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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이면 밤마다' 문희준, 이미지 망치는 돈 자랑 토크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밤이면 밤마다' 문희준, 이미지 망치는 돈 자랑 토크

빛무리~ 2011. 3. 1.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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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함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까지 모두 다 드러내는 것은 올바른 방식의 솔직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당히 숨길 것을 숨길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를 넘어선 솔직함을 강요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청률 경쟁에 목마른 방송들은 갈수록 출연자에게 지나친 솔직함을 강요하고, 인기에 목마른 연예인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듯 그 솔직함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연인들 사이에서 절대 주고받지 말아야 할 대화가 바로 지나간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들 하지요. 차라리 상대가 믿지 않더라도 네가 첫사랑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지요. 설령 지나간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손을 잡았고 어떻게 키스를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필요는 절대 없다지요. 하기야 남녀 불문, 연인에게 그런 말들을 자세히 듣고서야 기분 좋을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지나친 솔직함의 폐해를 나타내는 가장 좋은 예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연예인들이 돈을 많이 번다는 사실이야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지금도 어딘가에서는 전도유망한 작가가 병든 몸으로 끼니조차 챙기지 못해 옥탑방에서 혼자 굶어 죽어가고, 많은 젊은이들이 이 전세 월세 대란 속에서 방 한 칸 구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현실인데, 갓 서른의 젊은 연예인이 "나는 집 욕심이 있어서 여러 채의 집을 샀다" 고 말하는 소리를 들으면 기분이 썩 좋지는 않을 수밖에 없습니다.


이번 주 '밤이면 밤마다'는 좀 이상했습니다. 아이돌 출신의 게스트들을 모아 놓고 초반부터 왜 뜬금없이 세무조사라도 하는 것처럼 돈을 얼마나 벌었느냐는 식의 질문을 시작했는지 모르겠습니다. MC 탁재훈이 특히 문희준을 겨냥해서 집요하게 묻더군요. "대체 집이 몇 채나 있어야 만족하겠어요?" 그러자 잠시 당황하던 문희준은 쿨하게(?) "집은 여러 채 있습니다." 하고 인정했습니다. 데뷔 전에 화장실조차 없는 3평짜리 집에서 살았던 기억이 있기 때문에 집에 욕심이 생겨서 돈이 생기면 집을 사곤(..;;) 했다는 것입니다. 번 돈이 적지는 않을 거라고 짐작이야 했지만, 저는 순간 속으로 멈칫하게 되더군요. 도대체 몇 채의 집을 사들였다는 것일까? 궁금해지기도 했습니다.

문희준의 '머니 토크'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습니다. 한창 잘 나가던 시절에 CF도 많이 찍었는데, 최고로 받았던 몸값이 무려 15억원이었다고 자랑스레 말하더군요. 지금으로 따지면 40억이 넘는 돈일 거라고 굳이 계산까지 해 주었습니다. 예시가 부족하다 싶었던지 "그 당시 제가 1억 2천에 집을 샀는데, 그 집이 이제는 10억 짜리가 됐거든요." 그러니까 현재 소유하고 있는 여러 채의 집 중의 한 채는 10억이 넘는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아직도 '머니 토크'의 소재는 더 남아 있었습니다. 후배 아이돌들에게 비자금 마련하는 법을 가르쳐 준다면서 문희준은 "곡을 쓰라" 고 권유했습니다. 자기가 만든 곡이 노래방에서 불리워지게 되면 통장으로 저작권료가 들어오는데, 바쁜 활동 중에 잊고 지내다가 5년 또는 10년 후에 확인해 보면 엄청난 액수의 목돈으로 불어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몇 억짜리 집을 여러 채나 가지고 있는 문희준이 '깜짝 놀랄 만큼'의 액수라고 하니, 저와 같이 평범한 사람으로서는 감히 짐작하기도 어렵군요.

하지만 이 또한 연예인과 일반인 사이의 괴리감과 서러움을 느끼게 하는 토크였습니다. 물론 창작의 능력이 없는 사람도 많을 것이며, 능력이 있다 하더라도 그 능력을 돈으로 만들 수 있는 기회가 누구에게나 쉽게 주어지는 것은 아니니까요. 문희준은 어린 나이에 아이돌로 데뷔하여 최고의 인기를 누렸으니, 작곡한 노래가 버젓이 노래방에 여러 곡이나 올라갔겠지요. 하지만 평범한 젊은이들이야 아무리 혼자 노래가사를 쓰고 작곡을 한다 해도 누가 알아주지 않으면 소용없는 일 아니겠습니까? 노력한다 해서 모두 다 스타가 될 수는 없으니까요. 누구는 매일 한푼 두푼이 없어서 쩔쩔매는데, 누구는 엄청난 돈이 계속 저절로 들어오는 통장을 십여년간이나 까맣게 잊고 지낼 수 있다는 사실이 씁쓸하게 느껴졌습니다.


문희준의 '머니 토크' 마지막 소재는 헤어진 연인에 관한 이야기였습니다. 역시 유명 연예인이었던 그 여자친구는 취미와 사랑 방식이 '쇼핑'이었다더군요. 연인끼리 밥 먹고 영화 보고 드라이브하는 데이트 대신, 그녀를 만나면 언제나 백화점에 들렀다고 합니다. 대화의 주제는 새로 입고된 신상에 관한 이야기였고, 그녀는 문희준에게 대놓고 사달라 졸라댔는데 사랑하는 마음에 그것도 예쁘기만 해서 무조건 다 사 주었답니다. 그렇게 1년을 만났는데, 하도 카드를 긁다 보니 그녀를 만나면서 가장 많이 한 말은 "사랑해"가 아니라 "일시불이요" 였답니다. 나중에는 카드의 마그네틱이 손상되기까지 했다는데 그건 정말인지 어떤지 모르겠네요.

그녀의 품행으로 보아 결코 값싼 옷을 입지는 않았을 텐데, 그토록 아낌없이 1년 동안 카드를 긁어대며 신상을 선물할 수 있었다니 역시 돈이 많기는 많았나봅니다. 하여튼 뭐 그런 여자를 만나서 실컷 옷이나 사주다가 헤어지게 되었다는 이야기인데 별로 듣기에 개운하지는 않았습니다.

저는 도대체 문희준이 무슨 생각에서 그토록 끝없는 '돈 자랑 토크'를 했는지 좀 이해가 되질 않습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자신에게 별로 플러스가 될 것 같지 않았거든요. 한 때 국내 연예인 중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사람이 바로 문희준입니다. 그러다가 당당히 현역 군인으로 제대한 후 '무릎팍 도사' 출연을 계기로 이미지 쇄신에 완전 성공하게 된 케이스지요. 오랫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구었던 '뷁' 논란도 사실은 '브레이크' 였던 것으로 밝혀졌고, 화장한 듯 붉은 입술도 립스틱을 발랐던 게 아니라 원래 색깔이 빨간 것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야 원래 팬도 아니고 안티도 아니었지만 '무릎팍 도사'에서 보여 준 그의 소탈한 모습은 상당히 괜찮은 호감으로 다가왔습니다.


비호감 이미지는 벗었지만, 예전의 영광에 비한다면 컴백한 후 문희준의 활동은 상당히 미약했습니다. 그거야 어쩔 수 없는 일이지요. 최근에는 '강심장'에 모처럼 고정 패널 자리를 꿰차고 앉았지만, 거의 발언 기회를 얻지 못하여 촬영 내내 입에서 단내가 날 지경입니다. 일회성 게스트일 때는 그래도 발언 기회가 넉넉히 주어졌지만, 고정에게는 그러한 배려가 없으니까요. 90% 이상 본인의 재량으로 적시에 치고 나가야 하는데 그게 쉬운 일이 아니지요. 이런 상황에서 언제나 분량에 목말라하며 애태우는 문희준의 모습은 짠해 보일 때가 많았습니다.

말하자면 요즘 문희준의 컨셉이란, 본의 아니게 그런 것인지는 모르지만 좀 불쌍하고 안스러운 모습입니다. 한 때 최고의 아이돌이었던 그가 지금은 한 마디 방송 분량에 목을 매면서 발을 동동 구르는 모습이 짠하면서도 우습게 느껴지는 것이지요. 이와 같은 캐릭터는 한결 가깝고 친근한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 때문에, 연예인에게 있어서는 매우 유리한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밤밤'에서의 돈 자랑 토크로 인해 문희준은 스스로 그 좋은 캐릭터를 뻥 차버린 셈이 되었네요.


그는 젊은 나이에 여러 채의 집을 가졌고, 그 중 한 채는 10억이 넘고, 아직도 저작권료 통장에는 끊임없이 엄청난 액수의 돈이 입금되고 있을 것입니다. 이것은 문희준만이 아니라 과거에 어느 정도 잘 나갔던 연예인이라면, 또 지금 잘 나가는 연예인이라면 누구에게나 해당되는 일일지 모릅니다. 돈이 많다는 게 죄도 아니고, 그것 때문에 비난을 들어야 할 이유는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굳이 저렇게까지 구체적인 말들을 다 털어놓을 필요는 없었습니다. 그런 이야기를 모두 들었으니, 앞으로 '강심장'에서 아무리 애타는 모습을 보인다 해도 더 이상 짠하게 느껴지지는 않을 거예요.

하지 않아도 좋았을 말들로 인해 우리는 각박한 현실의 괴리감이 느껴져서 불편했고, 문희준은 자신에게 유리했던 캐릭터를 잃었습니다. 사실 근본적인 문제는 문희준이 아니라, 좀 더 자극적인 방송을 만들기 위해 그에게 지나친 솔직함을 강요했던 '밤밤' 제작진과 MC들이 아닐까 싶기도 하군요. 지금까지 큰 무리수를 두지 않고도 재미있는 방송을 잘 만들어 왔건만, 갑자기 실망스럽게 왜 이러는지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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