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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기본 설정과 출연 배우들의 이름만으로도 가슴을 설레게 하던 '신의 선물 14일' 첫방송이 드디어 전파를 탔다. 그런데 역시 기대가 너무 컸던 걸까? 1회는 전체적으로 매우 산만하여 집중하기 어려웠을 뿐만 아니라 의외로 템포가 느려서 지루하기까지 했다. 어차피 모든 시청자들은 어린 샛별이(김유빈)가 유괴 살해될 것임을 미리 알고 보는 중인데, 바로 그 시점에서부터 드라마의 본격적인 스토리가 시작되는 것인데, 이제나 저제나 기다려도 사건은 일어나지 않고 수많은 등장인물이 혼잡하게 쏟아져 나오며 한 시간 내내 기초 공사에만 분주했다. 이를테면 가수의 노래를 듣고 싶어서 콘서트 구경을 갔는데 객석에 앉아 무려 한 시간 동안 지켜본 것은 수십여 명의 스태프들이 들락거리며 앰프를 설치하고 무대장치를 하는 모습이었을..
큰 기대를 품고 시청했던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막을 내렸다. 스토리상의 헛점도 많았고, 유일한 악역 이재경(신성록)이 제 역할을 충분히 다하지 못한 채 단순 무모한 범행을 지속하다가 어이없이 허물어져 버린 것도 흥미를 잃게 하는 큰 이유가 되었다. 후반에 뭔가 큰 역할을 담당할 것 같았던 이휘경(박해진)의 존재감이 끝내 응답받지 못한 짝사랑남으로 단조롭게 마무리된 것도 허무했다. 개인적으로는 여주인공 천송이(전지현)의 캐릭터에 끝내 몰입하지 못한 것이 결정적 원인이었던 듯 싶다. 그러나 '별그대'의 독특한 해피엔딩은 내 가슴 속에 예상치 못한 아련함을 남겼고, 더불어 두 가지의 소중한 교훈을 주었다. 일견 허황되거나 허무한 느낌을 받을 수도 있겠지만, 부족함이 많..
소재와 설정은 이토록 매혹적인데 나는 왜 빠져들 수 없는 것일까? 종영을 불과 5회 앞둔 '별에서 온 그대'의 스토리는 절정을 향해 치닫고 있으며, 남녀 주인공 천송이(전지현)와 도민준(김수현)의 멜로 역시 그 정점을 찍었다. 15회 엔딩에서 마법같은 초능력으로 천송이를 끌어당겨 '내가 너한테 할 수 있는 가장 이기적인 짓'을 하겠다며 열정적으로 키스하는 도민준의 모습은 순정만화 속의 판타지 그 자체였다. 지구를 떠나 자신의 고향 별로 돌아가야 할 날이 가까워지고 있기 때문에 극구 사랑을 부인하며 다가오는 천송이를 밀어내던 도민준이 결국 불가항력적인 사랑 앞에 굴복하고 마는 장면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 장면을 보면서도 그닥 가슴이 설레지 않았다. 그들의 사랑에 전혀 공감하지 못한 탓이었다. 천송이는 솔직..
김수현 작가의 '세 번 결혼하는 여자'(이하 '세결여')가 벌써 16회까지 방송되었음에도 시청률은 경쟁작 '황금무지개'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황금무지개'가 일주일 먼저 시작하긴 했지만 그래도 역전은 충분히 가능한 상황이었는데, 김수현의 이름값도 이제는 그 효력이 떨어진 걸까? 등장인물 각각의 뚜렷한 개성과 치열한 심리 묘사도 여전하고, 칠순을 넘긴 나이를 믿을 수 없을 만큼 통통 튀는 대사의 재미도 살아있건만, '세결여'가 김수현의 전작들 만큼 대중을 사로잡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주인공 오은수(이지아)의 캐릭터가 시청자와의 공감대 형성에 실패한 것이 가장 큰 이유라고 생각한다. 아무래도 김수현 드라마의 시청층은 연령대가 높은 편이라, 중년 이상 시청자들의 몰입이 이루어질 때 사회적 반향이..
참 이상하다. 천송이(전지현)는 분명 천송이일 뿐 400년 전의 서이화가 아니다. 단지 12년 전에 마주쳤던 그 얼굴이 좀 비슷했을 뿐이다. 사방 팔방에서 늑대 같은 무리들이 그녀의 어린 목숨을 노리고 달려드는데, 그래도 어떻게든 살아 보겠다고 혼자 외롭게 발버둥치던 그 아이의 처연한 눈빛과 좀 비슷하게 느껴졌던 것뿐이다. 거대한 트럭이 달려올 때 그 앞에 속수무책으로 떨고 있던 모습이, 너무나 작고 가냘프던 그 때의 이화를 똑같이 닮아서 잠시 눈길이 멈추었던 것뿐이다. 그런데 왜 나는 천송이를 외면할 수 없을까? 이 별에서 지나 온 400년은 참 많이 힘겨웠다. 떠나기 전에 꼭 한 번 다시 만나고 싶다는 것은 그저 추억에 대한 예의였을 뿐이다. 400년 전처럼 다시 그녀 때문에 발목이 잡혀 이 곳에 남..
제1회의 폭풍 전개에 비하면 '별에서 온 그대' 2회는 코믹 에피소드 중심의 다소 느슨한 전개를 보여주었다. 어려서부터 배우 활동에만 전념하느라 학교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 천송이(전지현)의 몰상식함은 나날이 화제를 불러 일으키며 포털 검색 순위를 장식하는데, 매니저가 성실히 베껴 짜깁기 해준 리포트 덕분에 강의실에서 젊은 교수 도민준(김수현)에게 빵점을 맞는 모습이 '천송이 스페셜' 다큐에 그대로 찍히면서 상한가를 치고 말았다. 모카라떼가 맛있다며 '모카씨(목화씨)'를 들여온 문익점 선생에게 감사하고, 갈릭 피자에서 이상하게 마늘 냄새가 난다며 투덜거리고, 피부 관리를 위해 언제나 프로포폴(프로폴리스)을 애용한다는 천송이... 그 정도로 무식하면 아무리 예뻐도 최고의 인기를 누리지는 못할 것 같은데 ..
비록 외계인과 구미호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별에서 온 그대'는 첫회부터 남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의 매력을 200% 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언컨대 도민준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여자들의 소망이라 할만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세세하게 따진다면 "난 아냐!" 하면서 고개를 저을 여자들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굵직한 특성 몇 가지에만 초점을 맞춰 본다면 그런 남자의 사랑을 과연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도민준은 현실에 없는 온갖 판타지를 집약시켜 여자들의 로망을 극대화하고자 작정하고 만들어낸 캐릭터 같다. 1. 400년 동안 오직 한 여자만을 기다려 온 남자 1609년의 조선 땅에 처음 떨어졌을 때,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도민준은 어렵지 않게..
'상속자들' 후속으로 방송될 '별에서 온 그대'(이하 '별그대')에 대중의 관심과 기대가 크다. 단연 화제의 중심에는 '해를 품은 달' 이후 명실상부한 최고의 대세남으로 떠오른 김수현의 이름이 있다. 최근 '도둑들'과 '베를린'의 연이은 흥행에 힘입어 스크린의 여왕으로 화려하게 복귀한 전지현의 이름도 그 곁에 있다. '넝쿨째 굴러 온 당신'의 박지은 작가와 '뿌리깊은 나무'의 장태유 감독이 뭉쳤다는 사실도 기대감을 더하는데, '별에서 온 그대'라는 제목은 또 얼마나 로맨틱하고 달콤한가? 별에서 온 사람과 사랑에 빠진다는 몽환적 스토리는 어린 시절 탐닉했던 순정만화의 낭만적 향수를 불러 일으킨다. 온통 하얀 눈으로 뒤덮인 이 추운 겨울 날, 따뜻한 코코아 한 잔을 마시는 듯한 기분으로 볼 수 있는 드라마가..
그렇죠, 뭐... 제가 보기에도 드라마 자체는 형편없었습니다. 홍자매의 로맨틱 코미디도 이제는 한계에 달했나보다는 생각을 처음부터 끝까지 떨칠 수가 없었죠. 아주 좋게 봐준다면 일시적인 슬럼프라든가 한 번쯤의 커다란 실수라고 퉁쳐줄 수도 있을지 모르지만, 전체적인 설정도 너무나 허술하고 캐릭터에도 공을 들이지 않은 티가 많이 나니 그 정도의 변명도 쉽지는 않네요. 하지만 종영 이후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살벌한 악평들을 바라보며 제 마음은 왜 살짝 불편해졌을까요? 물론 어처구니 없을 만큼 성의없고 황당한 결말이긴 했지만, 그래도 홍자매가 말하고 싶었던 건 이게 아닌데 싶어서... 가장 소중한 것을 아무도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아서 조금은 서운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냥 넘어가려고 했었는데, 생뚱맞게도 김은희..
1968년, 라디오드라마로 제작된 '저 눈밭에 사슴이'는 현재까지도 명성을 떨치고 있는 김수현 작가의 데뷔작이었습니다. 그 무렵 플레어스커트를 입고 청순한 매력을 발산하며 제주여고에 재학중이던 한 명의 섬소녀는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드라마의 매력에 흠뻑 빠져들어 "꼭 배우가 되고 말겠다" 는 야무진 결심을 굳히게 되지요. 그 소녀는 훗날 여배우가 되어 연기대상 트로피를 5회나 차지하며 최다 수상 기록을 세우고, 방송 3사의 그랜드슬램까지 달성하는 한국 최초의 연기자가 됩니다. 바로 최근 2주 동안 '힐링캠프'의 주인공이었던 고두심의 이야기예요. 속속들이 따지고 보면 누구의 삶이건 특별하지 않은 인생이 있을까마는, 고두심의 인생은 더욱 평범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던 듯 느껴졌습니다. 머나먼 남단의 섬 제주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