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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보다 청춘' 손호준, 욕심없는 젊음의 착한 아름다움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꽃보다 청춘' 손호준, 욕심없는 젊음의 착한 아름다움

빛무리~ 2014. 9. 27.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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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ys, be ambitious!” (젊은이여, 야망을 가져라!) 미국의 과학자이며 교육자인 윌리엄 클라크는 말했다. 과연 야망은 청춘의 특권이며 젊음을 더욱 반짝이게 해주는 덕목임에 틀림없다. 젊은 날의 시선은 항상 위를 향해 있기에 성공한 사람들의 빛나는 모습을 자연히 눈과 가슴에 담게 된다. 기왕 사람으로 태어났으니 자신도 그처럼 빛나고 싶은 생각이 왜 들지 않으랴? 그렇게 야망을 품은 인간들은 각자의 재능과 그릇대로 노력하여 저마다의 성적표를 받아들게 된다. 물론 애초에 꿈꾸던 만큼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지만, 어떤 사람들은 처참한 실패를 경험하기도 하지만, 야망은 그 자체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나는 '야망'이라는 단어에서 극심한 피로가 느껴지기 시작했다. 날이 갈수록 점점 더 경쟁이 극심해지는 사회 속에 살다 보니, 그 어디에서도 승부에 집착하지 않는 편안한 모습들은 찾아보기 어려웠다. 야망 자체는 좋은 것이지만 그 야망을 이루기 위해서는 필히 경쟁에서 승리해야 하며, 좀 심하게 표현하면 남을 짓밟고 올라서야 한다는 사실에 조금씩 염증이 일었다. 무슨 일을 하더라도 야망이 있고 승부욕이 있어야 성공할 확률이 높다는 것을 알지만, 야망과 욕심의 긍정적인 면을 충분히 인정하면서도 나는 그런 것들과 좀 거리가 멀어 보이는 평온함과 자유가 몹시 그리웠다.

 

'꽃보다 청춘 - 라오스' 편에서 귀엽고도 속깊은 막내 바로(B1A4, 차선우)는 무한 긍정의 아이콘으로서 언제나 활기를 불어넣었고, 든든한 리더쉽과 어미새의 자상함을 동시에 지닌 유연석은 늘 앞장서서 팀을 이끌었다. 그런데 수동적으로 유연석을 따라다니면서도 틈틈이 지친 내색을 하고, 한창 나이에 음식까지 까다롭게 가리는 손호준의 캐릭터는 그 동안 크게 매력을 어필하지 못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출연자 각각의 특별한 매력을 일일이 찾아서 보여주는 '꽃보다~' 시리즈의 특성상 '찡찡이 동네 바보' 손호준에게도 머지 않아 환한 빛이 비춰질 것을 예상하고는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9회에서 포텐이 터졌다.

 

 

좀처럼 자기 주장을 하지 않고 유연석과 바로의 의견에 귀 기울이며 "난 아무래도 좋아!" 하던 손호준이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는 솔직히 욕심이 많은 편이 아니라서... 저는 큰 욕심이 없어요!" 하지만 사실은 그에게도 원하는 것이 있었다. 라오스 여행을 떠나올 때부터 손호준은 루앙프라방의 폭포를 보고 싶어했던 것이다. 하지만 여행 마지막 일정으로 잡혔던 루앙프라방 행은 궂은 날씨 때문에 미뤄졌고, 방비엥에서 하룻밤을 더 머물게 된 꽃청춘들은 차후의 일정을 다시 논의하기 시작했다. 바로는 방비엥을 충분히 누리지 못했다고 느낀 듯 "여기서 아쉬움을 갖고 루앙프라방에 가면... 좋을까요?" 라는 주장을 폈다.

 

그런데 손호준은 그에 맞서서 자기 주장을 내놓지 않고 "난 아무래도 상관없어!" 라고 말했다. 첫 해외 여행에서 꼭 보고 싶었던 폭포이건만,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뒤로 물러나 버린 것이다. 어쩌면 손호준은 여행에 적응하기 시작하면서부터 자신의 포지션을 그렇게 잡은 것 같았다. 여행 경험이 풍부한 유연석처럼 앞장서서 이끌 형편도 아니고, 무려 8세나 어린 바로처럼 마냥 애교를 부리면서 막내 노릇을 할 수도 없는 입장에, 모든 것이 서툴고 낯선 자기가 어떤 역할을 맡아야 할지 손호준은 무척이나 고민했던 것이다. 

 

"뭘 해줘야 될까? 난 애들한테 뭘 해줘야 될까? 생각하다가... 짐이 되지 말자 결심했어요!" 최소한 동료들에게 짐이 되지는 말자는 결심을 한 후, 손호준은 마치 편안한 배경처럼 유연석과 바로를 감쌌다. 티도 나지 않는 일이지만 샤워를 할 때마다 동료들의 속옷과 양말까지 갖고 들어가 손수 빨아주었다. 아주 작은 일이라도 할 수 있는 한 동료들의 짐을 덜어주고자 하는 노력이었다. 동갑내기 유연석이 말했다. "호준이는 사람 자체가 진짜 겸손하거든요. 항상 자기를 낮추는 성향인 거예요."

 


 

인터뷰에서 제작진이 물었다. "너무 순진하고 착한 것 같은데, 야심은 없어요? '나는 꼭 성공할거야!' 같은... 이 사람 눈에 띄어가지고 올라갈거야, 이런 눈치 보는 사람들 아주 많거든요!" 제작진이 보기에도 손호준에게선 그런 면이 눈에 띄지 않았던 모양이다. 힘있는 사람 앞에서도 눈치를 보거나 비위를 맞추려는 느낌 없이 너무 담백했던 모양이다. 잠시 생각에 잠겼던 손호준이 대답했다. "물론 성공은 하고 싶죠. 제가 성공하고 싶은 이유가 딱 한 가지 있어요!"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절친인 손호준은 "윤호가 없었더라면 난 벌써 굶어 죽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너무나 돈이 없어서 굶기를 밥 먹듯 하던 시절, 윤호는 호준의 처지를 잘 알고 언제나 살뜰히 챙겼더란다. 일본 활동을 떠나면서도 그 바쁜 와중에 호준을 걱정하며 "나 3개월이나 있다 올 건데 형 괜찮겠어?" 하면서 라면과 즉석밥을 몇 박스씩이나 사주었다고 한다. 그러면 호준은 윤호가 돌아올 때까지 라면과 즉석밥을 아껴 먹으며 버텼다고 한다. 윤호뿐만 아니라 어려운 시절의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고마운 사람들이 참 많다고 호준은 말했다.

 

 

"저는 항상 받으면 돌려줘야 되거든요. 그런데 너무 많이 받았기 때문에, 그걸 다 돌려주려면 제가 지금보다 조금은 더 성공을 해야 돼요. 능력이 돼야 하니까요. 그 정도까지는 올라가고 싶은 목표가 있어요. 한류스타가 되고 싶다든가 그런 욕심은 없고요!" 야망이나 야심이라고 이름 붙이기에는 너무나 소박한 그 꿈을 듣고 있자니 오랜만에 가슴이 벅차도록 따뜻해졌다. 원대한 야망뿐만 아니라 소박한 꿈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다는 사실을, 도대체 우리는 언제부터 잊고 살았던 걸까?

 

앞장서는 사람이 있으면 뒤 따르는 사람도 있어야 하고, 중심에 서는 사람이 있으면 그 주변을 채우는 사람들도 있어야 하는데, 모든 포지션이 소중하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면서도 좀처럼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게 사람이다. 그래서 저마다 앞에 서고 중심에 서겠다며 끝없이 피터지게 싸우는 것이다. 그 와중에 스스로 뒤에 서고 주변에 서겠다는 이 젊은이의 욕심없는 청춘은 매우 색다른 아름다움을 지니고 있었다. 만약 세상 사람들 중 90% 가량이 손호준 같은 마음으로 살아간다면 세상은 얼마나 따뜻하고 평화로울까, 문득 이런 부질없는 생각이 들었다. 앞장서고 중심에 서는 사람은 솔직히 10%만 되어도 차고 넘칠텐데.

 

 

손호준과 비교하면 어떤지 모르겠으나, 자기 자신보다 항상 가족을 먼저 생각하는 유연석과 바로의 모습 역시 크게 야심만만해 보이진 않았다. 한없이 착한 이 청춘들을 보면서 나는 젊음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새삼스레 절감했다. 물론 나이 많은 사람들도 착할 수 있지만, 청춘의 티없는 선량함은 기성세대의 그것과는 느낌이 좀 달랐다. 특히 부모님께 집을 사드리고 가족의 편안한 삶을 챙기는 것이 먼저이며 자신의 청춘을 누리는 것은 그 다음이라고 말하는 23세 바로의 천진난만한 모습을 보니 너무 고와서 가슴이 아플 지경이었다. 이렇게 소박하고 착한 사람들이 행복하게 살 수 있는 세상이라면 참 좋을텐데, 그런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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