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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미실의 두번째 편지 - 설원랑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미실의 두번째 편지 - 설원랑에게

빛무리~ 2009. 11. 4.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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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상인(雲上人), 구름 위의 사람이라고 남들은 당신을 그렇게 불렀습니다. 젊은 시절, 낭도들과 더불어 향가를 짓고 옥피리를 불며 청유를 즐기던 당신의 모습과 참 잘 어울리는 이름이었지요. 당신의 타고난 성정에는 평생 그런 삶이 어울렸을텐데, 이렇게 나를 만나서 다른 길을 걷게 되었군요.


사다함을 잃은 후, 나에게 남자란 모두 그렇고 그런 존재였습니다. 허전한 마음을 채우기 위해 나는 끝없는 욕망을 불태웠고, 나의 미모와 색공에 반해 기꺼이 내 앞에 무릎을 꿇는 남자들이란 나의 욕망을 이루기 위한 도구들이었을 뿐입니다. 나는 아무에게도 마음을 열지 않았고, 아무도 믿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설원랑, 당신만은 예외였지요.

갈수록 차갑게 황폐해져가는 내 마음을 보면서도, 당신은 나를 믿어 주었습니다. 내가 지금껏 쓰러지지 않고 살아 온 것은 내 안에 가득찬 독기 때문이겠으나, 당신이 곁에 없었더라면 결코 불가능했을 것임을 이 미실은 알고 있습니다. 나도 인간이기에 때로는 약해졌고 당신은 그런 내 모습을 아는 유일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버텨냈습니다.


내가 새로운 꿈을 꾸며 삶의 마지막 불꽃을 화려하게 태울 수 있었던 것도, 당신의 믿음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부군이신 세종공도, 내 속으로 낳은 아들들도 나를 믿지 못하고 불안에 떨며 가진 것을 잃을까봐 전전긍긍하였습니다. 그러나 설원랑, 당신은 언젠가 제게 말씀하셨지요. "저의 머리카락 하나와 살갖 하나까지 새주의 소유가 아닌 것이 없습니다." (화랑세기 참조) 그렇게 당신은 끝까지 나에게 모든 것을 맡기고, 나를 믿으며 기다려 주었습니다.


나를 알게 된 후, 당신은 스스로 나의 그림자가 되었습니다. 그렇게 악역과 궂은 일을 자처하며 나를 지켜 온 당신에게 나는 해준 것이 너무 없군요. 당신은 온 마음과 몸을 바쳐 나를 사랑하였건만, 나는 그저 마음 한 켠을 당신에게 열어주었을 뿐입니다. 내 눈은 항상 다른 곳을 바라보며 끝없는 욕망을 불태우고 있었지요. 그런데도 당신은 오히려 나의 은혜가 크다며 나에게 미안해합니다.

비록 이루지는 못했어도, 나는 스스로 꿈이라 이름붙인 나의 욕망을 위해 끝까지 달려왔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다 했기에 여한은 없습니다. 이런 내 곁에 지금도 굳건히 서 있는 당신에게, 나는 무엇을 줄 수 있을까요? ...이제 찬란히 부서질 최후만을 앞두고 있으니, 나는 당신에게 마지막 선물을 드리고 싶습니다.


당신의 소망은 오직 이 미실의 곁에 있는 것이라 말씀하셨지요? 나는 당신의 마음을 알고 있습니다. 당신은 한 번도 제게 거짓말을 하신 적이 없습니다. 그러니 당신이 가장 원하시는 것을 나는 드리려 합니다.

이제 머지않아 떠나게 될 머나먼 여정에서도 우리는 함께 할 것이며, 다음 생에서도 언제나 함께일 것입니다. 이 세상 아닌 다른 세상에 가서, 사랑했던 사다함을 다시 만난다 해도 나는 당신의 손만을 꼭 잡고 있겠습니다. 그렇게 영원히 함께 하다보면, 언젠가 당신에게서 받은 것들을 내가 돌려드릴 날도 오겠지요. 당신이 그러셨듯이, 다음의 어느 생에서는 내가 오직 당신만을 바라보며 살아갈 수도 있겠지요.


내가 당신에게 드리려 하는 마지막 선물은 바로 이 약속입니다. 내가 최후의 순간에 꼭 보고 싶은 것은 당신의 기쁜 미소이기에... 나의 이 선물을... 부디 당신이 기뻐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이 블로그에 게시된 '선덕여왕' 관련 모든 편지글은 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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