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STORY 2014 우수블로그
TISTORY 2012 우수블로그
TISTORY 2011 우수블로그
TISTORY 2010 우수블로그
Recent Posts
Recent Comments
Link
관리 메뉴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해를 품은 달' 8회, 한가인 논란은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해를 품은 달

'해를 품은 달' 8회, 한가인 논란은 작가에게도 책임이 있다

빛무리~ 2012. 1. 27. 13:52
반응형



시종일관 눈을 동그랗게 뜨고 초등학생이 국어책 읽는 듯한 대사를 치는 한가인의 연기는 8회에서도 전혀 나아진 바가 없었습니다. 영의정 윤대형(김응수), 대왕대비 윤씨(김영애), 국무 장녹영(전미선), 내관 형선(정은표) 등 명품 조연들의 연기에 넋을 놓고 푹 빠져 있다가, 여주인공이 등장할 씬만 다가오면 불안감에 가슴이 두근두근해집니다. 그러면 한가인은 언제나 기대치를 훌쩍 뛰어넘는(?) 연기로 저의 두근거리는 심장에 보답해 줍니다. "무엇을 상상하든 그 이하를 보게 될 것이다!" 라는 표현이 이렇게 잘 맞아떨어지는 경우는 이제껏 본 적이 없군요.

몸종 설이(윤승아)와 함께 있을 때는 그나마 둘이 비슷한 수준이라 비교가 안 되니 좀 낫습니다. 하지만 다른 배우들과 맞붙을 때는, 마치 두 개의 다른 드라마를 동시에 보고 있는 느낌이 들어 혼란스런 마음을 추스를 길이 없습니다. 특히 신모 장녹영과 함께 있을 때면 부작용은 극대화됩니다. 전미선의 풍부한 표정 연기를 보고 감정이 가득 실린 대사를 듣다가, 곧바로 한가인의 천편일률적인 표정을 보고 아무 감정 없는 초딩 대사를 들으면 저절로 몸이 부르르 떨리면서 진저리가 쳐집니다. 

반면에 남주인공 김수현은 나날이 매력을 더해가는군요. 6회 후반부터 본격적으로 등장한 김수현은 처음에도 괜찮은 연기력을 선보였지만 7회, 8회를 거치며 조금씩 더 발전하고 농익어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중입니다. 이것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노력의 효과입니다. 절대로 거저 얻어지는 것이 아니지요. 앞에서 열거한 명품 조연들은 모두 거물급 중견 연기자들로서 김수현에게는 까마득한 선배들인데, 그들과 1:1로 맞붙는 씬에서도 김수현은 전혀 밀리지 않고 패기 넘치는 젊은 왕답게 당당한 카리스마를 보여줍니다.

개인적으로 8회에서 가장 좋았던 장면은 임금 이훤과 내관 형선 사이에 투닥투닥 오가는 정겨운 대사들이었습니다. 세자 시절의 밝고 따스하며 건강했던 이훤을 기억하고 있는 형선은, 허연우가 죽고난 후 다른 사람처럼 변해버린 이훤의 모습을 언제나 속으로 가슴아파하고 있었지요. 한창 젊은 나이에 좀처럼 웃지도 않고 시니컬한데다가 원인 모를 병에 걸려 몸까지 허약해졌으니까요. 그런데 최근 월(月)이 액받이 무녀로 들어와 잠든 머리맡을 지켜주기 시작하면서 이훤의 건강은 점점 좋아졌고, 급기야 잠자리에 들기 전에 힘이 뻗친다면서 혼자 으쌰으쌰 팔굽혀펴기를 합니다. 무리하면 옥체를 상하신다고 형선이 아무리 말려도 소용이 없습니다.

그런 이훤의 모습을 보고 형선은 이제 원자를 생산하실 수 있을 거라며 좋아하는데, 이훤은 엉뚱한 소리를 한다고 역정을 내며 형선에게 명령합니다. "꼴도 보기 싫으니 당분간 돌아서 있으라!" 그런데 이것은 세자 시절에 이훤이 자주 하던 말이었지요. 형선이 돌아서서 어깨를 들먹이며 우는 것을 보고 이훤은 살짝 당황합니다. "설마 지금 우는 것이냐? 이깟 말이 그토록 야속하다는 게냐?"

그러자 형선이 흐느끼며 대답합니다. "그게 아니오라 잠시... 잠룡(潛龍 : 아직 임금이 되지 않은 세자를 뜻함) 시절의 전하를 다시 뵙는 듯하여... 흑흑... 바라옵건대 부디 지금처럼만 강녕하시옵소서, 전하!" 진심어린 그 말을 듣고 제 눈에 눈물이 핑 돌 지경이었으니, 이훤의 마음이야 어떠했을까요? "말을 듣게 하는 방법도 여러가지구나.." 하면서 형선이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잠자리에 드는 임금의 모습은 무척이나 귀여웠답니다.

그런데 하필이면 그 장면 바로 뒤에 월(한가인)이 하얀 쓰개치마를 둘러쓰고 등장하는 바람에, 흐뭇한 감동으로 젖어있던 마음은 씻은 듯이 사라지고 또 다시 가슴이 쿵쾅거리기 시작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잠든 이훤의 곁에 잔뜩 분위기 잡고 앉아서 또 다시 국어책을 읽고 있는 한가인의 대사는 저를 미치게 만들더군요.

8회를 보면서 발견한 사실이 하나 있는데, 그것은 가뜩이나 부족한 한가인의 연기를 더욱 돋보이게(?) 만드는 작가의 활약입니다. 진수완 작가는 특히 원작 소설을 드라마로 각색하는 분야에서 언제나 출중한 능력을 선보여 왔는데, 이번에는 어쩐 일일까요? 혹시 작가가 한가인의 안티일까요? ..;; 어린 허연우는 그렇지 않았는데, 현재 진수완이 그려내고 있는 무녀 월의 캐릭터는 여러가지로 참 황당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1. 너무 건방지다 

천한 무녀의 신분에 걸맞지 않게, 월은 언제나 지나치게 당당하고 기세가 등등합니다. 성수청의 국무를 역임한 장녹영에게서 어느 정도의 카리스마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지만, 아무 경력도 없는 어린 무녀에게는 그런 태도가 어울리지 않습니다. 반드시 원작에서처럼 여리고 가냘프고 말없는 여인으로 그려질 필요는 없을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이건 아닙니다. 상대가 임금이건 누구건, 남자들을 대할 때마다 눈을 동그랗게 뜨고 쳐다보는 것은 한가인의 발연기 때문이라 쳐도, 다음과 같은 상황에서는 대본의 문제를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납치범(?)들에게 쫓기던 월은 승려 복장을 하고 지나가던 양명군(정일우)에게 도움을 요청했지요. 월의 모습에서 어린 연우의 그림자를 발견한 양명은 기꺼이 그녀를 도와 함께 달아나는데, 중간에 잠시 월의 몸을 감싸안는 듯한 장면이 있었습니다. 하지만 그건 추격자들의 눈에 띄지 않도록 커다란 승포자락에 그녀를 숨겨주기 위한 행동이었을 뿐, 누가 보더라도 흑심이 있어서는 아니었습니다. 게다가 먼저 도와달라고 그를 붙잡은 사람은 자기가 아니었나요? 그런데 월은 무슨 치한이라도 만난 것처럼 양명의 팔을 거세게 뿌리치며 "이게 무슨 무례한 짓입니까!" 하고 호통을 치는군요. 그야말로 어이가 없습니다.

현재 그녀는 세자빈도 아니고 양반가의 규수도 아닙니다. 더구나 과거의 기억을 모두 잃은 상태입니다. 그런데 월의 언행을 살펴보면, 천한 무녀의 신분으로는 감히 할 수 없는 말과 행동들 투성이입니다. 설령 기억을 잃지 않았다 해도 그럴 수는 없을텐데 말입니다. 너무 당당하다 못해 오만하고 건방져 보이는 월의 캐릭터에는 적잖은 거부감이 느껴집니다.

2. 다 커서 웬 어리광?

허연우는 어렸을 때도 어리광을 피우는 캐릭터가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어른들을 찜쪄먹을 만큼 성숙했지요. 부모와 오빠를 대할 때도, 세자 이훤을 대할 때도, 허연우는 절대 어리광 섞인 태도를 보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어른이 된 허연우는 툭하면 철부지 왈가닥처럼 행동하거나 어리광을 피우기 일쑤네요. 아기처럼 입을 삐죽거리는 등의 몸서리쳐지는 표정 연기는 한가인의 책임이라 쳐도, 그런 상황을 자꾸만 이끌어내는 것은 작가의 책임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신모 장녹영이 집을 떠나면서 처신을 자중하라 일렀거늘, 몸종 설이가 말리는데도 제멋대로 뛰쳐나가 왕의 행렬을 구경하고, 그 와중에 엎드려 있다가 노랑나비를 보고 벌떡 일어남으로써 주위의 시선을 집중시키는 등의 철없는 행동은 허연우의 속깊은 캐릭터와 매우 걸맞지 않는 설정이었습니다. 얌전히 집에 있으라는 장녹영의 말을 듣지 않고 설이를 찾으러 나갔다가 납치를 당한 것도 그 칠렐레 팔렐레한 처신 때문이었습니다. 궁에서 설이를 다시 만났을 때 "너를 찾으러 나갔다가 이리 되었다는 것만 알아다오~" 라고 어리광을 피우는 장면은 오글거림의 압권이었지요. 지금의 철부지 어리광 캐릭터는 어린 시절과의 매치도 되지 않고 한가인의 이미지와도 맞지 않으므로 백해무익입니다. 

3. 어찌 임금의 얼굴에 손을 대는가?

잠든 이훤의 곁에 앉아있던 월이 서슴없이 손을 뻗어 왕의 얼굴을 어루만지는 것을 보고 얼마나 놀랐는지 모릅니다. 조선시대 왕실과 조정의 예법으로 볼 때, 임금의 얼굴에 감히 제멋대로 손을 갖다댈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설령 아내인 중전이라 해도 자칫 실수했다가는 폐위되어 목숨을 잃는 지경에까지 이를 수 있을 만큼 불경한 행동입니다.

그런데 하물며 월은 천한 무녀입니다. 무녀 중에서도 특히 인간부적이라 일컫는 액받이 무녀입니다. 타인에게로 쏟아지는 액(厄)과 살(煞)을 자기 몸으로 대신 받아내는 사람이니만큼, 그 누구보다도 위험하고 더러운 몸을 지녔다는 판단이 가능합니다. 오죽하면 대왕대비가 당장 신딸을 데려오라고 호통을 칠 때도 "밤새 횡액을 받아낸 몸인데 지금 마주하시면 그 횡액이 마마께 들러붙을 수도 있다"는 장녹영의 말 한 마디로 피할 수 있었을 정도입니다. 헌데 액받이 무녀가 그 손으로 임금의 얼굴을 만지다니, 있을 수 있는 일입니까? 

혹시 작가는 액받이 무녀를, 사람의 몸에 손을 대어 기를 넣어줌으로써 병을 고치는 신비한 의원 정도로 생각한 걸까요? 하지만 액받이 무녀의 역할은 그것이 아닙니다. 현재 병들어 있는 사람의 몸을 치유시켜 주는 것이 아니라, 그를 향해 외부로부터 쏘아져 오는 살(煞)을 대신 받아내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잠든 사람의 곁에 조용히 앉아서 미동조차 없이 밤새도록 자리를 지키는 것이 액받이 무녀의 역할입니다. 자신이 지켜야 할 사람의 몸에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액받이 무녀로서의 본분을 벗어난 행위입니다.

설마 대본에 없는 설정인데 한가인이 제멋대로 연기한 것은 아니겠지요? 초반에는 원작의 각색이 매우 훌륭하다 생각했는데, 갈수록 진수완 작가의 능력에도 실망하게 됩니다. 시간이 부족한 탓인지, 갈수록 무녀 월의 캐릭터를 너무나 이상하게 만들고 있군요. 건방진 철부지 어리광쟁이에다가 중뿔나기까지 한 무녀 월의 캐릭터는 한가인의 발연기와 환상적인 조합을 이루며 비호감을 최고조로 극대화시킵니다. 확실히 '해품달'은 여주인공에 관련된 모든 사항이 총체적 난국이네요. 김수현의 노력과 명품 조연들의 활약이 안타까울 뿐입니다.


반응형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