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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유재석과 이적의 노래만들기, 잔잔한 감동의 물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유재석과 이적의 노래만들기, 잔잔한 감동의 물결

빛무리~ 2011. 6. 12.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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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멤버들은 서해안 고속도로 가요제를 위한 본격적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실력파 가수들과 연합하여 만들어내는 무대인 만큼 재미도 있으면서 퀄리티도 꽤 높은 가요제가 될 듯 싶군요. 각 팀마다 독특한 색깔과 매력이 있지만, 저는 역시 유재석과 이적 팀에게 가장 큰 기대가 됩니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이 들 때마다 즉흥적으로 기타를 연주하며 음악을 만들어내는 이적의 능력은 참 놀라웠습니다. 창작의 고통은 여인의 해산과 비교될 정도로 지독한 것인데, 어쩌면 그렇게 하나도 어렵지 않고 편안해 보이던지...;; 게다가 유재석의 인생 스토리를 담는다고 하니, 결코 평탄하지만은 않았던 그의 드라마틱한 삶이 노래 속에 녹아들어가 큰 감동도 줄 것 같군요. 웃자고 시작한 일이 죽자고 커진다더니,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불후의 명곡이 탄생하는 게 아닐까 싶은 우려(?)마저 들고 있습니다.  


재미있기로는 정형돈과 정재형 팀이 압권이었습니다. 사실 정재형이 처음 방송에 등장했을 때, 그의 독특한 캐릭터가 제게는 썩 호감으로 다가오지 않았더랬지요. 하지만 두 번 세 번 계속 보다 보니 그 내면의 순수함이 느껴지기 시작했습니다. 더구나 이번에는 안내견 훈련을 받고 있다는 래브라도 리트리버 강아지 축복이를 데리고 나왔는데 그래서 더욱 더 호감이었어요. 시각장애인을 돕기 위해 그런 노력을 하고 있다는 사실이 선량하게 느껴졌고, 게다가 축복이는 아직 어려서 호기심이 왕성한 듯 자꾸만 운전석 틈새로 머리를 쑤욱 내밀고 구경하는데 그 모습이 얼마나 귀여웠는지 모릅니다.


축복이가 정형돈의 팔을 낼름거리면서 핥을 때, 정형돈이 "먹는 거 아냐, 축복아. 고기 아냐, 사람 팔이야." 하는 바람에 갑자기 빵 터졌습니다. ㅎㅎ 역시 미존개오 정형돈, 요즘이 전성기인가봐요. 날마다 치고 나오는 말솜씨도 날카로워지고, 노래 실력도 일취월장(?)합니다. '늪'에 이어 '너를 위해'에까지 도전장을 냈군요. "임재범 형님, 보고 계십니까? 저는... 정재범입니다" 그러는데, 웃음기 하나 없이 진지한 정형돈의 표정 때문에 또 빵 터졌습니다. 이들은 유재석과 이적을 방해한답시고 괜히 쫓아다니면서, 강아지까지 데리고 유재석의 빈 차에 잠복하는 등 예정에도 없던 스파이 활동을 했는데, 그 덕분에 프로그램이 한층 활기를 띠고 재미있어졌습니다. 노래도 중요하지만 웃음도 중요한 예능에서 결정적 역할을 해준 셈이네요.

미행(?)당하는 줄도 모르고 처음부터 노래 만들기 삼매경에 빠진 유재석과 이적은 음악적 영감을 얻기 위해 수목원까지 음악여행을 갑니다. 유재석이 직접 운전해 오는 차 안에서도 계속 가사를 의논하더니, 수목원에 와서도 샘솟는 창작 열정은 끝날 줄을 모릅니다. 좁은 차 안에 숨어서 기다리는 정재형과 정형돈의 속은 답답해 터질 지경인데, 이쪽은 흥에 겨워 목청껏 즉흥 노래를 부르기에 여념이 없습니다. 공간이 푸른 수목원으로 바뀌니 그 안에서는 노래도 왠지 다르게 느껴집니다. 노래를 만들면서 두 사람은 시종일관 장난기 없이 진지했는데, 하나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는 게 참 신기합니다.

한 편 노래 자체와 상관없이도 유재석은 한 차례의 감동을 또 선사해 주었습니다. "재석이 형의 이야기를 가사로 만들어 보고 싶다"는 이적의 제안에 유재석은 몹시 쑥스러워하면서도 거부하지는 않더군요. 물꼬를 트기 위해 이적은 살짝 유도심문(?)을 합니다. "사람들은 이런 걸 궁금해할 거예요. 방송에서 비춰진 형의 반듯한 이미지와 조금은 다른 모습... 형의 내면에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스트레스도 있을 거고..." 그러자 유재석은 곰곰히 생각해 보더니 역시 진지하게 대답했습니다.

" 모자란 부분을 생각하면 그럴 수도 있겠지. 예를 들어... 지금 일이 잘되고 있지만, 나만을 위한 여가시간이 없다든가 하는 면에서는 불만이거나 부족할 수도 있는데... 모든 걸 다 가질 수는 없잖아. 너무 뻔한 대답일 것 같아서 이런 얘길 하기가 좀 그렇지만... 진짜 내 마음이 그래. 무명이라 할 수 있는 시기를 보내면서 늘상 내가 바라 왔던 이 시기가 어떻게 온 줄도 모르게 과분하게 왔는데, 내 시간이 없다고 해서 불평 불만을 한다는 건 좀 그렇지."


유재석 자신은 뻔하다고 했지만, 제가 듣기에는 절대로 뻔한 이야기가 아니었습니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는 속이 왜 있겠습니까? 잘 되고 나서는 어려웠던 시절을 까맣게 잊고 처음부터 잘났던 듯 으쓱대는 것이 사람의 속성이기 때문 아니겠습니까? 성공하고 나면 오만해지는 것이 평범한 사람의 본성이며, 어떤 처지에서든 불만이 없을 수는 없으니 예전에는 생각지도 못했던 작은 일들에 새록새록 불만거리가 생겨날 법도 합니다. 그런데 벌써 몇 년째 국민MC로서 대한민국 예능계의 1인자 자리를 지키고 있는 유재석은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는 언제나 어려웠던 시절을 잊지 않고, 오랫동안 바라던 것이 이루어진 현실에 늘 감사하며 더욱 최선을 다하는, 아주 특별한 사람이었습니다. 아무나 그럴 수 있는 것은 절대 아니지요.

무명 시절, 그 암담했던 현실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꿈을 키웠던 유재석은 꿈을 이룬 지금에 와서 이렇게 말합니다. "자기가 평소 하던 말대로 되는 것 같거든!" 그러자 이적은 그 말에서 번개처럼 영감을 얻어 즉시 노래의 제목을 짓습니다. "말하는 대로~ 좋은데요!" 주거니 받거니, 참 쿵짝도 잘 맞습니다. 계속 의견이 맞지 않아 엇갈리는 팀도 있던데, 처음부터 일사천리로 진행되는 유재석과 이적 팀의 작업 속도는 보는 사람 속을 다 시원하게 해주더군요.

"보통 추억을 떠올릴 때 사람들은 '힘들었지만 재미있었다' 라고들 하는데, 사실 그 당시(무명시절)의 하루하루는 정말 힘들었거든. 개그맨이 됐는데... 방송에 출연을 해야 되잖아? 그런데 스케줄이 없으니까... 매일 가장 큰 고민은 '내일 뭐 하지?" 였던 것 같아. 늘 자기 전에 그런 고민을 했고, 사실 잠도 안 왔었지."


유재석의 말을 듣고 이적은 곧장 새로운 노래를 즉흥적으로 만들어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사와 멜로디가 거의 완벽했습니다. 그 순간 얼마나 멋지던지 좀 과장하면 모차르트처럼 보일 지경이었어요..;; 평온하면서도 애잔한 멜로디에, 가사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내가 어렸을 때~ 잠이 오지 않으면~ 늘 생각했던 건~ 내일 뭐하지?~ 그렇게 보냈지~ (그리고 후렴으로 가서... 아까 정했던 그 제목이 나오는 거죠) 말하는 대로~ 말하는 대로~ 내가 말하는 대로~ 될 줄은 몰랐지~ 그 땐 몰랐지~"

유재석은 자신의 이야기가 그대로 노래가 되어 나오는 것을 들으며, 순간 진심으로 가슴이 뭉클해진 모양이었습니다. "아우... 적이가 나를 울리네..." 하면서, 계속 이어가는 이적의 노래를 들으며 "맞아, 내가 그랬거든..." 하며 감격스레 되뇌이는 유재석의 표정은 약간 글썽이면서도 매우 행복해 보였습니다.

자신의 이야기로 만든 가사가 너무 평범하지 않겠느냐고 걱정하는 유재석에게 이적은 염려 말라고 대답했습니다. "아니에요. 형의 진짜 이야기니까... 이 노래를 다른 사람이 부르면 뭐 그런가보다 하겠지만, 형 자신이 노래하면 그 순간 듣는 사람들에게도 믿음이 딱 생길 거예요...... '거위의 꿈'이라는 노래 가사를 제가 썼잖아요? 그 때 제 나이가 만 23살이었어요. 그 때(김동률과 함께 '카니발'로 활동할 당시) 우리가 불렀던 노래도 많은 사랑을 받긴 했지만, 나중에 인순이 선배가 리메이크해서 불렀을 때 훨씬 더 많은 사랑을 받았어요. 완전히 똑같은 가사인데도, 부르는 사람에 따라 느낌이 달라졌던 거예요. 노래라는 건... 누가 만드느냐도 중요하지만, 누가 부르느냐도 참 중요한 것 같아요." 이렇게 한껏 격려해 주는 이적의 말을 들으며 유재석은 진지하게 고마워하는 시선을 보냈습니다.


그건 맞는 말이었습니다. 20대 초반의 젊은이가 어린 목소리로 "난 꿈이 있어요" 라고 부르는 노래와, 50대에 접어든 여인이 원숙한 목소리로 "난 꿈이 있어요" 라고 부르는 노래는 확실히 느낌이 달랐습니다. 젊은이가 꿈을 갖는 거야 너무나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되었기 때문에 가사가 마음에 깊이 스며들지 않았지만, 50대의 여인이 소리 높여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라고 노래할 때는 저절로 가슴이 울컥해졌습니다. 더구나 흑인 혼혈로 태어나 세상의 차가운 질시 속에서 그녀가 견뎌야 했을 많은 고통들과, 그 와중에도 꿈을 잃지 않기 위해 그녀가 쏟아부어야 했을 피땀어린 노력들이 저절로 오버랩되며 노래의 감동은 배가되었습니다.

저는 '거위의 꿈'이 국민애창가요가 된 이후로 수많은 사람들이 부른 수많은 버젼을 들어 보았지만, 인순이가 부른 것만큼의 감동은 어디에서도 느껴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원작자인 이적이 그런 사실을 인정하는 것은 좀 놀랍더군요. 원래 자기가 부르려고 만들었던 노래인데, 정작 그 노래에 가장 잘 어울리는 주인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어쩌면 거북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그런데 누가 묻지도 않은 말을 스스로 꺼내면서 쿨하게 인정하는 모습이 아주 멋졌습니다.

이 두 남자가 만들어낼 노래 '말하는 대로'의 완성본이 저는 벌써부터 몹시 궁금해집니다. 그들로부터 예상치 못했던 많은 것들을 배우고 느끼고 감동하는 동안, 저는 참 행복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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