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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첫 회부터 제 눈을 사로잡은 김윤후(박해수)가 2회부터 거의 나오지도 않는 단역 수준으로 전락하면서 (물론 훗날에는 승려 장군이 되어 큰 활약을 한다지만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님) 저는 조금씩 '무신'에 대한 관심을 잃어갔습니다. 무엇보다 주인공 김준(김주혁)의 캐릭터에 별다른 공감이나 몰입이 되지 않았거든요. 게다가 무슨 격구시합 이야기를 그렇게 오랫동안 질질 끄는지, 이환경 사극 특유의 지루함이 초반부터 느껴지더군요. 결투 장면이 길게 이어지는 것은 전적으로 남성들 취향일 뿐, 그런 걸 좋아하는 여성은 드물거든요. 예를 들어 유난히 전투씬이 많았던 '반지의 제왕2'를 극장에서 볼 때, 저는 그 시끄러운 와중에도 쿨쿨 자고 있었다죠. 하지만 그래도 포기하긴 아쉬워서 띄엄띄엄 보고 있었는데, 드디어 격구시..
"저도 아저씨를 따라서 르완다에 가고 싶어요!" 언젠가는 김지원의 입에서 그 말이 꼭 나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그 장면에서 제가 아무런 감흥을 느끼지 못할 거라고는 한 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었습니다. 사실은 오랫동안 설레면서 기다려 왔던 장면이었습니다.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어떤 표정과 목소리로 그 말을 할지가 늘 궁금했지요. 아직 신인에 불과한 김지원의 연기력에 큰 기대를 걸었던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김병욱이 선택한 여주인공이니까, 연기자가 좀 부족하더라도 정성껏 이리저리 고치고 다듬어서 최고의 모습으로 만들어 주리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이건 도대체 무슨......;; 지난 번 놀이공원 에피소드 이후로 급격히 망가져 가고 있는 김지원의 캐릭터 때문에 좀 불안하긴 했지만 설마 이 정도일..
오랜만에 '해를 품은 달'을 보았습니다. 7회부터 9회까지 한가인의 발연기를 꾹 참고 보았지만, 10회부터는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었던 것입니다. 포기하기는 아까운 드라마라는 생각에 어떻게든 몰입하려고 노력도 해보았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보다가 저절로 잠들어 버리거나 중간에 채널을 돌리게 되곤 했습니다. 아역 김유정이 연기할 때 그토록 아름답고 총명하고 분위기 있던 여주인공 허연우가 그토록 멍하고 뻣뻣하고 품위없는 여자로 성장했다는 사실을 도저히 인정할 수가 없었지요. 그 두 사람이 동일인물임을 인식하는 데만도 온 힘을 쏟아야 할 지경이니, 이훤(김수현)과의 애절한 로맨스에도 전혀 몰입이 되지 않았습니다. 이름뿐인 궁중 로맨스... 이제 아무런 의미도 찾을 수 없는 드라마가 되어버린 거죠. 안 보는 ..
7~8회에 걸쳐 많은 사람을 경악과 분노의 늪에 빠뜨렸던 한가인의 연기가 9회에서는 한결 나아진 듯하니 정말 다행입니다. 아직도 중간중간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가 튀어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지난 주에 비해서는 기본적인 발성과 말투 등이 훨씬 사극톤에 가까워져 있더군요. 정식 투입되기 전에 지금 이 정도까지만이라도 연습을 하고 나왔더라면 그토록 호된 비난에는 직면하지 않았을텐데 아쉽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작가와 제작진도 시청자의 반응을 꼼꼼히 모니터링하고 있는 듯, 문제점을 개선하려고 노력한 흔적이 엿보였습니다. 우선 무녀 월의 캐릭터가 많이 달라졌더군요. 천한 무녀의 신분으로 눈을 동그랗게 뜨고 임금의 얼굴을 마주본다든가, 양명군의 도움을 받고서도 고맙다는 인사는 커녕 까칠하게 호통을 치는 등, 그렇..
시종일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등학생이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를 치는 한가인의 연기는 8회에서도 전혀 나아진 바가 없었습니다. 영의정 윤대형(김응수),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국무 장녹영(전미선), 내관 형선(정은표) 등 명품 조연들의 연기에 넋을 놓고 푹 빠져 있다가, 여주인공이 등장할 씬만 다가오면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집니다. 그러면 한가인은 언제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연기로 저의 두근거리는 심장에 보답해 줍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이제껏 본 적이 없군요. 몸종 설이(윤승아)와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둘이 비슷한 수준이라 비교가 안 되니 좀 낫습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맞붙을 때는, 마치 두 개의 다른 드라마..
걱정스런 마음을 애써 다독이며 긍정적인 자세로 기다려 왔건만, 희망은 와르르 무너져 내렸습니다.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는데, 우려했던 것보다도 사태는 더욱 심각했습니다. 차라리 대사를 안 하고 있을 때는 그럭저럭 봐줄만 했는데, 한가인이 입을 열자마자 '해품달'은 사극도 아니고 시트콤도 아닌, 기묘한 장르의 알 수 없는 드라마가 되고 말았습니다. 이제껏 드라마 전체를 은은하게 휩싸고 있던 슬프고도 신비한 분위기는 한순간에 와장창 깨지며 흔적도 없이 사라졌습니다. 그야말로 "헉~!" 소리밖에 나오지 않는 충격이었습니다.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습니다. 몇 년만의 안방극장 컴백인데, 자신의 존재감을 세상에 다시 드러낼 모처럼의 기회이며, 노력 여하에 따라서는 온갖 비난을 잠재우고 주연급 여배우로서의 위상을..
정식 발표는 2월 중순에 될 거라고 하지만, 사실상 '1박2일' 시즌2의 새 멤버가 이미 확정되었다는 기사가 났습니다. 현재까지 알려진 소식통에 의하면 새로 합류할 멤버는 김승우, 성시경, 주원의 3명이고 기존 멤버 중에는 엄태웅, 이수근, 김종민이 잔류한다고 합니다.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는 이미 결정된지 오래라고들 하더군요. 게다가 나영석 PD를 비롯한 제작진 또한 시즌2에 합류하지 않고 모조리 새로운 인물들로 바뀐다 하니 아무래도 우려가 커지긴 합니다. 특히 나영석 PD가 빠진 '1박2일'은 상상도 하기 힘든터라, 그 이름으로 계속 불러도 되는 걸까 하는 의문마저 생기네요. 실질적 에이스 역할을 해 왔던 이승기와 은지원의 하차도 치명적입니다. 강호동의 잠정 은퇴 후, 나영석 PD와 손발을 맞추며 '..
허연우(김유정)가 그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열정적이던 세자 이훤(여진구)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체감했기에, 깊은 슬픔을 차가운 웃음으로 갈무리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자가 윤대형의 딸 윤보경(김소현)과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던 날, 문득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는군요. "연우(煙雨)라는 너의 이름은 보슬비라는 뜻이냐?... 예쁜 이름이구나!" 그녀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 앞의 새신부는 아랑곳도 없이, 이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그 빗방울을 받아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훤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우는 죽어가면서도 그를 ..
국무 장녹영(전미선)은 말을 듣지 않으면 성수청을 없애겠다고 협박하는 대비 윤씨(김영애)의 명을 끝내 거역하지 못하였습니다. 남몰래 굿을 거행하여 세자빈 허연우(김유정)에게 흑주술을 거는데, 놀랍게도 그 신력은 정확히 허연우의 몸을 공격하여 급작스런 병을 일으키는군요. 별궁 은월각에서 잠들어 있던 허연우는 느닷없이 목을 졸리는 듯한 고통을 느끼며 앓아눕고 마는데, 성조대왕(안내상)이 파견한 어의조차 병세의 원인을 밝혀내지 못합니다. 그 비밀스런 굿판에는 민화공주(진지희)가 관련되어 있습니다. 자기가 사랑하는 허염(임시완)의 누이동생 허연우가 세자빈으로 책봉되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던 민화공주는, 할머니인 대비 윤씨의 사주를 받아 허연우를 없애기 위한 그 굿판에서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한 것 같군요. 대체..
MBC의 새 수목드라마 '해를 품은 달'은 방송 전부터 여러모로 기대되는 작품이었습니다. 특히 '경성 스캔들'을 집필한 진수완 작가의 작품이라는 점에서 더욱 믿음이 갔습니다. 원작소설이 아무리 재미있다 해도 드라마로 변형시키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하면 망작이 되기 십상인데, 진수완 작가라면 안심해도 될 듯 싶었거든요. '해를 품은 달'은 1년 전쯤 방송되어 인기를 끌었던 '성균관 스캔들'과 마찬가지로 정은궐 작가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사극입니다. 하여 일각에서는 '해품달'을 가리켜 '경복궁 스캔들'이라 부르기도 하더군요..ㅎ저의 개인적 느낌으로는 '성스'보다 더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로열패밀리'에서 '공순호' 역할을 맡아 소름끼치는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영애가 다시 한 번 강력한 악역으로 돌아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