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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를 보는 기대와 우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김연아의 '키스앤크라이'를 보는 기대와 우려

빛무리~ 2011. 6. 1.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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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겨퀸 김연아가 자신의 이름을 걸고 시작하는 예능 '키스앤크라이'가 2회까지의 방송을 마쳤지만, 시청률에서 경쟁 프로그램 '나는 가수다'와 '1박2일'에 확연히 뒤처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습니다. '나가수'에서는 최고 가창력의 프로 가수들이 매주 목숨 걸고 노래하며 피말리는 경연을 벌이는 중인데, '키앤크'에서는 초짜 중의 초짜들이 어설프기 짝이 없는 피겨 연기를 선보이고 있으니, 언뜻 생각해도 많이 불리하지요. 게다가 '키앤크'의 연예인 출연자들에게 반드시 피겨를 배워야 할만한 절박한 사정이 있거나 감동적 스토리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새로운 도전을 한 번 해보고 싶었어요" 이게 전부이니, 자기 본업의 명예를 걸고 '나가수'에 임하는 가수들의 절박한 자세에 비하면 참 많이 싱거울 수밖에 없습니다.


현재 '키앤크'는 감동 면에서 '나가수'에 밀리고, 웃음과 재미 면에서는 '1박2일에' 치이는 상황입니다. 동시간에 시작하는 '남자의 자격'이 주춤하고 있는 건 다행이지만, 후반의 방송시간이 일부 겹치는 '1박2일'도 엄청난 강적이거든요. '해피선데이'는 그러잖아도 고정 시청층이 확고한 데다가, 최근 '나가수'에 밀리지 않으려 총공세를 퍼붓고 있는 상황이라 각종 특집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오는 중입니다. 특히 여배우 특집에 초대된 김수미와 최지우, 김하늘 등의 여배우들이 예상보다 더 적극적인 활약을 보여주며 빵빵 터뜨리는 덕분에, 한동안 위기에 봉착했던 '1박2일'은 바야흐로 화려한 부활의 기미까지 보이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아무리 김연아라 해도 그녀의 이름 하나만 내세워 시청률을 잡기는 쉽지 않아 보이는군요.


그러나 김연아는 역시 아름답습니다. 어쩌면 조금씩 달라지는 그녀의 새로운 모습들을 매주 브라운관에서 볼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키앤크'를 시청할 이유는 충분하다는 생각까지 들어요. 더구나 그녀가 많은 위험 부담을 안으면서까지 예능 출연을 결심한 커다란 이유 중 하나는 아이스링크를 지어서 피겨의 꿈을 키우는 후배들에게 보다 좋은 연습 환경을 만들어 주기 위해서라 하니, 마땅히 국가에서 지원해야 할 엄청난 일을 혼자 힘으로라도 해내려는 그 용기와 노력이 그저 고맙고 미안할 뿐입니다. 지금까지의 추세가 썩 밝은 편은 아니지만, 이제 3회부터는 연예인 참가자들이 전문 스케이터들과 호흡을 맞춰 커플 연기에 도전한다 하니, 또 하나의 새로운 볼거리와 재미를 기대해 볼 수도 있겠다 싶네요.

연예인 참가자들은 본업으로 바쁜 와중에도 상당히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는데, 투자하는 것만큼 거둘 수 있을지 아직은 임팩트가 많이 부족합니다. 발목 부상을 무릅쓰고 최고의 연기를 보여 준 달인 김병만을 비롯해 유노윤호와 크리스탈과 손담비는 겨우 2개월 가량의 연습으로도 꽤나 괜찮은 피겨 솜씨를 자랑하고 있습니다. 이들 네 사람의 수준은 벌써 피겨를 취미 생활로 즐겨도 될만한 경지에 이르렀다 싶어요. 50대를 대표해서 용감히 도전하는 박준금과, 어린 딸과 함께 출연한 이아현의 경우는 단순한 피겨 실력 외에도 그녀들의 개인 스토리로 감정적 어필이 가능하다는 점에서 유리합니다.


그러나 평범한 사람 이상의 스케이팅 실력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개인 스토리도 어필하지 못한 서지석과 아이유와 진지희는 상당히 난감한 상황입니다. 무엇보다 그들이 왜 힘들게 이러한 도전을 하고 있는지 그 이유 자체가 너무 희박해 보인다는 점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서지석은 '키앤크'를 지나치게 웃음 위주의 예능으로만 파악한 것이 실수였던 듯 싶고, 진지희는 어린이 특유의 귀여움을 보여주는 데서 그쳤습니다. 연아 언니가 점수를 낮게 주어서 미웠다며 투정까지 하더군요. 이제 시작인데 벌써부터 서운한 게 많아지면 곤란한데 말이죠. 아이유는 연습할 시간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듯 출연 자체가 무척이나 버거워 보였고, 스피드 스케이팅 선수 이규혁은 연예인들 사이에 홀로 끼어서 시종일관 뻘쭘해 보였습니다.

'키스앤크라이'에서 제가 특히 인상적으로 주목한 부분은 김연아와 데이빗 윌슨이 출연자들의 연기를 심사하는 장면이었습니다. 이 두 사람 외에도 피겨심판 고성희와 가수 김장훈이 심사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지만, 이 두 사람의 자세는 충분히 예측 가능한 것이어서 새롭게 느껴지지는 않았어요. 고성희는 전문가 특유의 건조하고 냉정한 심사 태도를 고수했고, 김장훈은 그의 평소 습관(?)대로 과감한 퍼주기 스타일을 유지하더군요. 어차피 김장훈은 피겨 분야에서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심사는 할 수 없고 시청자와 같은 입장에서 감상적인 평가를 내릴 수밖에 없는데, 기왕이면 열심히 한 사람들 모두에게 높은 점수로 기분도 업 시켜주고 격려도 해주고 싶어하는 마음이 그대로 보였습니다. 그래도 저는 김장훈 같은 스타일의 심사위원이 한 명쯤 끼어 있어서 나쁠 것은 전혀 없다고 봅니다. 이건 예능이니까요.


가장 의외인 것은 김연아의 태도였습니다. 출연자가 연기를 마치면 그에 대한 심사는 고성희, 김연아, 데이빗 윌슨, 김장훈의 순서로 이루어집니다. 제일 먼저 고성희 심판이 아주 냉정하고 건조한 태도로 심사평과 점수를 주고 나면, 두번째로 김연아가 심사에 나서는 것이죠. 그녀는 출연자에게 매번 따뜻한 시선을 보내며 개별적 관심을 표현하는 질문들을 던집니다. 예를 들어 '백조의 호수' 음악에 맞춰 연기를 했지만 의상은 검은 옷을 입고 나온 손담비에게 "백조가 아닌 흑조를 선택하신 이유가 있나요?" 이렇게 질문하는 식입니다.

손담비가 "제 성격이 백조와는 잘 안 맞아서..." 라고 대답하자 객석에서 웃음이 터져나왔고, 김연아는 "저도 백조와는 잘 안 맞아요" 라고 맞장구를 칩니다. 제목에 그녀의 이름이 걸려 있으니, 이 큼직한 프로그램의 주인은 김연아라고 할 수 있겠지요. 상당히 부담스러울텐데 어린 나이에도 김연아는 역시 의연하고 배포가 커서 주인 역할을 잘 하더군요. 예능이라는 점을 잊지 않고 분위기가 딱딱해지지 않도록, 그렇게 유려하고 능수능란한 진행을 보여줍니다. 그녀가 이렇게 함으로써 전체적인 분위기는 한껏 부드럽고 따스해집니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를 만들어 놓고 김연아는 막상 점수를 줄 때는 모든 심사위원 중에서 가장 낮은 점수를 줍니다.


반전도 이런 반전이 없습니다. 처음에는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김연아의 부드러운 태도로 보아 딱딱한 고성희 심판보다는 당연히 높은 점수를 줄 거라고 예상했는데 그보다 낮았으니까 말이죠. 그런데 이런 일이 한두 번도 아니고 계속 이어집니다. 전문가들의 보는 눈이 엇비슷해서인지 고성희 심판과 김연아의 점수가 늘 비슷하긴 한데, 언제나 1~2점 차이로 김연아가 더 낮은 점수를 주는 것입니다. 그 뒤에는 남자 심사위원들의 평가가 이어지는데, 김장훈은 말할 것도 없고 안무가 데이빗 윌슨도 만만치 않게 퍼주기를 좋아하는 스타일이다 보니, 4명의 심사위원 중 항상 최하점을 주는 것은 김연아입니다. 저는 이런 모습이 굉장히 의외였어요.

나이에 걸맞지 않게 어른스럽고 너그러운 김연아의 이미지로 보아 점수도 후하게 주지 않을까 싶었는데, 뜻밖에도 그녀는 피겨에 있어서만은 누구보다 더 엄격한 기준을 적용한 것입니다. 표정은 부드럽게 말은 따뜻하게 하지만, 점수는 서릿발처럼 단호하고 차갑게 매기더군요. 하긴... 이것은 예능 프로그램이고 아마추어들의 경기지만 그래도 역시 피겨니까요. 피겨에 관한 한 김연아는 진지하기 이를 데 없었고 털끝만치의 느슨함도 용납하지 않았습니다. 그녀의 이러한 모습은 또 하나의 강렬한 매력으로 다가왔습니다. 덕분에 어린 진지희 양에게 "연아 언니 미워요!" 라는 원망을 듣기도 했지만 말입니다..^^


또 한 명의 인상적인 인물은 데이빗 윌슨이었습니다. 오랫동안 김연아의 안무를 맡아 온 터라 이름은 많이 들어서 익숙하지만, 그의 모습을 TV에서 보는 것은 처음이었어요. 코치는 언제나 선수 곁에 있기 때문에 화면에 모습을 자주 드러내지만, 상대적으로 안무가는 그럴 기회가 없으니까요. 언제나 풍부한 예술성을 가득 담은 김연아의 안무를 보며 속으로 은근히 궁금해하고 있었는데, 이 사람을 보게 된 것 자체가 저로서는 매우 기쁜 일이었습니다.

외모에서부터 유쾌한 기운이 뚝뚝 떨어지는 이 남자 데이빗 윌슨은, 심사평을 하는 짧은 시간 동안에도 참으로 귀하고 아름다운 성품을 드러냈습니다. 진정한 예술가란 바로 그와 같은 사람이 아닐까 싶었지요. 눈에 보이고 귀에 들리는 모든 것들 중 가장 아름다운 부분만 귀신같이 잡아내는 능력을 지녔다 할까요. 그는 출연자들의 연기에서 부족한 기술을 지적하기보다는, 공들인 퍼포먼스라든가 능숙한 표정 연기 등 가장 높이 평가할만한 부분만을 정확히 캐치하여 칭찬해 줍니다.


얼핏 보면 막 퍼주는 김장훈과 비슷한 느낌도 들지만, 훨씬 전문적인 평가라는 점에서 데이빗 윌슨의 심사평에는 무게와 신뢰감이 있습니다. 예를 들면 50대의 박준금은 아무래도 부상을 두려워할 수밖에 없는 나이에 처음 스케이팅을 배우다 보니 과감하지 못한 뻣뻣한 연기로 고성희와 김연아로부터 상당히 낮은 점수(6.1과 6.0)를 받았지요. 그런데 데이빗 윌슨은 박준금에게 혹시 무용을 배운 적이 있느냐고 물었습니다. 상체의 안무가 매우 아름다웠다면서 말이지요. 박준금은 과연 학창시절에 무용을 전공한 사람이었습니다. 윌슨은 흡족한 미소를 짓더니 그 안무에 가산점을 더해 비교적 높은 점수인 6.9를 주었습니다. 그런데 다음 차례인 김장훈은, 박준금의 연기를 보며 자신의 감정이 울컥했다는 이유로 덥석 9.3이라는 점수를 주더군요. 이만하면 데이빗 윌슨과 김장훈의 차이점이 어디에 있는지는 극명히 드러난 셈입니다.

김연아에게 있어 데이빗 윌슨은 참 좋은 스승이자 오랜 친구일 것입니다. 이러한 사람이 그녀 곁에 남아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다행인지 모릅니다. 브라이언 오서 코치와 불화를 겪고 안 좋게 헤어질 수밖에 없었던 일이 김연아에게 얼마나 큰 상처였겠습니까? 데이빗 윌슨이 심사평을 할 때가 되면 저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살짝 기대감을 갖게 됩니다. 출연자들의 피겨 실력은 정말 서툴고 보잘것 없지만, 그 가운데서도 최고의 아름다움을 정확히 찾아내는 윌슨의 심사평을 들으면 저절로 기분이 좋아지거든요. 왠지 나 자신도 조금은 더 가치있는 사람이 된 것 같은 느낌마저 듭니다.


솔직히 저는 지난 5월 29일의 방송 이후로 '나가수'에 오만가지 정이 다 떨어졌습니다. 2~3주 정도만 더 휴식하면 충분히 계속 출연할 수 있는 임재범을 너무나 석연찮게 하차시키고... '편지'를 부른 BMK의 무대는 눈물과 감동으로 가득했건만 가차없이 꼴찌를 먹이고... 보란듯이 옥주현에게 다짜고짜 1위를 안겨주는 것을 보았는데... 그 후로 시간이 지날수록 저는 더 이상 이 프로그램을 계속 시청할 생각이 점점 사라지는 중입니다. 파렴치한 제작진의 계획된 음모와 조작이든... 단순히 청중평가단의 취향이 저와 달라서 이런 결과가 나왔든... 그런 것을 머리 아프게 신경써서 따지고 싶지도 않을만큼 정나미가 똑 떨어졌어요.

그리고 한동안 깊은 애정으로 시청하던 '남자의 자격'은 요즘 굉장히 이상해졌습니다. 얼마 전, 한 시간 내내 전현무 혼자 생쇼를 벌이던 그 회차 이후로는 한 번도 안 본 것 같습니다. 게다가 지금 그들은 적잖은 외화를 소비하면서 룰루랄라 호주로 배낭여행을 가 있습니다. 출연료는 출연료대로 받을텐데... 돈은 돈대로 벌고 여행은 여행대로 즐기는 팔자 늘어진 아저씨들이라니, 당분간은 별로 보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군요. 그러니 김연아의 장한 뜻을 격려하고 아이스링크 건립을 응원하는 마음으로, 돌아오는 주말에는 '키스앤크라이'를 본방사수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싶습니다. 저 같은 생각 하시는 분, 또 없나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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