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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나도 꽃으로 살고 있소. 다만 나는 불꽃이오." 역시 김은숙 작가의 작품답게 '미스터 션샤인'에는 재치있고 맛갈스런 명대사가 넘쳐난다. 하지만 그 중에도 최고의 명대사를 꼽는다면 나는 개인적으로 9회에서 고애신(김태리)의 입을 통해 표현된 "나는 불꽃이오"라는 대사를 선택하고 싶다. "꽃으로만 살아도 될 텐데, 사대부 여인들은 다들 그리 살던데"라는 유진초이(이병헌)의 말에 고애신은 담담히 미소지으며 그렇게 답했던 것이다. 거사에 나갈 때마다 죽음의 무게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의병으로서의 삶을 그보다 더 아름답게 표현할 수 있을까? 서글프게도 대부분 존재의 흥망성쇠는 힘의 논리로 좌우된다. 선악이나 옳고 그름과는 별 상관이 없다. 국가든 개인이든 조직이든 마찬가지다. 아무리 옳고 선한 것이라 할지라..
불과 1회가 방송된 후 세트장에서 발생한 화재 사고로 스태프 1명이 목숨을 잃는 등 큰 피해를 입고 방송을 중단했던 JTBC 사극 '하녀들'이 슬픔과 충격을 딛고 심기일전하여 대략 한 달만에 다시 방송을 시작했다. 1회만으로도 상당히 괜찮은 작품이 될 거라는 예감이 들었는데, 워낙 비극적인 사고가 발생한지라 방송 재개 여부조차 불투명했기에 가슴 아프면서도 못내 아쉽던 터였다. 부디 제작진과 출연진이 최선을 다하고 힘을 합쳐 '하녀들'을 최고의 명작 드라마로 탄생시킬 수 있다면, 안타깝게 순직한 스태프의 영혼에도 가장 큰 위로와 선물이 되지 않을까 싶다. 리뷰에 앞서,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빈다. 어쩐지 원작 소설이 있을 듯해서 찾아보니, 극본을 쓴 조현경 작가는 드라마작가 겸 소설가라고 한다. 그래서 소설..
참 기이하게도 '아이리스2'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 시선이 끌리는 드라마입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조연들의 존재감만 커다랗게 부각된 케이스는 없었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요.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의 사랑놀음은 식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만 될 뿐으로 전혀 몰입감이 없고, 지수연을 짝사랑하며 정유건의 강력한 연적으로 떠올라야 할 서현우 역할의 윤두준은 가뜩이나 연기 경력도 짧은 데다가 너무 어린 마스크 때문에 도통 캐릭터와 어울려 보이질 않습니다. 이 세 사람 다음으로 언급되었던 주요 인물이라면 북측을 대표하는 유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정도가 되겠는데, 아직..
보기 드문 수작이었던 드라마 '찬란한 유산'에서 가장 화제를 모은 인물은 주인공들보다 오히려 악역 김미숙이었습니다. 이제껏 주로 선역을 맡아 왔던 김미숙은 차분한 표정과 기품있는 말투로, 눈 한 번 부릅뜨지 않고 언성 한 번 높이지 않으면서도 누구보다 소름끼치는 악역 백성희를 훌륭히 소화해냈었지요. 오직 돈을 가로채기 위해 살아있는 남편을 죽은 사람으로 만들고, 아픈 아이를 먼 곳에 내다 버렸으며, 가족들을 뿔뿔이 헤어지게 만들고, 사랑하는 연인 사이를 갈라놓으려 하는 백성희의 악행에는 정말 치를 떨지 않을 수 없었는데, 그 역할에 100% 몰입하여 진짜 백성희가 된 듯 놀라운 연기를 보여주었던 김미숙은 '선덕여왕'의 미실 고현정보다 한 발 앞서 '악역 전성시대'를 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런데 ..
"돌아가신 희주 외삼촌이 제 아버지라고요?" 서른 살의 장지완(이재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어머니 윤인숙(김미숙)을 바라봅니다. "희주 외삼촌이 죽고 나서 널 가진 걸 알았어. 그 당시엔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그래도 널 포기할 수는 없었어... 그 때 내 사정을 알고 지금의 아버지가 나를 감싸안았어... 지완아, 지금 아버지는 세상이 두쪽난 것 같은 심정일 거야. 널 지키고 싶어했어. 끝까지 너한테 아버지이고 싶었던 분이야!" '불굴의 며느리' 후속으로 시작된 '오늘만 같아라'도 초반부터 막장의 향기를 솔솔 풍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시 일일연속극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싶어서 그냥 포기하고 볼까 생각중입니다. '하이킥3'가 끝나고 TV를 끄지 않으면 자연스레..
요즘 '기적의 오디션'은 도대체 연기자를 뽑는 건지 가수를 뽑는 건지, 그 정체성이 모호해져 가고 있습니다. 지난 주에는 '퍼포먼스'를 주제로 하여 모두들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더니, 이번 주에는 '매력'을 주제로 하여 똑같이 춤을 추거나 노래를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더군요. 최근 가수를 뽑는 오디션이 성행하는 바람에 시청자들의 눈이 한껏 높아져 있는데, 이들의 실력은 상대적으로 너무나 아마추어 수준의 어설픈 것이었습니다. 갈수록 기획과 짜임새가 너무나 허술하군요. 이번 주에는 생방송이 시작되자마자, 여성 MC 김소원 아나운서가 한 방을 제대로 터뜨려 주었습니다. 문자투표하는 방법을 설명하는 멘트가 그야말로 압권이었습니다. "한 사람에게 중복 투표는 불가능하지만, 여러 사람에게 다중 투표..
'기적의 오디션'에서 드디어 30인의 미라클 스쿨 입학생이 가려졌습니다. 5인의 마스터는 각각 6명씩의 제자를 선발할 권한이 있지만, 오히려 일차적인 선택권은 제자들에게 있었습니다. 수차례의 예선을 거쳐 올라온 49인의 참가자들은 자기가 원하는 마스터의 스쿨에 우선적으로 지원하는데, 그에게 선택받지 못이하더라도 추후에 다른 마스터가 지목하면 추가 합격자로서 미라클 스쿨에 입성할 수 있게 되는 것입니다. 실제로 특별히 많은 지원자가 몰렸던 이범수 한 사람을 제외하고 다른 4명의 마스터는 자기를 선택한 그룹 중에서 모든 제자를 뽑지 않았습니다. 최초로 오디션을 실시했던 김갑수는 뭔가 상당히 마음에 안 드는 듯 까칠한 어조로 3명만을 뽑고는 그만두었지요. 지난 주에는 오디션 도중에 대사를 잊어버린 참가자에게 ..
지금은 명실상부한 오디션 예능의 시대입니다. 케이블에서 시작된 '슈퍼스타K' 시리즈의 성공이 그 도화선이 되지 않았나 싶은데요, 가장 간편한 형식으로 승부를 가늠할 수 있는 '노래' 위주의 오디션이 먼저 붐을 이루어 '위대한 탄생'의 스타들을 배출해냈지요. 그 범위는 기성 가수들에게까지 넓혀져 '나는 가수다' 열풍을 몰고 왔으며, 인기 최고의 아이돌 가수들조차도 그 물결에 휩쓸려 '불후의 명곡2' 등에 참여하게 되었습니다. 심지어는 일반인으로서 도전하기 쉽지 않은 피겨스케이팅조차 김연아의 깃발 아래 모여 '키스앤크라이'와 같은 예능 프로그램으로 만들어졌습니다. 그런가 하면 분야의 한계 없이 다양한 사람들이 각자의 재능을 뽐낼 수 있는 '코리아 갓 탤런트'와 같은 프로그램도 생겼습니다. 그리고 이제 또 하..
'몽땅 내 사랑'에서 드디어 감격적인 부녀상봉이 이루어졌습니다. 그토록 애타게 친딸 샛별이를 찾아 헤매면서도 바로 눈앞에 있는 딸(윤승아)을 알아보지 못하고 매일 구박만 하는 김갑수의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안타까워했는데, 그들이 혈육을 만나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니 흐뭇한 마음이 앞서더군요. 작품 전체의 가장 큰 비밀이 풀렸으니 앞으로의 변화무쌍한 전개는 더욱 흥미로워질 것 같습니다. 잃어버린 샛별이의 행방에 대해 마지막 단서를 쥐고 있던 최순옥 할머니가 결국 혼수상태에서 깨어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자 김갑수의 절망은 극에 달했지요. 이제 영영 딸을 찾을 방법이 없어졌다고 여긴 김갑수는 비밀의 방에 꽁꽁 숨겨 놓았던 샛별이의 물건들을 정리하기 시작합니다. 어딘가에 살아 있을 딸을 향해 목 멘 소리로 중얼거..
'몽땅 내 사랑'에서 사랑과 복수의 중심을 차지하고 있던 전태수가 느닷없이 음주 폭행 사고를 일으켜 하차하게 된 후 '몽땅'의 스토리는 혼란을 거듭해 왔습니다. 전태수가 빠져나간 빈자리가 너무 컸기에, 도대체 이제 와 그를 빼놓고 무슨 이야기를 진행시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마저 들었었지요. 그러나 다행히도 '몽땅'은 다른 캐릭터들을 적절히 활용하여 소소한 웃음으로 시간을 벌며 잘 버텨왔고, 최근에는 새로 투입된 진이한이 전태수의 자리를 자연스럽게 채움으로써 안정적 포맷을 되찾았습니다. 놀라운 것은 후속작으로 예정된 '하이킥 시즌3'의 제작이 늦어짐에 따라, 원래 120회 예정이었던 '몽땅 내 사랑'이 연장되어 무려 200회까지 방송될 것이라는 점입니다. 화제성과 시청률 면에서 대박을 쳤던 '거침없이 하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