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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레인' 김상철 교수, 속죄의 가시밭길을 선택하다 본문

드라마를 보다

'브레인' 김상철 교수, 속죄의 가시밭길을 선택하다

빛무리~ 2011. 12. 7. 09: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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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좋아하는 캐릭터 김상철(정진영) 교수는 어진 의사입니다. 그는 치료의 성공 여부가 불투명한 환자일지라도 실낱같은 가능성만 존재한다면 기꺼이 환자와 함께 싸워주려 하는 의사입니다. 자칫하다가는 성공 가도를 달려온 자신의 의사로서의 명성에 치명적 누를 끼칠 수 있는 상황에서도 그는 자신의 입장보다 환자의 입장에서 생각하는 의사입니다. 너무 비현실적인 캐릭터라고 생각해서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50대의 나이에도 미혼인 그는 거의 병원에서 생활하지만, 아주 가끔씩은 자전거를 타고 혼자 사는 작고 허름한 집으로 돌아갑니다. 들어서는 즉시 대여섯 개의 화분에 차례차례 물을 주고, 우편함에 밀려 있던 편지들을 읽습니다. 거의 대부분이 그의 손에 목숨을 건지고 새 삶을 살고 있는 환자들의 정이 담뿍 담긴 편지들입니다. 모처럼의 휴식 시간이면 김상철 교수는 그 편지들을 읽고 하나하나 정성껏 답장을 해줍니다.

주인공 이강훈(신하균)의 캐릭터가 많은 사랑을 받고 있지만, 저는 아직까지도 전혀 몰입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실력은 최고 수준이지만 얼음장처럼 차디찬 의사... 머리만 있고 가슴은 없는 의사... 시시각각 목숨이 오락가락하는 자기 환자를 수련 과정 중의 후배들에게 맡겨놓고 자기의 입신양명을 위해 남의 병원에 로비하러 가는 의사... 환자보다 자신의 자존심이 절대적으로 우선하는 의사... 글쎄,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요? 돈 없고 빽 없어서 자기 실력만큼 인정받지 못해서 억울한 건 알겠지만, 그렇다고 의사가 저러면 안되는 거 아닐까 싶을 뿐... 저는 이강훈에게 전혀 공감할 수 없습니다.

이강훈은 조교수 자리를 알아보러 혜성대학 병원에 갔다가 수술을 하고 올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혈관모세포종 수술을 할 수 있는 의사가 자신밖에 없었기 때문이라고 말했습니다. 그러자 김상철 교수가 말했습니다. "당연하겠지. 나뿐이라고 생각했을 테니 나밖에 없었겠지... 나쁜 놈! 네가 의사야? 언제 잘못될지도 모르는 자기 환자를 놔두고 남의 병원에 가서 의술을 뽐내고 온 놈이 진짜 의사냔 말이야?" 그러나 이강훈은 자기가 두 환자를 모두 살렸다면서 잘못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만약 두 환자가 다 잘못되었으면 어쩔 뻔했느냐고 김상철이 묻자, 자기가 수술한 이상 절대 그럴 리 없다고 대답합니다.

김상철 교수는 이강훈에게 말합니다. "어리석은 놈... 교만의 똥통에 빠져 허우적대는 미친 놈..." 그러자 이강훈이 입꼬리를 올리며 김상철을 비웃습니다. "언제나 저를 교만한 속물이라고 말씀하시는데, 교수님은 한 번도 교만했던 적이 없으십니까? 공명심에 취했던 적은 없으셨습니까? 없으시겠죠. 태어나서 지금까지 한 점 부끄럼 없이 살아오셨겠죠. 완벽한 성인군자인 양 모두가 존경하는 분이니까요. 그런데 제겐 교수님의 이런 모습들이 왠지 가식으로 느껴집니다. 뭘까요? 무엇이 교수님을 이토록 지나친 청렴주의자로 만들었는지, 저는 그게 항상 궁금할 뿐입니다!" 그런데 이강훈의 무례한 말을 들으며 김상철의 눈빛이 묘하게 흔들립니다.

자기 환자를 방치하고 남의 병원에 가서 수술하고 온 이강훈의 행위는 의국회의에서 지독한 비난에 직면하고, 원장 황영선(반효정)은 이강훈에게 기왕 떠날 생각이라면 빨리 정리하라면서 천하대학 병원에서 축출할 의사를 공공연히 내비칩니다. 그러나 뜻밖에 김상철은 원장과 독대하는 자리에서 이강훈을 적극적으로 변호합니다. 눈앞에 생명이 위급한 환자가 있는데 그냥 올 수가 없었을 거라면서, 이강훈의 잘못을 한 번만 덮어 달라고 부탁합니다. 이강훈을 못마땅하게 여기면서도 쉽게 놓지 못하는 김상철의 태도가 예사롭지 않습니다. 

혜성대학 병원의 안동석(최일화) 과장이 갑자기 김상철 교수를 찾아왔습니다. 그 날 수술실에서 보여준 이강훈의 훌륭한 실력이 인정받아 모교인 혜성대 출신의 라이벌을 누르고 조교수로 임용되기 직전이었는데, 신중하고 공정한 성품의 안동석은 김상철에게 조언을 구하고 싶었던 것입니다. 김상철은 말합니다. "이강훈 선생, 출중한 사람이지요. 하지만 덕망있는 의사라고 하기엔 부족한 점이 많습니다.." 그 말을 듣고 안동석은 이강훈의 조교수 임용건을 백지화시키고 맙니다.

분노한 이강훈은 김상철을 찾아가, 왜 다 된 밥에 재를 뿌리고 자기의 발목을 잡았냐면서 분통을 터뜨립니다. 김상철은 발목을 붙든 게 아니라 거짓말을 하지 않았을 뿐이라며, 모든 일은 순리대로 될 거라고 대답합니다. 이강훈이 치를 떨며 대꾸합니다. "교수님의 가식에 넌덜머리가 납니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교수님을 뵐 일이 없어서 다행이군요. 저는 이 병원 그만 뒀으니까요!" 그런데 김상철은 원장 앞에서 이강훈을 감쌌던 때처럼, 이번에도 그가 떠나는 것을 만류합니다. "성급했군. 내일 다시 뵙고 잘못 생각했다고 말씀드리게. 고재학 과장님께는 내가 잘 이야기하지.." 그리고는 코웃음치며 나가 버리는 이강훈의 뒤에 대고 "자네가 왜 의사가 되고자 했었는지를 생각해 봐. 초심을 돌아보란 말이야!" 하고 간절히 외칩니다. 

이쯤 되면 김상철이 이강훈을 붙잡고 있다는 게 명백해집니다. 그토록 못마땅해 하고 경멸해 왔으면서, 이제 간곡히 붙잡는 데는 분명 이유가 있지 싶군요. 안동석 과장의 방문 이후 김상철은 20년 전, 의신대 병원에서의 아픈 기억을 되살렸습니다. 김상철의 캐릭터 소개를 보면, 그에게도 젊어서의 한 때는 교만하고 이기적이고 독선적인 시절이 있었거든요. 그래서 소중한 것을 잃었고, 본의 아니게 누군가에게 죄를 지었다고 합니다. 지금의 성현같은 삶은 그 잘못에 대한 속죄인지도 모르지요.

20년 전, 이강훈의 아버지는 의신대 병원에서 김신우(전무송) 교수의 집도하에 어려운 뇌수술을 받은 후 사망했습니다. 병원 측에서는 수술에 문제가 없었다고 주장했지만, 쉬쉬하는 와중에 소문이 퍼져나갔습니다. 김신우 교수가 학회에 참석하는 바람에 다른 의사가 수술을 했으며, 그 수술 중에 실수가 있었다는 것이었습니다. 당시 소년이었던 이강훈은 김신우 교수를 붙잡고, 대신 수술한 그 의사가 누구인지를 캐물었으나 대답을 듣지 못했습니다. 아마도 그 의사는 당시 전임의로 있던 김상철이었겠지요. 본인의 실력을 과신하던 오만한 젊은 의사 김상철은 그렇게 실수로 한 생명을 떠나가게 했던 모양입니다.

이제 김상철은 자신의 과거 모습과 너무 닮아 있는 이강훈을 자기 손으로 직접 이끌어 주려 합니다. 실력만 출중한 의료인이 아니라 덕망을 갖춘 진짜 좋은 의사가 될 수 있도록 말입니다. 이강훈이 누구라는 사실도 곧 알게 되겠지요. 김상철로서는 지우고 싶은 과거이련만, 그 피해자의 아들을 눈앞에서 지켜보며 이끌어야 한다는 것만으로도 적잖은 고통일 것입니다. 하지만 김상철은 기꺼이 속죄의 가시밭길을 선택했습니다.

아직은 반항하고 있지만 머지않아 이강훈도 머리를 숙이고 들어올 수밖에 없습니다. 예고편을 보니 느닷없이 쓰러진 그의 어머니(송옥숙)는 치유가 어려운 뇌종양 판정을 받는 듯 싶은데, 별 가망 없는 그런 환자의 치료에 최선을 다해 줄 인품과 실력을 겸비한 의사는 오직 김상철 교수뿐이기 때문입니다. "제 어머니... 살려 주십시오!" 김상철 앞에 무릎 꿇고 눈물 흘리며 애원하는 이강훈의 모습이 예고편 마지막에 언뜻 비치더군요. 이제 두 사람 앞에 놓인 가시밭길에 축복의 입맞춤을 건네는 것은, 고통스런 만큼 가장 아름다운 빛으로 향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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