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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다 이순신' 식상한 출생의 비밀, 또 봐야 하나? 본문

드라마를 보다

'최고다 이순신' 식상한 출생의 비밀, 또 봐야 하나?

빛무리~ 2013. 3. 10.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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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넝쿨째 굴러온 당신'(넝쿨당)과 '내 딸 서영이'가 연이어 50%에 육박하는 시청률로 대박을 기록한 후, 그 축복의 시간대에 '최고다 이순신'이라는 제목의 새 드라마가 시작되었습니다. 요즘 그 시간대에는 달리 볼만한 공중파 드라마가 없을 뿐 아니라, KBS 주말드라마는 원래 주 시청층의 연령과 충성도가 높은지라 이번에도 별 무리없이 중박은 장담해도 되지 않을까 싶군요. 하지만 전작들이 워낙 대박을 쳤던지라, 그 바통을 이어받고도 중박에 그치면 찬사는 커녕 비웃음만 사게 될지도 모를 일이니 '최고다 이순신'에 임하는 배우들과 제작진의 마음이 가볍지만은 않을 것 같습니다.

 

첫 방송을 시청한 소감을 말하자면, 일단 남주인공이 여러모로 아주 든든하게 느껴졌습니다. 신준호라는 캐릭터 자체도 신선하고 매력적이지만 무엇보다 배우 조정석의 연기에 물이 제대로 올랐더군요. 드라마에서는 첫 주연이라 알고 있는데도 작위적이거나 오버하는 느낌 없이, 배역에 완전 몰입한 듯 자연스럽고 능청스런 연기를 보여주었습니다. 신준호 캐릭터는 매우 고집이 세고 시크하지만 한편으로는 뜻밖에 허당스럽고 유머러스한 연예기획사 대표인데, 드라마의 남주인공이 모처럼 재벌2세(왕자님)가 아니라서 무척 반갑네요..;; 잘나가는 피부과 병원장의 아들로 유복하게 자라긴 했지만, 이 친구는 전혀 아버지의 후광을 입지 않고 자력으로 성공한 케이스입니다. 오히려 가업을 이어받지 않고 딴따라의 길을 고집한다는 이유로 아버지 신동혁(김갑수)와의 관계가 지극히 나빠져 있는 형국이죠.

 

 

그에 비해 타이틀롤에 해당하는 여주인공 이순신(아이유)은 순정만화 '캔디' 이후 온갖 드라마에서 마르고 닳도록 우려먹어진, 한 마디로 흔해빠진 캔디형 캐릭터입니다. 외모, 학력, 집안, 능력 등 무엇 하나 빼어난 것 없이 평범 이하 수준에다 약간 맹하고 주책스럽지만, 밝고 긍정적인 성품 하나로 주변의 사랑을 받으며 온갖 역경을 헤쳐나가는 와중에 호박들이 넝쿨째 굴러오듯 온갖 멋진 남자들의 구애를 받는... 이제 이순신도 잘 닦여진 그 길을 따라가겠죠. 솔직히 말하면 저는 1회에서 여주인공의 매력을 발견하지 못했습니다. 캐릭터 설정 자체도 식상하거니와, 살짝 뻣뻣하고 오버스런 아이유의 연기도 좀 걱정스럽더군요. 특별히 지탄을 받을 만큼 형편없는 수준은 아니지만 주위의 다른 배우들과 비교하면 확실히 몰입도가 떨어진다고 느껴졌으니까요. 엄마 김정애 역할의 고두심이야 말할 것도 없지만, 상대역인 조정석과도 연기력 면에서 너무 격차가 벌어지니 앞으로 정말 많은 노력이 필요해 보였습니다.

 

또 다른 주요 배역으로 중견배우 이미숙이 연기하는 송미령이 있습니다. 과거 은막의 최고 스타였을 뿐만 아니라 현재 중년의 나이에도 높은 인기를 유지하는 송미령은 신준호가 대표로 있는 기획사의 소속 여배우인데, 첫 회부터 뭔가 깊은 사연을 간직한 듯한 뉘앙스를 솔솔 풍기며 시선을 사로잡네요. 신준호는 유능한 스타메이커답게 목전의 이익이 아니라 한 발짝 먼 곳의 성공을 앞서 바라보며 송미령의 출연 작품을 결정하는데, 결정에 앞서 배우 본인의 의견을 묻지 않는 등 독선적인 경향이 좀 있기는 합니다. 하지만 송미령의 매니저 황일도(윤다훈)이 나서서 강력히 항의하자 신준호는 기다렸다는 듯 냉소를 날리며 준비해 두었던 무기를 휘두르는군요. 황일도는 드라마 제작자와 도박을 하다가 빚을 지게 되자 급한 김에 송미령을 그 드라마에 출연시키기로 약속한 적이 있었는데, 그 사실을 보란듯이 송미령 앞에서 폭로하고 만 것입니다. 젊은 나이에 사업가로 성공한 신준호, 상당히 용의주도하고 독한 면이 있네요.

 

 

황일도가 감히 자기를 도박판의 판돈처럼 이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자존심 강한 송미령은 머리끝까지 화가 났습니다. 펄펄 뛰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부인하던 황일도는 끝내 송미령이 화를 풀지 않고 자기를 내쫓으려 하자 안색을 바꾸면서 협박 모드로 접어드는군요. "무섭지 않으세요? 무서울텐데... 배우 송미령이 어떤 사람인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나만큼 아는 사람 있어요? ... 나한테 이러는 건 아니죠. 누님이 양심이 있다면 나한테 이러는 거 아니야!" 그러고는 문을 박차고 나가 버리는데... 등장인물 소개를 보면 송미령은 데뷔 후 이제껏 신비주의를 고수해 왔습니다. 결혼 경력도 전무하고 과거나 사생활은 모두 베일에 싸여 있는 상태죠. 그리고 황일도는 미령의 고향 후배로서 오랫동안 미령을 친누나처럼 따르며, 그녀의 이해와 관련된 일이라면 잔혹할 만큼 집요한 인물이라 묘사되어 있습니다. 그런 황일도가 송미령의 알 수 없는 과거를 약점삼아 협박하기 시작했다면, 이제 뭔가 흥미로운 일들이 벌어지겠죠?
 
 

그런데 송미령과 헤어지고 식식거리며 방황하던 황일도가 문득 거리에서 이순신의 아버지 이창훈(정동환)의 모습을 발견하고 기이한 표정을 짓는 걸 보니 마음이 약간 섬뜩해집니다. 왜냐하면 이창훈은 머지않아 죽음을 맞이할 운명이거든요. 이 드라마의 기본설정 자체가 '아버지의 죽음을 계기로 운명의 소용돌이에 휩쓸리게 된 엄마와 막내딸의 행복찾기'니까요. 과연 송미령과 이창훈 사이에는 과거 무슨 일이 있었을까요? 그 비밀은 이제 주인공들을 어떤 운명으로 이끌게 될까요? 마냥 궁금해할 수만 있으면 더 좋겠는데, 어렴풋이 떠오르는 예상이 너무 흔해빠진 것이라 벌써 김이 좀 빠집니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하기로 하죠.

 

 

이순신은 이창훈과 김정애 부부의 막내딸이고 그녀에겐 혜신(손태영), 유신(유인나)이라는 두 언니가 있습니다. 순수할 순(純)에 믿을 신(信), 뜻은 좋지만 남들에게 놀림받기 딱 좋은 이름부터 언니들과는 차이가 있네요. 예쁘고 늘씬하고 똑똑한 언니들에 비해 못생기고(드라마 설정상) 조그맣고 능력없다는 이유로 온 가족에게 냉대받는 이순신의 모습에서는 프랑스 작가 쥘 르나르의 동화 '홍당무'가 얼핏 떠오르기도 합니다. 물론 홍당무의 매정한 엄마와 달리 김정애는 막내딸 순신이를 사랑하고 있지만, 다른 가족들은 그녀에게 별 관심도 없거든요. 특히 사사건건 순신이의 행동을 트집잡으며 구박하는 작은언니 유신의 모습은 동화 속에 나올 듯한 '신데렐라 언니' 그대로입니다. '최고다 이순신'은 온갖 동화들의 교집합일까요? 차라리 그렇기만 하면 좋겠는데, 여기서 최악의 설정이 등장합니다. 동화책 표지를 넘기자마자 막장드라마라니, 이건 좀 아닌 듯해요.

 

그냥 친딸이면 어때서 순신이가 업둥이란 말입니까? 같은 부모에게서 태어났어도 얼마든지 돌연변이처럼 색다른 형제가 있을 수 있고, 홍당무의 엄마처럼 친자식인데도 유난히 못생겼다는 이유로 구박하는 가족들도 있을 수 있는데 말이죠. 언니들보다 못나서 자꾸 뒤처지는 이순신 캐릭터에 설득력을 부과하기 위해 굳이 출생의 비밀을 넣을 필요는 전혀 없었습니다. 앞서 언급했던 송미령과 이창훈의 과거가 혹시 이 부분에서 끼어들게 되는 건 아닐까 생각하니 벌써부터 짜증이 솟구치네요. 썩 괜찮게 보았던 전작 '내 딸 서영이'에서도 어김없이 출생의 비밀은 등장했었죠. 업둥이인 줄만 알았던 막내아들(이정신)이 사실은 남편의 외도로 태어난 아들이었고, 내연녀가 몰래 낳아서 집 대문 앞에 두고 갔던 거라는 막장 내용..;; 설마 여기서 비슷한 설정이 또 나오는 걸까요? 순신이는 이창훈과 송미령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는데, 매니저 황일도가 친부의 집 앞에 업둥이로 위장해서 버렸던 걸까요?

 

 

그게 사실이라면 이창훈은 머지않아 송미령이나 황일도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혹은 (입을 막으려던) 그들의 실수로 죽음을 맞이하게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어떤 이유로든, 어떤 경로를 통해서든 비밀이 밝혀지면 송미령의 배우 인생에는 치명타가 될 것이고, 그녀에게 매달려 살아가는 황일도의 인생 역시 종치게 될 테니까요. 그렇다면 '최고다 이순신'의 초반 내용은 가족드라마 치고 상당히 어둡게 진행될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저는 이 예측이 들어맞지 않기를 바랍니다. 고작 첫 회를 시청하고 나서 이렇게 훤히 보일 정도라면 앞으로의 내용은 얼마나 더 뻔하다는 얘길까요? 무엇보다 닳고 닳은 출생의 비밀, 그 카드 없이는 드라마가 안 되는 건가요? 이제는 제발 평범한 가정에서 정상적으로 태어난 '출비' 없는 주인공을 좀 보았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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