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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다행히도 '바람에 실려'가 3회부터는 정체성을 확립하기 시작했습니다. 이전까지는 '음악 여행'의 본질에 맞지 않게 너무 예능 위주로만 나가려는 경향이 있었는데, 그것이 핀트가 맞지 않아서 무척이나 불안했었지요. 특히 2회 방송분을 거의 채우다시피 했던 임재범의 잠적 논란은 최악이었습니다. 저는 그 또한 제작진의 의도적 설정이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봅니다만, 설령 실제 상황이었다 하더라도 굳이 그토록 길게 편집하여 방송에 내보내서는 안되는 거였습니다. 왜냐하면 재미도 감동도 아무것도 없었거든요. 전혀 닮지도 않은 임재범의 초상화를 괴발개발 그려 가지고 다니면서, 마주치는 미국인들에게 "이 사람을 못 보았느냐?"고 묻는 설정은, 진짜 창피할 정도로 어설프고 황당했습니다. 그럴 바에는 차라리 예능을 접고 ..
이번 주 '불후의 명곡2'가 故 김광석의 노래들로 꾸며진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기대감보다는 우려가 더 컸습니다. 제가 김광석을 너무 좋아했기 때문이죠. 혹시 원곡의 느낌이 훼손되지나 않을까... 훼손까지는 아니더라도 원곡의 감동에 턱없이 미치지 못하는 무대들을 보게 되면 저절로 실망과 허탈감이 밀려들까봐 염려스러웠던 것입니다. 하지만 시청한 결과는 대략 85% 가량의 감동이었습니다. 아주 만족스러웠던 것은 아니라도, 그만하면 괜찮은 편이었죠. 아련한 그리움과 추억에 잠길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습니다. 사실 노래를 즐기면서도 가수들의 콘서트장을 찾는 일은 거의 없는 저이지만, 김광석 콘서트에는 가 본 적이 있습니다. 추모 공연에 갔었다는 게 아니라 그가 살아있을 때, 소극장에서 혼자 연주하고 노래하던 ..
참 이상한 일입니다. 아무리 여러 번을 들어도 한 번의 예외 없이 계속 눈물이 나는군요. 처음 방송을 볼 때는 그저 우연이겠지 했습니다. 꼭 만화에 나오는 개구쟁이 꼬마처럼 생겨 갖고는, 표정 하나 몸짓 하나에서까지 장난기가 뚝뚝 떨어지는 그 어린 소년의 노래를 들으며 내가 울고 있다는 사실이 너무 황당해서였죠. 그런데 몇 시간 후에 또 궁금해져서 랜스가 노래하는 '거위의 꿈' 동영상을 다시 돌려 보았습니다. 도대체 왜 그토록 급작스런 감정이 북받쳤는지, 다시 한 번 느끼고도 싶었거든요. "그래요, 난~ 난 꿈이 있어요~ 그 꿈을 믿어요~ 나를 지켜봐요~" 하는 절정 부분에서 또 다시 가슴이 세차게 뛰며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습니다. 무대 밖에서 화면으로 지켜보던 랜스의 엄마도, 그 순간 떨리는 손으로 입..
최진실이 떠나고 난 후, 그녀가 출연했던 '무릎팍 도사'를 다시 보고 싶은 생각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하지만 2007년 당시 자료인지라 좀처럼 찾을 수가 없더군요. 그런데 이번에 '무릎팍 도사'가 종영하면서 그 동안 출연했던 게스트들을 선별하여 마지막 방송을 했는데, 그 중에 최진실의 모습을 찾아볼 수가 있었습니다. 몇 장면 되지 않아서 아쉬웠지만, 그 때도 몹시 여위어 있는 모습이 안타깝긴 했지만, 참 오랫동안 못 보았던 얼굴... 다시 보니 좋더군요. 2005년의 드라마 '장밋빛 인생'은 제가 배우 최진실을 다시 보게 된 계기였습니다. 너무나 큰 아픔을 겪은 후, 그녀가 그토록 빨리 재기에 성공할 거라고는 아무도 예측하지 못했건만, 세상의 차가운 시선들 속에서도 최진실은 놀라운 열정과 집념으로 시청..
이승기의 단독 진행으로 두번째 진행된 '강심장'에는 이경실과 조혜련을 비롯한 강한 컨셉의 여자들이 많이 출연했습니다. 이름하여 무슨 '강한 여자 스페셜'이라는데, 개인적으로는 정말 이번 주 방송의 컨셉 자체가 무척 맘에 들지 않더군요. 뭐 그건 그렇고, 이경실은 출연하자마자 폭탄 발언을 터뜨리고 말았습니다. MC 이승기가 먼저 반갑게 인사하면서 조언을 구했지요. "제가 오늘 단독 MC 두번째 녹화입니다. 오늘 어떻게 해야 잘 이끌어 나갈 수 있을까요?" 그러자 이경실은 이렇게 대답했습니다. "아, 너무 죽는소리 하시네요. 이미 잘 하고 있다고 많은 분들이 인정을 하시던데... 호랑이 밑에서 호랑이 나오지 여우가 나오겠어요?" 이 말을 들었을 때도 약간 고개를 갸웃하긴 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는 괜찮았습니..
현재 연예계에서 강호동의 부재(不在)로 인해 가장 주목받고 있는 인물이 이승기라는 사실은 아무도 부인할 수 없을 것입니다. 과연 이승기는 강호동 없는 '강심장'과 '1박2일'에 남아 종횡무진 대활약을 펼치며, 어린 나이에도 결코 만만치 않은 메인 MC로서의 자질을 마음껏 자랑하는 중이지요. 강호동의 존재감이 워낙 강했던지라 그의 빈자리가 느껴지지 않는 건 아니지만, 이만하면 박수갈채를 받을만한 대성공이라 하겠습니다. '강심장'에서는 널따란 MC석에 호리호리한 이승기가 혼자 서 있는 모습이 안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그를 돕는답시고 지나치게 나서는 붐의 행동이 오히려 폐를 끼치는 수준이라서 안타까웠습니다. '강심장'은 이승기 단독 MC체제로 안정적인 자리를 잡으려면 아직 좀 더 시간이 필요할 듯 싶더군요. ..
미국 유학 중에 '나가수' 출연을 위해 휴학까지 하고 합류한 새 가수 조규찬은, 제작진이 오래 전부터 심혈을 기울여 섭외하고 설득했을 만큼 충분한 실력과 네임밸류를 갖춘 인물이었습니다. 작사, 작곡, 편곡에 노래까지 혼자서 가능한 천재 싱어송라이터이자 보컬리스트라는 화려한 수식어가 부끄럽지 않았습니다. 임재범의 '이 밤이 지나면'은 원래 굉장히 남성적이고 거친 느낌의 노래인데, 정말 조규찬다운 편곡을 통해 여자 가수인 박기영과의 산뜻한 듀엣곡으로 재탄생 시켰더군요. 완벽하게 잘 짜여진 도시 계획(?)을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고나 할까요? 조규찬의 맑고 깨끗한 목소리와 박기영의 파워풀한 목소리가 치밀한 계산과 연습에 의해 오차 없이 잘 맞춰지고 어우러진 화음은 참으로 듣기가 좋았습니다. 특히 제 눈에 인상적..
보컬리스트 특집에 이어 고정 출연 가수들이 교체되면서 '불후의 명곡2'가 점점 더 볼만해지고 있습니다. 명색이 현직 걸그룹의 메인 보컬이라면서 악보의 단 두 마디를 한 호흡으로 불러내지 못하고 한 마디마다 쌕쌕거리며 숨을 쉬던 예전의 '어떤 가수'가 출연할 때와는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입니다. 효린과 지오 등의 실력파도 있긴 했지만, 그렇게 기본 자체가 안 된 형편없는 가창력의 출연자가 한두 명만 끼어 있어도 프로그램의 전체적인 질이 확 떨어지거든요. 누구라고 콕 집어 말하긴 그렇지만, 하여튼 그 여자 가수의 노래를 듣고는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진저리를 치며 '불명2' 시청을 싹 접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하지만 이제는 그 때의 '불명2'가 아닙니다. 다른 가수들에 비해 인피니트의 남우현이 한결 ..
강호동이 빠진 상태에서 촬영된 '1박2일'이 처음으로 방송을 탔습니다. 리더이자 맏형이자 구심점이었던 강호동의 존재감을 메꿔야 한다는 부담감이 멤버들의 얼굴에 그대로 드러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5명 멤버는 모두 평소보다 2배는 더 열심히 방송에 임하더군요. 뿔뿔이 흩어져 전국의 5일장을 돌아다니며, 각자 혼자서도 충분한 방송 분량을 뽑기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이 여실했습니다. 특히 제일 먼저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은지원과 이승기는 아톰 헤어쇼를 선보이며 깨알같은 웃음을 주었습니다. 멋쟁이 청춘 스타로서 헤어스타일을 처참히(?) 망가뜨리면서까지 방송을 위해 온 몸을 내던진 이승기의 열정이 돋보였습니다. 아직까지 강호동의 자리를 대신할 리더의 자리는 뚜렷한 가닥이 잡히지 않고 있습니다. 이승기가 막내가 아니라 ..
드디어 음악 여행 '바람에 실려'가 시작되었습니다. '나는 가수다'에서 하차한 후 꼬박 4개월의 공백을 거쳐, 임재범이 브라운관으로 돌아왔습니다. 삭발했던 머리는 그새 많이 길어졌고 얼굴은 좀 더 야윈 듯 싶더군요. 하지만 전체적으로 풍기는 분위기는 예전보다 훨씬 더 힘있고 활기차게 변해 있었습니다. '나가수' 출연 당시에는 너무 오랜만에 세상에 나와서인지 무척 조심스러워 보이기도 했고, 아내의 병세 때문인지 매우 슬프고 침체된 분위기가 있었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수많은 사람들의 관심과 사랑을 받고 있는 데다가, 아내의 병세도 많이 호전되어서인지 그 어두운 느낌은 거의 사라졌습니다. 임재범의 이름을 걸고 '바람에 실려'라는 프로그램이 만들어진다고 했을 때, 그를 다시 보게 된 것은 기뻤지만 과연 좋은 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