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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 정형돈은 정말 유재석에게 대들었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무한도전' 정형돈은 정말 유재석에게 대들었을까?

빛무리~ 2011. 7. 24.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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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유재석을 좋아합니다. 아주 많이 좋아합니다. 정형돈보다 훨씬 더 많이 좋아합니다. 하지만 제가 보기엔 별 것 아니었던 일인데, 정형돈이 감히 유재석에게 대들고 그의 마음을 상하게 했다는 식으로 여기저기서 온갖 비난과 험담이 난무하는 이 현실은 참 거북하게 느껴집니다. 정형돈은 정말 유재석에게 안좋은 마음으로 대들었던 것일까요? 그리고 유재석은 정형돈의 태도 때문에 진심으로 마음이 상했을까요?

정재형과 함께 파리돼지앵을 이루어 '순정마초' 작업에 열중하던 정형돈을 기억합니다. 정재형은 유희열을 나부랭이, 김동률을 조무래기라고 부를 정도로 밉지 않은 막말의 지존이지요. 그날따라 정재형은 자신감이 충만했는지 일부러 왜소한 어깨를 으시대며 말했습니다. "형돈아, 우리가 재석이네를 아주 깔아뭉개 버리자!"

그러자 정형돈이 정색을 하고 대답했습니다. "안돼요. 재석이형은 건드리지 맙시다, 우리" 약간 당황한 정재형이 "왜?" 하고 묻자 정형돈은 "재석이형은 건드리는 거 아니에요. 사실 우리한테는 '유재석'이 아니라 '유느님'이거든요. 하느님이 아니라 유느님!" 정재형이 어이없다는 듯 말했습니다. "지금은 그 애가 여기 없잖아? 없는데도 이러는 거야?" 정형돈은 여전히 진지한 얼굴로 말했습니다. "네. 없어도 마찬가지예요. 유느님이죠." 그러자 정재형은 입을 삐죽거리며 말했습니다. "야, 너 짜증나!" ㅎㅎㅎ

비록 짧은 장면이었지만 정형돈이 얼마나 유재석을 진심으로 존경하고 좋아하는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정형돈은 어제 '무한도전'이 전파를 타자마자 삽시간에 유재석의 머리 위로 기어오르려는 건방지고 못된 동생이 되어 버렸습니다. 정말 그런 거였을까요?

프로 연예인으로서 조정 경기처럼 중요한 방송을 앞두고 체력 관리를 못한 것은 잘못입니다. 그래서 다른 멤버들보다 현저히 뒤처지는 실력으로 민폐를 끼치게 된 것도 잘못입니다. 하지만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을 수도 있겠지요. 어쨌든 정형돈은 약한 체력 때문에 처음으로 시행한 2000m 훈련에서 제 역할을 하지 못했고, 김코치로부터 가장 혹독한 지적을 받았습니다. 나름대로는 열심히 하려고 했건만, 뜻대로 되지 않아서 많이 속상했을 겁니다. 야단맞은 것보다 동료들에게 너무 미안해서 쥐구멍이라도 찾고 싶었을 겁니다.

그런데 느슨해진 듯한 멤버들을 좀 긴장시켜야겠다 싶었는지, 언제나 부드러운 유재석이 모처럼 정색을 하고 쓴소리를 시작했습니다. "모두 함께 좀 더 최선을 다했으면 좋겠어.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참 안타까워." 자기가 누구보다 믿고 의지하고 좋아하는 유재석이 그렇게 말하자, 그러잖아도 울고 싶던 정형돈은 재석이형마저 자기를 이해해 주지 않는다는 생각에 순간 울컥했던 모양입니다. 하지만 진짜로 화가 났다거나 대들고 싶어졌다는 뜻은 아닙니다. 아버지같은 큰형에게 막내동생이 어리광을 피우듯, 순간적으로 감정을 억제하지 못하고 하소연을 좀 했을 뿐입니다. "솔직히 말씀드리지만 중간에 포기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굉장히 못했다는 건 인정하지만, 끝까지 포기는 안했어요."

유재석 또한 가벼운 자극을 주려고 했을 뿐, 멤버들이 진짜로 포기했다고 생각한 건 아니었습니다. 정형돈이 울컥하는 기미를 보였을 때 예상 외의 반응에 살짝 놀란 듯도 싶었지만, 그렇다고 갑자기 태도를 바꾸지도 않았습니다. 하긴 야단을 치다가 아이가 운다고 중간에 거두어들이면 아무 효과가 없으니까요. "포기했다는 게 아니라 서로를 믿으면 좀 더 잘 할 수 있을텐데, 믿지 못하는 것 같으니 안타까워서 그러는 거지. 우리는 이제 연습할 수 있는 시간이 얼마 없어. 나는 솔직히 굉장히 걱정되고 불안해."


언제나 씩씩하고 긍정적인 천하의 유재석이, 조금 전에도 2000m를 질주하는 내내 힘차게 파이팅을 외치던 유재석이, 속으로는 그렇게 걱정하고 있었음을 알게 되자 정형돈의 미안한 마음은 더욱 커졌을 것입니다. 고된 훈련 끝이라 잔뜩 허기졌을 텐데, 그 먹성 좋은 도니가 밥 생각조차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내가 무한도전을 하면서 이렇게 민폐를 끼치게 되다니..." 형돈이 자책하자 유재석이 아주 단호히 말했습니다. "아니야. 누가 너보고 민폐라고 그러냐?" 우리 모두 익히 알다시피 유재석의 저 말은 사탕발림이 아니라 진심입니다. 그는 자기 주변의 사람을 진심으로 귀하게 여기고 진심으로 존중하는 사람이니까요.

유재석이 정형돈의 마음을 이해하지 못했을까요? 동생이 자기한테 대든다고 생각해서 기분 나빠했을까요? 제 생각에 그는 충분히, 정형돈 자신이 생각한 그 이상으로 동생의 마음을 헤아리고 있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물론 유재석도 사람이니까 경우에 따라서는 진짜로 화가 날 때도 있겠지만, 이번 경우는 그렇지 않았을 거라고 저는 확신합니다. 유재석은 사람 중의 큰 사람이고 명실상부한 대인배인데, 가장 아끼는 동생 중의 한 명인 정형돈이 울먹거리며 하소연 좀 했다고 꽁하게 맘 상하고 그랬을 것 같지는 않아요.

저는 유재석을 좋아하면서, 그의 곁에 오래 머무는 사람들까지도 점점 좋아하게 되었습니다. 원래 저에게 있어 유재석 한 사람을 제외한 '무도'의 멤버들은 모두 비호감이었어요. 버럭명수, 깐족하하, 어색형돈, 식신준하 등등 제 맘에 드는 캐릭터는 하나도 없었거든요. 그런데 유재석의 그늘 아래 머무는 동안 제 안에 새겨진 그 사람들의 이미지가 많이 달라졌습니다. 찌질하다고 생각했던 그들의 특성이 오히려 매우 인간적이고 정겨운 모습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던 겁니다. 주변 사람들을 돋보이게 해주는 유재석의 능력은 가히 신이 내린 축복이라고 할만합니다.

이번 일로 인해 정형돈이 비난을 받으면, 오히려 유재석의 마음이 더 아플 것입니다. 사실 유재석은 그 누구도 자기와 관련된 일로 비난받기를 바라지 않을 거예요. 더구나 지금은 7월 말의 조정 경기를 앞두고 어느 때보다 단합이 필요한 시점인데, 근육이 터질 정도로 고된 연습까지 하고 있는 와중에, 체력 보강까지 하느라고 가장 많이 힘들어하는 동생 형돈이가 자기한테 했던 몇 마디 말 때문에 온 국민에게 비난을 받고 있다면 유재석의 마음이 어찌 편할 수 있겠습니까?

유재석을 사랑하는 팬들이 지금 해야 할 일은, 유재석에게만이 아니라 그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도 파이팅을 외쳐주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유재석한테 조금 잘못했다고 막 비난하는 게 아니라, 유재석처럼 넓은 마음으로 이해해 주려고 노력하는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게 우리가 사랑하는 유재석을 행복하게 해주는 길이니까요. 저는 그렇게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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