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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냉장고를 부탁해'(이하 '냉부')에 출연한 게스트들 중 (부정적인 평가에 있어) 이토록이나 솔직했던 사람은 지누(지누션) 이후로 처음이었던 것 같다. 지누는 맹기용 셰프의 '맹모닝'을 맛본 후 '비린내'와 '군내'라는 단어를 거침없이 언급하며 아쉬움을 표현했었는데, 김영광 역시 샘킴 셰프의 '영광의 바지락'을 맛본 후 난처한 기색을 드러내며 '비린내가 좀 난다'고 평가한 것이다. 하지만 방송 후 시청자의 반응은 극과 극으로 나뉘어졌다. 지누의 시식평에는 완전 공감한다는 반응이 압도적이었던 반면, 김영광의 시식평에는 솔직한 태도가 보기 좋았다는 의견도 있지만 그보다는 배려심과 예의가 부족했다는 비난이 좀 더 많이 들려오고 있는 상황이다. 절대적 원인은 샘킴 셰프와 맹기용 셰프의 실력에 관한 대중의 인식 ..
결국 '더 지니어스 그랜드 파이널'에서 장동민이 우승했다. 1억3천2백만원의 우승 상금과 더불어 큰 명예와 인기를 한 손에 거머쥔 것이다. 정말 똑똑하고 능력있는 사람이라는 것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모습이 매력적인 것도 사실이었다. 언젠가부터 얼굴도 더 잘생겨 보이고 옷발도 잘 받는 것 같은 느낌마저 들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가 장동민에게 갖고 있는 기본적 생각이 바뀐 것은 아니었다. 내게 있어 그는 절대 '좋은 사람'이 아니었다. 장동민의 성공을 보며 나는 성서 창세기의 야곱을 떠올렸다. 처음으로 창세기를 읽을 때 내 나이는 열 살, 초등학교 3학년이었다. 창세기의 내용은 정말 동화책 뺨치게 재미있었다. 특히 야곱의 열한 번째 아들 요셉의 일대기는 드라마틱하기 이를 데 없었고 짜릿한 스..
최근 KBS는 '해피투게더3'의 대대적인 개편 소식을 알렸다. 박미선과 김신영이 하차하고 전현무가 새 MC로 합류하며, 기존 사우나 토크 방식에서도 완전히 벗어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기대는 거의 생겨나질 않는다. 얼마나 달라진 모습을 보여줄지 모르나, 박명수가 남아있는 한 새로운 느낌은 전혀 들지 않을 것 같다. 유재석과 박명수의 조합에서 더 이상 무슨 신선한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게다가 전현무 역시 그간의 과도한 이미지 소비로 너무 낯익은 인물이 되어버렸기에, 이제는 그가 나와서 어떤 말과 행동을 할지 안 봐도 다 알 것 같다. 기껏 열심히 개편이라고 한다지만, 보기 전부터 식상한 느낌이 확 든다. 새 술은 새 부대에 담아야 한다는 말도 있듯이, 오랫동안 지루함의 늪에 빠진 목요일 밤 ..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3' 방송이 성희롱 논란에 휘말렸다. 김현숙, 사유리 등의 출연자들이 식사 중에 남자 교관(곽지수 하사)의 몸매를 언급하며 사담을 나누었는데, 제작진은 "엉덩이가 화나 있다" 든가 "비율이 좋다" 든가 하는 발언을 여과 없이 방송했을 뿐 아니라 해당 교관의 뒷모습에 CG를 연출하여 엉덩이를 부각시키기까지 했다. 방송 후 인터넷에는 남녀 역차별을 느끼게 하는 노골적 성희롱에 불쾌했다는 시청자들의 의견이 도배되었다. 남성이 여성에게 똑같은 발언을 했으면 꼼짝없이 성희롱으로 매장되었을텐데, 그 발언이 여성의 입에서 나왔다는 이유로 대수롭지 않게 여겨지는 것은 부당하다는 의견이 다수였다. 심지어 방송 다음날 새벽에는 곽지수 하사의 누나가 성희롱에 대한 항의 글을 인터넷에 올렸고, 오후에는 ..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3'에 출연한 제시가 대중의 거센 비난에 직면했다. 아무리 예능 출연이고 단 며칠에 불과한 시한부 군인이라지만, 어쨌든 군대라는 특별한 곳에 몸을 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심히 부적절한 언행을 거듭 계속했기 때문이다. 제작진은 그녀의 문제가 오랜 외국 생활로 인한 '한국어 실력 부족'과 '미국식 마인드'에서 비롯된 것으로 포장했지만, 보면 볼수록 제시의 진짜 문제는 그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동안 제시가 다른 예능에 출연한 모습을 보면서도 눈살 찌푸려질 때가 적지 않았는데 '진짜 사나이' 출연은 그녀의 단점이 가장 명확하고 적나라하게 노출되는 계기를 제공하고 말았다. 건방지고 제멋대로인 듯한 그녀의 캐릭터를 불편하게 느끼는 것은 나의 개인적 취향일 수도 있다. 제시가 '런닝맨' ..
'우리 결혼했어요' (이하 '우결')은 기본적으로 내가 시청하는 프로그램이 아니지만, 가끔씩 좋아하는 연예인의 출연 소식이 들려오면 관심을 갖고 지켜보게 된다. 남궁민이 홍진영과 함께 출연하기 시작했을 때 그랬던 것처럼, 이번에는 김소연이 새로 합류한다기에 모처럼 '우결'을 시청했다. 김소연은 '진짜 사나이' 여군특집에서 의외의 본모습을 적잖이 드러냈기에 남궁민 때보다는 궁금증이 덜했지만, 또 다른 색깔의 예능인 '우결'에서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약간은 기대가 되기도 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우결' 선혜윤 PD의 감각과 판단이 나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 남궁민의 파트너로 홍진영은 좀 생뚱맞다 싶었는데, 김소연의 파트너로 곽시양도 적절치는 않은 듯 싶다. (홍진영 곽시양을 폄하하는 뜻이 아니라, 단지..
9월 4일 오전 10시, 드디어 나영석 PD의 '신서유기'가 인터넷을 통해 공개되었다. '신서유기'는 여러모로 독특하면서도 혁신적인 기획이라 방송 이전부터 큰 화제가 되었던 작품이다. 현재 공중파가 아닌 케이블 tvn에 몸 담고 있음에도 명실상부 최대 권력의 스타 PD라 할 수 있는 나영석 PD가 굳이 인터넷 방송 제작에 나섰다는 것은 그 자체만으로도 흥미로운 선택이었다. 첫째로는 과거 '1박2일' 시즌1을 함께 했던 동료들과 다시 뭉쳐보고 싶다는 (또는 어려움에 처한 옛 동료들을 돕고 싶다는) 열망이 있었을 것이고, 둘째로는 한창 물오른 그의 혜안으로 차후 방송의 대세가 TV보다는 점차 인터넷 쪽으로 기울게 될 것임을 예측했기에 과감히 선구자적 발걸음을 떼어 본 것일 수도 있다. 현재 나영석 PD는 좀..
어디까지나 개인적 취향일 뿐이지만, 나는 '정치적인 사람'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타인과의 관계를 맺을 때 자신에게 얼마나 이익을 줄 수 있는 사람인지를 본능적으로 생각하고, 어느 공동체에 들어가서나 그 단체 본연의 활동에 집중하기 보다는 우선적으로 주변에 사람들을 모아 자기 세력을 구축하는 일에 민감한 촉수를 곤두세우는 그런 사람들에게 나는 거부감을 느낀다. 강한 정치적 성향과 더불어 똑똑하고 능력까지 갖춘 사람이 공동체 내부에 침투하면, 그 곳은 종교단체든 교육단체든 그 외의 무엇이든 순식간에 정치 집단으로 변질되어 버린다. 마치 메르스가 퍼져가는 것처럼, 소름끼치도록 빠르고 무섭게 변해 버린다. 십여 년 동안이나 가족적이고 따뜻한 분위기로 소규모의 전체 인원이 순수하게 화합하며 잘 지내던 단체 내..
'냉장고를 부탁해'에 처음 등장하자 마자 세간의 핫이슈로 떠오르며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를 무려 24시간 넘게 차지했던 논란의 셰프 맹기용이 꿋꿋이 두번째 요리를 선보였다. 맹기용은 첫 방송에서 꽁치 샌드위치와 김치 코울슬로라는 아주 독특한 메뉴를 야심차게 시도했으나 재료 특유의 비린내와 군내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 게스트로부터는 혹평을 받았고 시청자로부터는 '냉부' 출연 셰프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냉부' 제작진은 맹기용을 하차시키기보다 감싸안는 쪽을 선택했고, 그렇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에서 맹기용은 가장 안전한 디저트 요리로 명예 회복과 재기를 꿈꾸었다. 괴식 논란의 분화구가 되었던 첫 요리 '맹모닝'과 달리, 맹기용의 두번째 요리 '이롤슈가'는 누..
가녀린 몸매에 하얀 면사포를 쓴 채 '화장을 고치고'를 열창하는 그녀(?)의 목소리는 한없이 애절했다. 힘 있고 카랑카랑한 고음 속에는 연인과의 이별 후 재회를 갈망하는 여인의 애틋한 마음이 그대로 담겨 있었다. 운 나쁘게도 지각없는 방청객이 흘린 스포를 먼저 접했던 시청자들을 제외한다면, 단언컨대 하얀 면사포 속 '미스터리 도장신부'의 정체가 남자라는 사실을 알아차린 사람은 없었을 것이다. 치렁치렁한 면사포 가면을 벗어던진 '도장신부'가 짧은 머리카락을 휙휙 털어내릴 때, 다소곳한 여인이 갑자기 터프한 청년으로 변신하는 광경을 눈앞에서 지켜본 사람들은 그대로 얼어붙지 않을 수 없었다. '위대한 탄생' 시즌1의 우승자로서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가수 백청강은 어린 나이에 직장암 판정을 받고 2년 동안이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