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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킥3' 거듭된 우연이 낳은 두 가지 운명 본문

종영 드라마 리뷰 /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하이킥3' 거듭된 우연이 낳은 두 가지 운명

빛무리~ 2012.03.06 10:00




한 편의 공포영화처럼 스릴 넘치게 만들어진 105회는 나름 수작이라 할만했습니다. 짧은 분량 속에서 어쩌면 그토록 탄탄한 짜임새를 구축할 수 있는지, 새삼 김병욱 사단의 역량에 놀랄 수밖에 없는 회차였지요. 한 장면도 놓칠 수 없고 버릴 것도 없었던, 모든 장면이 암시와 복선으로 이루어졌던 24분이었습니다. 리뷰를 쓰면서 줄거리를 자세히 늘어놓는 것은 원래 제 스타일이 아니지만, 이번에는 그 섬세한 연출에 경외심을 느끼며 재미삼아 한 번 정리해 보았습니다. 조목조목 써놓고 보니 좀 길어지기는 했네요..ㅎㅎ

1. 박지선은 특별활동 영화부 지도를 맡아 자료를 검토하느라 어두운 학교 강당에서 스크린으로 영화를 보던 중, 갑자기 불쑥 나타난 박하선 때문에 깜짝 놀란다. 서류를 찾으러 왔던 김에 박하선도 영화 관람(?)에 동참하는데, 순진한 얼굴의 살인마를 연기하는 여주인공을 보며 박지선이 소름끼친다고 말하자, 박하선은 섬뜩한 표정으로 장난을 쳐서 박지선을 또 한 번 겁먹게 한다.

2. 동생 윤지석(서지석)과 사귄다는 것을 알고부터 하선에게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윤유선은 모처럼 족발을 잔뜩 사들고 동굴을 통해 옆집으로 건너가는데, 백열등이 고장나서 캄캄해지는 바람에 족발 한 개를 동굴 속에 떨어뜨린 줄도 모르고 그냥 올라간다. 마침 샤워중이던 백진희는 갑자기 올라온 윤유선 때문에 깜짝 놀라고, 박하선에게 족발을 건네주던 윤유선은 줄리엔이 홈쇼핑에서 새로 구입한 주방용 칼을 발견하고는 부러워한다. 그리고 동굴 속 백열등에 이어, 하선이네 김치냉장고도 때맞춰 고장나버렸다.

3. 학교에서 집안일을 의논하던 박하선과 줄리엔은 또 그 장면을 박지선에게 들켜서 위기에 처한다. 그럴듯한 핑계에도 불구하고 두 사람이 동거하고 있다는 박지선의 의심은 절정에 달한다. 마침 창틀에 앉아 있던 윤건을 발견한 박지선은 그에게 다가가 진실을 알고 있지 않느냐며 캐묻는데, 그 모습을 발견한 박하선은 혹시라도 윤건이 발설할까봐 급히 막무가내로 잡아끌고 운동장으로 나간다. 윤건은 발설하지 않을테니 염려 말라면서, 자기는 새로운 곡을 쓰느라고 며칠간 학교에 나오지 못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4. 다음 날 윤건은 무단 결근을 하고, 이유를 궁금해하는 교감에게 박하선은 윤건이 했던 말을 전해준다. 평소 친하지도 않았던 윤건의 사정을 박하선 혼자서만 알고 있다는 사실에 박지선은 의구심을 느낀다. 어제 박하선이 윤건을 끌고 간 이후부터 그가 행방불명이 되었다고 판단한 박지선은, 윤건이 박하선과 줄리엔의 동거 사실을 눈치챘기 때문에 이 모든 일이 발생했다 확신하고, 박하선의 정체를 캐내겠다는 결심을 굳힌다.

5. 휴일날 아침부터 박하선의 집 앞에서 잠복하던 박지선은, 그 집으로 줄리엔이 걸어들어가는 장면을 목격하고는 쾌재를 부른다. 곧바로 그 집에 뛰어들어가 줄리엔과 박하선이 함께 있는 장면을 휴대폰으로 촬영하고는 도망쳐 나오는데, 얼마 못가서 줄리엔에게 붙잡힌다. 줄리엔의 품에서 벗어나려고 발버둥치다가 문기둥에 머리를 박고 기절하는데, 어렴풋이 깨어났을 때 줄리엔과 박하선이 나누는 대화를 듣게 된다. 마당에 구덩이를 파서 뭔가를 파묻겠다는 내용의 대화였다.

6. 그들의 말인즉슨 마침 휴일인 관계로 김치냉장고를 수리하지 못했으니, 그 안의 김치가 쉬지 않도록 비어있는 장독에 담아서 마당에 파묻어 두자는 이야기였지만, 박지선의 머릿속에서는 전혀 다른 의미로 해석된다. 공포영화를 보면서 박하선이 치던 섬뜩한 장난과 갑자기 행방불명 되어버린 윤건을 떠올리며, 박지선은 구덩이에 파묻힘을 당할 존재가 바로 자신이라고 착각해버린 것이다. 두 사람이 마당으로 나가 있는 동안 집 안에서 필사적으로 탈출구를 찾던 박지선은 우연히 옆집으로 향하는 땅굴 입구를 발견하고 들여다보다가 그 안에 거꾸로 빠지는 바람에 다시 정신을 잃는다.

7. 백진희는 어제처럼 또 누군가 갑자기 땅굴에서 올라올까봐 염려한 나머지 세탁기를 밀어 땅굴 문을 막아놓고는 샤워를 시작한다. 하필 그 동안에 깨어난 박지선은 미친듯이 문을 두드리며 박하선에게 살려달라 외치지만 샤워중인 진희는 듣지 못하고, 꼼짝없이 그 안에 갇혀서 죽게 된 줄 알고 겁먹은 박지선은 교감에게 전화를 걸어 횡설수설하며 구원을 요청한다. 박하선과 줄리엔의 동거 사실을 눈치챈 사람은 모두 살해당해 그 집안에 파묻히게 된다는 것이다. 교감은 어이없어 하면서도 일단 박하선의 집에 와보기로 하는데.

8. 캄캄한 땅굴 속에서 어제 윤유선이 떨어뜨린 족발을 만지게 된 박지선은 그것을 윤건의 토막난 시체라 착각하여 더욱 공포에 질린다. 정작 그 시간에 박하선과 줄리엔은 사라져버린 박지선을 찾아서 온 동네를 헤매고 있다. 옆집 사람들도 각자의 사정이 있어 좀처럼 땅굴로 내려오지 않는다. 샤워를 마친 백진희는 땅굴 입구를 막았던 세탁기를 치워놓고 음악을 들으며 방으로 들어가고, 때맞춰 교감이 집 안으로 들어선다. (그런데 이 집은 어째서 개나소나 드나들 수 있도록 문을 안 잠그고 다니는 것일까?)

9. 텅 빈 듯한 집 안에서 박지선을 찾아다니던 교감은 화장실에서 땅굴 입구를 발견하고, 그 안에 머리를 들이밀다가 박지선과 똑같은 자세로 굴러떨어지고 만다. 박지선으로부터 모든 사정의 내막(?)을 듣게 되고, 윤건의 사체로 추정되는 족발까지 만지게 되자 교감 역시 죽음의 공포에 질린다.

10. 동네에서 박지선을 찾지 못한 박하선과 줄리엔은 힘없이 집으로 돌아오는데, 마침 줄리엔이 새로 장만한 주방용 칼을 빌려줄 수 있느냐면서 윤유선의 전화가 걸려온다. 지석의 누나에게 잘보이고 싶은 하선은 빌리러 오겠다는 유선을 굳이 만류하고 자기가 직접 갖다 주겠다면서 손에 칼을 들고 땅굴로 내려간다. 땅굴 안에서 박지선과 교감을 발견한 박하선도 놀랐지만, 가뜩이나 공포에 질려 있던 교감과 박지선은 그녀의 손에서 번뜩이는 칼날을 보고는 죽을 듯 혼비백산을 한다.

이렇게 촘촘한 그물망처럼 거듭된 우연은 박지선의 오해를 점점 더 깊어지게 했고, 급기야 교감까지 끌어들이고 말았습니다. 이제 무시무시한 공포를 낳았던 오해는 곧 풀리겠지만, 그들은 피할 수 없는 진실과 마주하게 되겠군요. 윤지석과 목하 열애중인 박하선이, 이유야 어떻든 간에 다른 남자 선생인 줄리엔과 동거하고 있다는 불편한 진실입니다. 저는 이 사건으로써 두 가지 운명이 비롯될 것을 예측합니다. 첫째는 벌써 오래 전부터 예상하고 있던 것처럼 지석-하선 커플의 결혼이 빨라지게 될 것이며, 둘째는 초반부터 대놓고 제시되었으나 막판까지 진전될 기미가 없어 보이던 줄리엔-박지선의 러브라인이 급물살을 타게 될 것입니다.

[관련글 1 : 윤지석과 박하선의 결혼이 빨라질 경우]
[관련글 2 : 박지선과 줄리엔강, 또 하나의 러브라인 예고]

그런데 이렇게까지 공들인 에피소드를 마련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을 만큼, 이 두 가지는 대다수가 쉽게 예상하고 있던 것들입니다. 105회의 내용 자체만 놓고 보면 꽤나 충격적이지만, 정작 그로 인해 벌어질 수 있는 결과에는 반전이나 충격이 거의 없는 셈이죠. 어쩌면 이러한 짐작조차 빗나가고, 그들은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평온한 일상을 지속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제 생각에는 남은 시간이 굉장히 부족할 것 같았는데, 아직도 스텐레스김의 걸음걸이는 여유롭고 느슨하게만 보이는군요. 피할 수 없는 엔딩의 그 날은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데... 흘러가는 시간이 안타까운 것은 저만의 조바심일까요?

다음 회차에는 황정음이 카메오로 등장하여 코믹 에피소드가 방송될 모양입니다. 어차피 지석과 하선의 관계는 누구도 끼어들 수 없을 만큼 견고해진 사이인데, 갑자기 지석 앞에 나타나 애교를 떨어대는 그녀가 누구이든 간에 결과가 달라질 것은 없겠지요. 어차피 일회성 에피소드로 끝나겠지만 가장 바람직한 진행을 예상해 본다면, 황정음의 존재가 박하선의 질투심을 최고조로 폭발시키는 바람에, 지난 번의 "내 남자예요!" 에 이어서 "우리 결혼해요!" 라는 우렁찬 외침을 이끌어낼지도 모른다는 것입니다.

윤계상-김지원-백진희-안종석의 사각관계는 최후의 심혈을 기울여서 정리해야 할 것이며, 이적의 아내에 관한 복선도 한 번쯤은 더 깔아주어야 할 테고... 스텐레스김의 앞에는 아직도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습니다. 벌써 확정된 라인들은 더 이상 질질 끌 것 없이, 이제 초고속으로 진행 좀 했으면 좋겠네요.



10 Comments
  • 친구사이 2012.03.06 10:52 우리 결혼해요!!

    정말 그렇게 되었으면 좋겠네요 ^^
    리뷰 잘 읽고 갑니다
  • 맹맹 2012.03.06 11:29 저희 어머니는 계속되는 어거지의 반복이라며 짜증내시더군요

    듣고보니 그런 것 같기도 하고 아리송합니다ㅎ
  • 보헤미안 2012.03.06 12:21 쿄쿄.
    어제 재밌었어요. 특히 지선언니의 분량이 처음으로 다수!
    교감썜역시..
    근데 집문단속을 하는건지 아닌건지..도대체 문열어주는 사람도 없었는데
    확확~열고 들어오네요☆
  • sinclair 2012.03.06 12:25 전 어제 간만에 실컷웃으며 봤어요. 초반부터 치밀한 내용에 놀라며 교감선생님과 박지선선생의 연기에 놀라며 어제 너무 웃기더군요 줄선생님과 박선생님의 러브라인 급물살 기대되네요^^
  • 뿌뿌 2012.03.07 18:17 어제 방송 리뷰보려고 왔는데 아직 안올리셨네요 ㅠㅠ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2.03.07 18:20 신고 정리가 안 되어서요...;;
    오늘 방송까지 보고 나서 내일 한꺼번에 올려야 할 것 같습니다..^^
  • 아방 2012.03.07 20:41 흠.. 정통 시트콤을 보여줬네요.
    이것도 나름대로 재밌었습니다.
    본래 성격상 정통보다는 파격을 좋아합니다만..^^;;

    빛무리님 말씀대로 갈 길이 먼데..

    최근의 김지원씨 에피소드는 상상치 못했던 전개네요.
    안종석씨가 이렇게 중요한 인물이 될 줄 미처 몰랐고요.
    뒤통수를 제대로 맞은 듯이 신선합니다..

    빛무리님 리뷰가 올라오면 읽어보고 생각을 정리해 보겠습니다.

    다른 사람은 어찌 생각하는지 모르겠지만,
    호불호가 명확하고, 주관이 뚜렷한 빛무리님의 글이 매우 호감 갑니다.
    옳은 얘기를 들으러 오는게 아니거든요. 감성을 보러 오는거지..

    논리정연한 리뷰를 쓰는 분이 있다고 해서 잠시 눈팅하러 갔었으나,
    2개 정도 읽어보고 바로 돌아왔습니다. 제 취향은 아니더군요.
    화자의 감성이 느껴지지 않았습니다. 분석이 앞서는 것 같고...
    훌륭한 분석은 회사에 돌아다니는 각종 보고서에서 질리도록 보는지라..
    그리고, 저 또한 Fact를 조합하여 사람을 설득하는 작업을 지겹도록 하는지라..^^

    전업 작가의 길은 안 가시나요?
    세상에 날고 기는 사람들이 천지라지만...
    글을 쓴다는 게 굉장히 고된 작업일 것임이 눈에 선하지만..
    재능이 있는 것 같아서 기대하게 됩니다..

    혹시 그렇게 되시더라도 하이킥 끝나고 하셨으면 좋겠습니다..^^
  • Favicon of https://qlcanfl.tistory.com BlogIcon 빛무리~ 2012.03.07 20:53 신고 역시... 아방님은 알아주시는군요..ㅎㅎ 블로그를 시작하면서부터 2년 반 동안이나 줄곧 프로필에 "빛무리의 개인적 감성에 의한 TV 리뷰들" 이라고 밝혀두었건만, 개별적 감성의 가치를 폄하하며 무조건 자로 잰듯한 공평함과 신문기사처럼 객관적인 시각만을 요구하는 사람들이 많아서 답답할 때가 종종 있습니다..^^
  • 수우언니 2012.03.08 09:57 저도 그렇습니다. 저도 늘 분석하고 개인적인 감정이입이나 의견이 배제되어야하고 설득해야하고 디펜스에 통과해야하는 (비겁한?) 글을 쓰고 또 지도하는 사람이라...빛무리님처럼 자유롭게,두려움 없이 자신의 영혼을 드러내는 글에 반했습니다.그래서 빛무리님의 글이. 빛무리님의 글을 쓰는 태도가 저에게도 크나큰 위로가 됩니다.
  • hi 2012.03.07 23:37 전 "줄리엔-박하선이 같은 집에 사는 사건"이 언급될 때마다~
    어째서 줄리엔이 박하선 집에서 하숙한다고 말하면 안되는 것일까!?
    라는 의문을 갖습니다.

    둘이만 사는 것도 아니고 지원이랑 진희도 같이 살고 있는데~

    학교라는 배경이 너무 보수적이기 때문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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