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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만 같아라' 김갑수, 막장도 녹여버리는 연기력 본문

드라마를 보다

'오늘만 같아라' 김갑수, 막장도 녹여버리는 연기력

빛무리~ 2011. 11. 30.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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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가신 희주 외삼촌이 제 아버지라고요?" 서른 살의 장지완(이재윤)은 눈을 커다랗게 뜨고 자신에게 믿을 수 없는 말을 하는 어머니 윤인숙(김미숙)을 바라봅니다. "희주 외삼촌이 죽고 나서 널 가진 걸 알았어. 그 당시엔 감당하기 벅찬 일이었다. 그래도 널 포기할 수는 없었어... 그 때 내 사정을 알고 지금의 아버지가 나를 감싸안았어... 지완아, 지금 아버지는 세상이 두쪽난 것 같은 심정일 거야. 널 지키고 싶어했어. 끝까지 너한테 아버지이고 싶었던 분이야!"

'불굴의 며느리' 후속으로 시작된 '오늘만 같아라'도 초반부터 막장의 향기를 솔솔 풍기는 것이 예사롭지 않습니다. 역시 일일연속극은 어쩔 수가 없나보다 싶어서 그냥 포기하고 볼까 생각중입니다. '하이킥3'가 끝나고 TV를 끄지 않으면 자연스레 보게 되는 프로그램이니까요. 막장 설정이긴 하지만 의외로 상당한 재미도 있습니다. 현재 젊은 주인공들이 겪고 있는 비극은 모두 30년 전의 부모 세대에서 비롯되었습니다.

장춘복(김갑수)은 어려서부터 개똥이라는 별명으로 불리웠습니다. 그의 부모는 부유한 양조장 집에서 머슴살이를 하고 있었지요. 하지만 장춘복과 동갑이었던 양조장 집 아들 이재호는 그를 격의없이 친구로 대해 주었습니다. 나중에 이재호와 다른 친구들은 대학까지 진학했으나, 가난한 머슴의 아들이던 장춘복은 중졸 학력에 머물렀습니다. 중학교 영어선생님의 딸이던 윤인숙을 사춘기 시절부터 사랑했으나, 장춘복에게 그녀는 오를 수 없는 나무였습니다. 더구나 윤인숙은 일찌감치 이재호의 여자가 되어 있었지요.

그런데 이재호는 대학시절 학생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었고, 알 수 없는 사고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윤인숙이 재호의 아이를 가졌다는 사실을 알게 된 장춘복은 그녀를 설득하여 결혼에 성공했고, 태어난 아들 장지완을 이제껏 지극정성으로 키웠습니다. 고향 사람들과 친구들 사이에서는 춘복이가 인숙이를 사랑한 나머지 재호를 경찰에 밀고했다는 소문이 나돌았지만 개의치 않았습니다.

수십년 후 장춘복은 꽤나 실속있는 알부자가 되었습니다. 자수성가한 그는 타인에겐 야박하기 이를 데 없으나 가족에게는 극진한 가장이었습니다. 티격태격하면서도 고향 친구들과는 돈독한 친분을 유지하고 있는데, 특히 장춘복의 재력을 시기하는 김준태(이한위)와 죽은 이재호의 여동생 이재경(견미리)은 속으로 장춘복이 이재호를 밀고했을지 모른다는 강한 의심을 지우지 못하면서도 어떻게 여지껏 친하게 지내고 있었는지 참 신기한 일이죠. 차라리 연락을 끊고 살았어야 했는데, 집안끼리 왔다갔다 하면서 지낸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이재경은 오빠 이재호의 또 다른 친구였던 부잣집 아들 문상엽(홍요섭)과 결혼해서 딸 문희주(박시은)를 낳았습니다. 이 도도한 여자는 장춘복네가 자기 집에서 머슴 살던 기억을 지우지 않고 여전히 장춘복을 개똥오빠라고 부릅니다. 심지어 장춘복의 어머니 오갑분(김영옥)에게도 개똥아지매라고 부르며, 오갑분은 아직도 그녀를 애기씨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천금같은 딸 희주가 개똥이네 아들 지완과 결혼을 하겠답니다. 자존심 상한 이재경은 반대하며 펄펄 뛰었지만, 결국은 다 큰 자식들을 어떻게 막아볼 도리가 없음을 깨달아 승낙하고 말았지요. 그런데 감지덕지할 줄 알았던 개똥오빠가 뜻밖에도 극구 반대하고 나서니 황당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장지완의 친아버지가 누구인지는 이제껏 장춘복과 윤인숙 부부만의 비밀이었으니까요.

꿈에도 상상한 적 없던 자기 출생의 비밀을 알게 된 장지완은 충격을 넘어서 분노를 터뜨립니다. 사실 그는 성장하면서 점차로 아버지 장춘복에 대한 존경심을 잃어갔습니다. 가족들에겐 잘하면서도 타인에게는 지나치게 야박한 아버지가 부끄럽기도 했습니다. 그저 자식된 도리로서 아버지를 탓할 수 없으니 묵묵히 지내왔던 것이지요. 그런 와중에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게 된 것만도 충격인데, 더구나 아무것도 모르고 사랑하던 여자 문희주가 사촌동생이라서 자기와는 절대 맺어질 수 없는 사이임을 이제야 알게 되었으니, 그 분노의 화살은 모조리 장춘복에게로 향합니다.

"그 당시 희주 외삼촌께서 학생운동으로 수배중이셨다면서요? 아버지가 엄마를 좋아한 나머지 희주 외삼촌을 경찰에 고발하신 건가요?" 어릴 적부터 주변에서 이런저런 소문을 듣고 자랐던 장지완은, 자기가 죽은 이재호의 아들임을 알게 되자 대뜸 키워준 아버지 장춘복에게로 의심의 화살을 돌립니다. 윤인숙은 극구 부인합니다. "그건 아니야. 네 아버지는 나를 좋아한 이상으로 희주 외삼촌을 좋아했어. 친구지만 존경할 정도였어. 그런 짓 할 사람이 아니야, 절대로!" 하지만 장지완은 의심을 거두지 않습니다. "그분이 살아 계셨으면 아버진 엄마하고 결혼 못했을 거잖아요. 엄마가 속고 계신지도 모르잖아요!" 장지완의 마음속에서 불과 5분 전까지도 아버지였던 장춘복은, 졸지에 아버지를 죽인 원수로 둔갑하고 말았습니다.

"네 아버지가 어떤 사람인지는 내가 잘 알아. 절대로 그럴 사람이 아니야!" 윤인숙의 말에 장지완은 또 대듭니다. "그럼 지금까지 제 친아버지가 누군지를 왜 숨긴 거예요? 아버지가 떳떳하다면 숨길 필요가 없는 거 아닌가요?" 윤인숙이 대답합니다. "아버진 차마 너한테 친아버지가 아니라는 말을 못하겠다고 하셨어... 지완아, 네가 아버지 마음을 조금이라도 안다면 왜 숨길 수밖에 없었는지 이해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금지된 사랑의 운명에 처절한 고통을 느끼는 장지완으로서는 장춘복을 원망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아버지의 진심이 뭐였든, 어떠한 경우에도 말씀해 주셨어야 했어요. 이제 희주하고 저는 어떡하라는 말씀이세요? 처음부터 우리는 사랑하면 안되는 사이였잖아요. 이제 우리는 평생 자신들을 경멸하고 저주하면서 살아가게 될 거예요!"

아들의 처절한 분노 앞에 윤인숙은 더 이상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습니다. 설마 이렇게 될 줄 모르고 이제껏 숨겨왔던 부모가 죄인일 뿐입니다. 지금쯤 남편이 어쩌고 있는지 염려된 윤인숙은 이리저리 장춘복을 찾아다니다가, 포장마차에서 홀로 술잔을 기울이는 그를 발견합니다. 소주잔을 들고 "지완아... 지완아..." 아들의 이름을 노래하듯 중얼거리던 장춘복은 아내를 발견하자 환히 웃으며 그녀를 반깁니다.

"여보, 여보... 우리 지완이가 네 살이던가 다섯 살이던가... 나는 그 때 슈퍼맨이었어요. 당신 알지, 슈퍼맨! 못하는 게 없는 아빠였어요. 힘도 세고 자전거도 잘 타고 장난감 조립도 척척 해주었지요. 지완이는 항상 우리 아빠 최고! 우리 아빠 최고! 그 소리를 입에 달고 다녔었지요... 그러다가 한 살 두 살 나이를 먹고 나보다 더 키도 커지고... 언제부턴가 지완이한테서 아빠 최고라는 말은 들어보질 못했어요. 후후... 그래도 상관없어요. 이젠 우리 지완이가 최고... 나한텐 우리 지완이가 최고니까요!"

윤인숙은 피도 안 섞인 아들 지완을 장춘복이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웠는지를 알고 있는데, 그런 아들이 좀전에 아버지를 원망하고 의심하며 분노하는 모습을 보고 나왔기에 더욱 더 남편이 불쌍하기만 합니다. 장춘복 역시 자기 눈으로는 안 봤어도 무슨 일이 벌어졌을지를 짐작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눈물을 흘리며 말합니다. "이 모든 게 꿈이었으면 싶어요. 내일 아침에 눈을 뜨면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이 지완이가 나를 보며 '아버지는 아들 바보'라고 놀렸으면 좋겠어요..." 그러면서 장춘복은 손을 들어 자신의 머리와 가슴을 자학하듯 마구 후려칩니다.

"꿈이 아니에요. 아파요. 아프기만 하네요... 우리 지완이도 많이 아파하지요? 우리를 많이 원망하지요? 여보... 이제 난 아들을 잃어버린 거죠? 이제 지완이는 나를 미워하겠죠? 나한테 아버지라고도 안 하겠죠? 여보... 여보... 더 욕심내면 안되는데... 진짜 안되는데... 그런데 여보... 나 우리 지완이 아버지 하고 싶어요. 난 영원히 지완이 아버지이고 싶었어요!" 김갑수의 눈물 연기는 그야말로 절절했습니다. 이 막장스럽고 비현실적인, 어처구니 없는 설정이 김갑수의 눈믈과 만나는 순간 맥을 못 추고 녹아 버렸습니다. 막장이고 뭐고 간에, 아들을 향한 아버지의 애절한 사랑은 그저 숭고하게 느껴질 뿐이었습니다.

과거의 진실은 아직 알 수가 없습니다. 어쩌면 이재호를 밀고한 사람은 장춘복일지도 모릅니다. 윤인숙과 그녀의 아들 지완에 대한 사랑이 너무 극진하기 때문에, 그래서 더 의혹의 시선을 멈출 수가 없습니다. 지완의 말대로 이재호가 살아있었다면 장춘복은 결코 사랑하는 여자를 차지할 수 없었을 테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강력한 용의자이기 때문에, 장춘복에 대한 주변의 의심은 억울한 오해일 수도 있습니다. 저는 나름의 근거를 통해 문희주의 아버지 문상엽이 밀고자일 가능성도 높다고 생각하는데 그건 두고 봐야 알 일이겠죠.

평생 지완의 아버지이고 싶었지만, 불가항력적인 사태를 맞아 어쩔 수 없이 아들에게 비밀을 밝혀야 했던 장춘복...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워냈던 그 귀한 아들을 속절없이 잃게 되었다는 생각에 장춘복은 한없이 눈물을 흘립니다. 그 애간장 끓는 눈물은 보는 사람의 가슴마저 찢어 놓더군요. 아무래도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장지완이 아니라 장춘복인 것 같습니다. 사랑을 잃은 젊은이의 눈물보다 자식을 잃게 된 아버지의 눈물이 훨씬 더 진하게 느껴지는 것은 아마도 연기자의 내공 차이 때문인지도 모르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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