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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무리의 유리벽 열기
'무사 백동수'에서 흑사초롱의 살수 '인'(박철민)이 검선의 딸 황진주(윤소이)를 납치해서 무차별 폭행하는 장면이 방송되어 논란이 일고 있습니다. 사실 저는 이 드라마를 안 본지가 오래 되었고 앞으로도 볼 생각이 없습니다. 그리고 폭행 장면에 대한 저 기사를 본 후로는 일찍부터 안 보기를 정말 잘했다고 생각했습니다.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만도 참기 힘든 수준이었는데, 저런 장면까지 봐야 했다면 정말 끔찍했을 거예요. 그럼에도 굳이 안 보는 드라마에 관해 이렇게 글을 쓰는 이유는 저의 한 가지 신념을 주장하고 싶어서입니다. 여자를 납치해다가 밧줄로 꽁꽁 묶어 놓고는, 무술을 익힌 남자가 저항할 힘도 없는 그녀의 뺨을 연거푸 때리고, 발로 수없이 퍽퍽 걷어차고, 심지어 몽둥이까지 가져다가 잔인하게 두들겨 ..
원래 KBS 주말연속극은 그 특유의 분위기를 좋아하지 않아서 잘 안 보는 편인데, 최근 사소한 계기가 있어 '오작교 형제들'을 보기 시작했습니다. 원래는 초반에 흘러나온 스포일러를 들어 보니, 막장도 이런 저질 막장이 없겠다 싶어서 절대 안 보려고 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직접 시청한 느낌은 의외로 나쁘지 않았습니다. 어느 쪽에 초점을 맞추고 보느냐에 따라서 이것은 가족드라마의 탈을 쓴 최악의 막장드라마일 수도 있고, 외로운 아이들의 슬픈 사랑 이야기일 수도 있겠더군요. 저는 후자 쪽에 초점을 맞추기로 했습니다. 정의감에 넘치고 융통성 없는 열혈 형사 황태희(주원)와 철부지 된장 소공녀 백자은(유이)의 사랑 이야기로 말입니다. 아이돌 출신 연기자로서 공중파 드라마의 첫 주연을 맡았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을..
오랫동안 공들여서 준비해 왔다는 S본부의 금요드라마 '더 뮤지컬'이 시작되었습니다. 거의 사전 제작에 가깝게 만들어졌다는 이 드라마는 이제 후반 3회 정도의 촬영분만 남겨두고 있다는군요. 쪽대본과 생방송에 가까운 촬영으로 골머리를 앓고 있는 한국의 드라마 풍토에 일침을 가하기 위해서라도 이 드라마를 응원하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습니다. 이제껏 사전 제작 드라마는 거의 재미를 못 본 것이 현실이지만, '더 뮤지컬'이 성공한다면 열악한 환경에도 한 줄기 새 바람이 일어날 수 있을지 모르니까요. 그런데 1회를 시청한 느낌은 그리 좋다고만 말할 수가 없습니다. 일단 지나치게 과장되고 유치하고 만화적인 스타일이 제 취향에는 썩 맞지 않는지라...;; 뮤지컬 배우를 꿈꾸는 고은비(구혜선)는 집안의 반대로 가고 싶은..
'보스를 지켜라' 9회에서는 아들 차지헌(지성)을 향한 차봉만(박영규) 회장의 애틋한 부정(父情)이 더욱 절실히 드러났습니다. 노은설(최강희)이 비서로 들어온 후 말썽꾸러기 아들이 조금씩 변해가는 모습에 신이 난 차회장은 한동안 "노비서~ 노비서~" 불러대면서 그녀를 총애했으나, 막상 차지헌이 노은설을 여자로서 좋아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자 펄펄 뛰며 반대했었지요. 그거야 예상했던 일이었지만, 차회장의 반응은 여타 드라마 속의 재벌 회장들과는 좀 달랐습니다. 보통의 회장이나 사모님들은 "어딜 너 같은 것이 내 아들을 넘봐!" 하면서 여주인공을 싹 무시하게 마련인데, 차회장은 노은설에게 적잖이 미안해하며 안타까운 기색으로 말했습니다. "그러게, 왜 놀았어? 놀기라도 좀 하지 말지..." 그 말 속에는 노은설..
저는 원래 방송사를 불문하고 일일연속극을 거의 시청하지 않습니다. 식상한 소재와 자극적인 설정과 개연성 없는 스토리 전개 등은 한국 드라마가 거의 대부분 지니고 있는 고질병이지만, 특히 일일연속극의 경우는 그 함정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지요. 우선 일주일에 무려 5회씩, 거의 30분에 달하는 분량을 채우려면 작가의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알찬 내용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게다가 보통 16부 정도면 끝나는 미니시리즈와 달리 일일연속극은 100부작이 넘어가는 엄청난 분량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실제로 '웃어라 동해야'는 무려 159부로 마무리되었으며, 현재 방영중인 '불굴의 며느리'는 120부작으로 예정되어 있습니다. 사실 이건 말도 안 되는 얘기죠. 하나의 드라마에서 ..
'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
저는 병원이 주무대로 등장하는 드라마를 좋아하지 않는 편입니다. 좀 더 간단하고 솔직히 말한다면 병원 자체를 매우 싫어한다고 하겠습니다. 이러면 안되는데, 병원에 대한 거부감이나 공포증을 갖지 말아야 하는데, 안타깝게도 그런 것이 좀 있습니다. 하여튼 그래서 주인공이 시한부 환자로 등장하는 '여인의 향기'를 처음엔 안 봤습니다. 1회에 잠깐 틀어보긴 했지만 병원 장면들이 너무나 생생한 데다가, 결과는 어차피 불치병에 시한부로 나올 것을 알고 있는데, 젊은 여주인공이 병원의 차가운 기계 속에 몸을 눕히고 검사받는 장면은 더욱 끔찍하기만 해서 진저리를 치며 채널을 돌려버렸습니다. 1~2회 방송 후 쏟아져 나오는 리뷰들을 읽으니, 일본 관광 상품을 홍보하는 느낌이 든다고들 하기에 역시 안 보길 잘했다 싶었습니..
초반에는 기대를 좀 했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스토리는 너무 유치하고 오글거렸으며 크게 재미있다는 느낌은 없었지만, 풋풋하고 상큼한 느낌만으로도 아련한 향수를 즐기며 볼만은 했었어요. 아직은 모든 것이 부족하고 어설프지만 각자 자신만의 꿈을 키우며 부지런히 살아가는 대학생들의 열정적인 모습들이 예뻤고, 오랜만에 보는 대학가의 초록빛 풍경들이며, 정용화 박신혜를 비롯한 젊은 배우들의 비주얼도 참 예뻤습니다. OST도 제 마음에 꼭 드는 것은 아니었지만, 어딘가 좀 어설픈 그 노래들도 오히려 풋풋해서 좋았습니다. 그 예쁜 느낌들에 한동안 젖어 있고 싶어서, 웬만하면 다 좋게 생각하고 그냥 보려 했습니다. 오래 전에 손예진이 주연했던 '여름향기'도 후반으로 갈수록 점점 스토리가 꼬여 갔지만, 초반의 상큼함과 ..
자고로 영웅담의 주인공이란 꼬맹이 시절부터 그 기개가 남다른 법이다. 무예는 좀 늦게 배우기 시작할 수도 있지만, 영웅의 조건으로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보다 인품이다. 보통의 영웅들은 어릴 적부터 정의감이 투철하여 약자를 지켜주고 강자에게 맞서는 진정한 사내대장부의 기개를 보인다. 영웅은 또한 인내심이 강하여 고된 수련을 기꺼이 참고 견디며, 은혜와 원한을 결코 잊지 않는다. 목에 칼이 들어와도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는 기본이요, 목숨을 버릴지언정 꼿꼿이 지키려 하는 자존심은 옵션이다. '무사 백동수'의 주인공은 영웅일까 아닐까? 드라마 홈페이지에 나온 백동수의 인물 소개는 다음과 같다. "팔다리가 뒤틀려 태어난 판자촌의 외톨이에서 정조대왕의 호위 무관으로 동양 3국의 무예를 총망라한 무예서 '무예도보통..
저는 남자가 아니지만 무협소설이나 무협사극을 꽤 좋아하는 편이기 때문에 '무사 백동수'에 대한 기대가 사뭇 컸습니다. 사도세자와 정조시대의 이야기는 그 팩트(fact)만으로도 우리나라 역사 중에 제일 역동적인 부분 중 하나인데, 게다가 여러가지 픽션까지 삽입하여 무인(武人)들의 기구한 삶을 그려나갈 예정이라 하니 상상만으로도 매우 재미있는 사극이 나올 것 같았지요. 그러나 정작 뚜껑을 열어 보니 참으로 실망스럽고 지루했습니다. 기본적 바탕만으로도 긴장감이 넘쳐야 마땅할 이야기를, 어쩌면 이렇게도 긴장감 없이 풀어나갈 수가 있는지 궁금할 지경이었어요. 1회 방송이 끝난 후, 갓난아기를 끓는 물에 넣어 죽이려던 '팽형' 부분에서 심각한 역사 왜곡과 잔혹성의 문제로 논란이 일었습니다. 그런데 저는 물론 역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