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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합창단' 김태원,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청춘합창단' 김태원,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다

빛무리~ 2011. 7. 25. 15: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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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격-청춘합창단'의 최종 멤버가 확정되었습니다. 오디션을 통과해서 뽑힌 일반인 40명과 '남자의 자격' 멤버 6명을 합해서 46명입니다. 김태원은 지휘를 맡고 있으니 직접 노래를 부를 사람은 45명이 되겠군요. 무려 3000명이 넘었던 지원자 중에서 40명 안에 뽑혔으니, 합격자들의 기쁨이 얼마나 클지 짐작이 되었습니다. 특히 평생 집에서 살림만 하시던 주부님들의 경우는 꿈인지 생시인지 분간이 안되실 것 같아요.

연령층을 보면 84세의 최고령 할머니 한 분과 70대에 해당하는 일곱 분을 제외하고 32명은 50~60대로 구성되었는데, 특히 60대의 비중이 가장 높았습니다. 그리고 단원들의 면면은 정말 다양했습니다. 평범한 주부에서부터 현직 대학병원 의사와 현직 유명호텔 CEO, 현직 탤런트와 전직 프로 성악가, 그리고 일제시대를 직접 겪으신 분들과 월남 참전 용사들... 이렇게 다양한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합창'이라는 이름으로 한 자리에 모인 것입니다. 이것만으로도 저는 음악의 힘이 얼마나 위대한가를 뼈저리게 느낍니다.

박완규는 과감히 선글라스를 벗고 눈을 드러냈습니다. 김태원 역시 어두운 색깔을 완전히 제거한 안경을 새로 맞추었다고 합니다. 어르신들께 자신의 눈빛을 그대로 보여드리겠다는 뜻이었지요. 김태원은 무려 27년간, 박완규는 14년간의 방송 생활 중 언제나 분신처럼 쓰고 있던 선글라스를 벗어버릴 만큼, 그들이 '청춘합창단'에 임하는 자세는 진지하고 경건했습니다. 참 고맙고 흐뭇한 일이었어요.

가장 쇼킹하면서도 감동적인 사연의 합격자는 56세의 이만덕씨였습니다. 그는 1년 전에 간과 신장을 이식받은 후 지금도 한창 병원 치료 중이며, 몸에는 항상 담즙을 받아내는 주머니를 차고 다녀야만 하는 상황입니다. 오디션 날에도 원래는 퇴원이 불가능했으나 병원측에 사정사정 해서 겨우 나왔다고 하던 분입니다. 그런데 '생명의 양식'을 부르는 그의 목소리를 듣고 특별 심사위원이던 윤학원 지휘자님이 극찬을 하셨다는군요. "저렇게 좋은 테너 소리를 들어 본 적이 없다. 나는 음색만으로도 저 사람을 뽑고 싶다."

그래서 김태원이 직접 병원을 방문하여 이만덕씨의 주치의를 만나 상담했답니다. 절대 불가능한 상황만 아니라면, 어렵더라도 함께 하고 싶다 했더니... 다행히도 의사가 동의해 주었나봅니다. 물론 많이 힘들겠지만, 저는 기꺼이 파이팅을 외쳐 드리고 싶습니다. 건강한 사람들만이 아니라 많이 아픈 사람도 얼마든지 꿈을 향해 힘차게 달려갈 수 있다는 것을 그분이 보여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까칠한 성품의 전직 프로 성악가 김성록씨도 합격하셨더군요. 처음부터 지휘자 김태원과 기싸움이라도 하려는 듯한 기색을 보이면서 약간 위태위태하지만, 그래도 과거 합창의 경험이 있으니 잘 적응하실 거라 믿고 싶습니다. '청춘합창단'을 통해 이만덕씨는 육신의 치유를, 김성록씨는 마음의 치유를 경험할 수만 있다면 정말 좋겠습니다.

그런데 제가 보기에는 상당히 부적절한 합격자가 한 명 있었으니, 트로트 가수 최영철씨입니다. 오디션 당시 그가 불렀던 노래는, 아마추어가 듣기에도 합창에 상당히 어울리지 않는 음색과 창법이었습니다. 합창 오디션에서 이보다 더 치명적인 불합격 사유가 있겠습니까? 그러나 김태원은 동료 심사위원들에게 말했습니다. "지금 가장 고민되는 분은 최영철씨인데, 뭔가 굉장히 홀대받은 인생을 살아온 듯한 그런 느낌이 들었어요. 오래 활동했으면서도 알려지지 못한 비운의 가수... 그런 느낌이 들어서 (여기서 '동병상련'이라는 자막 삽입됨) 지휘자인 제 권한으로 한 번... 함께 해보았으면 합니다. 방해만 되지 않는다면... 근데 합창을 방해하실 분은 아닌 것 같아요. 그렇죠?"

반대하는 사람이 없었는지, 그렇게 최영철씨는 김태원 지휘자의 특권에 의해 합격의 기쁨을 누릴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건 좀 아니다 싶더군요. 그가 40명의 최종 엔트리에 들어감으로써, 합창에 더욱 잘 어울리고 큰 도움을 줄 수도 있었을지 모르는 다른 한 명이 탈락해야만 했던 게 아닙니까? 오디션 참가자들 중 간절하지 않은 사람은 한 명도 없었고, 각각의 절절한 사연을 지니지 않은 사람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개인적 동병상련을 느낀다 해서 합창에 부적절한 목소리를 지닌 사람을 뽑았다는 건, 지나치게 감정에 휩쓸려 공정성을 잃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위대한 탄생'에서 멘티를 뽑던 것과는 아주 다른 문제입니다. 참가자들은 모두 기본적으로 솔로 활동을 할 사람들이었고, 비록 방송이긴 하지만 한편으로는 김태원의 개인적 제자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렇기에 김태원이 개인적 취향이나 감정에 따라 선택한다 해도 하등 문제될 것이 없었어요. 하지만 '청춘합창단'은 다릅니다. 솔로가 아니기 때문에 합창에 어울릴 수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이 최우선이고, 무엇보다 이 사람들은 절대 김태원의 개인적 제자가 아닙니다. 그러므로 철저히 합창만을 위해, 객관적 기준으로 선발해야 했습니다.

김태원이 개인적 감정에 의해, 합창에 부적절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최영철을 단원으로 뽑은 것은 매우 잘못된 일이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이제껏 '청춘합창단'은 오디션 내내 참가자들의 개인적 스토리로 보는 사람들을 눈물짓게 하면서 감정적이고 촉촉한 느낌을 유지해 왔던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제부터는 약간 냉정하고 건조해질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원칙에 구멍이 나서 무너지기 시작하면 걷잡을 수가 없습니다. 그렇게 되면 합창 자체가 이루어질 수 없을지도 모릅니다.

'남격 합창단-하모니'에서는 모든 단원이 지휘자 박칼린에게 절대 복종했으며, 감히 그녀에게 대항하거나 기싸움을 하려는 단원은 존재할 수 없었습니다. 그것이 합창의 기본 원칙입니다. 이 곳 '청춘합창단'에서도 모든 단원들은 지휘자 김태원에게 순종해야 합니다. 비록 김태원이 클래식 분야에 문외한이더라도, 본인이 그보다 훨씬 노래도 잘 하고 성악에 대한 지식도 많고 심지어 나이까지 많다 해도, 김태원이 지휘자인 이상은 그에게 순종해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현실적으로 그것이 순조롭게 이루어질 거라는 확신이 아직까지는 들지 않습니다. 몹시 설레고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불안하고 염려스러운 부분도 적지 않아요.

이런 상황에서 김태원 자신이 먼저 원칙을 깨뜨리고 감정에 휩쓸리면, 이 사람들을 통제할 수 있는 기본적 권위마저 무너지고 맙니다. 일단은 아무렇지 않은 것처럼 넘어갔지만, 제가 보기에는 아주 심각하고 위험한 문제였습니다. 그 자리에 함께 있던 39명의 단원들 중, 최영철이 그런 식으로 합격했다는 소리를 듣고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사람이 과연 없었을까요? ... 김태원은 이제 좀 냉정해질 필요가 있습니다. 단원들 앞에서 겸손하고 부드러운 태도를 취하는 것은 물론 좋지만, 그렇다고 지휘자로서의 기본적 권위까지 무너뜨려서는 안되는 것입니다.

제작진으로부터 지휘를 맡아 달라는 청을 받았을 때 수차례나 거절했던 이유는, 스스로 감당하기 벅찰 만큼 힘들고 어려운 자리임을 예상했기 때문이겠지요. 그래도 막상 눈앞에 현실로 닥쳐오니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김태원은 지금 생생히 체험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러니 더욱 정신을 바짝 차리고 평정심과 냉정한 마음을 유지해야 합니다. 기왕 단원으로 뽑힌 사람을 이제와서 어쩔 수야 없지만, 앞으로는 공적인 사안을 결정할 때 개인적 감정을 투입시키거나 해서는 절대 안 될 것입니다. 이것은 김태원을 무척 아끼는 팬으로서, 그리고 '청춘합창단'의 대성공을 진심으로 기원하는 한 사람의 시청자로서 드리는 고언(苦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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