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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리스2' 백산과 최민, 사랑이 바꿔놓은 두 사람의 운명 본문

드라마를 보다

'아이리스2' 백산과 최민, 사랑이 바꿔놓은 두 사람의 운명

빛무리~ 2013. 2. 2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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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기이하게도 '아이리스2'는 주인공을 비롯한 주요 인물들보다 상대적으로 비중이 낮은 조연들에게 시선이 끌리는 드라마입니다. 지금까지도 비슷한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이렇게까지 주인공들의 존재감이 미약하고 조연들의 존재감만 커다랗게 부각된 케이스는 없었지 않나 싶을 정도인데요. 정유건(장혁)과 지수연(이다해)의 사랑놀음은 식상할 뿐만 아니라 오히려 스토리의 진행에 방해만 될 뿐으로 전혀 몰입감이 없고, 지수연을 짝사랑하며 정유건의 강력한 연적으로 떠올라야 할 서현우 역할의 윤두준은 가뜩이나 연기 경력도 짧은 데다가 너무 어린 마스크 때문에 도통 캐릭터와 어울려 보이질 않습니다. 이 세 사람 다음으로 언급되었던 주요 인물이라면 북측을 대표하는 유중원(이범수)과 김연화(임수향) 정도가 되겠는데, 아직은 이 두 사람의 캐릭터도 충분히 어필되지 못하여 겉돌고 있는 느낌이네요.

 

 

그에 비해 중견 연기자들이 맡고 있는 조연 캐릭터들은 막강한 포스와 존재감을 자랑하며 드라마에 대한 흥미를 자극시킵니다. 백산(김영철), 박철영(김승우), 조명호(이정길) 등 시즌1에서부터 등장했던 인물들이 많으니 스토리 어필 면에서도 유리하고, 다들 오랜 경력으로 원숙하면서도 탄탄한 연기력까지 겸비했군요. 그 중에도 NSS 신임 부국장 최민(오연수)은 시즌2에 처음 등장한 인물로서, 전편 출연자들과 비교해도 전혀 밀리지 않을 만큼 강력한 존재감을 시종일관 뿜어내고 있습니다. 상당한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그 정체가 신비하며 뭔가 사연이 있을 듯 과거를 궁금하게 만든다는 점에서, 최민은 백산과 더불어 '아이리스2'의 양대 기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듯 싶네요. 어째서 주인공 정유건을 둘러싼 비밀은 (특히 출생의 비밀 따위는 제발 좀..;;) 전혀 궁금하지 않은데, 백산과 최민의 정체와 비밀은 이토록 궁금해지는 걸까요? ㅎ

 

 

백산과 최민은 초반의 첨예한 대립에서 이미 극과 극의 대칭점에 서 있음을 분명히 했습니다. "나는 내가 옳다고 믿는 정의를 위해서 일하며, 아이리스는 내가 믿는 정의에 방해되는 가장 강한 적" 이라고 최민이 말하자 백산은 "나는 언제나 대한민국이라는 정의를 위해서 일해 왔으며, 아이리스와 손잡은 것도 그 정의를 위해서였다"고 대답했지요. 물론 최민은 수긍하지 않고 백산의 말이 궤변이라면서 냉소했지만, 백산의 담담한 표정은 오히려 확신에 차 있었습니다.

 

시즌1에서 마치 악의 축 같은 냉혈함으로 수많은 암살을 지시하고, 마침내는 전신마비 상태의 유정훈 박사(김갑수)를 직접 총으로 살해하던 백산의 모습을 떠올릴 때, 과연 그 행동이 어떤 면에서 대한민국을 위한 것이었다고 역설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군요. 하지만 남들이 인정을 하든 안 하든, 백산은 신념에 따라 행동하며 살아온 자신의 과거에 부끄러움이 없어 보이니 그 위험스런 당당함은 순간 아찔할 만큼 매력적이었습니다. (요즘 드라마는 이렇게 악역이 멋있어야 제대로 된 재미가 난다니까요..ㅎ)

 

 

5회에서 치명적인 총상을 입고 아이리스에 생포된 주인공 정유건이 앞으로 어떤 맹활약을 보이며 존재감을 회복할지는 모르겠으나 지금까지의 존재감은 그야말로 안습 수준이었기에, 제작진이 보기에도 좀 심각하다는 생각이 들었나 봅니다. 태산같은 양대 기둥, 백산과 최민으로 하여금 느닷없이 한참 어린 정유건에게 자신의 과거 이야기를 술술 털어놓게 만들더니, 그 고백의 말미에는 "자네에겐 이상한 힘이 있다" 거나 "자네를 믿기 때문에 이런 이야기를 한다"는 등의 말을 붙여서 '주인공 살리기' 목표를 확실히 해 주더군요.

 

생뚱맞은 거목(巨木)들의 과거 고백은 그 형식상으로 보면 상당히 웃기는 설정이었지만, 김영철과 오연수의 내면 연기가 워낙 뛰어난 탓인지 그런대로 오글거림 없이 선방할 수가 있었습니다. 특히 흰 수염 백산의 감회어린 표정과 젊은 백산으로 정석원이 출연하여 흑백으로 촬영된 과거의 영상이 겹쳐지니, 그 내용 자체는 뻔하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왠지 가슴 한켠이 저려오더군요.

 

 

젊은 날 백산에게는 깊이 사랑한 여인이 있었는데, 백산이 NSS 요원으로 발탁되면서 두 사람의 평화롭던 사랑에는 위기가 닥쳐왔습니다. NSS 선배 요원으로 보이는 한 남자는 젊은 백산(정석원)에게 이렇게 말했지요. "요원에게는 금기시되는 게 딱 하나 있어. 사랑에 빠지지 마라... 경고야!" 짧은 과거 영상의 내용만으로 추측컨대 그 선배는 백산의 애인을 짝사랑했던 것 같군요. 그래서 두 사람의 사랑을 방해하려 했는데, 그 와중에 NSS의 특별임무가 공교롭게 얽혀들면서 의도와 달리 백산의 애인을 죽음으로 몰아갔던 게 아닐까 싶습니다. 평생 유일하게 사랑한 여자를 잃은 백산은 복수를 다짐했고, 속마음을 철저히 숨긴 채 NSS 활동을 계속하여 국장 자리에까지 올랐습니다.

 

하지만 애인의 죽음에는 거대 세력이 연관되어 있었고 (그게 꼭 NSS라는 법은 없음..) 복수를 위해서는 더 큰 힘이 필요했지요. 그 때 백산에게 힘을 실어 준 것이 바로 아이리스였습니다. 그렇게 사사로운 복수심으로 아이리스와 손잡았으면서도 백산은 여전히 당당하게 말합니다. "이거 하나는 분명해. 누군가 내 손에 죽었다면 그건 이 나라를 위해 반드시 필요한 일이었어!" 이렇게 묻지도 않은 과거사를 정유건에게 털어놓은 후, 백산은 이렇게 마무리했지요. "이상하구만. 자네는 내가 세상 누구에게도 하지 않았던 이야기를 꺼내게 만드는 알 수 없는 이상한 힘이 있어!" 

 

 

한편 냉정하면서도 부드러운 카리스마로 매회를 장악하며 "강하고 능력있는 여자의 모습은 바로 이런 것이다!"를 보여주고 있는 최민 역시, 자신의 아픈 과거사를 별 이유도 없이 정유건에게 털어놓습니다. 그 과거의 아픔은 최민이 평생 목숨 걸고 아이리스를 쫓는 이유이기도 했지요. 그녀는 8살 되던 해, 영사관에서 일하던 부모님을 폭탄 테러로 잃었습니다. 그리고 20년 후, 미국 생활 중에 결혼을 약속했던 애인을 역시 9.11 테러로 잃었습니다.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테러에 빼앗긴 최민은 수년간 그 테러들의 배후를 쫓았는데, 직접적이든 간접적이든 대규모 테러에는 반드시 아이리스가 관계되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죠.
 

그래서 그녀는 다짐합니다. "이제 더 이상은 소중한 사람들을 잃지 않을 거야. 최소한 아이리스한테 만큼은!" 그리고는 확인사살처럼 덧붙입니다. "이런 말, 정팀장을 믿지 않으면 할 수 없다는 거 기억해 줘!"

 

 

5회 말미에 백산은 무슨 생각에서인지 최민을 불러 자신의 비밀 하나를 공개했습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수도서울 곳곳에는 가공할 위력을 지닌 다섯 개의 핵무기가 숨겨져 있으며, 그 위치를 알고 있는 사람은 오직 백산 자기뿐이라는 사실을 말이죠. 아이리스가 백산에게 얻어내려는 것은 바로 그 핵무기의 위치이니, 아이리스와 대적중인 NSS 측에서도 백산의 신변을 확보하지 못하면 매우 불리해지는 상황입니다.

 

금부터는 더욱 더 모든 요원들이 목숨 걸고 백산을 지켜야 할텐데, 경계심 많은 최민이 속마음을 털어놓을 만큼 절대적으로 신뢰하는 정유건, 늙은 호랑이 백산이 인정할 만큼 '사람의 마음을 열게 하는 이상한 힘'을 지닌 정유건, NSS의 핵심 요원인 정유건 팀장이 치명상을 입고 아이리스 쪽에 잡혀갔으니 NSS는 절대 위기에 놓이고 말았군요.  이제 정유건이 죽음에서 살아나면 어떤 활약을 펼치게 될지, 주인공의 포스를 어느 정도 회복할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시즌1과의 연계성에서 최민의 정체를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면, 유정훈 박사를 중심으로 전세계에 퍼져 활동하던 반 아이리스 조직 중 살아남은 일원이 아닐까 싶기도 하지만 정확히는 모르겠네요. 그런데 백산과 최민이 현재의 위치에서 대립하게 된 이유가 사랑 때문이었음을 생각하면 살짝 가슴이 아파 옵니다. 불행한 시대, 불행한 운명으로 태어난 그들은 개인의 힘으로 대적할 수 없는 거대한 세력에 휩쓸려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고, 각자의 원수에게 각자의 방식대로 복수를 다짐했죠.

 

그러나 한 사람의 잘못된 선택의 결과는 또 다른 비극을 불러왔고, 원래 아무 원한 관계가 없던 두 사람의 능력자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원수가 되어 서로 총구를 겨누게 되었습니다. 따지고 보면 그들 모두가 피해자인 것을, 확신을 통해 점점 더 악의 구렁텅이로 빠져들어가는 백산의 모습도, 이 살벌한 세상 속에서 최후의 인간다움을 유지하려 안간힘을 쓰는 최민의 모습도 그저 안타까울 뿐이네요. 시즌1에서와 마찬가지로 다시 시작된 이야기의 끝도 결코 해피엔딩일 수 없음을 예감하는 까닭은, 아직은 이 시대의 막막한 어둠이 걷힐 기미가 보이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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