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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밤'의 총체적 난국, 회생할 수 있을까?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밤밤'의 총체적 난국, 회생할 수 있을까?

빛무리~ 2011. 5. 31. 12: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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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밤이면 밤마다'에는 MC가 너무 많습니다. 워낙 많다 보니 별로 하는 일 없이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같은 MC도 꽤 많습니다. 애프터스쿨의 유이와 씨엔블루의 정용화는 비주얼 담당 정도로 보면 되겠고, 김제동과 빅뱅의 대성은 군데군데 웃음을 뿌려주는 양념 정도로 보면 될 것 같습니다. 세 명의 아이돌이야 그렇다 치더라도 MC로서 꽤 능력있다고 생각해 온 김제동조차도 이 프로그램에서는 존재감이 아주 미약합니다. 그렇다고 탁재훈과 박명수가 이 사람들을 이끌며 든든한 기둥 역할을 하고 있느냐 하면, 별로 그렇지도 못합니다.

대충 정리해 보자면 일단 탁재훈과 박명수를 메인 MC로 삼기는 했는데, 아무래도 불안하니까 주변에 무려 4명이나 포진시켜 두었다고 볼 수밖에 없는 포맷입니다. 하지만 이미 시작된지 6개월이 넘었는데도 MC들끼리 융화되지 못하고 여전히 서로를 어색해하는 듯한 분위기는, 이들이 무척이나 어울리지 않는 조합임을 느끼게 합니다. 탁재훈은 신정환 정도로 죽이 맞는 파트너를 만났을 때만 특유의 재치가 발휘되는 타입이고, 더구나 유재석이 곁에 없는 상황에서 박명수의 개그는 설탕이나 크림이 전혀 없이 커피만 다섯 스푼 정도 넣어서 마시는 것처럼 독하고 쓰디씁니다. 이런 두 사람 옆에 날개 꺾여 기죽은 김제동과 어설픈 아이돌 세 명을 붙여 놓았으니, 생각할수록 대략난감하고 불안한 구성입니다.


그렇다 보니 '밤밤'은 언제 봐도 참으로 분위기가 산만하고, 재미 측면에서는 기복이 무척 심합니다. 프로그램의 특성 자체가 마치 '무릎팍 도사'처럼 한 명의 게스트에게 집중적으로 포커스를 맞추는 청문회 형식이다 보니, 어떤 게스트가 초청되느냐에 따라서 완전히 달라지는 거죠. '무릎팍 도사'에는 강호동이라는 걸출한 MC가 있어서 게스트가 좀 약하더라도 그에게서 뽑아낼 수 있는 것들을 가능한 한 알차게 뽑아내며 안정적인 재미를 줄 수 있지만, '밤밤'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김태원과 같은 대박 게스트가 초청되어 120%의 활약을 보여주는 날은 '밤밤'도 대박이지만, 재치가 부족하거나 예능에 익숙치 않은 게스트가 나왔을 때는 그야말로 처참하게 바닥을 칩니다. 탁재훈의 깐족거림과 박명수의 버럭 개그는 멀뚱한 게스트 앞에서 아무 힘을 쓰지 못한 채, 시청자의 짜증만 돋굴 뿐이죠.

그런데 경쟁 프로그램인 '놀러와'가 그야말로 놀라운 섭외력을 자랑하는데 비해, '밤밤' 제작진은 갈수록 게스트 섭외에 난항을 겪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제 겨우 6개월이 지났을 뿐인데 말이지요. 오죽하면 이번 주에는 자기네 MC들을 청문회의 주인공으로 내세웠더군요. 원래는 게스트를 2명만 초청하여 그들에게서 심도있는 토크를 이끌어내야 하는 것인데, 이번에는 주인공이 아닌 증인 자격으로 무려 8명의 게스트를 우르르 데려다 놓고 그 한가운데는 MC 박명수를 앉힌 것입니다. 참으로 생뚱맞다고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놀러와'가 아닌 '밤밤'을 선택했습니다. 요즘 '놀러와'에서는 '부부특집'이라는 것을 기획하여 벌써 몇 주째나 나이 지긋한 연예인 부부들을 초빙하고 있는데, 저의 개인적 취향에는 그게 별로 맞지 않았거든요. 사실 '부부특집'이란 호불호가 상당히 많이 갈릴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중년 이상의 기혼자들은 이들의 토크에 공감하고 재미있어하겠지만, 보다 젊은 층의 미혼자들에게는 크게 어필하기 힘든 주제니까요. 8년째 이어져 오는 '놀러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공략해야 하는 '밤밤'으로서는 지금이 기회입니다. 바로 이럴 때에 대중의 관심이 확 끌리는 게스트를 데려다가 최고로 재미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하는 거였어요. 그런데 결과물은 한심하기 이를 데 없었습니다.

차라리 '시간이 멈춘 날'로 컴백하여 '버퍼링 댄스'로 인기를 끌고 있는 장우혁을 메인 게스트로 청문회 의자에 앉혔다면 대략 중박은 되지 않았을까 싶은데, 어째서 그를 증인 8명 중 한 명으로 구석자리에 앉혀놓았는지 모를 일입니다. 더구나 그 옆에는 HOT 동료였던 토니안까지 데려다 놓고 말입니다. 이 둘의 대결 형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했다면 '놀러와'의 '부부특집'과 확실히 차별화되는 컨셉으로 시청층을 나눌 수 있으니 유리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들에게서 1시간을 채울만한 토크를 이끌어낼 자신이 없었던 걸까요?


물론 1세대 아이돌의 추억담도 이제는 그닥 신선한 토크 소재가 못 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러나 최소한 '박명수 청문회' 보다야 낫지 않았을까요? '거성 엔터테인먼트' 소속 연예인이라는 김경진이 나와서 몇십분 동안이나 사장 박명수를 성토하며 개인적인 불평거리들을 토해내는데, 보고 있는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짜증 지대로 였습니다. 정말 이렇게밖에 프로그램을 만들 수 없었던 걸까요? 더구나 요즘처럼 시청률을 올릴 수 있는 최적기를 맞이해서 말입니다. 만약 '놀러와'에서 '세시봉' 정도의 대박 아이템을 방송하고 있었다면, 어차피 버리는 카드로 이런 MC 청문회를 해도 괜찮았겠지만 요즘 이러는 건 정말 아니거든요.

박명수 다음으로 청문회 의자에 앉은 사람은 뜻밖에도 정용화였습니다. 데뷔한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직도 신인급의 가수에게 무슨 청문회 거리가 있을까 싶었는데, 그를 심문하러 나선 사람은 '제국의 아이들' 황광희였습니다. 이 친구가 '강심장'에 출연하여 '성형돌'을 자칭하며 제2의 노홍철이라 할만한 속사포 토크를 선보일 때는 나름대로 신선하고 재미있었지요. 그러나 역시 한정된 소재가 고갈되니 후속 아이템이 마땅치 않아, 날아오를 때만큼이나 급속도로 내려오는 중입니다. 역시 예능에서 살아남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에요.


광희가 청문회랍시고 정용화를 심문하는 내용은 "왜 내가 보낸 문자에 답장을 안 하느냐?"고 따지는 것이었습니다. 몇월 며칠이라고 날짜까지 주워섬기면서, 내가 뭐라뭐라 길게 문자를 보냈는데, 너는 하루가 지나서야 "네~" 라고 답장을 했다는 둥, 정말 이 토크 역시 듣고 있기가 짜증스럽기 이를 데 없더군요. 문자에 답장이 좀 없을 수도 있는 거지, 과도하게 집착하며 따지고 드는 모양새는, 제가 그 대상이 아닌데도 피곤함을 느끼게 했습니다.

그런데 그들(남자 아이돌 가수들) 사회의 특징인지는 모르겠으나, 의외로 그런 것에 자존심을 걸고 집착하는 분위기가 있는 것도 같았습니다. god 출신의 김태우가 나서서 "나 역시 정용화에게 문자를 보냈는데 답장을 받지 못했다"고 증언하며 광희 편을 드는가 싶더니, 장우혁마저 나서서 "내가 홈페이지를 오픈해서 모든 후배 가수들에게 영상으로 축하 인사를 받았는데, 오직 씨엔블루에게서만 인사를 받지 못했다" 면서 공격에 가세했습니다. 정용화가 점점 수세에 몰리는 상황이었지요.


알고 보니 씨엔블루는 너무 신인인 관계로 얼마 전까지만 해도 개인 휴대폰이 없었더군요. 그렇다보니 연락 자체가 원활하지 않아서 생겨난 오해들이었습니다. 사실 수천수만 가지의 이유로 연락이야 잘 안 될 수도 있는 건데, 눈꼽 만큼도 신경쓸 거리가 안 되는 작은 일들을 가지고 미묘한 신경전을 벌이며 서로 따지는 모습들을 보니, 그야말로 피곤하다는 생각 외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이번 주 '밤밤'은 토크쇼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민망한 방송이었어요. 나름 괜찮은 게스트들을 잔뜩 불러다 놓았으니 제대로 된 이야깃거리를 뽑으려고 마음만 먹었다면 얼마든지 가능했을 듯 싶은데, 도대체 뭘 어쩌자고 사석에서 말장난하는 것 같은 이런 대화들로 프로그램을 꾸몄는지 모를 일이었습니다. 처음부터 끝까지 "사장님 나빠요!" 라며 투덜거리는 김경진의 목소리와, 고작 문자에 답장을 했네 안했네 하는 일로 옥신각신하는 남자들의 쫀쫀한 대화로만 1시간을 채울 생각을 하다니, 그 무모한 용기가 정말 신기할 뿐입니다.


설상가상 다음 주에도 MC 청문회는 계속됩니다. 리지는 유이 언니한테 붙잡혀 화장실로 끌려갔었다고 서두를 꺼내놓았고, 승리는 대성을 심문하기 위해 일본에서 급 귀국을 했다지요. 어차피 또 아주 작은 일들을 빌미로 자기들끼리 옥신각신하는 내용일 것 같아서 기대감은 거의 제로 상태이지만, 최소한 이번 주보다는 나은 방송이 되기를 바래 봅니다. 감히 말하건대, 이번 주와 같은 방송이 계속된다면 '밤밤'은 거의 회생할 기미가 없어 보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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