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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그대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셨군요. 나는 기뻐합니다. 그대 미실(美室)은 존재 자체로서 나의 꿈이기에, 그대의 꿈이 커지고 새로워지면 자연히 나의 꿈도 그러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한 사내입니다. 나는 그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동안 깊은 염려를 하였습니다. 그대가 평생토록 간직해 온 꿈이 삽시간에 빛바래고 초라해 보일 적에 그대가 느낀 아픔은 죽음보다 깊었을 것입니다. 그대의 아들 비담의 말처럼, 간절한 꿈이란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들지요. 그대 역시 꿈을 위해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하고 희생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초라해져 버린다는 그 아픔을 누가 감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대의 침묵을 이해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대가 어떤 결정을 내..
선덕여왕 41회의 주인공은 명실상부하게 어린 김춘추(유승호)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지요. 그 아이는 종횡무진 대단한 활약을 했습니다. 천하의 미실(고현정)에게 보기좋게 한 방을 먹였고, 모든 사람들의 허를 찌르며 간담을 서늘하게 했습니다. 놀라운 지략과 대담한 배포는 그야말로 범상치 않은 기운을 타고난 인물임을 증명하고 있더군요. 어차피 하늘의 뜻이 미실을 떠나 덕만과 춘추에게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우리는 모두 알고 있습니다. 개인적으로 41회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대사는 춘추가 야릇한 미소를 띠며 말하던 "제가... 미실보다는... 오래 살지 않겠습니까?" 라는 대사였습니다. 별 것 아닌 듯 하지만,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말이기도 합니다. 세월을 이겨낼 수 있는 사람은 그 누구도 없지요. 아무리 대..
춘추(春秋)야, 내 아들 춘추야, 머나먼 길에 고단한 몸으로 돌아온 너를 한 번이라도 따뜻하게 안아 줄 수만 있었다면 구천(九泉)에서도 이토록 한스럽지는 않았으련만, 이 못난 어미는 너에게 한 조각 힘도 위로도 주지 못한 채 이처럼 차가운 땅 속에 누워 있구나. 가엾은 내 아들 춘추야, 부디 굳건하게 너를 지켜야 한다. 네 어미는 언제나 겉으로는 강한 척하려 애썼으나 속은 그렇지를 못했어. 나는 너무 약했고 매일 두려움과 죄책감에 시달리며 떨고 있었다. 세 번째 남동생을 또 잃으신 어머니 마야황후의 애끓는 울음소리를 들으며 황후전 밖에 서 있었을 때, 눈앞에 독사가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기에는 내 나이가 너무 어렸었단다. 미실은 몸을 낮추어 나를 부드럽게 끌어안고는 귀에 속삭였지. "너 때문이다..." 춘..
가을이 깊어가고 있습니다. 높고 푸른 하늘과 시원한 바람, 빨간색과 노란색으로 물든 단풍과 은행잎들... 이 모두가 우리의 마음을 설레게 하지요.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학창시절에 거의 반강제적으로 외웠던 김현승 시인의 싯귀가 떠오르네요..^^ '지붕뚫고 하이킥'도 이 설렘의 계절 가을을 사랑이야기 없이 그냥 지나쳐보낼 수는 없겠지요. 바야흐로 그들의 러브라인이 점점 선명하게 드러나기 시작합니다. 왜 보는 사람의 마음이 더 두근거리는지 모르겠어요. 귀여운 할아버지 이순재 옹은 자옥 여사와의 약속이 깨어지는 바람에, 예매해 둔 뮤지컬 공연을 보러 갈 수 없게 되자 외손자인 준혁(윤시윤)에게 표를 건네주십니다. 시간이 촉박한 탓에 표를 팔거나 처분할 방법이 없게 되..
'지붕뚫고 하이킥'의 출연자 중 아역 서신애는 이순재 옹과 더불어 가장 먼저 김병욱 PD에 의해 캐스팅이 확정된 인물입니다. 촬영을 시작하는 시기조차도 서신애의 스케줄에 맞췄다는 이야기까지 들은 기억이 나는군요. 그만큼 서신애는 이 시트콤에서 없어선 안 될 매우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신애의 러브라인도 준비되어 있는데 그 상대는 매우 의외의 인물이 될 것이라는 PD의 귀뜸도 있었네요. 저는 그게 누구일지 매우 궁금했습니다. 왠지 그 상대는 신애와 같은 또래인 어린 소년보다는 어른이 되지 않을까 하고 예상되더군요. 그 중에서도 유력한 인물이 있다면, 세경과 신애 자매에게 많은 은혜를 베풀어 주었고, 신애가 늘 '줄리엔 아저씨'라고 부르며 졸졸 따르는 외국인 줄리엔강이 있겠습니다만, 만약 ..
SBS의 새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첫 느낌은 상큼했다. 천방지축 사고뭉치 예비수녀로 등장한 박신혜가 아름다운 성당 정원을 뛰어다니는 도입부는 오래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케 했다. 화면은 밝고 정갈했으며 수녀복을 입은 박신혜는 너무 예뻤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을 집필했던 드라마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이름만으로도 유쾌함이 기대되던 '미남이시네요'는 일단 기대에 아주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장근석, 이홍기, 정용화 등 꽃미남들과 순수한 미모가 돋보이는 박신혜로 인하여 눈이 즐겁고,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니만큼 OST도 들을만하여 귀도 즐겁다. 그리고 첫방송 이후로 또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성가곡 Panis Angelic..
원래는 오늘 '천명공주의 편지'를 다듬어 올릴 생각이었으나, 어제 예고편을 보니 오늘 방송분에서 춘추 공자가 새로운 모습을 보여줄 것 같더군요. 아들의 변화된 모습을 보고 나서 어머니의 편지를 다듬는 편이 낫겠다 싶어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하여 오늘은 어제 39회 방송을 보며 가슴 깊이 느꼈던 서러움에 대해 가볍게 풀어 볼까 합니다. 어제의 주인공은 단연 덕만공주였습니다. 물론 미실이 차지하는 비중도 적다고는 할 수 없었지만, 무엇보다 덕만공주가 마지막 순간에 보여준 충격적인 결단으로써 그녀의 존재감은 기존의 배 이상으로 불어났다는 것이 저의 판단입니다. 손에 피를 한 방울도 묻히지 않고 왕이 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할 것입니다. 이제 그 하얗기만 하던 손에 스스로 피를 묻혔으니, 그녀는 스스로 왕이 ..
오늘 밤이면 '선덕여왕' 39회를 시청할 수가 있겠군요. 지난번에 '선덕여왕, 완전 소중한 남성 캐릭터 열전' 을 포스팅한지가 꽤 오래 되었는데, 오늘은 또 한 번 '내맘대로 순위'를 매기며 여성 캐릭터들을 정리해 볼까 합니다. 어디까지나 제 개인적 취향에 따라 매겨진 것이니 순위에는 너무 개의치 마시기 바랍니다...^^ 1. 미실 - 절대 카리스마, "저 미실입니다..." '선덕여왕' 최고의 여성 캐릭터를 고현정이 연기하고 있는 미실이라고 생각하시는 분은 저 외에도 무척 많으실 것 같습니다. 아마 거의 대부분이 아닐까 싶네요. 제목은 선덕여왕이지만 사실 훗날의 선덕여왕이 되는 덕만공주의 캐릭터는 아직도 완벽히 살아나지를 못하고 있지요. 초반부터 탄탄하게 쌓아 올려진 미실의 아성을 위협하려면 솔직히 아직..
내 딸 덕만공주와 사막에서 헤어지고 난 후, 몇 년간이나 칠숙랑(柒宿郞) 당신과 함께 지내면서 나는 한번도 물어본 적이 없었군요. 당신이 살아가는 이유가 무엇인지, 그 힘이 무엇인지를 말이예요. 당신의 강인한 생명력이 그 모래더미 속에서 결국 나를 구해냈으니, 나 또한 그 힘의 신세를 졌다고 볼 수 있지 않겠어요? 나는 한동안 덕만이가 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살아갈 힘을 잃어버렸었지요. 아시나요? 사람은 말이지요. 자기가 꼭 지키고 싶은 것 하나만 있어도 그걸 붙잡고 살아갈 수 있거든요. 내게는 덕만이가 그런 존재였어요. 나는 어려서부터 제대로 할 줄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어요. 시녀로 입궁해서도 심부름 한 번 제대로 하지 못하고 언제나 넘어지고 뒤집어 엎으며 사고를 쳤지요. 백정(伯淨)왕자님을 처..
어머니, 소자 춘추(春秋)이옵니다. 어머니의 임종도 지키지 못하고 너무 늦게 돌아와 마지막 싸늘한 손 한 번도 잡아보지 못한 춘추이옵니다. 겨우 말을 배울 어린 나이에 어머니 품을 떠나 이역만리 타국에서 그리워만 하다가 때로는 원망도 하였습니다. 저를 떠나 보내시던 그 애틋한 모습을 어찌 한시라도 잊을 수 있었겠습니까? 열 밤, 스무 밤보다도 더 오래 떨어져 있어야 한다며 울먹이시는 어머니 앞에서, 철없는 저는 놀러가는 아이처럼 마냥 들떠 있었더랬지요. 제 기억에 남아 있는 어머니의 모습은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비록 저와의 헤어짐을 슬퍼하며 울고 계셨지만, 얼마나 젊고 고우셨는지 저는 지금도 생생히 기억합니다. 이모님을 원망하지는 않습니다. 아니, 원망합니다. 이모님이 아니었더라면 어머니는 여전히 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