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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퍼주니어 팬이면 신동도 좋아해?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적 폐해 본문

예능과 다큐멘터리

슈퍼주니어 팬이면 신동도 좋아해? 외모지상주의의 극단적 폐해

빛무리~ 2014. 9. 1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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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으로 답답한 것은 외모지상주의자들이 뭐가 잘못인지를 모르기에 자신의 생각을 바꿀 의지가 전혀 없다는 사실이며, 그보다 더욱 답답한 것은 그들 자신조차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불행한 삶을 살고 있으면서도 그런 줄을 모른다는 사실이다. 외모가 출중하지 못한 사람들은 물론이거니와, 멋진 외모를 지닌 사람들조차 외모지상주의의 피해자이긴 마찬가지다. 인간의 욕망이란 결코 만족을 모르는 법이니 아무리 예쁜 사람이라도 자신의 외모에 불만은 항상 있게 마련이며, 사회적으로 외모지상주의가 팽배해 있는 한 그 작은 결점 하나를 고치기 위해 죽을 둥 살 둥 피말리는 노력을 할 수밖에 없다. 비쩍 마른 몸매에도 더 날씬해야 한다며 다이어트를 하다가 거식증에 걸리기도 하고, 성형 중독이 심해지다 못해 괴물처럼 변해가기도 한다. 혹시 보셨는가? 성형중독이 정신질환으로 발전하면서 자기 얼굴에 식용유 등을 주사하여 얼굴을 부어오르게 만든 일명 '선풍기 아줌마'가 병들기 이전에는 얼마나 청순한 자연미인이었던가를.

 

 

한국 사회에서 누군가 외모지상주의의 폐해를 지적하면 반드시 '열폭'이라는 반박댓글이 달린다. 글쓴이의 외모가 출중하지 않기 때문에 그런 주장을 한다는 지극히 저능아스런 발언들이다. 문제의 핵심이 어디에 있는가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채, 외모지상주의는 천지창조 때부터 당연히 정해진 법칙인 양 신성불가침의 영역으로 남겨두고 판단하는 것이다. 애초부터 잘생긴 외모와 못생긴 외모가 정해져 있지 않다거나, 설령 못생겼다 해도 어째서 그것이 죄악시되는지에 관하여 단 한 순간만이라도 고민해 본 사람이라면 그렇게 저질스런 반박을 하지는 못할 것이다. 그들은 "열폭할 시간에 차라리 운동해서 살을 빼고 성형이라도 해서 외모를 가꾸라"고 말한다. 그들에게는 무엇보다도 외모가 중요한 가치이며, 외모지상주의는 지구가 존재하는 한 절대불변의 법칙이니까 말이다. 외모에 투자하는 그 시간과 노력을 다른 곳에 들인다면 훨씬 더 행복해질 수도 있을 거라는 생각은 그들의 머릿속에 단 한 순간도 떠오르지 않을 것이다.

 

도대체 왜 한국 사회는 극단적 외모지상주의로 인해 썩어가고 있는 것일까? '비정상회담'에 출연중인 미국인 타일러는 한국 기업에 취직하고자 이력서를 낼 때 사진을 부착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고는 몹시 충격을 받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외모뿐만 아니라 성별, 인종 등의 차별을 두지 않기 위해서라도 이력서에 사진을 절대 부착할 수 없게 되어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외국인들도 거의 다 입을 모아 말하기를, 자신의 고향 나라에서는 어릴 때부터 외모를 기준으로 절대 타인을 판단하거나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교육을 엄격하게 시킨다고 증언했다. 심지어 외모를 이유로 차별 받았을 때 어떤 기분이 드는지를 생생히 체험하게 하기 위해서 일부러 상황극을 만들어 교육한다고도 말했다. 그런데 한국인 아빠들은 어린 아들을 붙잡고 또래 여자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이 애가 더 예뻐? 아니면 저 애가 더 예뻐?" 하고 종일 물어댄다. 오히려 아이는 그게 온당치 않다고 느낀 듯 대답을 회피하는데, 아빠는 집요하게 날이 저물도록 누가 더 예쁘냐는 질문에 대답하기를 요구하는 것이다. ('아빠 어디 가' 내용 중)

 

 

A는 A대로 예쁘고 B는 B대로 예쁜 것이니 절대 누가 더 낫고 못한 게 아니라고 가르쳐야 할 어른들이 이 모양이다. 이미 외모지상주의가 뼛속까지 스며들어 당최 뭐가 잘못되었는지를 판단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어린 자식에게 어찌 독약을 먹이는 것과 같은 교육을 할 수 있단 말인가? 심각하게 병든 일부 한국인들은 타인의 외모를 제멋대로 지적하는 것조차 좋은 의도에서 비롯된 타당한 행위라고 주장한다. 최근 '매직아이'에서는 "타인의 외모를 지적하는 행위가 오지랖이냐 아니냐?"는 주제로 토론을 벌였는데, 놀랍게도 두 명이나 "오지랖이 아니다"라는 주장을 내세웠다. 김구라와 홍진경은 "너무 살이 쪘거나 얼굴의 여드름에 고름이 가득 찼는데도 지적해 주지 않으면 본인은 괜찮은 줄 알고 계속 그대로 있을 것이기 때문에, 더 좋은 모습으로 만들어주기 위해서는 말해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이는 자신의 오지랖을 아름답게 포장하기 위한 억지일 뿐, 정답은 영국남자 조쉬의 발언에 있었다.

 

"자기 외모의 변화에 대해서 모르고 있는 사람은 없어요. 살이 쪘거나 여드름에 고름이 찼거나, 누구보다도 본인이 가장 잘 알고 있어요. 그러니까 다른 사람이 말해줄 필요는 없어요. 살을 빼지 않거나 여드름을 짜지 않고 있다면, 그 사람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을 거예요." 이게 정답이다. 솔직히 자기 외모의 변화를 타인보다도 늦게 알아차리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홍진경은 '외모가 매우 중요한 직업인 모델'의 경우를 예로 들면서 "패션쇼가 코앞으로 다가왔는데 너무 살이 쪄있는 후배를 보면 마땅히 지적해서 살을 빼도록 해주는 것이 호의이자 배려"라고 주장했지만, 그 후배 역시 자기가 살쪘다는 사실을 모르지 않을 것이며 나름대로는 살을 빼지 못하는 이유가 있을 수도 있다. 그리고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지 못해서 직업적 불이익을 받는다면 역시 스스로 감당해야 할 부분이다. 타인이 지적한다고 해서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는 않으며, 남는 것은 오직 불쾌감과 모욕감뿐이다. 내 생각에는 김구라와 홍진경도 무의식적으로는 알고 있다. 하지만 그냥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성격상 자신의 오지랖을 변호하고 싶은 것뿐이다.

 


 

강호동의 '별바라기'는 '슈퍼주니어'편을 마지막으로 폐지가 결정되었다. 좋아하던 프로그램은 아니지만 왠지 좀 안스럽다는 생각에 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거의 다 끝나갈 때쯤 생각지도 못한 신동의 눈물이 내 가슴을 울컥하게 했다. 한 명의 바라기(팬)가 말하길, 슈퍼주니어 멤버들은 제각각 색다른 매력을 갖고 있기 때문에 마치 회전문을 돌듯이 한 사람을 좋아하다가 또 다른 사람을 좋아하게 되기도 하면서 끝없는 사랑을 이어갈 수 있다고 말했다. 그 바라기에게 강호동이 물었다. "그럼 잘 알려지지 않은 치명적 매력의 소유자를 한 명만 꼽는다면 누구입니까?" 그녀는 망설임 없이 "신동 오빠요!" 라고 대답했다. 신동 자신조차 의외라는 듯 놀라는 표정이었다.

 

"제가 슈퍼주니어 팬이라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그럼 너 신동도 좋아해?' 하고 묻거든요. 방송에서는 친근한 모습만 보였고 멋진 모습은 많이 안 보였으니까요. 하지만 알고 보면 신동 오빠가 정말 아이디어뱅크거든요. 무대를 꾸밀 때마다 디렉팅과 안무 구상을 은혁 오빠랑 둘이서 다 하시거든요." 또 다른 바라기가 입을 열었다. "저는 신동 오빠가 슈퍼주니어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해요. 슈퍼주니어가 다른 아이돌 그룹과 차별화되는 부분은 유쾌함에 있다고 생각하는데, 그 유쾌함이 신동 오빠로 인해서 완성되거든요. 콘서트에서도 신동 오빠의 너무 존재감이 커서, 군대에 가시고 나면 슈주 콘서트가 어떻게 진행될 수 있을지 걱정이 돼요."

 

 

이어서 은혁이 입을 열었다. "이건 슈퍼주니어 멤버들도 공감하는 부분이에요. 신동 형은 그 누구로도 대체가 불가능한 사람이죠. 신동 형이 없는 콘서트는 상상조차 안 되는데, 형이 입대를 앞두고 있어서 모두들 걱정이 많아요." 강호동이 말했다. "신동씨, 이렇게 모두들 신동씨를 칭찬하고 있는데 감사의 인사를 한 마디 해주시죠!" 신동이 입을 열었다. 그런데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언제나 웃고 밝은 모습만 보여주던 신동이, 주변 사람들의 칭찬에 휩싸여 매우 기분 좋을 것 같은 상황에서 갑자기 폭포수같은 눈물을 쏟기 시작한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인지를 알 수 없었다. 손에 스마트폰을 쥐고 게임을 하면서 건성으로 시청하고 있던 나는 어찌나 놀랐던지 폰을 내려놓고 멍하니 신동의 얼굴을 응시했다.

 

"꼭 하고 싶었던 말이 있는데... 말을 하다가 눈물이 날 것 같아서... (울먹이며 한동안 침묵) ... 정말 죄송하다는 말을 하고 싶었어요... (한동안 흐느낌) ... '신동도 좋아해?' 라는 그런 말을 듣게 해서... 저 때문에 우리 팀을 좋아하는 게 부끄러운 일이 될까봐... 멤버들과 팬들한테 늘 미안했어요!" 아니 도대체 무슨 죄를 지었길래 그토록 오랫동안 가슴아파 하면서 눈물을 삼켜야 했단 말인가? 살을 못 빼서? 아무리 연예인이지만 그게 무슨 능지처참을 당할 대역죄라고 그렇게까지 고통받아야 한다는 말인가?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듯 사람 좋게 웃고 있었지만, 속마음은 수시로 상처받고 그 상처가 곪아 썩어들어갔던 모양이다. 항상 유쾌하고 즐거워 보이는 신동이 그런 내면을 갖고 있을 줄은 정말 꿈에도 상상 못한 일이었다. 안타깝고 처연한 마음에 속이 쓰려왔다.

 

 

동료 멤버들의 말에 따르면 신동은 음악적으로 큰 재능이 있을 뿐 아니라 평소 타인을 위한 자기 희생도 서슴치 않는 훌륭한 인품까지 지녔다고 한다. 뚱뚱한 외모야 하나의 개성으로 생각하면 그뿐인데, 어째서 그것 때문에 멤버들과 팬들에게 미안해하며 눈물을 펑펑 흘려야 한다는 말인가? 오히려 신동만이 갖고 있는 특유의 매력 중에는 그런 외모에서 풍겨나오는 넉살과 유쾌함도 한몫 차지하는 게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외모지상주의에 젖어버린 사람들은 생각없이 돌 던지듯 "신동도 좋아해?" 라는 질문을 던지고, 그 돌에 맞은 사람들은 아픈 내색조차 하지 못한 채 묵묵히 눈물을 삼킨다. 언제쯤 우리는 장사꾼들이 규정해 놓은 외모의 덫에서 벗어나 자유로워질 수 있을까? 외모지상주의 덕분에 행복한 사람들은 오직 다이어트 업체와 뷰티 업체 종사자들뿐이다. 그 외의 사람들은 모두 그로 인해 불행하다. 세계 어디에나 외모지상주의는 있겠지만, 특히 한국에서 이토록 창궐하는 이유는 어디에 있는지 참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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