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7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한 편의 공포영화처럼 스릴 넘치게 만들어진 105회는 나름 수작이라 할만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 어쩌면 그토록 탄탄한 짜임새를 구축할 수 있는지, 새삼 김병욱 사단의 역량에 놀랄 수밖에 없는 회차였지요.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고 버릴 것도 없었던, 모든 장면이 암시와 복선으로 이루어졌던 24분이었습니다. 리뷰를 쓰면서 줄거리를 자세히 늘어놓는 것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섬세한 연출에 경외심을 느끼며 재미삼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목조목 써놓고 보니 좀 길어지기는 했네요..ㅎㅎ 1. 박지선은 특별활동 영화부 지도를 맡아 자료를 검토하느라 어두운 학교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불쑥 나타난 박하선 때문에 깜짝 놀란다. 서류를 찾으러 왔던 김에 박하선도 영화 관..
오래 전 '데드맨 워킹(Dead Man Walking)'이라는 영화를 본 적이 있습니다. 원래는 사형 제도의 부당함을 호소하기 위해 만들어진 영화였는데, 사형수로 등장한 숀펜의 캐릭터가 소름끼치도록 극악무도하고 파렴치한 인물이었기 때문에, 저 개인적으로는 그 주제에 별로 공감하지 못했던 기억이 납니다. 팀 로빈스 감독은 무조건 한 쪽의 타당성만을 주입식으로 전달하지 않고, 객관적인 거리를 유지하면서 양쪽의 입장 모두를 관객에게 제시하려 했다는데, 저의 견해로는 객관적인 거리 유지를 너무 심하게 한 것 같습니다. 이 영화는 헬렌 프레장이라는 수녀가 겪은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습니다. 헬렌 수녀(수잔 서랜든)는 영적 지도자로서 사형수 매튜(숀펜)의 상담을 해주고 있었는데, 영화 초반에 억울한 누명을 쓴 힘..
이별이 찾아올 줄을 모르고 있었던 건 아닙니다. "언젠가 봉사를 가실 거라고는 생각했는데, 이렇게 빨리일 줄은 몰랐어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것을 알면서도 마치 영원히 살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듯이, 지원에게도 이별은 그렇게 인식되어 있던 걸까요. 하지만 이별은 언제나 예상보다 가까이에 있었습니다. 예고도 없이 너무 빨리 찾아왔던 아빠와의 이별처럼, 이제야 비로소 굳게 닫혀있던 마음을 열고 서로의 울타리 안으로 들어서기 시작한 계상 아저씨와의 이별도 잔인할 만큼 빠르게 닥쳐왔군요. "새는 왜 울어?" ... "웃고 싶어서!" ... 오래 전 밤하늘에 로켓을 쏘아 올리던 그 날처럼, 김지원은 윤계상의 독거노인 방문 진료에 따라 나섰습니다. 달동네 판자촌으로 올라가는 길은 꽤나 멀고 지루한데, 그들..
스텐레스김이 예측 불허 '뒤통수 반전'의 대명사가 된 것은 '지붕뚫고 하이킥'의 결말 때문이었지요. 별로 명예로운 칭호는 아니었습니다. 아무도 전혀 예측하지 못했을 만큼 충격적인 반전이었다는 것은, 그만큼 중간 부분의 개연성이 떨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가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애크로이드 살인사건'이 발표된 후, 그 범인이 너무 뜻밖의 인물이라는 이유로 논란이 일었다지요. 최소한의 복선도 깔아놓지 않고 제멋대로 이끌어낸 결말이었다며 비난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전문가들의 세심한 분석을 통해 크리스티가 곳곳에 숨겨 놓은 미묘하고 세심한 복선들이 속속 드러나며 비난은 곧 감탄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붕킥'은 그런 경우가 아니었죠. '지붕킥'의 결말 때문에 온 세상이 시끄럽던 당시,..
예고도 없이 시작되었던 생뚱맞은 스페셜 방송을 거쳐 일주일만에 '하이킥3'가 다시 전개되기 시작했습니다. 오랜만에 시청자와 다시 만나는 방송일 뿐만 아니라 100회라는 숫자의 특성도 겸비한 회차였기 때문에, 뭔가 특별한 의미가 있을 거라며 잔뜩 부푼 기대감으로 시청할 수밖에 없었지요. 그런데 막상 시청한 후에는 뒤통수를 맞은 듯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아무 내용도, 의미도, 웃음도 없는 듯 했거든요. 모처럼 인생의 진지한 의미를 찾는가 싶었던 윤유선은 생뚱맞게 춤바람이 나 버렸고, '카리스마 블랙하선' 에피소드는 그저 인기 높은 박하선의 팔색조 매력에 의존해서 겨우겨우 한 회를 때우려는 느낌마저 들었습니다. 일주일이나 쉬었으면서... 이쯤 되면 최악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죠. 그래도 명색이 ..
생각해 보면 스텐레스김은 가난한 사람의 캐릭터를 멋지게 그려주었던 적이 거의 없습니다. '똑바로 살아라'에서도 가장 가난한 박영규가 가장 찌질한 못난이였죠. 손윗 동서 노주현의 집에 얹혀살고 있는 처지에 툭하면 병원 공금을 횡령하고 온갖 비리를 저지르는 등 민폐 행각이 장난 아니었습니다. 오히려 '가진 자' 노주현이 너그러운 아량으로 늘 용서해주며 데리고 살았죠. 모든 사람에게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어쩌면 그와 같은 설정은 현실적인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극심한 가난은 사람의 마음조차 척박하게 만들어 버리니, 인간으로서의 품위나 사회적 정의 따위를 챙길 여유가 없겠지요. 스텐레스김의 특별한 사랑을 받았던 캐릭터, '지붕킥'의 신세경 한 사람을 제외하면 가난한 사람들은 대부분 찌질하게 그려졌습니다. 이번 ..
머나먼 뉴질랜드에서 아빠를 영영 잃어버렸을 때, 김지원은 초등학교 5학년, 12살이었습니다. 지금은 고등학교 3학년, 19살이죠. 과거 뉴질랜드 에피소드가 나왔을 때, 저는 그 시간차 때문에 혹시 구멍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지원이는 아직도 아빠와의 추억이 가득 담긴 구형 휴대폰을 소중히 간직하며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그렇게 따지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7~8년 정도를 사용했다는 이야기가 되거든요. 저도 물건을 상당히 오래 쓰는 편이고 휴대폰도 완전히 망가지지 않는 이상은 바꾸지 않는 편이지만, 휴대폰은 아무리 곱게 아껴 써도 3년 반 정도 지나면 저절로 망가져 버리던데, 7년 이상을 썼다는 것은 너무 비현실적이라, 혹시 시간 설정이 잘못된 게 아닐까 생각했던 것이죠. 그런데 이제 보니 98회의 에피소드..
그러잖아도 갈 길이 바쁜데 95~96회에서 별 의미 없는 에피소드를 끼워넣으며 주춤거리는 것을 보고 저는 몹시 황당했습니다. 무심히 보는 프로그램이라면 "뭐 그럴 수도 있지" 하고 넘어가겠지만, '하이킥'에는 각별한 애정을 지닌 만큼 실망도 컸습니다. 특히 95회에서는 윤계상의 과거 에피소드가 나온다 해서 무척 기대가 컸고, 게다가 최다니엘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하니 잔뜩 설레며 기다렸었죠. 어쩌면 과거 윤계상이 명인대학 병원에서 쫓겨난 이유가 밝혀진, 그 완벽했던 24회보다도 퀄리티가 더욱 높을 거라 기대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뜻밖의 유치함과 허망함으로 뒤통수를 칠 수 있을까요..;; 그래도 마지막 자존심까지 버리고 학교로 돌아갈 만큼 김지원을 향한 짝사랑에 올인하는 안종석(이종석)의 순수함 때문에 허..
"어, 거긴 내 지정석인데!" 거짓말처럼 너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처음 만나던 그 날처럼... 햇살이 눈부시던 가을 날의 그 모습 그대로 너는 그 자리에 서 있다. 너는 변한 게 없는데, 나만 혼자 이렇게 변해 있다. 너는 여전히 교복 입은 여고생인데, 나는 이제 스무 살의 어른이다. 그리고 ... 네 마음에는 여전히 내가 없는데, 내 마음은 온통 너로 가득차 있다. 아주 먼 훗날, 열 아홉에서 스물이 되던 해의 이 추운 겨울을 다시 떠올리면, 나는 너 말고 다른 무엇을 기억해낼 수 있을까? 가끔은 이렇게 바보처럼 변해버린 내가 믿어지지 않는다. 나 안종석에게 남은 것은 마지막 자존심 뿐이라고 생각하던 때가 있었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비록 아빠의 사업 실패로 운동을 그만두고 이 꼴..
오늘 포스팅은 제목부터 비속어가 난무하니 참으로 면목이 없습니다..^^;; 하지만 이 녀석들의 통통 튀는 개성과 특징을 가장 효과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단어가 바로 저 두 가지인 듯 싶어서요. 인터넷 검색으로 정확한 뜻을 찾아보니 '호구(虎口)'는 명사로서 '어수룩하여 이용하기 좋은 사람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이라고 나와 있군요. 그리고 '싸가지'는 원래 '싹수'의 비속어로서 올바른 언어로 사용하려면 '싹수가 없다'라고 서술어와 연결시켜야 하는 것이죠. 하지만 어느 사이엔가 '싸가지'는 그 자체만으로도 어떤 사람을 지칭하는 독립적인 단어가 되어버린 느낌이네요. 대충 '인간으로서 지녀야 할 기본적 예의와 염치가 없는 사람' 정도로 해석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현재 '하이킥3'의 캐릭터상으로 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