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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부' 맹기용 논란, 핵심은 시청자의 불편함이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냉부' 맹기용 논란, 핵심은 시청자의 불편함이다

빛무리~ 2015. 6. 9.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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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를 부탁해'에 처음 등장하자 마자 세간의 핫이슈로 떠오르며 실시간 인기검색어 1위를 무려 24시간 넘게 차지했던 논란의 셰프 맹기용이 꿋꿋이 두번째 요리를 선보였다. 맹기용은 첫 방송에서 꽁치 샌드위치와 김치 코울슬로라는 아주 독특한 메뉴를 야심차게 시도했으나 재료 특유의 비린내와 군내를 해결하지 못한 결과, 게스트로부터는 혹평을 받았고 시청자로부터는 '냉부' 출연 셰프로서 자격 미달이라는 혹독한 비판에 시달리며 힘겨운 시간을 보냈다. 하지만 '냉부' 제작진은 맹기용을 하차시키기보다 감싸안는 쪽을 선택했고, 그렇게 주어진 두번째 기회에서 맹기용은 가장 안전한 디저트 요리로 명예 회복과 재기를 꿈꾸었다. 



괴식 논란의 분화구가 되었던 첫 요리 '맹모닝'과 달리, 맹기용의 두번째 요리 '이롤슈가'는 누가 먹어도 거부감이나 부담을 느끼지 않을만큼 무난한 음식이었다. 간단히 말하자면 얇은 빵(케이크 시트) 속에 생크림과 생과일을 넣고 돌돌 말아놓은, 그냥 가까운 제과점에 가서도 사 먹을 수 있을 듯한 롤케이크였다. 케이크를 불과 15분만에 만들어냈다는 사실 자체가 대단한 거라고 셰프들은 말했지만, 그게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를 잘 모르는 시청자로서는 아무 포인트 없는 평범한 음식이라는 생각만 들 뿐이었다. 


그에 맞서는 김풍의 '흥칩풍' 역시 대단히 훌륭해 보이거나 맛있을 것 같은 요리는 아니었지만, 몇 가지 통통 튀는 아이디어 덕분에 눈으로 보는 재미와 기분 전환이라는 측면에서는 압승을 거둔 느낌이었다. 물에 불려 먹는 용도의 라이스페이퍼를 튀겨서 칩을 만든다는 것 자체가 새로웠고, 블루베리 퓌레를 접시에 바를 때 한 폭의 수묵화처럼 멋을 부리는 것도 신기했고, 설탕 시럽과 포크를 이용해 춤추는 듯한 동작으로 엔젤헤어를 만드는 모습은 비록 능숙하지는 못했지만 아마추어 셰프로서는 괄목할만한 실력이었다. 이만큼 특별한 눈요기를 선물해 주었으니, 완성된 요리의 맛은 평범해도 상관없다는 생각마저 들었다. 



어쨌든 게스트 홍진영은 맹기용의 '이롤슈가'를 선택했고, 이로써 맹기용은 고대하던 첫 승을 거두게 되었다. 물론 홍진영이 솔직하게 자신의 취향에 따라 결정한 것일 수도 있겠지만, 시청자로서는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결과였다. 사실 최고 스펙의 셰프들로 가득한 '냉부' 출연진 중 하필 야매요리 전문가라 불리는 웹툰작가 김풍을 맹기용의 두번째 대결 상대로 선정해 놓았을 때부터, 이 대결의 결과가 어떻게 될 거라는 것쯤이야 누구나 대충 짐작하지 않았을까? 시청자 입장에서는 아주 맥 빠지고 재미없는 설정이었다. 


요리 대결이 끝난 후 제작진은 오프닝 촬영 분량의 3분 가량을 덧붙여 방송에 내보냈다. 굳이 방송하지 않아도 좋았을, 아니 차라리 방송하지 않는 편이 훨씬 더 나았을 분량이었다. 그 3분 동안 MC 김성주와 정형돈을 비롯한 출연 셰프들은 논란에 시달리며 맘고생이 심했을 맹기용을 위로하고 비호하느라 여념이 없는 듯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정형돈은 실검 1위 축하 선물이라면서 대형 꽁치 통조림을 맹기용에게 건네는 모습으로 웃음을 만들어냈고, 셰프들은 '맹모닝'이 그렇게 형편없는 요리는 아니었다고 저마다 입을 모았다. 다만 국내 시청자들에게 너무 낯설어서 거부감을 주었을 뿐, 맛도 괜찮았고 외국에도 비슷한 음식이 있다는 식의 이야기들이었다.



 

그리고 "여과 엄청 한 것임" 이라는 한 마디 SNS 발언으로 맹기용 논란에 가담한 것처럼 되어버렸던 최현석 셰프는 그런 뜻이 아니었노라고 해명(?)까지 했다. 맹기용이 아니라 오히려 제작진을 디스하는 말이었다는 것이다. 그러나 한 명의 시청자로서 소감을 말해 본다면 '냉부' 출연진의 그런 모습들을 지켜보는 심정은 참 거북하기 이를 데 없었다. 도대체 무엇 때문에 자연스럽게 요리를 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편안하게 즐기던 프로그램이, 이상한 해명을 하고 부자연스럽게 쉴드를 치고 한 사람에게 온갖 위로를 건네면서 엉뚱한 쪽에 신경써야 하는 그런 프로그램으로 변질된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방송 후 시청자들은 '맹기용 쉴드 방송'이라면서 또 다시 비난을 쏟아냈다. 그러자 '냉부'의 성희성 PD는 절대 그렇지 않다면서, 출연자들과 MC들이 솔직하게 얘기한 내용을 보여주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맹기용을 감싸려고 한 것이 아니라 시청자의 논란에 대한 피드백을 주려고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최현석 셰프의 해명에 대해서도 본인이 스스로 자연스럽게 이야기한 것이라고 전했다. 어쩌면 PD의 말이 모두 사실일 수도 있다. 인위적으로 조작한 것이 아니라, MC와 셰프들이 맹기용을 위로하고 싶은 마음에 자발적으로 그런 말이나 행동을 했을 가능성도 충분하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모습들이 전파를 타고 방송되면서 시청자에게 공이 넘어왔다는 사실이다. 제작진과 출연진의 입장에서는 순수한 의도였을지 모르나, 시청자 입장에서는 결코 순수해 보이지 않았다는 게 문제다. 차라리 그 부분을 방송하지 않고 요리 대결과 홍진영의 선택에서 마무리했더라면 의혹이 훨씬 적었을텐데, MC와 셰프들이 모두 맹기용을 토닥이느라 애쓰는 모습을 본 후에는, 하필 김풍과 맞대결을 시킨 것도, 홍진영이 맹기용의 요리를 선택한 것도 모두 짜고 친 고스톱이 아니었나 하는 의혹이 몇 배나 커지고 말았다. 


시청자에게 중요한 것은 화면 그 너머의 진실이 아니다. 그저 편안한 마음으로 즐겁게 시청할 수 있으면 좋은 것이고, 어딘가 불편한 요소가 끼어들면서 편안함과 즐거움을 방해하면 싫을 뿐이다. 제작진에게는 가혹한 일이지만, 대중의 심리는 원래 그런 것이니 탓할 수도 없다. 리모콘을 손에 쥔 시청자는 수십 수백 개의 채널을 돌려가며 선택할 권리가 있고, 상대적으로 자신의 불편함을 감수하면서까지 화면 그 너머의 진실과 특정 출연자의 애달픈 심정을 이해하려 노력해 줄 만큼의 여유를 가진 사람은 극히 드물다. 



문제의 오프닝 부분을 시청하면서 개인적으로 마음 속 불편함이 최고조에 달했던 순간이 있다. 바로 최현석 셰프가 SNS 논란에 대해서 해명을 시작했을 때, 그를 바라보던 맹기용의 표정과 눈빛을 발견한 순간이었다. 대선배 최현석을 바라보는 맹기용의 눈빛에는 어쩐지 서운함과 원망이 가득해 보였다. "선배님, 왜 그러셨어요. 그 한 마디 때문에 저는 너무나 힘들었어요. 정말 서운해요. 흑흑..." 마치 이런 목소리가 들려오는 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한편 생각하면 아직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벅찬 시련이었을 것을 짐작하기에 안스럽기도 했지만, 그보다 앞서는 것은 "아, 불편하구나..." 하는 심정이었다. 


이 사태의 원인을 오직 맹기용 한 사람에게만 돌릴 수는 없다. 그건 매우 부당하고 억울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맹기용이라는 출연자가 합류하면서부터, 한없이 즐겁고 편안하고 유쾌하던 '냉장고를 부탁해'가 조금씩 불편한 방송이 되어가고 있음은 부인할 수 없다. 만약 이 불편함이 해소되지 않고 오래 지속된다면 기존의 편안함을 즐기며 시청하던 사람들은 어느 덧 썰물처럼 빠져나갈 것이니 프로그램의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반드시 맹기용을 하차시켜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그를 품어안고 가기로 했으면 이번 주의 오프닝 방송과 같은 패착은 두 번 다시 없어야 할 것이라는 뜻이다. 애청자로서 제작진의 각성을 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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