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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바퀴' 외국인 앞에 참 부끄러운 한국인의 모습들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세바퀴' 외국인 앞에 참 부끄러운 한국인의 모습들

빛무리~ 2014. 7. 7.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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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방송된 '글로벌 특집'의 반응이 괜찮았던지 '세바퀴'에서는 또 한 차례의 '글로벌 특집'을 마련했다. 한국이라는 나라를 진심으로 좋아하고 사랑하는 외국인들이 얼마나 많은지를 새삼 느낄 수 있어서 마음이 흐뭇해지는 시간이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그 외국인들 앞에 고개를 들 수 없을 정도로 부끄러워지는 시간이 있었으니, 그들이 한국에 와서 겪었던 몇 가지 충격적인 일들을 고백하는 시간이었다. 물론 한국뿐 아니라 외국에서도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었지만, 오히려 그래서 더욱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작년 초에 프랑스 여행을 하면서 느꼈던 인종차별의 불쾌감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있는지라, 한국 땅에서 설움을 당한 외국인들의 체험도 남의 일처럼 느껴지지 않았던 까닭이다.

 

 

파라과이에서 온 미녀 아비가일은 "동두천에서 인신매매 조직에 끌려갈 뻔한 적 있다"는 폭탄 선언으로 모두를 놀라게 했다. 함께 있던 남자 일행들이 화장실에 간 사이 아비가일은 한 명의 여자 일행과 함께 길에 서 있었는데, 승합차를 타고 지나가던 젊은 남자들이 그녀들을 가리키며 "야~ 쟤네, 쟤네!" 하고 소리쳤다. 놀란 그녀들은 일부러 승합차를 외면하고 다른 쪽으로 걸어가는데, 근처까지 다가온 승합차 문이 벌컥 열리더니 남자들이 차마 입에 담지 못할 욕설을 퍼부으며 "야, 빨리 이쪽으로 못 와?" 하고 협박했다. 절체절명의 아찔한 순간이었다. 다행히 그 때 화장실에 갔던 남자 일행들이 돌아왔고, 욕설을 퍼붓던 승합차의 남자들은 그냥 떠나갔다.

 

아비가일의 충격적 경험은 그뿐만이 아니었다. 한 번은 택시를 타고 이동하던 중, 백미러를 통해 그녀의 가슴과 다리를 흘끔거리는 택시 기사의 시선을 발견했다. 당혹스러워하는 그녀에게 택시 기사가 말했다. "하루에 얼마야?" 놀란 아비가일이 자신은 유학중인 대학생이며 그런 일을 하는 사람이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택시 기사는 이렇게 말했다. "아, 진짜 튕기네~ 외국인 다 그렇잖아!" 너무 기막힌 사건이라, 그 말을 들은 MC 박미선은 "신고하지 그랬어요?" 하고 안타까운 듯 물었다. 그러나 충격과 수치심과 당혹감으로 어쩔 줄 모르던 아비가일로서는 그럴만한 정신적 여유도 없었다. 도대체 외국인은 다 그렇다니, 어떻게 그런 생각과 말을 할 수 있었을까?

 

 

요즘 '나 혼자 산다' 등의 방송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프랑스 청년 파비앙에게도 아픈 기억이 있었다. 그는 한국인 여자친구의 아버지로부터 2시간 동안이나 욕설을 듣고 협박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했다. 사실 그 여자친구는 파비앙을 만나기 전부터 재벌 집안의 아들과 정략 결혼이 예정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딸과 헤어지지 않으면 더 이상 한국에 머물지 못하게 할 수도 있노라고 협박하며 욕하는 여친의 아버지 앞에서 파비앙은 한 마디 말도 못하고 눈물만 쏟았다고 한다.

 

그러고 나서도 한 달 가량은 몰래 데이트를 했지만, 여친 아버지의 살벌한 감시와 협박이 계속되면서 결국은 헤어질 수밖에 없었다. 5개월 후 문득 궁금해져서 찾아간 그녀의 미니홈피에는 결혼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파비앙의 경험은 외국인이기 때문에 겪었던 일이라고 볼 수는 없지만, 어쨌든 한국에 와서 부당한 아픔을 겪었으니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콩고 출신의 라비는 한국 행정 기관의 무성의한 일처리 (또는 잘못된 제도?) 때문에 프로 축구선수의 꿈을 접어야 했다. 유명 감독에게서 재능을 인정받은 15세 소년 라비는 프로축구 입단을 제의받고 꿈에 부풀었다. 그런데 입단을 위해서는 외국인등록증 및 가족관계서 등의 서류가 필요했는데, 접수 기한이 얼마 남지 않아 촉박한 상황이었다. 라비는 동사무소를 찾아갔지만 "외국인이라 여기서는 안 돼요. 더 큰 데로 가세요!"라는 대답을 듣고 구청을 찾아갔다. 하지만 구청에서도 일처리가 안 된다는 대답을 들었기에 더 큰 시청을 찾아가야 했다. 그런데 어처구니 없게도 시청에서는 "여기서 할 일이 아니니까 다시 밑에서부터 해결하고 와요!"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어쩔 수 없이 라비는 재차 동사무소를 방문했다.

 

상황을 모두 설명했으나 동사무소 직원은 또 이전과 같은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여기 밑에서는 어떻게 할 수 없어요. 위의 뜻이 있어야 해요!" 그들은 서로 일을 미루기만 할 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서 라비의 일을 해결해주지 않았다. 결국 라비는 어린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축구선수의 꿈을 포기했다. 라비의 경험담은 그저 듣기만 해도 답답해서 분통이 터질 지경이었다. 기관마다 부서마다 서로 자기 일이 아니라면서 떠넘기는 바람에 해당 기관 또는 부서를 정확히 찾아가는 데만도 얼마나 힘이 드는지 때로는 한국인들조차도 헤매다가 지치기 일쑤인데, 검은 피부의 외국인이며 나이도 어린 라비에게는 넘을 수 없는 벽처럼 느껴졌을 것이다. 조금만 더 친절하게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었다면, 한 소년의 꿈을 지켜줄 수 있엇을텐데 참 안타까웠다.

 

 

미국 출신의 데이브는 수원 영통 뒷골목에서 일행처럼 보이는 몇 사람 사이에 시비가 붙은 것을 발견했다. 남자 4~5명에 여자 한 명이었는데, 말다툼 끝에 화가 치밀었던지 한 남자가 여자의 머리채를 잡고 때리기 시작했다. 여자가 비명을 지르며 "하지 마~" 외쳐도 남자는 폭행을 계속했고 주변 사람들은 아무도 말리지 않았다. 여자가 폭행당하는 모습에 분개한 데이브가 그들 사이에 끼어들어 말리자, 일행으로 보이는 남자 네 명은 일제히 데이브에게 주먹을 날렸다. 데이브는 바닥에 쓰러져 구둣발에 채이고 짓밟히며 심하게 맞았다. 여자를 구해주려고 나섰던 것인데 그 여자는 고맙다는 말 한 마디 없이 남자 일행들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고, 그들이 간 다음에야 주변에서 구경만 하던 사람들이 다가와 괜찮냐고 물었다.

 

법은 멀고 주먹은 가까운 사회라, 눈앞에서 부당한 사건을 보고도 선뜻 나설 수 없었던 사람들의 마음을 이해한다. 폭행 사범들이 워낙 솜방망이 처벌을 받으니, 괜히 나섰다가 데이브처럼 억울하게 맞으면 당한 사람만 손해인 것이다. 하지만 언제부턴가 '남의 일에는 모른척 하는 게 장땡'이라는 사고방식이 너무 팽배해졌으니, 혹시라도 자신이나 가족이 피해자가 되었을 경우는 누구에게 하소연할 수 있을까? 구경만 하고 있었던 사람들도 그렇거니와, 도움을 받고서도 한 마디 인사조차 없이 가버린 그 여자 때문에라도, 같은 한국인으로서 데이브에게 창피하고 미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가나 출신의 샘 오취리는 대중목욕탕에서 다짜고짜 손을 뻗어 자신의 벗은 몸을 만지는 한국인들 때문에 수치스러웠던 경험을 이야기했다. 친구의 권유에 따라 대중사우나에 들어선 순간부터 오취리는 사방 팔방에서 주목되는 시선을 느껴야만 했다. 아빠를 따라 온 어린아이는 아예 노골적으로 오취리의 움직임을 따라 시선을 돌렸고, 어른들도 끊임없이 오취리의 몸을 아래 위로 흘끔거렸다. 급기야 몇몇 아저씨들은 오취리에게 다가와 감탄사를 내뱉으며 그의 탄탄한 가슴이며 엉덩이를 만져보기도 했다. 악의가 있어서 한 행동은 아니겠지만 당하는 입장에서는 수치심을 느끼기에 충분한 무례한 행동이었고, 같은 한국인에게도 실례인데 더욱이 다른 문화권에서 온 외국인에게는 더욱 해서는 안 될 행동이었다.

 

국내 체류 외국인의 수가 점점 늘어나면서 그로 인한 폐해도 늘어가고 있다. 심지어 한국 여성을 상대로 한 외국 남성들의 강력 범죄까지 수차례 일어나면서, 최근 외국인들을 바라보는 한국인들의 시선이 예전보다 곱지 않게 된 것도 사실이다. 가뜩이나 부족한 일자리를 외국인들이 빼앗아간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그러나 점점 가속화되는 세계화의 추세를 막을 수는 없으니, 고집스레 배척하기보다는 마음을 열고 최선을 다해 공존의 방법을 모색해 보는 것이 우리의 할 일이다. 일부 외국인들의 눈살 찌푸려지는 행동만 기억할 게 아니라, 선량하고 고마운 외국인들도 분명 있었음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부디 외국인을 대하는 한국인들의 마음가짐이 하루빨리 개선되어, 더 이상 부끄럽지 않고 자랑스런 한국인의 모습만 보여줄 수 있게 되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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