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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의 첫번째 편지 - 사다함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미실의 첫번째 편지 - 사다함에게

빛무리~ 2009. 10. 24.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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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다함(斯夢含), 오랜만에 당신의 이름을 불러 봅니다. 우리가 함께 했던 날들이 어제처럼 생생한데, 어느새 내 머리 위에는 무정한 서리가 앉았군요. 오직 당신만이 아직도 홍안(紅顔)의 소년으로 남아 있습니다.


나 미실은 대원신통(왕실에 색공을 드리는 여인들의 혈통)의 계승자로 태어나, 어려서부터 외할머니 옥진궁주(玉珍宮主)에게서 철저한 색공 교육을 받았습니다. 나의 뜻과는 상관없이 한 남자에게 몸과 마음을 바칠 수는 없는 운명이었지요. 그러나 당신을 만난 후, 나는 잠시나마 이룰 수 없는 꿈을 꾸기도 했었습니다.

당신을 잃는다면 살아갈 수 없을 것 같았기에, 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당신의 손만 부여잡고 떠나려 했었지요. 그때는 나 역시 홍안의 소녀였습니다. 기억속에 당신의 모습은 또렷한데 나의 모습은 희미하군요. 나에게도 그런 시절이 있었던가 싶습니다.

사랑하는 당신의 손을 놓치고 나는 지소태후의 명을 받아 세종공에게 시집을 갔습니다. 나는 힘없는 어린 소녀였고 태후의 명을 감히 거역할 수 없었지요. 그런데 세종공이 너무 나에게 깊이 빠져드는 모습을 보기 싫었던 지소태후는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를 쫓아내고 맙니다. 차라리 나는 기뻤습니다. 꿈에도 잊지 못하던 사다함, 당신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되었으니까요.

우리는 다시 만났고, 바람이 스쳐 지나가듯 짧은 시간이었지만 진정 행복했습니다. 당신이 가야를 정벌하러 나설 때, 나는 그것이 영원한 이별이 될 것임을 직감했기에 차마 잡은 손을 놓을 수 없었지요. 그러나 힘 없는 나는 바람이 불되 님 앞에는 불지 않고, 물결이 치되 님 앞에는 치지 않기를... 당신이 어서어서 돌아와 나를 안아 주기만을 빌며 보낼 수밖에 없었습니다. (미실의 '풍랑가' 참조)


그러나 당신이 없는 사이에 지소태후는 나를 다시 불러들였습니다. 내가 쫓겨난 후 세종공은 상사병에 걸리고 말았던 것입니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세종공의 곁으로 돌아갔으나 색공에 응하지 않았습니다. 겉으로는 세종공에게 정비인 융명부인이 있어서 나의 처지가 고작 첩에 불과하니 그것이 못마땅하여 그러한다고 말했으나, 내 속마음은 그것이 아니었습니다. 나는 어떻게든 그 집안에서 다시 쫓겨나고 싶었습니다. 사다함, 당신을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하지만 오히려 세종공은 지소태후에게 애원하여 융명부인을 쫓아내고 나를 정실로 앉혔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떠날 수 없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다른 남자의 품에 안겨버린 나는, 그 험한 전쟁터에서 숱한 죽을 고비를 넘기고 돌아온 당신을 따뜻하게 안아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런 나를 바라보며 당신이 부르는 슬픈 노래는 내 가슴을 울렸었지요.

파랑새야, 파랑새야, 어찌하여 다시 날아 구름 위로 가는가
왔으면 가지 말지, 떠나갈 것을 어찌하여 왔는가
나를 부질없이 눈물짓게 하며
아픈 마음 부여안고 여위어 죽게 하는가...     (사다함의 '청조가' 중에서)

하지만 당신은 누구도 원망하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내가 세종공과 함께 오래오래 행복하기를 빌어주며, 넋이 되어서라도 나를 지켜주겠노라 하셨습니다. 그렇게 진정으로 아무런 댓가 없이 나를 사랑해 주었던 사다함, 이제 오랜 세월이 흘러 내가 당신을 추억합니다.


당신은 홀연히 떠나며 나에게 매화(책력)를 남겼습니다. 그 매화를 나에게 주며 당신은 무슨 생각을 했었나요? 그저 당신에게 가장 소중한 물건이었기에, 사랑하는 나에게 주고 떠났던 것인가요? 나는 당신의 뜻을 알 수 없었습니다.

당신을 가질 수 없게 된 내 마음속에서는 채워지지 않는 끝없는 욕망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꼭 하나 진심으로 갖고 싶었던 당신을 잃었기에, 나는 세상 모든 것을 가져서라도 그 한을 풀려 하였으나 공허한 속은 채워지지 않았고, 마치 바닷물을 들이키듯이 갈증은 심해져만 갔습니다.


당신이 남겨준 매화를 이용하여 세상을 속이고 권력을 잡으며, 나는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스스로 피바람을 일으키는 것조차 마다하지 않았으며, 내 손에 목숨을 잃은 자의 수는 헤아릴 수도 없습니다. 당신의 곁에서 꽃처럼 미소짓던 홍안의 소녀는 그렇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이마의 서리만큼이나 차갑게 변해버린 내 모습을 보게 된다면, 당신은 뭐라고 하실까요?

후회는 하지 않습니다. 회한에 젖어들게 되는 순간 그 초라한 모습으로 모든 것은 끝나버리고 말 것이기에, 저 미실(美室)은 다시 일어서기로 했습니다. 그러나... 저도 알고 있습니다. 마지막이 멀지 않았다는 것을... 하여 지나온 삶을 되돌아 보니 내 삶의 처음이었던 사다함(斯夢含), 당신의 모습이 가장 먼저 떠오르는군요.


당신이 없는 오랜 세월 동안 변함없이 나를 지켜주었던 설원랑의 손을 잡고, 나는 당신을 만나러 가겠습니다. 내 모습이 아무리 초라해도, 당신은 따뜻하게 맞이해 주실 것이라 믿으며... 나는 옥처럼 찬란하게 부서질 나의 최후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내 푸른 날의 연인이여, 어딘지 모를 그 곳에서... 그렇게 우리 다시 만나도록 하지요.


* 위 편지는 퍼온 글이 아니라, 저의 창작물입니다. 불펌은 절대 삼가해 주십시오.

* 미실의 편지는 총 3편으로 구상하고 있습니다. 이것은 제1편인 '사다함전(含前)'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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