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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이시네요', 눈과 귀가 상쾌해진다 본문

종영 드라마 분류/미남이시네요

'미남이시네요', 눈과 귀가 상쾌해진다

빛무리~ 2009. 10. 8. 0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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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BS의 새 수목드라마 '미남이시네요' 첫 느낌은 상큼했다. 천방지축 사고뭉치 예비수녀로 등장한 박신혜가 아름다운 성당 정원을 뛰어다니는 도입부는 오래된 영화 '사운드 오브 뮤직'을 연상케 했다. 화면은 밝고 정갈했으며 수녀복을 입은 박신혜는 너무 예뻤다.


쾌걸춘향, 마이걸, 환상의 커플, 쾌도 홍길동을 집필했던 드라마 작가 홍자매(홍정은, 홍미란)의 이름만으로도 유쾌함이 기대되던 '미남이시네요'는 일단 기대에 아주 크게 어긋나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장근석, 이홍기, 정용화 등 꽃미남들과 순수한 미모가 돋보이는 박신혜로 인하여 눈이 즐겁고, 아이돌 그룹을 주인공으로 삼았으니만큼 OST도 들을만하여 귀도 즐겁다. 그리고 첫방송 이후로 또 들을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아름다운 성가곡 Panis Angelicus가 삽입되었던 것도 좋았다. 중간에 무반주로 박신혜가 부르는 장면이 나왔는데 정말 박신혜가 부른 것인지 궁금하다.


그러나 설정상 여기저기 억지스러운 부분이 존재한다는 점은 부인할 수 없다.

우선 국내 최대 아이돌 그룹의 새 멤버로 내정된 고미남이 계약을 앞두고 쌍꺼풀 수술을 했는데 잘못되어 눈을 감을 수 없는 지경이 되었다는 설정부터가 선뜻 납득이 가질 않는다. 왜 하필 그 시기에 수술을 했으며, 무면허 시술을 받은 것도 아닐텐데 그렇게 심한 부작용이 일어났다는 것도 이상하다. 차라리 교통사고가 나서 크게 다쳐 입원했다고 한다면 타당성이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면 초반부터 너무 분위기가 비극적으로 어두워졌을까?

고미남의 얼굴을 그렇게 만들어 놓고 계약 날짜가 다가오자 급해진 매니저 김인권이 고미남의 쌍둥이 여동생 고미녀(박신혜)를 찾아와 한달 동안만 고미남이 되어 달라고 부탁하는 것도 우습다. 방법이 정말 그것 밖에 없었단 말인가? 그리고 아무리 쌍둥이라 해도 남자와 여자라면 이란성일텐데 구분을 할 수 없을 정도로 똑같이 닮았다는 것도 지나친 억지다.

고미녀는 평생 동안을 수녀가 되려는 마음으로 살아온 사람이다. 이제 서원을 앞두고 있으며 진로를 변경할 생각이 애초에 전혀 없었다. 그런데 공항에서 황태경(장근석)과 부딪혀 로마행 비행기 티켓을 잃어버리게 되자마자 "하느님, 이것이 당신의 뜻인가요?" 하더니 마음을 싹 바꿔 버린다. 아무리 매니저 김인권이 애원하며 "당신 오빠가 노래를 부르려던 이유는 엄마를 찾고 싶어서였다" 고 말했지만, 자기 삶의 방향을 바꾸는 이유로는 턱없이 부족했다.


게다가 여자의 몸으로 남자 그룹에 끼어들어가 남자가 되어 살기로 결심한다는 것은 어지간히 절박한 계기가 있지 않고서는 불가능한 일인데 그 계기가 너무 약했다. 그에 비해 같은 남장여자라 해도 '커피프린스'의 윤은혜는 돈을 벌어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었고, '바람의 화원'의 문근영은 어려서부터 부친에 의해 계획적으로 남장을 하고 화원의 삶을 살아가던 캐릭터였으니 비교적 자연스러웠었다.

고미남은 이미 3년간의 연습생 시절을 거쳐 혹독한 훈련을 받은 후 그룹에 합류하게 된 멤버였다. 그런데 외모만 닮았을 뿐 아무런 연습도 되어 있지 않은 고미녀가 그를 대신하여 그룹에 들어가봤자 할 수 있는 일이 뭐가 있겠는가? 물론 드라마니까 그녀의 타고난 노래실력만으로 얼렁뚱땅 넘어갈 수도 있겠지만 현실이라면 말도 안되는 이야기다.


이렇게 수많은 억지를 끌어안고 출발했음에도, 눈과 귀가 상쾌한 드라마 '미남이시네요'는 충분히 볼만하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이것은 리얼보다는 환타지 위주로 만들어진 드라마니까, 그저 학창시절에 읽던 만화려니 하고 보면 될 것도 같다. 실제로 내가 사춘기 시절 푹 빠져서 읽었던 황미나의 만화 '불새의 늪'에도 남녀 쌍둥이를 바꿔치기하는 설정이 나왔었다. 문득 떠오르니 다시 읽고 싶어진다.

요즘 드라마의 전개에서 개연성을 찾아보기는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황당한 에피소드와 억지스런 전개를 이유로 외면하다보면 즐겨 볼 수 있는 드라마는 거의 없을 지경이다. 아무쪼록 '미남이시네요'가 첫방송의 억지스러움을 잘 극복하고 앞으로는 보다 개연성 있는 전개를 보여주기만을 바랄 뿐이다. 그렇게만 된다면 재미도 있고 눈과 귀도 즐거운 드라마를 안 볼 이유가 없다. 홍자매가 다시 한 번 그들의 저력을 보여주기를 나는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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