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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모든 여자들의 소망인 이유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별에서 온 그대

'별에서 온 그대' 김수현, 모든 여자들의 소망인 이유

빛무리~ 2013. 12. 19.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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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외계인과 구미호의 차별성을 확실히 보여주지는 못했지만, 어쨌든 '별에서 온 그대'는 첫회부터 남주인공 도민준(김수현)의 매력을 200% 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단언컨대 도민준 같은 남자와 사랑에 빠지는 것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모든 여자들의 소망이라 할만하다. 물론 현실적으로 세세하게 따진다면 "난 아냐!" 하면서 고개를 저을 여자들도 있겠지만, 가장 기본적이고 굵직한 특성 몇 가지에만 초점을 맞춰 본다면 그런 남자의 사랑을 과연 누가 거부할 수 있을까? 도민준은 현실에 없는 온갖 판타지를 집약시켜 여자들의 로망을 극대화하고자 작정하고 만들어낸 캐릭터 같다.

 

1. 400년 동안 오직 한 여자만을 기다려 온 남자

 

 

1609년의 조선 땅에 처음 떨어졌을 때, 그녀를 만나지 않았다면 도민준은 어렵지 않게 자신의 고향 별로 돌아갈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시공을 초월한 운명이었는지, 공교롭게도 지구에 도착하는 순간 그의 눈 앞에서 아찔한 사고가 발생했다. UFO가 불시착하면서 일으킨 엄청난 바람 때문이었다. 십여 세의 어린 규수 천송이(아역 김현수)는 불행히도 마당과부(친정에서 초례를 올리고 시가로 가기도 전에 남편을 잃은 여자)가 되어 소복을 입은 채 눈물을 흘리며 신랑 없는 시집을 가고 있었는데, 문득 냄비뚜껑 같은 모양의 괴물체가 무시무시한 강풍을 동반하고 하늘에서 날아왔다. 송이를 따르던 시종들은 그 바람결에 어디론가 멀리 날아가거나 나무둥치를 붙잡고 간신히 버티는데, 송이를 태운 가마는 순식간에 낙엽처럼 날아가 절벽 아래로 떨어질 위기에 처한다. 그 때 거짓말처럼 시간이 멈췄고, 두 사람의 운명적인 첫 만남이 이루어졌다.

 

2013년 현재, 도민준은 자신의 고향 별로 귀환할 날을 불과 3개월 앞두고 있다. 지구에서 이방인으로 외롭게 살아 온 404년의 세월을 돌이켜 보면 감회가 무량하지만, 미련없이 훌훌 털고 떠날 수 있는 이유는 정을 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모두 금방 늙고 죽어가는데 자기만 홀로 젊고 싱싱한 모습으로 남겨지는 고통을 견딜 수 있는 방법은 친구를 사귀지 않는 것이었다. 타인들과 밥 한 끼를 함께 먹지 않는 표면상 이유는 지구인들과 타액이나 혈액이 섞이면 안 된다는 것이지만 오직 그뿐이었을까? 언젠가 떠나야 할 이 곳에 마음도 흔적도 남기지 않으려는 도민준의 결벽증은 사진 찍기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품에서도 얼핏 드러난다. 하지만 그의 가슴에 꼭 한 사람이 가시처럼 걸려 있었다.

 

이 땅에 발을 딛고 처음으로 만났던 사람... 처음으로 손을 잡았던 사람... 처음으로 선물을 건네준 사람... 그리고 12년 전에 우연처럼 다시 한 번 만났던 사람... 천송이였다. 유일한 친구 장영목(김창완)에게 도민준은 쓸쓸히 웃으며 말했다. "떠나기 전에 꼭 다시 만나보고 싶은데... 안 되겠죠?" 무려 400년의 세월 동안 누구에게도 마음 주지 않던 이 남자가 오직 그녀 한 사람만을 기억하고 그리워한다. 세상에 이보다 더 탐나는 사랑이 있을까? 사랑하는 사람에게 유일한 존재이고 싶은 것은 남녀의 공통된 마음이지만, 여자에게는 일편단심을 강요하면서 남자의 분방함에는 비교적 너그러웠던 사회의 오랜 특성상 유일하게 사랑받고 싶어하는 여자의 소망은 거의 충족되지 않았다. 이러한 현실 속에서 도민준 같은 남자는 그야말로 보석같은 존재가 아니겠는가?

 

2. 위기에 처할 때면 어디선가 나타나 구해주는 남자

 

 

천송이(전지현)는 기억 못하겠지만, 그녀는 분명히 전생에 도민준을 만났었다. 바람에 날려 절벽 아래로 떨어지려는 순간 기적처럼 가마의 문이 열리고 단정한 얼굴로 손을 내밀던 한 남자를, 그녀는 언제쯤 기억해낼 수 있을까? 도민준이 장영목에게 "그 사고로 나는 돌아가지 못했고, 한 아이는 죽어야 했다"고 말한 이유는 의문스럽지만, 어쨌든 도민준이 천송이를 죽음의 위기에서 구해낸 것은 사실이었다. 그러니 어린 청상과부 송이는 목숨을 살려 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손수 그림까지 그려 외간남자 민준에게 선물한 것이다. "그런데 나으리는 정말 저승사자이십니까?" 하고 순진하게 묻던 송이를 민준은 아주 오랫동안 잊지 못했다.

 

현 시점에서 12년 전이면 2001년 겨울, 16세 소녀 천송이가 밤중에 울면서 집을 뛰쳐나간 이유는 필시 엄마 때문이었을 게다. 송이 엄마 양미연(나영희)의 인품을 보건대, 어린 딸이 아역배우로 고생해서 번 돈을 몽땅 자기 주머니에 챙기고도 모자라 극성스럽게 더 벌어 오라고 들볶아댔을 것이 뻔하다. 송이를 짝사랑하는 휘경(박해진)은 하필 그 때 꽃다발을 들고 찾아갔지만, 그녀의 폭풍 질주를 막지 못한 채 뒤만 쫓다가 아찔한 사고 현장을 속수무책 지켜보아야 했다. 눈물에 시야가 흐려진 소녀에게로 거대한 트럭이 무섭게 달려드는데... 그 순간 또 시간이 멈췄다. 400년 전 그 때처럼, 송이가 정신을 차렸을 때는 도민준의 단정한 얼굴이 눈 앞에 있었다. 그리고 400년 전처럼 똑같이 물었다. "아저씬 누구예요? 저승사자인가요?"

 

천송이가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할 때면 항상 그 자리에 도민준이 있었다. 400년 전에 그는 자신의 고향으로 돌아갈 기회를 포기하면서까지 그녀를 살려주었고, 12년 전에 그는 신의 계시라도 받은 것처럼 그녀의 위기를 미리 알아채고는 좀처럼 드러내지 않는 초능력까지 아낌없이 발휘해서 달려와 구해주었다. 이런 남자의 존재를 어찌 모든 여자의 소망이라 하지 않을 수 있으랴? 반드시 죽음의 위기는 아니더라도 인생에서 온갖 위험과 어려움에 부딪힐 때, 그렇게 달려와 손을 내밀어 주고 강인한 두 팔로 안아줄 사람이 있다면 더 이상 바랄 게 무엇일까? 그러나 아쉽게도 이것은 환상일 뿐이다. 400년 동안 젊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사는 사람이 없는 것처럼, 시간을 멈추는 초능력을 지닌 사람도 현실에는 없다.

 

 

현실 속 사람들은 금방 늙어지고 초라하게 죽어가며, 쉽게 마음이 변하고 위기 대처 능력도 뛰어나지 못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있는 힘을 다해 서로를 굳건히 사랑하며 버텨나가는 것이, 이 땅에 태어나면서부터 우리에게 주어진 숙명인 것이다. 우리는 모두 그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때로는 알면서도 기꺼이 속아주고 싶은 달콤한 거짓말이 있는 법이다. 도민준 같은 남자가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아니 오히려 그 존재가 환상이라는 것을 알기에 여자들은 더욱 홀가분한 마음으로 그에게 빠져든다. 어쩌면 현실 속에 있을지 모르는 행운의 여자를 질투할 필요도 없이, 그의 사랑을 받는 천송이의 자리에 자신을 대입시키며 마음껏 황홀한 상상을 즐길 수 있는 것이다. 드라마 속 천송이의 이미지가 무늬만 톱스타일 뿐 실속이라곤 전혀 없어 보이는 이유도 거기에 있지 않을까? 천송이는 상식도 없고 착하지도 않고 제멋대로이며 히스테리까지 있어 보인다.

 

역시 걱정했던 것처럼, 김수현과 전지현은 외모상으로 어울리지 않았다. 아직도 전지현의 몸매는 늘씬하지만 얼굴에는 적잖은 세월의 흔적이 묻어났고 김수현과의 나이차는 실제보다 크게 느껴졌다. 솔직히 김수현과의 투샷은 전지현보다 아역배우 김현수 쪽이 훨씬 잘 어울리고 느낌도 좋았다. 게다가 천송이는 성격도 안하무인이고, 화려한 겉모습과 달리 밤이면 혼자 악플에 시달리며 외로움에 지쳐 꺼이꺼이 울어댄다. 어쩌면 평범 이하라고 해도 좋을만큼 딱한 인생이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기 때문에 감정이입은 극대화될 수 있다. 천송이가 평범하고 못나 보일수록, 그녀에게 찾아온 왕자님 도민준의 사랑은 더욱 빛나고 탐스러워지는 것이다.

 

'별그대' 1회는 조선시대부터 6.25전쟁을 거쳐 이 땅에 400년을 살면서 총 24번 군대를 가고 총 49년 7개월 동안이나 군생활을 했다는 도민준의 한숨어린 독백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는 그 남자의 존재가 결코 현실화될 수 없는 꿈임을 다시금 분명히 해 준 것이었다. 하지만 오늘도 여자들은 꿈을 꾼다. 한겨울 추위 속의 따뜻한 군고구마처럼, 한여름 땡볕 속의 시원한 팥빙수처럼, 먼 여정에 물집 잡히고 부르튼 발을 쉬게 해 주는 고마운 벤치처럼, 오늘도 팍팍한 현실을 견디며 살아갈 수 있도록 힘을 주는 꿈을... 그래, 꿈이란 그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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