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종영 드라마 분류/하이킥3-짧은다리의역습 (74)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제가 워낙 김병욱 시트콤의 광팬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에는 특별히 결심한 바가 있어 되도록 불평이나 쓴소리를 안 하려고 노력하는 중입니다. '지붕킥' 리뷰를 쓸 때는 불평도 엄청 많이 쏟아냈었지만, 종영하고 나니까 후회스럽더라고요. 마치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것처럼 허전한 마음이었죠. 그래서 어차피 함께 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도 않을텐데, 불평을 늘어놓기보다는 되도록 좋은 점만 보아 주자고 결심했던 겁니다. 하지만 제가 이제껏 시청했던 김병욱 시트콤들에 순위를 매겨 본다면 '하이킥3'는 최하위권에 해당될 것입니다. 물론 개별적인 회차나 장면으로만 따지면 그 어떤 작품에서도 발견하지 못했던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낀 적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윤계상과 김지원이 함께 돌보아 드리던 독거노인 할머니가 세상을..
"옛날 제 친구 생각이 나요... '겨울의 짧은 황혼 앞에 서 본 적 있니?' 하고 가끔 묻던..." 윤지석(서지석)과의 짧은 데이트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차창 밖으로 하늘 가득 펼쳐진 붉은 노을을 바라보며 박하선이 중얼거린 말입니다. 가벼운 미소를 띤 채 하염없이 창 밖을 응시하는 그녀의 얼굴은 석양빛에 물들어 마치 꿈결처럼 아름다웠지만, 제 마음은 점점 슬퍼졌습니다. 그녀의 잔잔한 목소리... 왠지 서글퍼 보이는 미소... '겨울의 짧은 황혼'이라는 언어가 뿜어내는 이별의 아쉬움... 이 모든 것들이 저를 슬프게 했습니다. 현재 다른 인물들의 감정선이 비교적 뚜렷이 정리되고 있는 반면, 윤계상과 박하선 두 사람의 감정선은 오리무중입니다. 최고의 성품과 외모를 겸비한 그들은 수많은 이성의 짝사랑을 ..
예전의 리뷰에서도 언급한 적이 있지만 '하이킥3'의 백진희는 '지붕뚫고 하이킥'의 황정음을 그대로 이어받은 캐릭터입니다. 그녀들은 전형적인 88만원 세대, 가난한 청춘이지만 언제나 밝은 얼굴로 힘차게 살아가는 아가씨들이죠. 그런데 제가 '지붕킥'에 빠져있을 당시 리뷰를 읽어보신 분들이라면 누구나 아시겠지만, 저는 그 예쁘고 사랑스런 황정음을 무척이나 싫어했더랬습니다. 초반에 어필되었던 된장녀스런 이미지가 너무 강렬했기 때문입니다. 쇼핑 중독으로 인해 스스로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엄청난 씀씀이를 자랑하던 황정음은, 하다못해 신세경의 식모살이 첫 월급 50만원을 빌려다가 자기 카드값을 메꾸고는 그것을 갚지 못해서 이리저리 도망다니는 만행까지 저질렀습니다. 매달 날아오는 카드 청구서는 그녀에게 저승사자나 다..
지금껏 윤지석(서지석)과 박하선은 '하이킥3'에서 가장 확실해 보였던 러브라인입니다. 박하선이 울며 겨자먹기로 고영욱과 사귀기 시작했을 때부터, 저는 오히려 나중에 윤지석과 커플이 될 것을 예감했었지요. 그리고 빨강 하트 목걸이를 비롯한 복선들이 발견될 때마다 점점 확신이 더해갔습니다. 그런데 어느 순간부턴 조금씩 불안해지기 시작하더군요. '지석-하선' 커플을 암시하는 복선이 지나치게 많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김병욱 PD의 성격상 이렇게까지 분명한 복선을 수두룩하게 깔아놓을 리가 없다는 생각이 자꾸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애써 불길한 예감을 떨쳐버리려 했습니다. 저는 순수하고 희생적인 윤지석의 짝사랑이 이루어지길 바랐고, 착하고 예쁜 박하선이 그렇게 좋은 사람과 더불어 행복해지길 바랐으니까요. 서로 ..
제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예비 커플(?), 윤계상과 김지원의 에피소드가 오랜만에 등장했습니다. 그런데 62회에서 이 두 사람은 본의 아니게 코믹 영화의 주인공이 되고 말았군요. 영화의 제목은 '노량진의 중심에서 길을 묻다' 이며, 극본 따위는 없고, 제작과 총연출은 강승윤이 맡았습니다. 자기가 직접 영화를 찍어 보겠다고 설레발을 치면서 식구들의 일상을 아무 가감없이 그대로 찍어놓은 것이니, 사실은 영화라고 할 수도 없는 것이었습니다. 안내상이 혼자 밥먹는 장면이 15분, 윤유선이 혼자 설거지하는 장면이 15분, 뭐 이런 식입니다. 통로로 사용되는 땅굴 속에 임시 극장을 설립하고, 종석이네 가족들과 옆집 식구들까지 불러모아 시사회를 가졌지만, 관람객들은 모두 하품하면서 중간에 나가 버렸지요. 하지만 그 자..
지난 번에 윤지석 선생님을 탓하면서 막 울고 떼썼던 건 사실 말도 안되는 일이었다. 뒷수습도 못할 거면서 그 거친 여자들한테 막말로 받아친 내가 잘못일 뿐, 오밤중에 허겁지겁 내게로 달려와 준 윤선생님이 무슨 잘못일까? 그가 와 주지 않았다면, 생전 처음으로 몹시 얻어맞고 차 키까지 빼앗긴 채 넋이 나가버렸던 나는 어쩔 줄 모르고 밤새도록 혼자 울며 주저앉아 있었을 거다. 그런데 참 이상하다. 혼자 있을 때는 그냥 흐느끼는 정도였는데, 막상 나를 데리러 온 그의 얼굴을 보니까 걷잡을 수 없이 울음이 터져 나왔다. 창피한 줄도 모르고 어린애처럼 엉엉 울었다. "이게 다 윤선생님 때문이에요! 저는 막말 안하려고 했는데, 윤선생님이 해도 된다면서요? 근데 이게 뭐예요? 이제 어쩔 거예요?" 말도 안되는 떼를 ..
좋게 생각하면 그런 게 바로 한국인 특유의 끈끈한 정이며, 사람 사는 재미라고 이해해 줄 수도 있겠지요. 그리고 줄리엔은 워낙 성격이 쿨하고 착하니, 어쩌면 자기 고향에서의 딱딱하고 합리적인 생활보다 여기 한국에서의 인정 넘치는 생활이 더 좋다고 생각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설령 그렇다 하더라도, 저는 그 동안 안내상이 줄리엔에게 끼치는 민폐 행각을 보면서 무척이나 창피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툭하면 본인이 싫다는데도 이것 저것 떠넘기고 강요해서 그 착한 줄리엔이 "내상~ 나 이거 왜 해야 되는지 모르겠어요~" 라고 말하게 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괜시리 제가 다 미안해지더군요. 게다가 혈액형이 자기와 똑같은 RH-AB 형이라는 이유로 번번이 사람을 '비상 혈액주머니' 취급하는 것도 참 보기 흉했습니다...
그 동안 제가 예상한 것과는 좀 다른 방향의 러브라인이 갑자기 55회부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예상하던 커플은 윤계상-김지원이었는데, 이 둘이 따로 떨어져서 각각 윤계상-백진희, 김지원-안종석 커플로 진행될 듯한 기미를 문득 보이는 거였습니다. 하지만 저는 55회를 시청하면서, 오히려 저의 예상이 궁극적으로는 맞을 거라는 확신을 갖게 되었습니다. 윤계상은 누구에게나 친절하고 실없는 농담을 던지는 캐릭터였습니다. 그런데 갑자기 그 방향이 백진희 한 사람에게로 집중되는군요. 윤계상은 백진희가 자신의 블로그에 악플을 남겼음을 다 알면서도, 일부러 기밀 자료를 빼내간 범인을 찾는다면서 짖궂게 놀려댑니다. 별로 고차원적인 수단의 장난도 아니어서 금방 눈치챌 법도 하건만, 백진희는 끝까지 눈치를 못채고..
처음부터 껍데기뿐이었던 박하선과 고영욱의 억지 러브라인은 예상보다 더 빨리 끝나고 말았습니다. 공무원 시험을 한 달 앞두고 집중을 위해 절에 들어가기로 결심한 고영욱은 박하선과의 짧은 이별을 아쉬워하며, 떠나기 전에 그녀에게 멋진 데이트를 선물하려고 아르바이트까지 해가며 자금을 준비했으나, 막상 시작된 데이트는 모든 면에서 꽝이었지요. 고시원에 틀어박혀 공부만 하느라 최신 유행에는 깜깜할 수밖에 없었던 고영욱은 친구의 어설픈 조언에 따라 '현빈 츄리닝'을 커플옷으로 준비하여 박하선에게 선물하지만, 한참 유행이 지난 그 빤짝이 옷차림은 '진상 트리오' 때와 마찬가지로 남들의 웃음거리가 되었을 뿐입니다. 늘 다니던 분식집이나 포장마차가 아니라 경양식집으로 박하선을 데려간 고영욱은 스테이크를 주문하시라고 호기..
현재까지 가장 뚜렷한 실체를 드러낸 러브라인은 '박하선-윤지석(서지석)' 커플입니다. 이제 와서야 누가 부인할 수 있을까요? 박하선의 공식 연인은 엄연히 고영욱인데도 요즘 그의 분량은 거의 쩌리 수준에 머물고 있으며, 오히려 짝사랑남 윤지석과 함께 하는 시간만 점점 더 늘어나고 있습니다. 45, 47, 48회에서 연달아 등장한 '지석-하선' 라인의 첫눈 맞기, 화장실 찾기, 폭풍 후진 에피소드는 짜릿한 낭만과 배꼽 잡는 웃음을 겸비한 시트콤 최고의 장면들이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제가 일찌감치 예측했던 것처럼 이 둘이 진짜 인연이라는 사실은 이미 공공연히 드러났습니다. 어차피 고영욱의 존재는 잠시 스쳐지나가는 인연이었지만, 예상했던 것보다 너무 빨리 이별의 시간이 다가온 듯한 느낌도 듭니다. 아무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