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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기세(氣勢)라는 것이 참 무섭다. 일요일 저녁 예능의 치열한 접전지에서 현재 막강한 상승세를 타고 있는 쪽은 단연 KBS의 '해피선데이'다. SBS의 '일요일이 좋다'가 2위로 꾸준히 뒤를 쫓고 있으며, MBC의 '일밤'은 꼴찌로서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아빠 어디 가' 시즌2가 참담한 실패로 돌아간 후 '일밤'에서 야심차게 새로 기획하여 선보이는 '애니멀즈'에 대한 기대가 제법 컸는데, 뚜껑을 열고 보니 '해피선데이'의 상승세를 뒤집기에는 여러모로 역부족일 듯하다. 단지 첫방송만 시청하고 단정짓기는 어렵지만, 일요 예능의 판도를 단숨에 뒤집어 놓았던 '나는 가수다' 시즌1이나 '아빠 어디 가' 시즌1과는 그 잠재력과 폭발력에 근본적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일단 '애니멀즈'의 3단계 구성은 너무 산..
'여군특집1'의 반응이 좋았고 그 혜택으로 큰 인기를 얻게 된 출연진이 많았던 탓일까?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2'에는 본인의 뜻과 상관없이 소속사의 강요를 받아서 나오게 된 출연진이 몇 명 있는 것 같다. 그렇지 않고서야 군생활을 제대로 시작하기도 전부터 생활관이 떠내려가도록 눈물바다가 되는 현상을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 '여군특집1'에서도 몇몇 출연진이 눈물을 흘리긴 했지만 순간적으로 힘겨움이 북받쳐서 잠깐 울다 그쳤을 뿐, 강예원이나 엠버처럼 긴 시간 동안 펑펑 울면서 동기들이 주변에 모여 달래는데도 제 설움에 못 이겨 계속 눈물을 쏟는 경우는 없었다. 시작부터 그런 모습들을 보니 솔직히 안타깝기보다는 짜증스러웠다. 특히 강예원은 가장 독한 예능인 '진짜 사나이' 출연을 앞두고 그에 합당한 각오와..
비록 그 명성이 적잖이 빛바래긴 했지만 MBC'나는 가수다'(이하 '나가수')는 여전히 존귀한 이름이었다. 아이돌 시대가 도래한 후 온통 '보는 음악'에 점령당했던 방송가의 추세를 '듣는 음악' 쪽으로 바꿔놓은 일등공신이기 때문이다. '나가수' 시즌1이 대성공을 거두자 KBS '불후의 명곡2'이라든가 JTBC '히든싱어'와 같은 '듣는 음악' 위주의 프로그램이 많이 생겨났고 때로는 '나가수'를 앞질러 더욱 큰 인기를 얻기도 했지만, 그래도 '맨 처음'이라는 빛나는 명예는 오직 '나가수'만의 것이었다. 시즌1의 명성에 비해 많이 부족했던 시즌2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기운차게 초심을 되새기며 '시즌3'가 출발한다기에 내심 기대가 컸다. 그런데 21일 확정된 가수 라인업에 엠씨 더 맥스의 이수가 포함되었음을 ..
최근 '무한도전'의 '토토가' 특집이 1990년대의 향수를 불러 일으키며 각광받고 있는데, 의외로 나는 '토토가'에서 특별한 감동이나 즐거움을 느끼지 못했다. 나 역시 90년대 노래를 무척이나 사랑하고 즐겨 들었던 사람이지만, 댄스곡 위주의 경쾌한 무대로 꾸며진 '토토가'는 발라드를 좋아하는 내 취향과 잘 맞지 않았다. 그리고 어느 덧 30대 후반에서 40대에 이른 가수들이 20대 초반 시절의 풋풋함을 똑같이 재현해 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은 좀 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어쩌면 흐르는 세월따라 나의 감성이 변해버린 탓인지도 모르겠다. '토토가' 열풍 속에 상대적으로 경쟁 프로그램인 '불후의 명곡2'는 주목받지 못하고 있지만, 오히려 나는 거기서 잔잔한 감동과 위로와 격려를 받으며 연말연시를 보내는 중이다...
'슈퍼맨이 돌아왔다' 촬영 중 송일국의 눈 건강이 예상외로 심각한 상태임이 드러났다. 1년 전 녹내장 초기 진단을 받았으나 일상 생활에 별 문제가 없다 보니 크게 신경쓰지 않고 지내왔는데, 그 동안 병이 진행되어 이미 시신경의 80% 가량은 손상된 상태였다. 하지만 더 이상 늦기 전에 집중 치료를 시작할 수 있게 된 것은 신비한 천운이라고 볼 수 있었다. 안과에 들른 이유는 삼둥이 대한, 민국, 만세의 눈 건강을 체크하기 위해서였는데, 정작 아빠의 눈이 얼마나 나빠져 있는지는 알지 못했던 것이다. 시신경이 20% 정도만 제 역할을 다하고 있어도 일상 생활에 지장이 없다는 것은 미처 알지 못했던 사실이다. 건강의 위협은 우리가 눈치채지 못한 사이에 매우 가까이 닥쳐와 있을 수도 있음을 새삼스레 절감했다. ..
'비정상회담' 제22회의 안건은 '차별'이었다. 직장 내 성차별로 승진의 기회가 막혀 이직을 고민중이라는 한국 여성의 안건을 주제로 G10의 활발한 토론이 이어졌다. 언제나 그렇지만 이번 주 '비정상회담'은 더욱 더 유익하고 감동적이었다. 세계 각국의 젊은이들이 모여 수많은 종류의 차별과 그에 대처하는 자세를 진솔히 털어놓으니 귀 기울여 듣고 배우며 본받을 내용이 무척 많았다. 그 중에도 특별히 내 마음에 깊이 와 닿았던 장면들은 다음과 같다. 다니엘은 자신의 조국 독일의 역사를 이야기하던 중, 아주 차분하고 담담한 어조로 지나가듯이 말했다. "1차 대전 때 사실 독일이 잘못했잖아요, 그래서..." 독일인인 다니엘이 수많은 외국인들 앞에서 그토록 선선하게 독일의 과거 잘못을 인정하는 모습을 보니, 무척이..
이번 주 '불후의 명곡'은 '전설의 포크 듀오' 특집으로 이루어졌다. 어릴 적부터 또래 친구들과는 달리 통기타 선율과 포크 음악을 좋아했던 나에겐 더없이 반가운 기획이었다. '트윈폴리오'의 윤형주, '4월과 5월'의 백순진, '해바라기'의 이주호가 함께 전설로 출연했는데, 오프닝 무대는 그들 세 명이 함께 부르는 '사랑의 시'였다. '해바라기'의 수많은 노래 중 비교적 많이 알려지지 않은 곡이지만 나는 역시 포크매니아(?)답게 매우 잘 알고 좋아하는 노래였는데, 오랜만에 이주호의 손끝에서 시작되는 통기타 전주를 듣는 순간부터 온 몸에 전율이 일기 시작했다.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요~♬" ..... 맞다, 정말 사랑의 시간으로 떠나는 기분이었다. 서로 다른 팀에 속해 있다 보니 한 무대에 서서 함께 노래해..
요즘 보기드문 대박 시청률 드라마 '왔다! 장보리'의 악녀 '연민정'을 훌륭히 연기해내며 데뷔 15년만에 각광받는 '스타'로 떠오른 여배우 이유리가 '힐링캠프'에 출연을 했다. 그 동안 무척이나 성실한 연기 활동으로 꾸준히 인지도를 높여 왔지만, 수많은 인기 드라마에 출연했어도 특별히 강렬한 인상은 남기지 못했던 그녀였다. 2004년 '부모님 전상서'를 시작으로 김수현 사단의 최연소(?) 멤버가 된 이유리는 그 후 '사랑과 야망'(2006), '엄마가 뿔났다'(2008) 등의 작품에 연이어 출연했는데, 당시 이유리에게 주어진 배역은 '착한 막내딸' 또는 '착한 며느리'였는데, 이유리에게 매우 잘 어울렸고 연기도 잘 해냈지만 이제 생각해 보면 주목받기는 어려운 캐릭터들이었다. 한없이 순하던 이유리의 연기가..
결국 본방사수의 우선 순위를 '아빠 어디 가'에서 '슈퍼맨이 돌아왔다' 쪽으로 바꾸었다. '아빠 어디 가'의 초반에 워낙 깊은 정을 주었던지라 웬만하면 바꾸지 않으려고 했지만, 점점 더 재미와 감동의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바람에 어쩔 수가 없었다. 시즌1에서는 아빠와 아이들이 서먹했던 관계가 차츰 가까워지는 과정을 통해 훈훈한 감동을 참 많이 받았었는데, 시즌2에서는 그런 부분이 거의 사라졌다. 김성주와 성동일과 윤민수는 시즌1의 경험을 통해 '아빠 공부'를 벌써 많이 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발전을 보여줄 부분이 없고, 류진과 정웅인은 아이와의 관계가 처음부터 꽤 좋아 보였으며, 초반에 약간 서툴러 보였던 안정환도 예상외의 코믹 기질을 선보이며 매우 빠르게 적응했다. 아이들 역시 이젠 어느 정도 방송을 ..
슈퍼스타K6 :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요즘 Mnet에서 한창 방송중인 슈퍼스타K6, 지난 시즌5의 처참한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 자극적 편집을 자제하고 출연자들의 음악성을 최대한 돋보이게 하려는 노력이 눈에 보인다. 지난 시즌에 비해 출중한 실력자들이 많아 보이기도 한다. 벗님들의 '당신만이'를 비롯하여 출연자들의 미션곡이 큰 인기를 끌며 이슈가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오디션 예능이 '지는 해'라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을 듯, 예전만큼의 큰 울림을 느끼기 어렵다는 사실은 한편 서글프기도 하다. 그런데 곽진언과 김필이 라이벌 미션에서 '걱정말아요 그대'를 부를 때 "후회없이 사랑했노라 말해요~" 이 부분에서 오랜만에 전율이 느껴졌다. 또한 출연자들이 멋진 음악을 들려줄 때, 그들을 바라보는 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