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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이제까지 모델 장윤주라는 인물을 떠올리면 참으로 멋진 여자라는 생각을 했었습니다. 젊은 나이에 자기 분야에서 최고의 자리에 올랐음에도 거만하지 않고 소탈한 느낌이 좋았고, 그러면서도 당당하고 늘 자신감 있는 모습이 좋아 보였습니다. 언젠가 '무릎팍 도사'에 나왔을 때, 자신의 20대를 돌이켜 보면 아무런 후회가 없을 만큼 하고 싶은 일을 모두 다 해봤고 누릴 수 있는 것을 거의 다 누려 보았기 때문에 너무나 감사할 뿐이라고, 그런 식으로 말했던 것을 기억합니다. 또한 루시드폴, 이적, 정재형 등의 뮤지션과 더불어 '놀러와'에 출연했을 때는 생각지도 못한 청아한 목소리로 프로급에 가까운 노래 실력까지 선보였습니다. 게다가 그 때 불렀던 노래는 장윤주의 자작곡이라고 하더군요. 직업이 모델이면서도 뮤지션들과 ..
저는 평소 예능 프로그램을 좋아하지만 이런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그 어떤 예능을 보면서도 이렇게 처음부터 끝까지 미친듯이 웃느라 정신을 못 차렸던 기억은 없습니다. 나중에는 얼굴도 아프고 배도 아파서 그만 웃으려고 애써 봤지만 도무지 멈출 수가 없더군요. 만만찮은 녀석이라는 건 진작부터 알고 있었지만, 예전에는 이 정도까지는 아니었습니다. 오죽하면 1년에 한 번 웃는다는 카메라 감독까지 웃겨버릴 만큼 '무릎팍 도사 - 장근석' 편은 정말 대박이었어요. 할 수만 있다면 주머니 속에 넣고 다니면서 울적할 때마다 꺼내 보고 싶다는 생각이 저절로 들었습니다. "여기가 혹시... 무릎이 닿기도 전에..." 하면서 문을 열고 머리를 내밀 때, 게스트가 장근석이라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도 얼핏 "여자인가?" 하..
상처를 치유한다는 독특한 주제로 시작한 예능 '힐링캠프, 기쁘지 아니한가'는 말하자면 '무릎팍 도사'의 SBS 버젼이라 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과연 상처를 치유하는 프로그램이 맞는 건지는 좀 의문이 듭니다. '무릎팍 도사'는 초창기에 참으로 속시원한 토크를 벌였을 뿐 아니라, 결과적으로는 그런 진솔한 대화가 많은 순기능을 지녔음을 증명했었지요. 논란이 많았던 연예인이 게스트로 출연해 모든 이야기를 속시원히 털어놓음으로써 그간의 오해를 풀고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 혜택을 누린 대표적 인물로는 국내 최다 안티팬을 보유하고 있던 문희준을 예로 들 수 있겠군요. 그런데 '힐링캠프'의 출연자들에게서는 아직까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특히 초대 게스트인 김영철 편에서는 거의..
성시경은 처음 등장할 때부터, 오직 여성 팬들을 위해 최적화된 남자 가수처럼 보였습니다. 달콤하고 부드럽다 못해 느끼하기까지 한 목소리는 노래할 때만이 아니라 말할 때에도 계속 이어졌습니다. 라디오 프로그램 '푸른 밤, 성시경입니다'를 진행할 무렵 "잘 자요~" 라는 특유의 마무리 인사는 그의 트레이드 마크였지요. 불특정 다수의 청취자를 향해 마치 연인에게 하는 듯한 속삭임으로 건네는 그 인삿말을 가끔씩 듣게 되면, 저는 소름 돋는 민망함에 진저리를 치기도 했지만 한편으로는 극도의 오글거림을 즐기며 웃을 수도 있었습니다. 의외로 기분이 썩 나쁘지는 않더라는 말이죠..^^ 그런데 같은 남자들이 듣기에는 정말 재수없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ㅎㅎ 하여튼 꽤나 특이한 분위기를 풍기던 성시경을 저는 썩 ..
저는 신애라를 오래 전부터 좋아했지만 참 특이하게도 배우가 아닌 그냥 사람으로서 좋아했던 거였습니다. 좀 미안한 말이지만 이제까지 그녀가 연기를 잘 하는 여배우라고 생각해 본 적은 없어요. 그리고 더욱 미안한 말이지만 최근 '불굴의 며느리'를 보면서 그 느낌이 더욱 강해졌습니다. 오래 쉬어서 그런지 예전보다 더욱 어색하더군요..;;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일단 사람 자체의 느낌이 좋고, 연기도 아주 발연기 수준은 아니어서 무심히 볼만은 합니다. 아이도 없는 34살의 젊은 과부 오영심이 자기보다 4살밖에 어리지 않은 30살의 문신우를 보고 "총각~ 총각~" 하며 부른다는 것도 황당하고, 모든 것을 다 갖춘 완벽남 문신우가 그냥 동네 아줌마 느낌밖에 나지 않을 듯한 오영심에게 별 이유도 없이 홀딱 반해버리는 ..
사실 '밤이면 밤마다'에는 MC가 너무 많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MC도 꽤 많습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비주얼 담당 정도로 보면 되겠고, 김제동과 빅뱅의 대성은 군데군데 웃음을 뿌려주는 양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아이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MC로서 꽤 능력있다고 생각해 온 김제동조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존재감이 아주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탁재훈과 박명수가 이 사람들을 이끌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일단 탁재훈과 박명수를 메인 MC로 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주변에 무려 4명이나 포진시켜 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지..
이번 주 '강심장'에서는 정말 오랜만에 저의 심장을 제대로 뛰게 하는 토크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정선경이 털어놓은 '40세 출산기'였습니다. 제목만 보고는 노산이라서 힘들게 아이를 낳은 것에 대한 체험담일 거라고 단순히 예상했기에 아무 기대가 없었는데, 정작 들어보니 그게 아니었습니다. 정선경은 재일교포 남편과 함께 일본 체류 중에 출산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산모 나이 35세가 넘으면 노산으로 분류되어, 그 이전까지는 하지 않아도 되는 기형아 검사 등을 해야 한다는 것을 미리 알고 있었는데, 의사가 그것에 대해 아무 언급이 없기에 자신이 먼저 물어보았답니다. 그러자 일본인 의사는 의아해하며 "왜 그런 검사를 하려고 합니까?" 물었고, 정선경은 "그냥 나이가 많은데 초산이라..." 하고 대답했답니다..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김태원이 아들의 자폐증을 털어놓았습니다. 어린 시절부터 파란만장했던 그의 일대기는 거의 들어 알고 있었으나, 아들이 그렇게 많이 아픈 줄은 처음 알았습니다. 힘겨웠던 지난 날의 온갖 고통들을 이겨내고 지금은 그저 행복하게 살고 있는 줄만 알았는데, 그의 삶에 끝없이 계속되는 고통은 제 이마에 식은땀이 맺힐 만큼 상상을 초월했습니다. 아들 우현이는 지금 11살이지만 한 번도 아빠와 대화를 나눠 본 적이 없다고 했습니다. 김태원은 지금도 아들과 대화하는 꿈을 꾸며 그 날을 기다리고 있다 했습니다. 자폐아에 대해 편견을 가진 사람들의 싸늘한 시선 때문에 그들은 너무나 큰 상처를 받았으며, 그것이 바로 현재 김태원의 아내가 아이들을 데리고 외국에서 살고 있는 이유라고 했습니다. 그의 아..
'무릎팍 도사'에 출연한 임권택 감독은 일제 치하에서 보냈던 어린 시절, 6.25 전쟁통에서 보냈던 사춘기, 어린 나이에 가출해 부산 영도다리 밑에서 극도의 궁핍을 견디며 연명하던 젊은 시절 등, 파란만장한 이야기를 털어놓았습니다. 당시로서는 수입이 좋았던 군화 제작일을 시작하면서부터 그에게 새로운 인생이 시작되었군요. 군화 제작일을 하던 선배들은 나중에 어느 정도의 돈이 모이자 서울로 진출하여 충무로에 영화사를 차렸고, 장사에 소질이 없던 젊은 임권택도 그들과의 연을 붙잡고 제작진의 막내로 영화판에 뛰어들었습니다. 그의 연륜은 이미 76세에 이르렀지만, 날카로운 언변과 위트는 젊은이 못지 않았습니다. 게다가 그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파란만장한 일대기는 그 자체가 한 편의 대하드라마처럼 흥미롭더군요. ..
솔직함은 물론 좋은 것이지만, 드러내지 말아야 할 것까지 모두 다 드러내는 것은 올바른 방식의 솔직함이 아닙니다. 우리는 적당히 숨길 것을 숨길 줄 알아야 하고, 다른 사람에게 도를 넘어선 솔직함을 강요하지도 말아야 합니다. 그런데 시청률 경쟁에 목마른 방송들은 갈수록 출연자에게 지나친 솔직함을 강요하고, 인기에 목마른 연예인들은 스스로 무덤을 파듯 그 솔직함의 유혹에 빠져듭니다. 연인들 사이에서 절대 주고받지 말아야 할 대화가 바로 지나간 사랑에 대한 것이라고들 하지요. 차라리 상대가 믿지 않더라도 네가 첫사랑이라고 거짓말을 하는 게 낫다지요. 설령 지나간 사랑이 있었다는 사실을 안다 하더라도, 구체적으로 어디서 어떻게 만났고 어떻게 손을 잡았고 어떻게 키스를 했는지... 미주알고주알 늘어놓을 필요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