸을 말리는 정도의 육체적 고통은 충분히 감당할 수 있지만, 자신의 배역에 몰입할 수 없는 정신적 고통은 견딜 수 없다는 뜻이 아니겠습니까! 황정민에게 연기란 이미 그 자신과 동일시되고 있어, 단순한 직업이 아니라 삶의 이유이며 운명 그 자체라 보아도 좋을 듯 했습니다.

너도나도 연기를 한답시고 영화나 드라마에 뛰어들어 국어책 읽는 발연기를 선보이며, 배역에 몰입하려는 노력은 커녕 어떻게 하면 화면에 멋지고 예쁘게 보일까만 걱정하는 어중이떠중이가 참 많기도 많은 지금의 현실 속에서... 캐릭터와 자신을 완벽히 일치시킬 수 없었던 작품 '로드무비'가 평생토록 가장 힘들었던 작품이라는 황정민의 말은 참으로 감동적이었습니다.


뭐 아무래도 좋습니다. 성격이 좀 과격하면 어떻습니까? 데뷔한지가 언젠데 그 동안 한 번도 폭행사건 기사가 터지지 않았던 것을 보면, 토크쇼에 나와서 재미있게 하려고 과장해서 말한 것뿐 실제로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합니다. 이렇게 훌륭한 마인드를 갖고 최고의 연기를 보여주는 명품 배우와 한 시대에 살고 있다는 것이 행복할 뿐입니다. 부디 배우 황정민이 앞으로도 최소한 40년은 더 우리를 행복하게 해 주기를 빌어 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