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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힐링캠프'에 이지아가 출연한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별다른 관심이나 기대는 생기지 않았다. 어차피 대중이 가장 궁금해하는 부분을 속시원히 털어놓지는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지아는 초반부터 "내가 힐링캠프에 출연하기로 결심한 이유와 대중이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는 좀 다른 지점에 있는 것 같다"는 말로써 시청자의 과한 기대를 종식시켰다. 그녀의 화법은 매우 세련되었고 조심스런 태도는 제법 진실해 보였다. 그래선지 방송 후 이지아를 향한 대중의 반응은 나쁘지 않았다. 인생에서 가장 빛나는 시기라 할 수 있는 20대 초반의 7년이라는 시간을 비밀스런 사랑의 굴레에 갇혀 숨죽인 채 건너와야만 했던 그녀의 범상찮은 인생을, 이제 대중은 차가운 의혹보다 따스한 연민의 시선으로 보고 있는 것..
2주에 걸쳐 방송된 '불후의 명곡2' 전설 조영남 편의 최종 우승은 '내 생애 단 한 번만'을 열창한 알리에게 돌아갔다. '내 생애 단 한 번만'은 칸소네 가수 마시오 라니에리의 'Magia'를 번안한 곡이다. 조영남은 '딜라일라'등의 번안곡들로 많은 사랑을 받았는데 이 노래 역시 발표되자 마자 큰 인기를 끌어 같은 제목의 영화로까지 만들어졌고, 조영남은 인기 여배우 남정임과 더불어 일약 남주인공으로 열연(?)했다고 한다. 알리의 무대가 끝나자 조영남은 "이렇게 좋은 노래를 내가 만들었단 말인가!" 하면서 알리를 칭찬하기보다 자기 자랑을 먼저 했는데, 번안곡을 자기가 만들었다고 으스대면서 민망한 기색조차 없으니 오히려 보는 사람이 민망할 지경이었다. 이어서 조영남은 "내가 알리와 연애를 한다면..." 하..
사람은 누구나 다르다. 100명이면 100명 제각각 모두 다르다. 같은 것을 보고도 저마다 생각이 다르며, 같은 상황에 처했어도 저마다의 느낌과 대처 방식이 다르다. 그러므로 힘든 상황이나 특수 상황에 처했을 때 해당 인원 모두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것은 기대할 수도 없고 그래서도 안 될 일이다. 더욱이 TV 프로그램에는 필히 '갈등 유발자'가 있어야만 그 재미가 배가된다. 여행 예능의 귀재 나영석 PD가 '꽃보다...' 시리즈를 기획하며 가장 심혈을 기울인 부분도 사실은 '갈등 유발자'의 존재 설정이었다. 그는 분명 갈등을 일으키는 존재이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사랑스러움을 지니고 있어야 했다. '꽃보다 할배'에서는 백일섭, '꽃보다 누나'에서는 윤여정, 그리고 이제 '꽃보다 청춘'에서는 윤상이 ..
7월 27일자로 방송된 '1박2일'의 주된 촬영지는 망상 해수욕장이었다. 해수욕장에 비키니 차림의 여성들이 등장했다 해서 그 자체로 크게 문제될 이유는 없었다. 아이들과 더불어 온 가족이 시청하는 방송인데 비키니 여성의 몸매를 지나치게 부각시켜 민망했다는 의견이 시청자 게시판에 다수 올라왔지만, 직접 방송을 본 여성 시청자로서 내 느낌에는 별로 과하지 않았다. 물론 옷차림이 비키니라서 노출은 꽤 심한 편이었지만, 중요한 것은 노출보다 몸짓이나 행동에 있다고 나는 생각한다. 내가 요즘 10대 걸그룹의 음악 방송에 크게 거부감을 갖고 있는 이유 또한 옷차림의 노출보다는 (천박해 보일 만큼) 과도한 섹시댄스 때문이다. 반면 '1박2일'에 등장한 비키니 여성들은 이상한 행동이나 몸짓을 하지 않았고, 장소가 해수..
'1박2일'에서 마련한 '선생님 올스타' 특집은 매우 신선하고 흥미로운 기획이었다. 그 동안 일반인 출연자가 적지 않았던 '1박2일'이지만 그 대상이 일정 직업으로 한정된 경우는 처음이었고, 왠지 '의젓함'과 '신중함'의 대명사일 것만 같은 선생님들의 색다른 면모를 발견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재미는 보장된 셈이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교사들 중 한 명이 '일베' 논란에 휩싸이며 좋은 기획에 생채기가 나고 말았다. '세종고 김탄'이라는 별명답게 수려한 외모로 인기를 끌던 정일채 교사가 과거 인터넷 게시판에 남겼던 몇 줄의 댓글 때문에 '일베'(일간베스트) 논란에 휩싸이고 만 것이다. 정 교사는 급히 해명 및 사과문을 올리고 해당 댓글을 삭제했지만, 거세게 불붙은 논란을 잠재우기는 역부족이었다. 개인적인 ..
대박을 노렸던 월드컵 특집이 최악의 폭망을 기록하면서 '힐링캠프'에는 분위기 전환의 필요성이 절실했을 것이다. 월드컵 이전까지만 해도 전국 기준 6%대를 상회하던 시청률이 무려 3%대로 떨어졌으니, 월드컵 특집에 쏟아부었던 막대한 비용을 안타까워할 겨를이나 있었을까? '힐링캠프'에서 다급히 준비한 카드는 최근 이색적인 콜라보 음악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김창완과 아이유 콤비였다. 게다가 '악동뮤지션'까지 불러들여 빼곡히 4명의 게스트가 함께 했으니, 원래 1인 게스트로 진행되는 '힐링캠프'의 정체성과 비교해 보면 너무나 절박했던 제작진의 심경이 그대로 느껴져 온다. 다행히도 김창완과 아이유의 조합은 성공적이었다. 비록 시청률은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내용상의 퀄리티는 높아서, 그들이 출연한 2주간의 방송을..
얼마 전 방송된 '글로벌 특집'의 반응이 괜찮았던지 '세바퀴'에서는 또 한 차례의 '글로벌 특집'을 마련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흐뭇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외국인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지는 시간이 있었으니, 그들이 한국에 와서 겪었던 몇 가지 충격적인 일들을 고백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작년 초에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인종차별의 불쾌감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지라, 한국 땅에서 설움을 당한 외국인들의 체험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파라과이에서 온 미녀 아비가일은 "동두..
평소 스포츠에 큰 관심이 없는 나는 월드컵 열기에도 적극적으로 동참하고 있지는 않았다. 더욱이 모든 경기가 새벽녘에 방송되다 보니 그 시간에 한창 꿀잠을 자고 있던 생활 패턴을 바꾸면서까지 시청하기는 어려웠다. 게다가 1승을 기대하며 관심을 모으고 있던 알제리전에서 4-2의 참패를 당했다는 소식마저 들려오니 차라리 안 보길 잘했다는 생각도 들었다. 하지만 나름 최선을 다했을테니 굳이 탓하고 싶지는 않았다. 얼마나 오랫동안 피땀 흘리며 준비해 왔을텐데, 지금 선수들이 느끼고 있을 고통과 좌절을 생각하면 오히려 안타깝고 가슴아플 뿐이었다. 궁금해지는 것은 무한도전과 우리동네 예체능, 그리고 힐링캠프 등 월드컵 특수를 노리며 브라질까지 날아간 예능 프로그램들이 이 참혹한 결과를 어떻게 포장하여 방송으로 내보낼..
사춘기라면 몰라도 고작 7~8세 정도 어린 꼬마아이들의 러브라인이란 보통 장난처럼 느껴지게 마련이다. 그냥 '친구'와 '이성친구'의 경계선이 아직은 모호할 때라선지, 이 녀석을 좋아하다가 금세 저 녀석을 좋아하기도 하고, 함께 놀 때는 그렇게 좋아한다더니 눈에서 멀어지면 금세 잊어버리기도 한다. 많이 좋아하던 이성친구를 더 이상 자주 만날 수 없게 되어도 어른들처럼 큰 충격을 받거나 극심한 서운함을 느끼지는 않는 것 같다. 윤민수의 아들 윤후는 시즌1에서 거의 1년 동안이나 송종국의 딸 지아를 향한 일편단심을 드러냈으나, 송종국 부녀가 시즌2에 합류하지 않고 하차함으로써 두 아이의 러브라인(?)은 흐지부지 끝나고 말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윤후의 반응은 덤덤했다. 물론 방송에 비춰지지 않는 모습들이라든가,..
김보성의 '의리 시리즈'가 나날이 대박을 치고 있는 가운데 나는 이제껏 큰 관심을 두지 않고 지내 왔지만, 영어선생의 아내로서 오늘 아침에 접한 "단어 외으리!"에 결국 빵 터지고 말았다. 남편은 EBS인지 어디에서 얼핏 보았다는데, 아무리 단어를 외우라고 애원해도 의리없게 외우지 않는 제자들을 향해 외치고 싶은 말이라고 했다. "제발 단어 좀 외으리!" 빵 터진 참에 다른 시리즈들도 궁금해져서 찾아 보았는데, 이거 엉뚱하면서도 의외로 재미있다. 나는 웬만한 코미디나 개그를 보아도 거의 웃음이 나질 않는데 (코드에 안 맞는 듯... 그래서 잘 안 본다..;;) 이건 몇 차례나 배가 아플 정도로 웃었다. 그래서 내가 가장 많이 웃은 시리즈 몇 가지를 우선 소개해 볼까 한다. 위에 사진으로 소개한 왕꿈트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