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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를 품은 달' 6회, 이훤의 고통... 숨이 멎을 듯하던 장면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6회, 이훤의 고통... 숨이 멎을 듯하던 장면

빛무리~ 2012. 1. 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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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연우(김유정)가 그토록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후, 열정적이던 세자 이훤(여진구)은 냉소적인 성격으로 변해 버렸습니다. 아무리 발버둥쳐도 벗어날 수 없는 현실의 굴레를 체감했기에, 깊은 슬픔을 차가운 웃음으로 갈무리하며 좀처럼 속내를 드러내지 않는 사람이 되었습니다.

세자가 윤대형의 딸 윤보경(김소현)과 원치 않는 혼례를 치르던 날, 문득 하늘에서는 보슬비가 흩뿌리기 시작하는군요. "연우(煙雨)라는 너의 이름은 보슬비라는 뜻이냐?... 예쁜 이름이구나!" 그녀의 기억이 떠오르자, 눈 앞의 새신부는 아랑곳도 없이, 이훤은 멍하니 하늘만 바라보며 손을 내밀어 그 빗방울을 받아 봅니다.

사랑하는 사람을 끝내 지켜주지 못했으니, 이훤은 자신의 무능함을 탓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연우는 죽어가면서도 그를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모든 책임이 자신에게 있으니, 저하께서는 절대로 자책감을 갖지 말라 당부하였지요. 차가운 땅 속에 누워서도 그녀의 마음만은 변함없을 것을 알기에, 갑자기 내리는 보슬비는 이훤의 마음에 커다란 위로가 되었을 것입니다.

"연우야, 네가 왔구나... 나를 용서하고, 나를 위로하러 이렇게 와 주었구나...!" 빗방울을 손으로 받으며, 훤은 아마도 속으로 이렇게 되뇌었겠지요. 그 후로도 오랫동안, 이훤은 보슬비가 내릴 때마다 그 서늘한 감촉을 온 몸으로 느끼며 견딜 수 없는 고통을 잠시나마 식히곤 하였습니다.

'해를 품은 달' 6회의 내용을 두 마디의 단어로 요약한다면, 저는 '이훤의 고통'이라 하겠습니다. 연우를 떠나보낸 후, 이훤의 삶에 기쁨과 행복이란 존재하지 않았습니다. 날마다 이중 삼중으로 어깨를 짓누르고 목을 졸라오는 극심한 고통만이 그의 삶에 주어진 몫이었습니다. 성조대왕(안내상)이 좀 더 오래 살면서 아들을 지켜주었더라면 좋았을텐데, 극성맞은 어머니와 외척의 등쌀 때문인지 일찍 세상을 떠나고 말았군요. 대왕대비 윤씨(김영애)는 그렇게 자식을 먼저 떠나보내고도 슬픔조차 없는지 여전히 기세가 등등합니다. 하긴 그 여인에게 있어 자신의 세력을 견제하려던 임금 성조는 아들이기보다 정적이었을테지요.

8년 가량의 시간이 훌쩍 지나갔습니다. 15세의 어린 세자였던 이훤은 23세의 젊은 임금이 되었습니다. 비록 성품은 따스함을 잃고 냉소적으로 변하였지만, 그 영특함과 총명함은 잃지 않았습니다. 조정을 장악한 윤씨 일파의 간신들이 아무리 그의 눈과 귀를 가리려 해도, 임금 이훤(김수현)은 밝은 통찰력으로 모든 것을 꿰뚫어보고 있습니다. 탐관오리의 폭정에 시달리는 백성들의 원성이 온 세상을 메우고 있다는 것도, 그 백성의 목소리를 담은 상소문이 자기 손에 전달되지 않은 채 승정원에 차곡차곡 쌓이고 있다는 것도, 이훤은 모두 알고 있습니다. 그러니 궐 내의 가장 큰 구멍은 바로 승정원이라고 말하며, 이훤은 간신들의 눈 앞에서 그들의 정곡을 찌르기도 합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현재의 조정에는 임금의 영특함을 보좌해 줄 세력이 없습니다. 아무리 좌우를 둘러 보아도 온통 대왕대비와 윤대형(김응수)을 중심으로 한 윤씨 일파의 세력뿐입니다. 스승이자 벗이었던 허염(송재희)을 곁에 둘 수만 있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나았을텐데, 그는 민화공주(남보라)와 혼인하는 바람에 날개가 꺾이고 말았으니 통탄할 일입니다. 하필 그와 같은 간세지재가 의빈(儀賓)의 굴레에 묶여 조정에 나오지도 못하고 재능을 썩히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그러나 허염은 오히려 아내 민화공주를 은인이라 여기고 있습니다. 세자빈으로 간택되었던 허연우가 요절함으로써 자칫 멸문지화를 당할 뻔 하였는데, 공주가 시집을 오게 됨으로써 화를 면하게 된 셈이니까요. (그런데 민화공주 남보라의 발연기는 몰입을 심하게 방해하더라는..;;)

임금을 받쳐줄 세력이 없으니, 신하들도 공공연히 젊은 왕을 무시하곤 합니다. 상소문을 부당하게 빼돌린 것을 눈앞에서 들키고도 한 마디 사죄가 없습니다. 벌써 한 달이나 지난 상소문인데 검토 후에 올리려고 했다는 둥 말도 안 되는 변명을 늘어놓거나, 심지어 사소한 내용이라 판단하여 자기들 임의로 처리했다는 식의 뻔뻔한 대답을 할 뿐입니다. "누가 그대들에게 백성의 고통을 판단하라 명했는가!" 이훤이 아무리 소리높여 질책하고 분통을 터뜨려 봤자, 그들은 눈 한 번 깜박이지 않고 두려워하지도 않습니다.

왕의 존재는 그저 자기들 마음대로 정사를 휘두르는데 방해가 될 뿐이니, 수시로 도지는 질병을 핑계삼아 멀찌감치 행궁으로 요양이나 보내 버리자고, 간신배들은 뒤편에서 자기들끼리 숙덕거리는군요. 특히 윤대형은 "키우는 개도 목줄을 너무 세게 틀어쥐면 사나워지는 법"이라면서, 감히 왕을 개에 비유하는 망언을 서슴지 않습니다. 이렇게 끔찍한 적들로 가득한 궁궐 안에서, 총명하지만 힘 없는 임금 이훤이 얼마나 극심한 고통과 외로움에 시달리고 있을지는 자명한 일이지요.

그나저나 한창 젊은 나이의 이훤이 왜 수시로 원인 모를 질병이 도지는 걸까요? 중전 윤씨(김민서)와의 합방일마다 때맞춰 앓아 눕는 이유는 윤대형의 딸로부터 원자를 얻고 싶지 않은 마음에서 부리는 꾀병이라 하겠으나, 실제로도 이훤의 증세는 심상치 않아 보입니다. 신하들과 격구 시합을 벌이던 중, 느닷없이 가슴을 움켜쥐고 통증을 참는 듯한 장면이 있었지요. 그 모습을 지켜보는 윤대형의 시선이 유독 날카롭게 느껴졌습니다.

하긴 날마다 극성맞은 대왕대비의 등쌀에 치이고, 조정에서는 간신배들과 홀로 맞서며 힘겹게 정사를 돌보고, 격무에 시달리면서 편안한 휴식도 취할 수 없는 것이, 잠들기만 하면 허연우를 떠나보냈던 지난 날의 고통스런 기억이 악몽으로 찾아오니, 이 모든 고통에 시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병이 날만합니다. 하지만 그게 원인의 전부는 아닌 듯 싶군요. 이훤의 질병에는 왕의 총명함을 견제하려는 윤대형의 음모가 작용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허연우의 몸을 병들게 하여 죽음 직전까지 이르게 한 것도 장녹영(전미선)의 흑주술이었지요? 윤대형은 아마도 주술사를 고용하여 꾸준히 이훤에게 살(煞)을 보내며 그의 육신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을 것입니다. 총명한 왕이 건강하기까지 하다면 제 맘대로 휘두를 수가 없을 테니까요.

이훤은 행궁으로 요양을 떠나라는 대왕대비의 명을 거부합니다. 그러자 대왕대비 윤씨는 단식투쟁을 선언하며 이훤을 압박해 오는군요. 그 모두가 윤대형과 손발을 맞추고 벌이는 수작임을 모르지 않으나, 늙은 할머니가 밥을 굶겠다는데 손자가 뻣뻣하게 버티는 것은 대외적으로도 모양새가 영 좋지 않습니다. 어머니인 대비 한씨(김선경)까지 나서서 할머니의 말을 듣도록 간청하니, 이훤은 어쩔 수 없이 이번에도 항복해야 하는 것인가 고민하는데, 그 때 마침 중전 윤씨가 대왕대비전 앞에서 석고대죄하며 단식을 멈추시도록 청원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 옵니다.

대왕대비전을 다시 찾은 이훤은, 마당에 꿇어 앉아 석고대죄 중인 윤보경을 차가운 시선으로 내려다봅니다. "일어나세요, 중전... 날이 춥습니다... 과인이 할마마마께 용서를 빌고 행궁으로 거둥(擧動)할 것이니, 이제 그만 일어나세요..." 표정은 차가운데 목소리는 자상하고 따뜻하니 무척 의외였습니다.

이훤이 대왕대비의 뜻에 따르겠다는 소리를 듣고서야 윤보경은 몸을 일으키는데, 오랫동안 꿇어 있던 탓인지 휘청하며 쓰러질 뻔하는군요. 이훤이 얼른 부축하여 중전의 몸을 감싸안는데, 그것을 본 상궁과 궁녀들은 일제히 고개를 옆으로 돌립니다. 임금이 궁궐 내의 어느 곳에서든 여인과의 애정행각(?)을 벌일 때면, 주위 사람들은 그 모습을 멀뚱히 구경하는 것이 아니라 못 본 척 외면하는 것이 예법이었다나요..^^  

그런데 '해품달' 6회 전체를 통틀어 가장 섬뜩하고도 가슴 아팠던 장면은 바로 여기서 발생했습니다. 마치 숨이 멎을 듯한 장면이었어요. 겉으로는 다정히 서로를 얼싸안은 부부의 모습인데, 이훤의 입가에는 서늘한 냉소만 가득합니다. 그리고 윤보경에게 나직히 속삭이는군요. "안으로는 할마마마를 움직이고, 밖으로는 영상(윤대형)을 움직인다... 아주 든든한 뒷배를 두어서 좋겠소, 중전!"

그 말을 듣고 흠칫 놀란 윤보경이 품에서 벗어나려 하지만, 이훤은 놓아주지 않고 말을 계속합니다. "친영례 때 내가 했던 말을 기억하오? 잊었다면 다시 한 번 말해 주지..."
그러면서 윤보경의 얼굴에 더욱 가까이 다가가는데, 주위에서 누군가 곁눈질로 보았다면 왕이 중전에게 입을 맞추려 한다고 생각했을 것입니다. 그렇게 다정한 포즈로 다가가서, 이훤은 윤보경의 귓가에 더욱 낮은 목소리로 속삭입니다.

"그대와 그대의 가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이나, 내 마음까지 바라지는 마시오.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이니!" 이것이 바로 이훤의 진짜 속마음이었습니다. 숨이 막힐 뻔했던 이유는 이훤의 고통이 너무도 절실하게 느껴져 왔기 때문입니다.

이훤은 왕이지만 무력하기 짝이 없는 자신의 처지를 잘 알고 있습니다. 도와줄 세력이 전무한 상황에서, 혼자 힘으로는 결코 윤씨 일파를 제압할 수 없다는 사실도 알고 있습니다. "그대와 그대의 가문이 원하는 모든 것을 얻게 될 것" 이라는 말은, 그가 어쩔 수 없이 절망적인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음을 뜻합니다. 부친이신 성조대왕이 그러하셨듯이, 자기도 무의미하게 혼자 발버둥치다가 속절없이 세상을 떠나게 될 것임을 이훤은 예감하고 있습니다. 날마다 가슴을 조여오는 통증의 정체도 어느 정도는 짐작하고 있을 것입니다.

그 어느 곳에도 밝은 빛이 보이지 않는 캄캄한 현실 속에서, 이훤은 모든 희망을 포기했습니다. 다만 그가 오직 하나 지켜낼 수 있는 것은 자신의 마음... 뿐이었습니다. "내 마음까지 바라지는 마시오. 절대로 가질 수 없을 것이니!" 윤보경의 귓가에 속삭이는 이훤의 목소리는 차분하고 냉정했지만, 제 귀에는 더없이 처절한 절규이며 마지막 외침으로 들려왔습니다. 한 나라의 지존이면서, 고작 지킬 수 있는 것이 자신의 마음뿐이라니, 세상에 이보다 더 비참한 왕이 있을까요?

여전히 세상을 떠돌며 자유롭게 살아가는 양명군(정일우)의 삶은, 궁궐 안에서 날마다 끔찍한 고통과 싸우고 있는 이훤의 삶보다 훨씬 더 마음 편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다. 어릴 때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세자가 행복해 보였고, 모든 것을 빼앗긴 양명군이 불행해 보였는데 지금은 완전히 뒤바뀌었군요. 너무도 가여운 임금 이훤을 어쩌면 좋을까요?

이제 행궁으로 요양을 떠나면, 아마도 허연우와의 재회가 이루어질 것입니다. 비록 그녀는 기억을 잃었지만, 태양의 곁을 지키는 달의 운명을 타고 났으니 분명 이훤에게 커다란 힘이 되어줄 수 있겠지요. 저는 그들의 재회가 어서 이루어지기를 학수고대합니다. 그녀를 곁에 둠으로써 이훤의 고통이 서서히 사라지고, 외로움만 가득했던 그의 가슴이 달빛같은 사랑으로 채워지기를 간절히 소망하는 까닭입니다.

*** 아역들로부터 일제히 바통을 이어받은 성인 배우들의 연기는 일단 절반의 성공이라고 해야 할 듯 싶습니다. 김수현과 정일우는 썩 잘 어울리고 괜찮은 편이지만, 김민서와 남보라는 영 아니더군요..;; 한가인의 경우는 아직 대사 한 마디도 하지 않았기에 연기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그녀의 단독샷에서는 못 느꼈던 나이차가 김수현과의 투샷에서는 어쩔 수 없이 확연하게 느껴지니 또한 걱정스런 마음을 떨칠 수가 없습니다. 부디 여배우들의 분발을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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