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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덕여왕' 소화의 두번째 편지 - 칠숙랑에게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선덕여왕 편지시리즈

'선덕여왕' 소화의 두번째 편지 - 칠숙랑에게

빛무리~ 2009. 11. 3. 06: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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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칠숙랑, 당신보다 내가 먼저 떠나게 되었네요. 나는 오히려 당신에게 미안해져요.

어쩔 수 없는 일이었으니, 아파하지 마세요. 당신은 사막의 모래구덩이에서 나를 살려주었고, 이젠 나의 마지막 길에 또 하나의 커다란 선물을 주었네요. 당신이 더 이상 내 딸 덕만이를 추격하지 않고 놓아준 것은, 나의 시신을 넘겨줄 사람이 그애밖에 없었기 때문이지요? 그것으로 충분해요.

운명은 내게 그리 가혹하지만은 않았어요. 나는 당신 덕분에 지키고 싶은 것을 지켰고, 그래서 편안히 눈을 감았어요. 살아남은 덕만이가 계림의 좋은 왕이 되어 줄 거라고, 그래서 나처럼 힘없고 약한 백성들을 든든히 지켜 줄 거라고 믿으며 떠날 수 있었으니까요.


나를 믿어서 혈육을 품에 안겨주신 폐하가 계셨고, 수십년만에 돌아온 나를 반기며 안아주신 황후마마가 계셨고, 미실에 의해 감금당했을 때도 나를 따뜻이 보살펴 주신 대낭두님이 계셨고... 또 이렇게 애타는 목소리로 떠나는 내 이름을 외쳐 불러주는 당신이 계셨으니... 어쩌면 이 소화의 인생은 분에 넘치도록 복 많은 삶이었어요.

처음부터 정해져 있던 일인지도 모르겠네요. 내가 폐하의 딸을 맡아 키우며 그애의 어머니가 된 것도, 그리고 당신이 우리를 찾아 사막으로 오게 된 것도, 당신이 나를 구해주게 된 것도... 그리고 이제 당신 손으로 내 목숨을 거두게 된 것도... 모두 처음부터 하늘이 정하신 일이었나봐요. 그러니 절대 아파하지 마세요.


사람은 뭔가 바라는 것이 있어야 살아간다고, 당신은 미실 새주에게 말씀하셨나요? 그래요. 나도 뭔가 바라는 게 있어서 지금까지 목숨을 부지하며 살아왔지요. 이제 내가 죽음으로 인해 당신 삶의 이유가 사라졌다면, 제가 앞서 간 길을 편안히 따라 오세요. 반드시 살아야 기쁜 일이 아니며, 죽는다고 서러울 일도 아니니까요. 
 

혹시라도 다음 생에 우리가 필부필녀로 태어난다면, 이 생에서 누리지 못한 평범한 행복을 꿈꿀 수도 있을까요? 그때엔 운명도 우리를 불쌍히 여겨 조금은 너그러워질까요?


그런 생각을 하니...  어리석은 이 마음은 삶과 죽음의 강을 건너와서도 여전히 또 다른 꿈을 꾸네요. 이렇게 힘겨운 육신의 짐을 벗고 다시 만날 날을 기다리는 나처럼... 칠숙랑, 당신도 그런가요? 



* 중요 공지 : 이 블로그에 게시된 '선덕여왕' 관련 모든 편지글은 저의 창작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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