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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설원랑(薛原郞)의 두번째 편지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설원랑(薛原郞)의 두번째 편지

빛무리~ 2009. 10. 15. 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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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는 이제 또 다른 꿈을 꾸기 시작하셨군요
. 나는 기뻐합니다. 그대 미실(美室)은 존재 자체로서 나의 꿈이기에, 그대의 꿈이 커지고 새로워지면 자연히 나의 꿈도 그러한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 나는 그 누구보다도 가장 행복한 사내입니다.


나는 그대의 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에 한동안 깊은 염려를 하였습니다. 그대가 평생토록 간직해 온 꿈이 삽시간에 빛바래고 초라해 보일 적에 그대가 느낀 아픔은 죽음보다 깊었을 것입니다. 그대의 아들 비담의 말처럼, 간절한 꿈이란 모든 것을 버리게 만들지요. 그대 역시 꿈을 위해 많은 것을 버리고 포기하고 희생시켜 왔습니다. 그런데 그 꿈이 초라해져 버린다는 그 아픔을 누가 감당해낼 수 있겠습니까?

나는 그대의 침묵을 이해하며 기다렸습니다. 그대가 어떤 결정을 내리더라도 나는 따를 결심이 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안타까운 것은 그대 주위를 둘러싼 많은 사람들이 모두 나와 같은 믿음을 가지지 못했기에, 그대에게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고 끊임없이 보채며 그대의 생각을 방해한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대가 홀연 자취를 감추었을 때에도 나는 이상하게 여기지 않았습니다. 그대에게 시간이 필요하다는 것을 나는 알고 있었습니다.

그대가 생각을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시간을 벌기 위해
, 나는 과감한 결단을 내렸습니다. 세종공의 분노 앞에 어쩌면 나와 보종을 비롯한 우리 일가가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었지만 나는 두렵지 않았습니다. 그대, 나의 여신은 곁에 있지 않아도 나의 힘이었습니다. 그대의 커다란 존재와 그대를 향한 믿음이 나에게 힘을 주었습니다. 그대를 처음 만나던 순간부터 지금까지 항상 그러했습니다.


그대가 비담에게 말씀하셨지요. 연모(戀慕) 하나를 부여잡고 여인을 따르는 남자는 매력이 없노라고 말입니다. 하지만 나는 일생 그대 하나만을 부여잡고 그대를 따라 살아왔어도 아무런 회한이 없습니다.

세상 그 어느 사내가 자신의 매력으로 그대의 마음을 온전히 사로잡을 수가 있겠습니까
? 땅을 딛고 살아가는 남자 중에 그대에게 합당한 짝이 있을 수 있겠습니까? 이 설원(薛原) 또한 언제나 그대의 그림자이기를 원했을 뿐 감히 그대의 유일한 사내가 되기를 바라지는 않았습니다. 나의 꿈은 그대를 연모하고 그대를 섬기며 평생 그대의 곁에서 지내는 것뿐이었습니다.

하여... 나는 그대보다 복이 많은 사람입니다. 비록 못난 사내로서 별다른 재주를 타고나지 못했으나, 그대를 만났고 그대를 나의 꿈으로 삼았기에 나는 복 많은 사람입니다.

그대는 결코 나의 꿈을 초라하게 만들지 않았습니다
. 지난날에 대한 그 무거운 회한과 아픔을 삽시간에 털고 일어나, 다시 새로운 꿈을 꾸기 시작하는 그대의 강인한 모습을 보았을 때, 내가 느낀 기쁨을 무어라 형언할 수 있을까요? 그대는 과연 여인 중의 봉황이요 사람 중의 큰 별이었습니다.


어쩌면 그대의 마지막 꿈은 이루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그대도 물론 알고 계시겠지요. 그러나 거대한 벽 앞에서도 한치의 두려움 없이 의연하게 서 있는 그대의 모습은 황혼에 이르른 나이에도 나를 설레게 합니다. 하여 나는 기꺼이 손을 뻗어 그대의 꿈을, 그 찬란하고도 불안한 마지막 꿈을 함께 받들려 합니다. 오직 그것만이 나의 여신(女神) 그대에게 보답하는 길이기 때문입니다
  

* 이 블로그에 게시된 '선덕여왕' 관련 모든 편지들은, 퍼온 글이 아니라 저의 개인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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