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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탄' 이태권의 눈물, 김태원 드라마의 화룡점정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위탄' 이태권의 눈물, 김태원 드라마의 화룡점정

빛무리~ 2011. 5. 28.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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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탄생' 시즌1이 백청강을 우승자로 배출시키며 끝이 났습니다. 너무 예상하고 있던 결과여서 아무 긴장감은 없었습니다. '위탄'은 결승 진출자들에게 스스로 가장 자신있는 노래를 선곡하여 부를 수 있도록 자유 미션을 주었는데, 이태권은 윤도현 밴드의 '박하사탕'을, 백청강은 빅마마의 '체념"을 선택했습니다. 둘 다 무난하기는 했으나, 결승전 치고는 너무 임팩트가 없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동안 무척 깊은 애정을 갖고 시청하던 프로그램인데, 이렇게 무덤덤한 마음으로 그 마무리를 지켜봐야 한다는 게 조금은 씁쓸하더군요. 오히려 예선이나 멘토스쿨 시절에는 참가자들의 노래를 들으며 가슴이 울린 적도 많았는데, 후반으로 갈수록 그런 일이 거의 없어졌습니다.

어쨌든 '위대한 탄생-시즌1'은 김태원의 드라마였습니다. 초반부터 김태원의 인간적인 멘토링이 방시혁의 독설과 맞물리며 시너지 효과를 내어 '위탄'의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제자를 선택하는 과정에서의 드라마틱한 전개가 더욱 시청자의 마음을 사로잡았습니다. 김태원의 '외인구단'은 이 시대의 가장 친근한 스타들로 떠오르며 인기가 급속도로 치솟았지요. 다만 생방송 대결이 막판으로 치달을수록 그의 제자들을 지지하는 세력이 너무도 막강하여 무소불위의 힘을 행사하는 바람에 긴장감이 많이 저하된 것은 사실입니다. 승리의 기쁨은 그야말로 원없이 누렸으나, 드라마적인 감동은 부쩍 사그라들고 만 것입니다.


TOP4의 생방송 무대에서 마지막 남은 4명 중 자신의 제자가 무려 3명이나 되는 것을 보며, 심사위원석의 김태원은 결코 편안해 보이지 않았습니다. 오디션에서는 무조건 승리하면 좋은 것인 줄 알았건만, 가장 빛나는 승리를 거두고도 좌불안석인 그의 모습은 참으로 아이러니했습니다. 이로써 김태원은 '위탄'에서 다른 오디션 예능과의 차별화를 위해 야심차게 도입한 멘토제를 가장 잘 활용한 사람이 되었으며, 그 멘토제의 장점과 단점을 둘 다 아주 극명히 드러내는 기이한 업적을 달성했습니다.  

자기 제자들끼리 겨루게 된 결승전을 앞두고, 김태원은 마지막 감동을 준비했습니다. 이 시대 최고의 대중음악 작곡가이며 작사가인 그가 직접 제자들을 위해 노래를 만들어 준 것입니다. 한 곡의 작품을 만드는 것도 피를 말리는 작업일 텐데, 이런저런 스케줄로 바쁜 와중에 무려 2곡의 노래를 탄생시켰으니 제자들을 향한 그의 애정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할만 했습니다. 이로써 김태원은 지금껏 정성들여 그려 온 그림에 자기 손으로 최후의 화룡점정을 찍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김태원이 백청강에게 말했습니다. "내가 중국에서 너를 처음 봤을 때, 너는 상처를 많이 받은 야수 같았어. 고개도 안 쳐들고 얼굴은 머리카락으로 다 가리고... 하지만 지금의 너는 상처를 많이 치유한 모습이야. 축하한다." 상처입은 야수 같았다는 표현은 예전에도 어디선가 접한 듯 한데... 기억을 더듬어 보니 현재 '부활'의 보컬을 맡고 있는 정동하를 처음 보았을 때도 김태원은 그런 느낌을 받았다고 했습니다. 세상과 타협하지 못하는, 상처입은 야수처럼 외로운 젊은이를 보았다고...(어디선가 읽었던 내용인데 출처는 기억이 안 나네요^^)

아마도 김태원은 그런 인상의 젊은이들에게 특별한 관심과 애착을 느끼는 모양입니다. 마치 자신의 옛날 모습을 보는 듯해서일 수도 있고요. 하지만 지금의 정동하는 너무 곱상한 꽃미남의 모습이라 예전에 야수 같았다는 사실을 듣고도 믿기 어렵게 되었지요. 영광스런 우승을 차지했지만 아직 백청강의 얼굴에서는 그늘이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는데, 앞으로는 백청강도 점점 더 뽀얗고 밝은 얼굴로 변해갈 거라 예상합니다. 김태원이 그의 손을 잡아 준 이유가 바로 거기에 있으니까요. 백청강이 스승에게서 받은 노래 선물의 제목은 '이별이 별이 되나봐'였습니다. 그에게 맞춤형으로 어울리는 노래였음은 두말할 필요가 없습니다.


그런데 무엇보다 제 가슴을 찡하게 울린 것은, 무표정 소년 이태권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코믹한 반어법으로 '천의 얼굴'이라는 별명까지 갖게 된 이태권은, 지금껏 우는 모습은 커녕 소리내어 웃는 모습도 본 기억이 없을 정도로 한결같은 무표정이었지요. 그런데 스승이 자기를 생각하면서, 자기 한 사람만을 위해 만든 노래를, 직접 자기 앞에서 기타를 치며 불러주는 동안, 견고하게 빚어놓은 듯하던 그 얼굴이 확 달라졌습니다. 뭐랄까, 굳은 찰흙도 물에 녹이면 얼마든지 다른 얼굴을 새로 빚어낼 수 있는 것처럼, 김태원의 촉촉한 감성이 이태권의 내부로 흘러들어가 그 아이를 부드럽게 녹여서 다양한 변화를 창출해 내는 듯한 모습이었습니다.

"네가 노래하는 모습을 상상하면서 멜로디를 떠올렸어. 그랬더니 네 노래가 들리더라, 없었던 노래가... 지금까지 너는 경험하지 못한 노래들을 주로 해 왔지만, 이 노래에는 충분히 감정을 담아 부를 수 있을 거야." 김태원이 이태권을 위해 만든 노래의 제목은 '흑백사진' 이었습니다. 어딘가 제목부터 이태권과 참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지요? 특유의 가성으로 노래를 마친 김태원은 '맘에 드냐?" 물었고, 이태권은 '네" 하고 대답했습니다.


태권이의 눈이 약간 작은 관계로(;;) 저는 그 눈에 눈물이 글썽하다는 것을 화면상으로 알아차리지 못했는데, 김태원이 깜짝 놀라며 묻더군요. "왜 눈물을 글썽거려?" 그런데 이태권은 흑흑 소리까지 내면서 흐느끼느라 얼른 대답하지도 못합니다. "어허, 네가 눈물 흘리는 건 처음 본다... 그렇다면 이 곡이 너한테 맞나 보다... 그런데 이거 마저 완성하기가 두렵구나. 네가 더 울까봐..." 이태권이 간신히 숨을 고르고 "좋아서..."라고 말하자, 김태원은 "고맙다... 내가 널 생각하면서 만든 보람이 있다."고 응답해 주었습니다. 차분한 목소리였지만 그 안에 커다란 기쁨과 흐뭇함이 담겨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제 우상이셨던 분이 저를 위해, 저를 생각하면서 곡을 써 주셨다는 게 너무나도 감사해서..." 과연 양희은의 안목이 맞았더군요. 이태권은 사람 자체가 엄청 착하고 고운 사람이어서 진심으로 감사의 눈물을 흘릴 수 있었던 것이지요. 그 눈물을 참고 불러 주기를 바란다던 스승의 당부대로, 스페셜 공연 무대에 선 이태권은 한 번도 울지 않고 스승이 선물해 준 '흑백사진'을 불렀습니다. 성심을 다하는 마음이 담겨 있어서인지, 마지막 경연 참가곡이었던 YB의 '박하사탕'보다 훨씬 깊은 감동이 전해져 왔습니다.


조선족이라는 이유로 수많은 질시와 고통을 받으면서도 꿋꿋하게 올라와, 끝내 영광의 자리에 오른 백청강의 우승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그리고 처음으로 타인들 앞에서 자기를 허물어뜨리고 눈물 흘릴 수 있었던 이태권에게도 그에 못지 않은 축하를 보냅니다. 저에게는 바로 그 장면이 '위대한 탄생' 이라는 드라마의 화룡점정이었습니다. 순수의 극치를 보여주는 전율스런 아름다움이었지요. 아주 오랫동안 그 모습을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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