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예능과 다큐멘터리 (652)
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Boys, be ambitious!”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미국의 과학자이며 교육자인 윌리엄 클라크는 말했다. 과연 야망은 청춘의 특권이며 젊음을 더욱 반짝이게 해주는 덕목임에 틀림없다. 젊은 날의 시선은 항상 위를 향해 있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을 자연히 눈과 가슴에 담게 된다. 기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자신도 그처럼 빛나고 싶은 생각이 왜 들지 않으랴? 그렇게 야망을 품은 인간들은 각자의 재능과 그릇대로 노력하여 저마다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물론 애초에 꿈꾸던 만큼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어떤 사람들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야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야망'이라는 단어에서 극심한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날이 갈..
'꽃보다 할배'를 시작으로 '꽃보다 누나'를 거쳐 '꽃보다 청춘-페루 편'까지 이어져 오는 동안 '꽃보다~' 시리즈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온통 열광과 감탄과 호평뿐이었다. 그런데 '꽃보다~' 시리즈의 최종편이라고 알려진 '꽃보다 청춘-라오스 편'에서 뜻밖에도 시청자의 날선 반응이 터져나오기 시작했다. 비록 처음 생겨난 잡음이고 시리즈도 거의 다 끝나가는 참이니 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겠지만, 꼭 한 번만으로도 '꽃보다~' 시리즈의 완벽했던 명성에 흠집을 남기기는 충분하다 싶을 만큼 대중의 분노는 거세고 뜨겁다. 진짜 문제는 그 분노가 일부 트집잡기 좋아하는 사람들의 입방아에서 비롯된 것이 아니라, 다수의 시청자가 공감할 수밖에 없을 만큼 타당한 이유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다. 라오스 방비엥 시내에서 천연..
참으로 답답한 것은 외모지상주의자들이 뭐가 잘못인지를 모르기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며, 그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들 자신조차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멋진 외모를 지닌 사람들조차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인간의 욕망이란 결코 만족을 모르는 법이니 아무리 예쁜 사람이라도 자신의 외모에 불만은 항상 있게 마련이며, 사회적으로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 그 작은 결점 하나를 고치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피말리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비쩍 마른 몸매에도 더 날씬해야 한다며 다이어트를 하다가 거식증에 걸리기도 하고, 성형 중독이 심해지다 못해 괴물처럼 변해가기도 한다. ..
여행을 하다 보면 일상 속에서는 쉽게 드러나지 않던 사람들의 또 다른 모습이 드러난다. 때로는 그 모습이 서로를 힘들게도 하지만, 어쩌면 숨겨진 모습들을 발견하는 것이야말로 여행의 진짜 재미가 아닐까? '응답하라 1994' 멤버들이 다시 뭉쳐 떠난 여행 '꽃보다 청춘' 라오스 제1편에서 가장 먼저 포텐을 터뜨린 사람은 배우 유연석이었다. 이 남자는 참 알면 알수록 스펙터클하고 어메이징한 매력이 있다. 누구보다도 매끄럽고 세련된 서울 남자의 이미지를 갖고 있는 그가 사실은 무뚝뚝한 상남자의 본고장인 경상도 출신이라는 사실로 놀라움을 주더니만, 이번에는 다정한 어미새처럼 친구와 동생을 살뜰히 챙기는 모습으로 또 한 번의 신선한 충격을 준다. tvN 채널 광고를 찍는 줄만 알고 모였던 유연석, 손호준, 바로(..
'가족의 품격 풀하우스'를 무심히 보다가 샘 해밍턴이 제시한 질문에 완전히 꽂혀버렸다. 외국인인 샘에게 있어 민감하고도 사적인 질문들을 아무렇지도 않게 퍼붓는 한국 사람들의 습성은 매우 견디기 힘들었던 모양이다. 광고를 찍으면 출연료는 얼마나 받았는지 묻고, 결혼해서 이사를 하면 집은 몇 평인지 얼마나 들여서 입주했는지를 묻고, 심지어 아이는 언제 낳을 거냐는 질문까지 하는데 무척 곤욕스럽다는 것이었다. "그런 질문을 하는 한국 사람들이 문제인가요? 아니면 그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기분 나빠하는 제가 문제인가요?" 처음 표결에 부칠 때까지만 해도 나는 압도적으로 '한국인들의 질문 습관이 문제다' 쪽에 표가 몰릴 줄 알았으나 결과는 전혀 예상 외였다. 15명의 패널 중 '한국인들이 문제다'는 7명이었고 오..
벌써 몇 주째 KBS 프로그램이 끝날 때마다 '나의 결혼 원정기'라는 파일럿 프로그램의 예고편을 보았었다. 나름 추석 특집으로 야심차게 기획한 듯 했으나, 나는 예고편을 볼 때부터 당최 저 프로그램의 정체성이 무엇일까 하는 의문을 지울 수가 없었다. 표면적으로 내세운 방송의 주제는 분명 '결혼'인데, 분위기는 확실한 '여행' 쪽이었기 때문이다. 결혼을 하고 싶은데 왜 머나먼 나라 그리스까지 가야만 하는 것일까? 게다가 1:1 미팅도 아니고, 한 명의 그리스 여인을 차지하기(?) 위해 네 명의 한국 미혼 남성 연예인들이 경쟁하는 설정이란다. 그게 무슨 '결혼'을 주제로 만든 예능이라는 것일까? 혹시 직접 방송을 보고 나면 숨겨진 의미를 깨달을 수 있을까 해서 1회를 시청했으나, 역시 남은 것은 어처구니 없..
'아빠 어디 가'를 시청하다 보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귀여움에 저절로 웃음을 머금게 되는데, 가끔은 그 단순한 즐거움이 감동으로 변할 때가 있다. 어른들도 갖기 힘든 배려심과 긍정적인 마음가짐을 아이들에게서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 바로 그 때다. 특히 성동일 아들 성준, 윤민수 아들 윤후의 천사같은 배려심은 시즌1 때부터 많은 사랑을 받아 왔는데, 차분히 살펴보면 시즌2에 새로 합류한 아이들에게서도 놀라운 배려심을 엿볼 수 있다. 성동일의 큰 딸인 7세 빈이는 김진표 부녀가 하차하기 전에 가장 어렸던 5세 규원이를 언니로서 가장 살뜰히 챙겼으며, 안정환의 아들 리환이는 동갑내기 빈이가 물웅덩이에 넘어져 옷이 젖은 채 떨고 있자 "에어컨 꺼 주세요!" 하고 큰 소리로 요청하는 섬세한 면모를 보여주었다. 한편..
'꽃보다 청춘' 40대 팀의 페루 여행은 역시 제목답게 '청춘'의 진정한 의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다음 주부터는 20대 진짜 청춘들의 라오스 여행이 시작되겠지만, 뜨거운 청춘의 한가운데를 지나고 있는 그들보다는 오히려 몇 발자국 떨어진 곳에서 바라보는 시선이 청춘의 실체에 더욱 접근할 수 있지 않을까? 40대 청춘 3인방 윤상, 유희열, 이적은 페루 여행의 마지막 날 부푼 꿈을 안고 새벽녘에 쿠스코의 숙소를 나섰다. 세계 7대 불가사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마추픽추의 절경을 감상하기 위해서였다. 이른 시간이었음에도 마추픽추 행 버스터미널은 세계 각지에서 모여든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었다. 드디어 고대하던 마추픽추 정상에 도착... 그러나 100일 중 95일 동안은 맑은 날씨를 자랑한다는..
'일밤-진짜사나이'의 '여군 특집'이 화제를 모으는 가운데, 시청자의 호감을 얻는 데 성공한 여타 멤버들과 달리 오직 개그우먼 맹승지만은 비호감의 폭격을 맞고 있다. 맏언니 라미란은 솔직하고 수더분하면서도 의외로 여린 모습이 인간적인 매력을 느끼게 했고, 이번 특집의 나레이션을 맡은 유준상의 아내 홍은희는 눈치빠른 똑순이 캐릭터로 허술한 분위기를 바로잡아 주었다. 김소연은 '아이리스' 등에서 보여준 여전사 이미지와 달리 최약체 바닥 체력을 보여주었으나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노력하는 성실성과 배려심 깊은 모습이 감동적이었고, 소치 올림픽 금메달에 빛나는 쇼트트랙 선수 박승희는 역시 국가대표다운 극강의 체력과 단체 생활에 가장 익숙한 모습으로 안정감을 더해 주었다. 걸스데이 멤버 혜리는 김태희를 닮은 듯 눈..
'히든싱어' 시즌3의 개막을 앞두고 그 전야제(?)가 한창이다. 시즌1과 시즌2의 출연 가수들이 나와서 저마다 시즌3에 대한 기대를 내비치는가 하면, 시즌3의 첫번째 포문을 열게 될 가수 이선희를 중심으로 몇몇 후배 가수들이 모여 대화를 나누며 함께 노래하는 시간도 마련되었다. 한 번도 블로그에 포스팅한 적은 없었지만 '히든싱어' 시즌1, 2의 열혈 애청자였던 나에게 시즌3 자체는 물론 그 전야제까지도 놓칠 수 없는 보물같은 방송이었다. 가수 이선희,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그리고 사회자 전현무와 패널 송은이가 함께 한 방송은 매우 아늑하고 따뜻한 분위기에서 진행되었다. 김경호, 백지영, 임창정 모두 이 시대 최고의 가창력을 자랑하는 가수들이지만, 선배 이선희를 향한 그들의 경외심은 형언하기조차 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