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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유노윤호와 윤여정의 모습을 보며...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세바퀴' 유노윤호와 윤여정의 모습을 보며...

빛무리~ 2011. 2. 27.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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컴백 후 각종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고 있는 동방신기의 모습을 '세바퀴'에서도 볼 수 있었습니다. 워낙 고정패널과 출연자가 많은 프로그램이라 개별적인 토크는 거의 들을 수 없었지만, 제게는 매우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스피드 퀴즈'에서 유노윤호가 통화 상대자로 원로 여배우인 윤여정을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언뜻 생각하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친분관계라 순간 깜짝 놀랐습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2009년 가을, 두 사람은 같은 드라마에서 만나 굉장히 아름다운 커플(?) 연기를 보여 준 적이 있었더군요. 워낙 시청률이 좋지 않았고, 저도 보다가 중간에 포기했던 드라마인지라 깜박 잊었었는데, 덕분에 생각이 났습니다.

'맨땅에 헤딩'은 작품성 면에서 별로 높이 살만한 드라마는 아니었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그러나 저는 윤호와 윤여정의 투샷을 매우 사랑했고, 그들의 모습에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가 그 무렵 써 놓았던 글의 내용 일부를 소개해 보겠습니다. 드라마 속에서 현재 유망한 축구선수였던 차봉군(유노윤호)은 익사할 뻔했던 후유증으로 기억상실증에 걸려 눈앞의 원수도 알아보지 못한 채 병원에 입원 중이며, 그 곳에서 치매환자인 애자씨(윤여정)를 만나 세대를 초월한 우정을 나누게 된 상황입니다.

*******

2009년 9월 25일자 '맨땅에 헤딩' 리뷰 중...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 고통은 다시 시작된다. 물론 자기가 누군지조차 모르는 상황도 마냥 편하지는 않겠지만, 끔찍한 기억이 돌아오는 순간의 고통에 비할 수 있을까? 어쩌면 봉군에게는 지금이 가장 행복한 시간일 수도 있다. 지금 그가 살고 있는 세상은 현실과 동떨어져 있다. 사회적인 규범과 틀에서 벗어나 완전히 자유로울 수 있는 곳이다. 갓 스물을 넘긴 소년과 치매를 앓고 있는 노인이, 처음 만나자마자 스스럼없이 말을 트고 또래의 친구를 만난 것처럼 티없이 즐거워할 수 있는 그런 곳이다.


그가 그녀에게 물었다. "내 이름은 봉군이야. 그쪽 이름은 뭐야?" 그녀가 활짝 웃으며 대답했다. "내 이름은 애자야..." 그는 감탄하며 말했다. "애자씨? 이름 예쁘네...!" 그녀가 기뻐하며 대답했다. "봉군씨 이름도 예쁘네...!" 그들은 더 이상 아무것도 궁금해하지 않는다. 골목에서 어울려 놀다가 친구가 되는 어린아이들처럼, 그저 좋은 친구를 만난 것이 한없이 기쁠 뿐이다. 함께 웃을 수 있고, 기댈 수 있고, 이야기 나눌 수 있어서 좋을 뿐이다.
 
그들처럼 단순하게, 지금 그대로의 모습을 받아들이며, "어떻게 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 없이 살아갈 수 있다면 그것도 좋지 않을까? 우리는 언제나 당위성의 지배를 받으며 살아가고 있으나, 정작 그 당위성은 어떤 절대자가 우리에게 지시해준 것들이었나?


두 사람이 함께 있는 모습이 어찌나 아름다웠던지, 나는 순간 70대 중반의 나이에 30대 남자와 결혼했다던 '연인'의 작가 마르그리트 뒤라스의 일화를 떠올렸다. 솔직히 전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던 작가 뒤라스이니만큼 재산이 만만치 않았을테고, 젊은 남자가 그녀와 결혼했을 때야 그 재산 이외에 다른 이유가 있었겠는가 하고 생각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애자씨와 봉군씨'의 모습을 보면서... 꼭 그 이유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내가 매우 존경하는 지인 한 분이 이런 말씀을 하셨다. "부부는 말이다. 세상에서 제일 친한 친구야. 처음에는 남자와 여자로 시작하지만, 나중에는 그런 게 중요치 않게 돼. 그냥 너무 편안하고 좋은 친구일 뿐이야." 물론 사람마다 다른 부분이 있겠지만, 그 말씀이 결코 틀리지는 않다고 나는 생각했다. 그 사람과 함께 있어서 마음이 평화롭고 즐거울 수만 있다면, 사회적 규범이나 남들의 시선이 뭐 중요할까?


봉군이가 모든 아픈 기억을 잊은 채로 저렇게 애자씨와 손 잡고 살아가는 것도 어쩌면 나쁘지는 않을 수도 있다는, 정말이지 말도 안되는 생각을 나는 하고 있었다. 그냥 순간적으로 스쳐 지나가는 생각이긴 했지만,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기에 더욱 아련했다.

애자씨와의 평화롭던 꿈들을 뒤로 하고, 이제 기억을 되찾은 차봉군은 다시 험악한 세상으로 뛰어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앞으로 애자씨의 역할은 더 남아 있을 것이다. 전재산을 물려준다든가 뭐 그런 식의 식상함을 벗어나기는 어렵겠지만, 나는 그렇게라도 봉군이에게 그녀의 그림자가 남아있었으면 좋겠다. 현실에서 찾기 어려운 휴식을 그에게 선물해 준 사람이 애자씨였으니까, 그렇게라도 저 둘이 함께 있었으면 좋겠다.

*******


결국 드라마 '맨땅에 헤딩'은 최악의 시청률로 종영되었고, 최고의 아이돌 스타로서 처음 연기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유노윤호에게 적잖은 타격을 입혔습니다. 제가 보기에 정윤호의 연기가 신인으로서 그리 나빴던 것은 아닙니다. 그러나 처음부터 주연을 맡은 것에 대한 대중의 거부감과 더불어, 전체적 구성이 허술한 대본으로 제작된 허술한 드라마였다는 점이 문제였습니다. 그런데도 윤호는 드라마가 끝난 후 1년 반이 지난 현재까지 그 때의 인연을 버리지 않고, 꾸준히 윤여정에게 먼저 연락을 하며 지내왔다고 합니다. 왠지 흐뭇하더군요. 어쩌면 차봉군이 되어서 애자씨를 만나던 그 순간의 따뜻함을 잊지 못했던 게 아닐까... 혼자만의 생각일지도 모르지만 저는 그렇게 믿고 싶습니다.

요즘 윤여정은 아무 죄없이 마음 불편한 나날을 보내고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수시로 방송에 나와 그 때마다 해묵은 상처를 들먹이는 전남편 때문이지요. 조영남은 온 국민이 보는 앞에서 후회도 하고 눈물도 흘리고, 노래도 부르고 농담도 하고 여자친구들 자랑도 하면서, 가슴에 맺힌 것 없이 다 풀며 지내는지 모르겠지만... 아무 말 없이 견디고 있는 그녀의 입장이야말로 얼마나 답답하겠습니까?


"선생님이 유노윤호씨랑 계속 연락도 하고 친하게 지내신다고 해서 깜짝 놀랐어요..." MC 이휘재의 말인즉, 젊은 가수와 원로 배우가 그런 친분이 있을 거라고는 짐작 못했기에 놀랐다는 뜻일 뿐 다른 의미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윤여정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드라마를 같이 했는데, 윤호가 워낙 착해서 가끔 문자도 하고 그런거지 뭐, 그 애랑 나랑 뭘 하겠수?" 가볍게 생각하면 남들 웃기려고 재치있게 한 말일 수도 있겠지만, 또 한편으로 생각하면 만약에라도 이상한 말이 떠돌까봐 예민해져 있는 심리를 대변한다고도 볼 수 있는 답변이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박칼린이 짝사랑하는 연하남이 있다는 말이 나오자마자, 어처구니 없게도 제자인 최재림과 스캔들을 조작해 버릴 만큼 웃기는 세상이니까요.

봉군씨와 애자씨의 우정이 오래오래 지속되기를 바랬던 제 소망은, 윤호와 윤여정이 아직도 따뜻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으로 많이 충족되었습니다. 윤호에게도 윤여정에게도 최근에 힘든 일이 많이 있었지만, 그래도 언제까지나 행복했으면 좋겠습니다. 아무 걱정 없이 서로의 눈을 바라보며 기쁘게 활짝 웃던, 그 봉군씨와 애자씨처럼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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