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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김유신(金庾信)의 편지 - 덕만공주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김유신(金庾信)의 편지 - 덕만공주에게

빛무리~ 2009. 10. 28. 0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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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주님, 힘을 내셔야 합니다. 절대로 눈물을 흘리셔서는 안됩니다. 공주님의 그 가녀린 어깨 위에 놓인 짐이 너무도 크고 무겁습니다. 힘겨우신 모습을 보면서도 항상 이렇게 다그칠 수 밖에 없는 저를 용서하십시오.


저 김유신(金庾信)은 멸망한 가야의 후예로 태어났습니다. 척박한 땅에서 나라 잃은 설움을 겪으며 고통받고 있는 가야 유민들의 앞날이 제 손에 달려 있었습니다. 제 아버님 서현공께서 목숨을 걸고 어머님 만명공주와 무리한 혼인을 감행하셨던 것도 오직 연모 때문만이었다고 말할 수는 없는 일이었습니다.

저는 그런 아버님을 많이 닮았습니다. 그리고 말귀를 알아들을 나이가 되면서부터는 귀에 못이 박히도록 저에게 주어진 사명을 들으며 자랐습니다. 제 삶은 저 혼자만의 것이 아니었기에, 저는 어려서부터 감정을 억누르는 습관을 들였습니다. 오직 제가 이루어야 할 대업만을 마음속에 굳게 새기며 의지를 키워 왔습니다.

그렇습니다. 유신은 감정보다 이성이, 사랑보다 의지가 앞서는 사내입니다. 박정하다 욕하셔도 좋습니다. 원망하셔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를 믿으셔야 합니다. 저를 믿고 힘을 내셔야 합니다.


어린 날에 천명공주님을 만났습니다. 자제력을 키우기 위해 이를 악물고 미욱하게 무예를 수련하던 제 모습에서, 천명공주님은 날카로운 혜안으로 저를 꿰뚫어 보셨습니다. 폐하 앞에서 저의 잘못을 들추지 않고 감싸주시는 넉넉한 아량도 보여주셨습니다. 그래서 저는 말씀드렸습니다. "공주님의 화랑이 되겠습니다."
그것은 연모의 정은 아니었습니다. 천명공주님의 당차고도 현명한 모습에서 군주다운 기상을 읽었기에, 저의 앞날을 이끌어주실 주군으로 섬기겠다는 다짐이었습니다.

그러나 덕만공주님, 당신을 향해서 한때 품었던 제 마음은 거부할 수 없는 연모의 정이었습니다. 여인을 연모하게 되는 일은 제 평생 없으리라 여겼건만, 저는 모든 것을 버리고 공주님과 함께 떠나려 하였습니다. 그 때 제 마음속에는 부모님도 없고 가야유민들도 없었습니다. 오직 당신, 덕만공주 한 사람 뿐이었습니다. 제 마음이 원하는 대로 제 행동을 결정했던 것은 일생동안 그 때 뿐이었습니다.


그러나 천명공주님이 승하하시고 나서 돌변해버린 당신은 그런 저를 거절하셨습니다. 결코 제 곁에서 여인으로 살지 않겠노라 하셨습니다. 당신의 눈에 서린 굳은 결심의 불꽃을 저는 차마 끌 수가 없었습니다. 아니, 제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습니다. 그렇게 이 김유신의 단 한 번 뿐인 사랑은 끝이 났습니다.

유신은 감정을 억누르는 것에 익숙합니다. 결코 쉽지 않았지만, 유신은 해냈습니다. 어려서부터 연마해 온 이 굳은 의지로 저는 공주님께 대한 연모의 정을 끊고, 동시에 공주님을 저의 왕으로 선택하였습니다. 그때부터 공주님은 저에게 사랑하는 여인이 아니라 주군이셨습니다.

저는 공주님을 받들어 왕으로 만들 것이며, 공주님과 힘을 합하여 저를 따르는 가야 유민들을 곤궁에서 구해내야겠다고 결심하였습니다. 그 후로 공주님이 총명한 기지와 담대한 용기를 보여주실 때마다, 제 안에서는 저절로 기쁨이 솟구쳐 올랐습니다. 그렇습니다. 이 유신의 선택은 결코 틀리지 않았던 것입니다. 


공주님, 어떤 경우에도 눈물을 보이셔서는 안됩니다. 제가 영모와 혼인할 때 공주님이 흘리시던 눈물은 이 미욱한 사내에 대해 미련을 버리지 못하신 나약한 모습이었습니다. 공주님을 안전하게 탈출시키기 위해 제가 궁 안에 남기로 한 것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건만, 급박한 상황에서 저를 잡고 눈물을 흘리신 것은 공주님답지 않은 행동이셨습니다. 공주님, 절대로 그렇게 약한 모습을 보이시면 안됩니다. 공주님이 무너지시면 모든 것이 다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제 목숨과 명예와 집안과 백성들까지, 저는 모든 것을 공주님께 걸었습니다. 이런 제 마음이, 제 의지가 연모의 정보다 못하다고 할 수 있겠습니까?

당신을 여인으로 대할 때에나 주군으로 대할 때에나 저는 오직 공주님께만 모든 것을 다 걸었습니다. 그때에나 지금이나 저는 공주님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할 수 있습니다. 그 어떤 고통도 두렵지 않습니다. 저는 끝까지 공주님을 받들고 보호하며 함께 나아갈 것입니다. 그것이 제가 선택한 길입니다.


공주님은 이 김유신이 선택한 왕이시기에 언제나 강건하셔야 합니다. 빛나는 옥좌에 앉아 눈부신 왕관을 받아 쓰시는 그날까지, 아니 그 이후에도 마지막까지 유신(庾信)은 공주님의 오른편에 굳건히 서서 당신을 지킬 것이니, 저를 믿고 힘을 내십시오. 공주님, 나의 임금님!


* 위 편지는 퍼온 글이 아니라 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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