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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 식상한 사각관계, 안하면 안되나? 본문

드라마를 보다

'보스를 지켜라' 식상한 사각관계, 안하면 안되나?

빛무리~ 2011. 8. 19. 0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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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스를 지켜라' 5회는 두 커플의 달달한 키스씬으로 마무리 되었었습니다. 차지헌(지성)이 노은설(최강희)에게 마음을 고백한 후 이 두 사람의 애정 전선은 거침없이 진행중이었기 때문에 당연한 수순이었지만, 서나윤(왕지혜)과 노은설 사이에서 상당히 애매해 보였던 차무원(김재중)의 마음을 확인할 수 있었던 것은 뜻밖의 수확이었습니다.

저는 무척이나 그 장면이 반갑더군요. 드디어 식상한 사각관계에서 벗어난, 유니크한 설정의 드라마를 보게 되나 싶었거든요. 만날 두 남자는 한 여자를 같이 좋아하면서 연적이 되고, 한쪽 옆에는 또 다른 여자가 있어서 질투심을 불태우고... 꼭 이런 식이 아니어도 되지 않을까, 왜 주인공들의 애정 전선은 항상 겹치고 꼬여야만 하는 걸까, 저는 늘 그런 생각을 했습니다. 

차무원이 서나윤을 향해 "싫다고 했던 건, 마음에도 없는 정략 이야기였어. 네가 마음까지 가져온다면, 나는 받아들일 거야. 원하고 있을 때, 나한테 와라" 하고 짜릿한 대사를 날리면서 키스하는 순간, 저는 '바로 저거다!' 하면서 쾌재를 불렀지요. 한 여자에 대해 오랫동안 변치 않는 사랑을 간직하고 있던 차무원의 진심이 드러나면서 캐릭터의 매력도 삽시간에 훨씬 업그레이드 되었습니다. 지금 노은설과 차지헌은 한창 알콩달콩 귀여운 사랑을 키워나가는 중인데, 괜히 그 사이에서 이루어지지도 않을 외사랑으로 애태우는 것보다야 차무원과 서나윤도 예쁜 사랑을 시작하길 저는 바랬어요.

그렇게 되면 드라마의 필수 요건인 갈등 관계가 약간 줄어들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노은설이 재벌 회장의 며느리가 되기까지 극복해야 할 과제들은 산더미처럼 남아 있기 때문에, 그것들을 잘만 활용하면 별 문제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차봉만(박영규) 회장이 아무리 노은설을 비서로서 총애한다지만 자기 아들을 덥석 낚아채겠다고 하면 펄펄 뛸 게 뻔하고, 그 할머니(김영옥)도 성품이 만만치 않아 보이고, 게다가 차지헌의 뿌리 깊은 공황 장애도 쉽게 치유될 것 같지는 않고, 사촌형제간의 후계자 싸움도 더욱 치열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반드시 애정 관계를 이리저리 꼬아 놓지 않아도, 갈등은 충분히 마련되어 있어요.

제가 요즘 감독판으로 출시된 '경성 스캔들'을 틈틈이 다시 보는 중이라서 자꾸만 그 이야기를 하게 되는군요. 2007년에 방송되었던 이 드라마는 제가 '부활' 다음으로 손꼽는 명작이지요. 특히 '경성 스캔들'은 식상한 3각 또는 4각 관계를 형성하지 않고도 얼마든지 아름답고 감동적인 러브라인을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증명해 보인 작품입니다. 선우완(강지환)은 나여경(한지민)과, 이수현(류진)은 차송주(한고은)와 각각 따로따로 커플을 이루었습니다.

이수현의 캐릭터가 아주 독특했지요. 그는 조선총독부의 고위 관리로 일하고 있지만 사실은 독립운동 비밀결사대의 수장입니다. 그런데 신분을 철저히 숨기고 있기 때문에 같은 조선인들로부터 배신자, 변절자라며 엄청난 미움을 받고 있지요. 심지어 그는 일본인들의 신뢰를 얻어 그들 사회로 깊숙이 침투하기 위해, 선우완의 친형 선우민을 밀고했다는 누명까지 스스로 뒤집어썼습니다. 선우민이 독립운동을 하다가 체포되어 처형당한 것은 사실 이수현과 무관한 일이었는데 말입니다. 오랜 친구였던 선우완과도 그래서 원수지간이 되고 말았습니다. 이수현은 이렇게 친구에게도 속내를 말하지 못하고 모든 고통을 혼자 감당합니다.

나여경은 이수현이 수장으로 있는 그 비밀결사대의 햇병아리 단원입니다. 그녀는 어설프게 활동하다가 수시로 체포되어 위기에 처하는데, 그 때마다 이수현이 갖은 방법을 동원해서 구해 줍니다. 알고 보면 그거야 너무 당연한 일이었지요. 수현에게 있어 여경의 존재는 독립운동의 소중한 동지일 뿐 아니라, 생각만 해도 가슴아픈 친구 선우완의 연인이니까요. 자기가 대신 위험에 처하면서까지 여경을 구해주고 언제나 살뜰하게 챙겨준 이유는 다만 그래서였을 뿐, 이수현이 평생토록 사랑한 여인은 오직 차송주 뿐이었습니다. 이수현의 속도 모르는 선우완은 "그 배신자 녀석이 이제는 내 여자까지 넘본다"고 오해를 거듭하기도 하지만, 나중에는 모든 진실을 알게 됩니다.

아, 생각해 보니 '시크릿 가든'도 그랬습니다. 처음에는 4각 관계인가 싶기도 했지만, 사실 오스카(윤상현)가 길라임(하지원)에게 친절하게 대해 준 것은 아끼는 사촌동생 김주원(현빈)의 연인이라서 그랬던 거였죠. 그는 한 번도 길라임에게 남자로서 사랑 고백을 한 적이 없습니다. 겉으로는 바람둥이처럼 보였지만, 그 역시 평생토록 윤슬(김사랑)이라는 한 여자만을 사랑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시크릿 가든'의 러브라인도 매우 깔끔하고 신선하고 좋았습니다. 그들은 이리저리 꼬이거나 겹치지 않고 한 사람만 사랑했지요.

저는 노은설과 차무원의 관계 역시 나여경과 이수현처럼, 오스카와 길라임처럼, 그렇게 쿨하고 담백한 관계였으면 했습니다. 무원과 지헌은 후계자 자리를 놓고 다툴 수밖에 없는 라이벌이지만 그래도 어쨌든 피를 나눈 사촌지간이니까, 끈끈한 우정이나 형제애 같은 것도 조금은 있지 않겠어요? 보아하니 차무원의 캐릭터는 악역이 되기엔 너무 올곧고 선량하더군요. 게다가 차지헌 만큼은 아니지만 적잖이 귀여운 면도 있습니다. 무원은 처음에 지헌을 경계하기 위해서 은설을 고용했지만, 점차로 그녀의 투명한 인간성에 스스로 감화되어 가는 모습이 보입니다. 그렇다고 반드시 여자로 사랑해야만 되는 건가요?

겉으로는 언제나 티격태격하지만, 사실 차무원은 많이 부족하고 허술한 사촌 차지헌을 속으로는 은근히 염려하고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그 곁을 노은설처럼 든든하고 좋은 여자가 지켜주게 되었으니, 참 잘 된 일이라고 축복해 줄 수도 있는 거 아닌가요..;; 자기에게는 오랫동안 사랑해 온 서나윤이 있으니까 말입니다.

그런데, 그런데... 안타깝게도 '보스를 지켜라'는 제가 원하는 대로 진행되지 않는군요. 이 예쁜 주인공들은 다시금 식상하기 짝이 없는 4각 관계에 돌입하고 말았습니다.

5회의 마무리는 정말 달콤했는데, 6회에 들어서자마자 차무원의 키스를 받은 서나윤이 냉정하게 그의 사랑을 거절하는 순간부터 약간 불길하긴 했습니다. 그래도 큰 걱정을 안 했던 이유는, 지금 노은설에게 흠뻑 빠져 있는 차지헌이 돌아온 서나윤의 마음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 뻔했기 때문입니다. 서나윤의 캐릭터는 일종의 허당녀(?)라서 별 힘을 쓰지 못하기 때문에, 아무리 그녀 혼자 방방 뛰어봐야 소용없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무원의 마음만 변치 않는다면, 나윤은 지헌을 향해 몇 번 헛손질만 하다가 결국 무원에게로 돌아가게 될 거라 믿었습니다. 그런데...

차무원이 노은설에게 마음을 고백하며 다가서는 순간, 모든 현실은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합니다. 차무원은 서나윤과 다르거든요. 이 사람은 기본적으로 선량하지만 굉장히 능력있고 독한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차지헌 못지 않게 외로운 삶을 살아왔습니다.

서나윤에게 사랑을 거절당하고 상처입은 채 갈 곳 잃고 헤매던 마음이, 노은설의 따스함에 녹아들면서 급격한 속도로 그녀에게 쏠리기 시작했으니 예상컨대 매우 강렬한 집착을 보일 것입니다. 이렇게 되면 필연적으로 차무원의 캐릭터는 매너 좋은 신사에서 다크한 악역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겠군요. 간절히 원하지만 가질 수 없는 여자의 존재는 그를 점점 더 나쁜 남자로 만들어갈 것입니다. 에혀...;;

어쨌든 계속 지켜보기는 하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이러한 설정이 좀 아쉽습니다. 음... 나중에는 제가 원하는 대로 되었으면 좋겠어요. 지헌이는 은설이랑, 무원이는 나윤이랑, 모두모두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뭐 이렇게요 ㅎㅎ 서나윤도 은근히 참 귀엽더라고요. 제가 보기에 '보스를 지켜라'에는 진짜 악역이 하나도 없습니다. 무원이 엄마(차화연)도 그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충분히 이해가 되는 캐릭터이고요. 이토록 유쾌하고 밝은 분위기의 드라마에는 마땅히 해피엔딩이 어울립니다. 기대해 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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